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오픈 이노베이션만이 능사는 아니다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단기간에 습득하는 데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유용하다. 그러나 오픈 이노베이션만이 능사는 아니다.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역량을 쌓는 것이 최선이다. 외부 소스를 활용해 역량을 빠르게 조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부 혁신팀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객, 프로세스, 문화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이라 혁신의 여러 소스 간 균형을 이룬 포트폴리오를 개발해야 한다. 외부 소스를 내부 소스의 대체 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포트폴리오의 범위를 넓히는 방편으로 삼아야 한다. 둘의 균형을 위해서는 기업의 1) 핵심 경쟁 역량을 파악하고 2) 혁신 아키텍처를 재건하고 3) 역량 이전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0년 여름 호에 실린 ‘Why Innovation’s Future Isn’t (Just) Open’을 번역한 것입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많은 산업군에서 종래의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구조, 운영 프로세스를 갈아엎고 있다. 고객 관계부터 공급망 관리, 애프터서비스까지 비즈니스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재래식 소매기업들의 혁신 프로세스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확보하는 신생 디지털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기성 기업들도 변화에 발맞춰 길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혁신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의 CEO들은 혁신 프로세스가 개방적이어야 하는지, 폐쇄적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둘 다 맞는지 확신이 없다. 내부 혁신에만 오롯이 의존해 온 다수의 기업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신기술의 물결 속에서 외부 혁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재빨리 습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항상 경쟁 우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우 경쟁사를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다. 역량을 빨리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내부에서 혁신 역량을 키우는 데 계속 투자해야 한다.

필자들은 본 연구에서 기업이 그들의 혁신 시스템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권한다. 혁신의 여러 소스 간에 균형을 이룬 포트폴리오를 개발해야 한다. 외부 혁신을 내부 혁신의 대안으로 삼기보다는 혁신 포트폴리오를 더 넓히는 방편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디지털 미래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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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파트너 접촉하기

소비재 기업이든, 산업재 기업이든 디지털 변혁은 단지 IT와 사업 디지털화에 투자하거나 고객 및 공급업체와 연계할 수 있는 웹사이트, 모바일 앱, 온라인 채널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다. 기업들도 점점 이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까지 바꾸진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변혁은 이보다 더 심오한 변화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과 프로세스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 소스를 창출하기 위해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기술 혁명의 제2의 물결을 이루는 요소들을 활용해야 한다. 가령, 제조업체들은 생산 활동과 공급망 관리에 로봇과 머신러닝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색 중이고, 서비스 기업들은 교육 역량을 높이는 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적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변혁하는 것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며, 시간 소모적이다. 기업들도 갈수록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2012년 전문가들은 혁신 포트폴리오를 짤 때 전체 예산의 10%를 변혁적(transformational)인 프로젝트에, 20%를 다소 변혁적인 프로젝트(경우에 따라 인접 혹은 실질적이라 불리는 프로젝트 1 ), 그리고 나머지 70%를 점진적(incremental) 혁신 프로젝트에 배분하라고 권했다. 그런데 필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예산의 최대 30%를 변혁적인 프로젝트에, 그리고 35%를 다소 변혁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이는 기업들의 관심이 정확히 사업 쇄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점진적 혁신에 투입된 예산은 35%에 그쳤다. 이는 2012년 결과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다가 설문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95%는 최근 가장 성공적이었던 혁신 프로젝트가 주로 디지털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답했다. 이 숫자가 놀라운 이유는 수치 자체도 높지만 산업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조사 응답자 다수는 회사에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만한 역량이 없다고 시인했다. 또 혁신 프로젝트 유형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내부 역량이 시장 선도 기업에 못 미친다고 답한 기업들이 51%였다. 하지만 프로젝트 유형을 디지털 혁신으로 국한했을 때는 선도 기업보다 뒤처진다고 답한 기업이 81%로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조직 외부에서 혁신 소스를 모색하는 기업이 너무나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디지털 역량과 애플리케이션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것도 가능한 빨리.

기업들이 15년 넘게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실험을 해 왔지만 필자들의 데이터를 보면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이 이미 관계를 구축한 파트너뿐 아니라 아주 다양한 유형의 잠재적 파트너들과 함께 혁신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7년 전만 해도 기업의 70%는 고객이든, 공급업체든 이미 그들의 가치사슬에 포함돼 있는 파트너와만 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필자들의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75% 이상이 다양한 혁신 소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공급망 참여자로만 파트너를 제한하는 기업이 17%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대학, 싱크탱크, 컨설턴트,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스타트업, 혁신 연구소(외부 혁신 당사자와 가교 역할을 하는 내부 조직) 등 다양한 유형의 파트너들과 협업을 펼친다.

제조업, 유통, 심지어 패스트푸드 체인까지, 오프라인 기반의 다양한 소매 기업이 디지털 혁신 활동에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맥도날드는 최근 2년 동안 외부에서 조달한 혁신을 통해 매장 내 셀프서비스 키오스크는 물론이고 모바일 앱과 모바일 기반의 주문 시스템을 개발했다.

맥도날드는 2019년 초반에 모바일 앱 개발 업체인 플렉서(Plexure)에 투자한 후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디지털 맞춤형 서비스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다이내믹 일드(Dynamic Yield)를 인수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개인 맞춤형 시스템과 의사결정 논리 기술을 활용하면 시간대, 날씨, 매장 혼잡도, 유행 메뉴 등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야외 드라이브 스루 화면에 개인 맞춤형 메뉴를 띄울 수 있다. 이 기술은 또한 고객이 과거 선택했던 메뉴 정보를 기초로 추가 메뉴를 제안해서 보여준다. 맥도날드는 다이내믹일드의 기술을 2019년 말까지 미국과 호주에 있는 거의 모든 드라이브 스루 주문 창구에 적용했다.

맥도날드는 디지털 음성 인식 기술에도 주목해 왔다. 이들은 2019년 9월 어프렌테(Apprente)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다양한 언어와 억양, 다양한 주문 메뉴를 처리할 수 있는 음성 기반 기술을 개발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드라이브 스루에서 고객의 주문을 더 빠르고, 간편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머지않아 모바일 주문과 매장 키오스크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어프렌테 담당자들은 맥도날드가 실리콘밸리에서 회사의 영향력을 키우려 만든 맥도날드 글로벌 테크놀리지(McDonald’s Global Technology) 산하 그룹인 McD 테크 랩(McD Tech Labs)의 초창기 멤버로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외부 혁신의 장점

외부 혁신에 더 개방적이 됐다는 것은 기업들이 수십 년간 시달려 온 ‘그건 우리가 발명한 게 아니잖아(Not invented here)’ 2 증후군에서 확실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을 낡은 중앙 집중식 접근법으로만 다루면 한계에 부딪친다. 이 점에 대해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인 빌 조이(Bill Joy)가 한 명언이 있다. “당신이 누구든 간에, 가장 스마트한 사람들은 대부분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제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해 줄 내부 역량이 부족할 때는 반드시 조직 외부에서 새로운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을 안다.

많은 기업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들,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을 파괴할 수도 있는 것들을 포착하기 위해 외부를 살핀다. 이들 대부분은 놓친 시간을 만회하려고 애쓰고, 새로운 기술 활용에 있어 파트너십에 투자하는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안다.

외부에서 역량을 습득하고 개발하면 기업이 자신들의 니즈에 맞게 여러 소스에서 얻은 역량을 짜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 음성 기술 방면의 글로벌 리더인 아이플라이테크(iFlytek)는 여러 중국 대학과 함께 공동 연구소를 설립해 왔다. 각 연구소의 소장은 주로 대학교수가 맡지만 아이플라이테크 전문가들도 그곳에 파견돼서 연구원들과 함께 새로운 기술 및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이런 혁신 생태계를 통해 기업은 여러 소스의 첨단 지식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외부 파트너를 활용하면 기업이 혁신에 대해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기가 더 쉬워진다. 외부에서 개발된 잠재력 높은 신기술이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는 그것을 가지고 실험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특히 중요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점은 내부 혁신이 가진 최대 리스크 중 하나인 점진주의(incrementalism)를 경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 특히 사업부 단위로 전개되는 혁신의 경우 조직이 가장 채택하기 수월한 제품 및 프로세스 개발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상당히 강하게 나타나면서 기존 사업을 재창조할 만한 급진적 혁신을 방해한다. 점진주의가 팽배해서 기업이 소규모의 단계적 변화만을 추구하면 외부에서 발생하는 파괴적 위협에 취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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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내용

● 본 기사의 근간이 된 연구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실시됐으며 호주,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영국, 미국의 7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연구에 포함됐다.

● 필자들은 기업들의 혁신 관행 및 시스템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8개국, 7개 업종에 속한 30개 대기업 임원들과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 그런 다음 기업들의 혁신 관행과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정량화하기 위해 프로네시스 파트너스(Phronesis Partners)를 통해 설문 조사를 설계하고 실시했다. 이를 통해 연간 매출이 5억 달러 이상인 320개 대기업의 혁신 리더들을 대상으로 640개 혁신 프로젝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DIY 혁신의 위력

지금까지 설명한 요소들을 고려하면 향후 혁신은 어쩔 수 없이 개방적인 모습을 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 연구는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만 추구할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실제로 차별화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내부 혁신이 더욱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기술 업체든,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든, 거대 데이터 회사든 선도적 디지털 기업들은 개발비를 분산하고, 벤처 자본을 유치하고, 업계를 평정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다양한 소매 기업과 협력해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예컨대, 자동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구글의 웨이모(Waymo)는
르노-닛산뿐 아니라 피아트 크라이슬러, 재규어 랜드로버와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이들 글로벌 자동차 3사는 모두 구글과의 협업으로 대중용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하는 데 혜택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경쟁사보다 탁월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외부 혁신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겪는 난제다. 기술 파트너십으로는 차별화를 이룰 수 없으므로 (이런 파트너십은 기초 체력을 높이고 경쟁사 간 대등한 관계를 확립할 뿐이다) 내부 혁신만큼의 경쟁 우위를 기대하기 힘들다. 본 연구를 통해서도 이 사실은 확인됐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이 내부 혁신을 통해 추진한 혁신 프로젝트 중에서는 87%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창출했지만 외부 소스를 통해 진행된 혁신 프로젝트는 60%만 그런 효과를 냈다. 바꿔 말하면, 내부 혁신 프로젝트 중에는 경쟁사가 재빨리 따라잡을 정도로 특별한 우위를 창출하지 못한 경우가 13%밖에 안 됐지만 기업이 외부 혁신 소스에 의존한 경우에는 이런 프로젝트가 40%나 됐다.

내부 혁신이 디지털 변혁에 필수적인 이유는 많다. 경쟁 우위를 얻게 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영업 비밀을 유지하고 지적재산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트너와 협력할 때는 이런 측면들을 신경 쓰는 게 훨씬 어려워진다. 파트너가 당신의 직접적인 경쟁사와 손을 잡지 않더라도 협업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업계에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나 지식이 경쟁사와 공유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가 외부에서 핵심 역량을 확보하면 그 공급자가 가치 창출 과정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가령, 한 머신러닝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기능 사용 데이터 중 어떤 것이 서비스 갱신 및 업셀링3 기회를 가장 잘 예측하는지 알고 있다면 협상력과 수익 면에서 파트너보다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게다가 내부 혁신을 하면 기업이 현실에서 직접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북킹닷컴(Booking.com) 같은 디지털 태생 기업들은 다양한 알고리즘과 디자인을 끊임없이 테스트한다. 그렇게 해서 추정된 소비자 반응이 아닌 실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이는 외부 업체가 절대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내부 혁신가들은 회사 운영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들의 혁신은 외부에서 제공된 혁신보다 더 쉽게 발전하고, 생산되고, 판매된다.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비교해도 내부 혁신의 성공률이 더 높고 기업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혁신 역량을 사내에서 개발하면 지속가능성이 높아져서 향후 회사를 지탱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반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는 변혁을 일으킬 정도로 회사 역량이나 문화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이유로 인해 균형이 필요하다. 기업의 역량을 외부 소스를 활용해 빠르게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부의 혁신팀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객, 프로세스, 문화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한 기업은 혁신 역량을 조달해 줄 외부 소스를 내부 소스의 대체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혁신 포트폴리오의 범위를 넓히는 방편으로 취급한다. 이 두 소스는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필자들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외부 혁신 소스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업들이 내부 소스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다수의 혁신 파트너를 보유한 기업들도 내부 소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내부 혁신과 외부 혁신의 균형 이루기

필요한 역량을 단시간에 습득하는 데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유용하다. 반면 장기적 경쟁우위를 얻는 데는 내부에서 역량을 쌓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필자들은 다음 3단계 접근법을 제안한다.

1단계 핵심 경쟁 역량을 파악하라.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어떤 기술적 역량이 향후 중요하게 부각될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판단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전략 기획 프로세스 안에서 일부 이뤄지기도 한다. 대다수의 기업이 매년 조직에 부족한 역량을 파악하는 갭 분석(Gap Analysis)을 하고, 그런 역량들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이사회와 회사 차원에서 논의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 결과를 로드맵에 넣어 어떤 역량을 내부에서 중기나 장기적으로 개발할 것인지, 어떤 역량을 외부 소스를 통해 즉시 수혈할 것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하는 기업은 드물다. 바로 이런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관건은 이런 역량이 회사를 경쟁사로부터 차별화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계산하는 데 있다. 디지털 기술이 가지는 중요도는 회사마다 다르다. 예컨대, 데이터 과학 전문기술이 화학물질 제조사에는 꼭 필요한 역량이겠지만 부동산 판매나 임대 동향만 알면 되는 부동산 회사에는 크게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기업은 그들이 파악한 회사의 주요 역량과 애플리케이션을 어떤 외부 소스를 통해 확보할 수 있을지 알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스타트업 등을 접촉해 어떤 사람들이 해당 기업과 가장 관련이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혁신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부족한 역량을 채워 넣을 포트폴리오 개발에 들어간다. 외부에 있는 다수의 잠재적 혁신 소스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 만큼 경험 많은 경영진이 시간을 투자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단계 혁신 아키텍처를 만들어라. 기업은 혁신 아키텍처를 재건해 혁신의 내부 소스와 외부 소스를 관리해야 한다. 이때 3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첫째, 대부분의 기업이 조직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가령, 스타트업을 통해 외부 혁신을 추진하는(대개 이 방법을 쓴다) 기업은 스타트업들과 어떻게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투자할 것인지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큐베이터 4 , 혁신 샌드박스 5 , 벤처 펀드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둘째, 그 회사에서 힘 있는 사업부가 외부 혁신 프로젝트를 인수하거나 채택하는 경우 혁신의 프로세스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촉진하는 구조로는 이노베이션 랩이 있다. 연구원들을 실리콘밸리나 선전(深圳) 같은 곳의 연구소에 파견해 혁신 생태계가 가진 역량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회사 사업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연구소에 상주하는 이런 방식은 외부 혁신 과제나 성과물을 인수할 때 도움이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새로 생긴 기업 혁신 연구소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 방식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자신들의 전략이 일관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지표를 갖춘 혁신 거버넌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본 연구에 참여한 기업 다수가 처음에는 거버넌스와 지표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 프로젝트 임무를 맡겨 놓고는 예산 통제와 승인을 모두 중앙사업부에서 관할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혁신팀의 업무 속도가 저하됐다. 이는 관료주의의 폐해였다.

3단계 역량 이전 프로세스를 개발하라. 기업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처음부터 역량 이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두지 않는 것이다. 외부에서 개발된 역량과 기술을 궁극적으로 어떻게 이전받을지 미리 계획해 둬야 한다는 의미다. 탁월한 묘책은 없다. 기업마다 상황에 맞는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다양한 모델을 검토해 필요한 스킬을 가져올 여러 경로를 개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술 역량을 외부에서 공급받을 수도 있고, 관련 스타트업을 아예 인수하는 편이 6 타당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옵션은 BOT(Build-run-transfer, 일괄 작업 후 이전)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다. 이 옵션을 택하면 필요한 역량을 보유한 기술 기업이 전담 팀을 만들어 초반에는 직접 관리까지 한다. 그리고 작업이 끝난 뒤 해당 팀과 결과물을 일괄적으로 파트너 기업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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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혁신의 중요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320개 기업의 640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내부 혁신 및 외부 혁신에서 어떤 소스가 사업 전반에 가장 중요했고 가장 성공적인 혁신 프로젝트를 배출했는지 질문을 받았다. 균형 면에서 응답자들은 내부 소스(특히 R&D 본부, 혁신 연구소, 혁신 전담 팀 직원)가 외부 소스(고객과의 공동 혁신, 스타트업과 파트너십 등)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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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샌토의 디지털 포트폴리오 개발 사례

일부 현명한 기업은 이미 이 같은 포트폴리오 접근법으로 혁신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미국의 농화학 기업으로 2018년 독일 바이엘그룹(Bayer Group)에 인수된 몬샌토(Monsanto)의 경우를 보자. 수년 전 이 회사는 회사가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데이터 과학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단에 따라 경작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함으로써 재고 관리 효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농민들이 어떤 작물을 심고, 어떤 종자를 사용하며, 비료와 물을 얼마나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

몬샌토는 이에 따라 회사를 농업생명공학 회사에서 데이터 과학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디지털 농업을 구현하려면 트랙터부터 상수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센서를 부착하고 대량의 경작 데이터를 수집해야 했다. 이 모든 데이터는 서비스 제공사가 개발한 디지털 플랫폼에 입력됐다. 그리고 알고리즘을 통해 농장의 경작 상황이 표시됐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CEO인 휴 그랜트(Hugh Grant)와 고위 경영진은 회사의 규모와 야심을 고려했을 때 모든 데이터의 수집 및 연구에 필요한 기술에 몬샌토가 직접 투자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런 데이터가 농장에 대한 의사결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 자체도 복잡한데다 회사 내부 디지털 기술도 부족했기 때문에 몬샌토는 일단 핵심 역량을 구할 수 있는 외부 소스에 눈을 돌렸다. 빅데이터와 분석 인프라를 위해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및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와, AI 기술을 위해서는 아톰와이즈(Atomwise)와, 대량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AT&T와, 또 사이버 보안을 위해서는 정부 및 여러 전문가와 손을 잡았다.

몬샌토는 또한 스타트업과 협력하거나 그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역량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매년 250개 정도의 스타트업과 만나 30건 정도의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5개의 핵심 기술을 흡수했다. 예를 들어, 몬샌토는 농부들이 보다 정확한 재식 작업을 통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도록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생산 업체인 프리시전 플랜팅(Precision Planting)을 2억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규모가 더 큰 인수 건을 단행했는데, 과거 데이터를 모델링해서 농부들을 대상으로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클라이멋(Climate Corp.)을 9억3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몬샌토는 더 많은 외부 혁신 소스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회사의 혁신 아키텍처도 변경했다. 그리고 API와 마이크로서비스 중심의 중앙 집중식 데이터 플랫폼과 함께 데이터 과학 전문가 조직을 만들었다. 그들은 보스턴에 본사를 둔 AI 소프트웨어 회사 데이터로봇(Data Robot)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조해 농업 전문가들이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회사의 공급망, 상업화 프로세스, 그리고 무엇보다 농부들을 위한 수백 개의 모델(그중 3분의 1은 머신러닝 기반)이 돌아간다.

몬샌토의 새로운 조직 구조는 파트너들과 긴밀한 관계를 촉진하고 핵심 역량을 훨씬 잘 흡수하게 한다. 회사는 외부 파트너와 전개하는 모든 혁신 프로젝트를 핵심 인재들에게 위임해 확실한 학습과 지식 전수가 이뤄지도록 한다. 또한 처음부터 훈련을 통해 직원들이 필수 역량을 내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코세라(Coursera)와 데이터캠프(Data Camp) 과정을 수강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직원들도 많았다. 지난 3년간 몬샌토의 데이터 과학 커뮤니티 규모는 200명 이하에서 500명 이상으로 성장했다. 또한 많은 생물학자와 공정처리 화학자(Process Chemist)가 데이터 과학자로 거듭났다.

몬샌토의 최고혁신책임자(CIO)인 짐 스완슨(Jim Swanson)은 이렇게 요약했다. “회사의 자산을 살펴본 후 파트너가 필요한 영역을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데이터와 데이터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굉장한 자산입니다. 우리는 내부 역량이 회사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내부 역량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 네트워크의 기반을 마련하고 회사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데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화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와 관련해 4년 전과 다른 강경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회사 미래에 무엇이 중요한지 선언했고, 인재와 훈련에 투자했으며, 측정, 관찰, 발전 방식을 엄격히 관리해 왔습니다. 그렇게 할수록 혁신이 더 가속화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그건 우리가 발명한 게 아니잖아” 같은 사고방식도 기꺼이 없애려 합니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닐 톰슨(Neil C. Thompson)은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소(CSAIL)와 MIT 디지털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이다. 디디에 보네(Didier Bonnet)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경영대학원의 전략학 교수이자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인벤트(Capgemini Invent)의 전무다. 윤 예(Yun Ye)는 아디다스 디지털 전략 부문의 시니어 매니저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1401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