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카드나 간편 결제가 현금을 대체하고 있다. 지도책이 놓일 자리는 내비게이션이 꿰찼다. 큰길에 나가 택시를 잡던 승객들은 자취를 감추고 택시 플랫폼이라는 ‘손안의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통장과 신분증을 들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던 사람들은 인터넷뱅킹이나 인터넷 전문 은행과 같은 스마트뱅크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바로 ‘데이터’다.
무엇보다 올해 2월부터 본격화되는 마이데이터(My Data) 사업은 금융 데이터 활용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데이터에 대한 권한이 정보 주체인 개인에게 부여된다. 개인이 ‘정보 이동권(Right to Data Portability)’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개인이 요청할 경우 기업은 보유한 데이터를 제3자에 개방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는 금융회사 등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파악하고 통장 잔액의 분포, 돈 새는 구멍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각각에 접속할 필요 없이 손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포켓 금융(Pocket Finance)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은행 데이터 개방에 한정한 오픈 뱅킹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제도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될 경우 도입될 마이페이먼트(My Payment) 사업은 금융과 유통, 통신, 미디어, 제조 등 비금융 산업 간 경계를 허물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지시에 따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사업이 활성화되면 고객의 자금을 미리 보유하지 않아도 사물인터넷(IoT) 냉장고가 식자재 주문과 결제를 진행하고, AI 스피커가 송금과 결제를 이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비금융회사의 서비스에 간편 결제가 도입되는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란 의미다. 머지않아 키오스크도 안면 인식과 지문, 정맥 등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얼굴과 손바닥만으로 고객을 구분하고, 제품을 주문하면 사전 등록된 결제 수단으로 자동 결제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금융을 비롯해 각종 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는 ‘데이터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빅데이터가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를 이해해야 한다. 각 기업은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혁신을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해 소비자에게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가용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기업들이 경영 활동을 하는 모든 순간에 정형 혹은 비정형 데이터가 생성된다. 어떤 데이터를 축적할 것인지, 어떻게 이를 효율적으로 수집, 저장, 분석할지 검토해야 한다. 셋째,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2018년부터 공공 빅데이터 구축 및 개방을 추진해 왔고, 그 결과물을 산출하기 시작했다. 과기정통부 주도로 공공과 민간이 협업해 생산한 양질의 빅데이터가 개방돼 있는 만큼 이를 기업 내부 데이터와 연동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비금융사도 독자적인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맞서는 금융사는 마이데이터 및 마이페이먼트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동시에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해야 한다. 제도, 정책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기존 산업의 틀에 갇히지 않고 신산업의 영역을 끊임없이 발굴해야만 실시간으로 소비자 선호를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런 노력 끝에 데이터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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