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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성공적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평행놀이’와 유사

강신형 | 314호 (2021년 0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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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Parallel Play: Startups, Nascent Markets, and Effective Business-model Design”, by Rory M. McDonald and Kathleen M. Eisenhardt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65(2), 20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사업 모델 설계는 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창업 교육과 멘토링의 단골 주제다. 오스터왈드가 만든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사업 모델의 세부 구성 요소가 무엇이고, 각 요소들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프레임워크다. 하지만 구성 요소만 보여줄 뿐 실제 사업 모델을 설계하는 과정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특히 현존하는 사업 모델이 없고 태동하는 산업의 경우 창업가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아야 한다. 맥도날드와 아이젠하트 교수는 새로운 산업에서 창업가가 사업 모델을 어떻게 설계해야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 사례를 분석했다.

소셜 투자(social investing)는 기존의 재무 투자 서비스에 소셜네트워킹을 접목한 것이다. 연구자는 소셜 투자 산업이 태동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스타트업 5개 사례를 살펴봤다. 스타트업 구성원과는 7∼12회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각 스타트업의 주요 외부 인사(투자자, 이사회 멤버 등)와도 평균 6회의 인터뷰를 가졌다. 그 외에도 스타트업과 관련된 신문이나 블로그 기사도 정리해 보조 자료로 활용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다중 사례 분석 결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 스타트업은 ‘평행놀이(parallel play)’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평행놀이는 유아교육학에 나오는 개념으로 여러 명의 유아가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만 서로 간섭하거나 영향을 주지 않고 각자 노는 형태를 의미한다. 자기중심적이고, 또래와의 비교에 무관심하며, 여러 방법을 직접 시도하고, 다음 행동을 하기 전에 잠시 멈춰 반추하는 것이 평행놀이의 특징이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과정 역시 이런 특징이 나타남을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우선, 실패한 스타트업은 유사 스타트업을 경쟁사로 인식하고 이들과 차별화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성공한 스타트업은 이들을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보고 잘하는 점을 모방하고 배우는 데 주력한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오히려 기존 산업의 대기업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이들의 서비스를 대체하는 데 자원을 집중한다. 이는 아이가 다른 아이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평행놀이의 특징과 유사하다.

다른 스타트업으로부터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첫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어느 정도 시장 검증이 끝난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둘째,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가설검정처럼 더 중요한 활동에 자원을 할당할 수 있다. 셋째,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태동하는 신산업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아직은 모호하다. 또한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의 대기업을 경쟁자로 간주함으로써 의미 없는 작은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더 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만약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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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에 자원을 집중하기 전에 가설검정 과정을 거친다. 이는 아이가 여러 장난감을 직접 체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장난감과 놀이 방식을 찾아가는 평행놀이의 특징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암묵적인 가정이 옳고 그른지 우선 검정해야 한다. 실제 성공적인 사례 기업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고객의 행태와 반응을 살펴보고 여기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켰다. 반면 실패한 기업은 이와 같은 가설검정 과정을 건너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설검정이 효과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둘째, 가설검정을 통해 신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여러 비즈니스 모델 대안 중 무엇이 확실한지 알 수 있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것은 고객과 이해관계자가 실제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살펴보는 것이다. 무엇이 팩트인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구성원의 서로 다른 의견을 합치시킬 수 없어 자원이 분산된다. 특히, 스타트업은 다양한 대안을 동시에 검정할 만큼의 여력이 없으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 핵심적인 가설이나 가정을 반드시 검정하고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은 특정 비즈니스 모델에 자원을 집중하기 전에 잠시 멈춰 반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아이들이 잠시 멈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학습하는 평행놀이의 마지막 특징에 해당한다. 여기서 잠시 멈춘다는 의미는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요소를 느슨하게 연결해(loosely coupled) 추후 변화에 대응할 여지를 남겨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했더라도 모든 구성 요소를 여기에 최적화하는 강한 연결(tightly coupled) 상태는 이후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여지를 주지 않아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잠시 멈춤’이 효과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창업자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학습할 수 있다. 특정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불확실성은 항상 남아 있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계속 청취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부적으로 튜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원으로 여러 가지 대안을 동시에 실험할 수 없다. 오히려 한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다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의 속도를 조절해 시장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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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신산업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 과정이 유아기의 평행놀이와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즉, 성공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과정은 세부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동종 업계의 스타트업을 모방하고 아이디어를 차용한다. 즉, 이들을 경쟁자로 간주하기보다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특히 모방은 제도화 이론 관점에서 스타트업이 합법성(legitimacy)을 확보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차별화를 위해서는 다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기보다 기존 산업에서 활동하는 대기업을 경쟁사로 생각하라고 본 연구는 주장한다.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 핵심적인 가설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하고 검정한다. 신산업은 아직 지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발현되지 않은 산업으로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어떤 대안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기 위해서는 실험을 통해 직접 고객과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팩트를 수집해야 한다.

셋째,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더라도 각 요소를 느슨한 연결 상태로 두어 변화의 여지를 남겨둔다. 하나의 대안을 정했더라도 여전히 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잠시 멈춰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돌이켜보는 수동 학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의 세부 요소를 의도적으로 느슨한 연결 상태로 두어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 있다.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sh.k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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