독자 여러분들은 왜 DBR를 읽으시나요? DBR의 13번째 생일을 맞이해 제가 DBR를 사랑하게 된 이유 세 가지를 생각해 봤습니다.첫째, DBR의 통찰력 넘치는 발제, 소위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 좋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변혁을 몰고 온 최근 한 해 동안만 해도 DBR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온택트 엔터테인먼트, 넥스트 노멀, 피벗전략, 리쇼어링 등 시의적절한 주제를 독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이 같은 시기적절한 어젠다 세팅을 국내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지난 13년간 고민해 온 DBR 편집진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도 DBR 292호(2020년 3월 1호)에 게재된 스페셜 리포트 ‘Hyper-personalization(초개인화)’에 원고 한 편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개인화 서비스의 발전을 날마다 경험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변화를 초개인화라는 어젠다로 묶어서 생각해 보지는 못했는데 DBR 편집진이 이 원고를 의뢰했을 때,제 머릿속에 있던 여러 생각이 하나로 꿰어지는 듯한 기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탐구의 기쁨’을 느끼면서 긴 시간을 들여 정성껏 스페셜 리포트를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보면, 스페셜 리포트에 참여할 때마다 이런 기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DBR 284호(2019년 11월 1호)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주제로 글을 쓸 때도 구글에서, 또 테크 산업에서 자주 사용하던 문샷 싱킹 개념에 대해 깊이 탐구해 볼 수 있었고, 우주산업이 가져온 혁신, 그리고 앞서가는 기업들이 불러일으킬 혁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러 영역에서 여러 방향으로 변화가 뒤섞여 일어나는 혼란의 시대에, DBR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영진이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주제를 발굴해 제시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둘째, DBR의 ‘속도, 심도, 난도’가 좋습니다. 경영자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존재해 온 경영 서적과 경제신문 기사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뉴스레터와 유튜브, 이제는 클럽하우스를 통해서도 경영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와 심도, 난도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정보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점점 더 ‘장사가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시장이 흘러가면서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깊이 있는 글보다는 많은 청중을 품을 수 있는, 난도가 낮은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속도, 심도, 난도가 균형을 잘 이루는 DBR의 글들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발행된 309호(2020년 11월 2호)가 균형 잡힌 콘텐츠의 좋은 예일 것입니다. 우수한 인재는 갈수록 부족해지고 조직문화가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는 가운데, 채용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정기 공채를 없애고, 비대면 면접과 수시 채용을 늘리는 촉진제가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을 단편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는 많았지만 ‘Smart Hiring’이라는 주제 아래 조직문화와 고용 브랜드부터 인공지능,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는 기사를 적기에 다룬 매체는 DBR가 유일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이처럼 속도, 심도, 난도의 균형을 잘 잡아온 DBR가 앞으로도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콘텐츠를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