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ESG의 파도에 올라타라

환경•사회 등 비재무 성과가 중요한 시대
자화자찬식 보고서 탈피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효과적인 ESG 경영을 위한 5가지 체크리스트

1. ESG를 경영 전략에 통합했는가?
2. 개발도상국 진출 시 ESG 접근이 고려됐는가?
3. 소셜 벤처에 투자나 협업이 추진되고 있는가?
4. 환경을 포함한 사회적 가치 측정과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가?
5. 창출한 가치와 추진 중인 노력을 잘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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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ESG가 과연 누구의 ‘관점’에서 출발한 개념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ESG는 기본적으로 ‘투자자 관점’을 담고 있다. 투자자는 본래 재무적 성과를 올릴 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회수한다. 당연히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을 분석하고 추적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경제적 가치와 재무적 정보 혹은 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초점을 뒀다. 그러다 최근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라는 ‘비재무적’ 정보를 투자자가 고려하겠다는 흐름이 생겼다. 대표적으로 이 세 가지 정보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ESG를 활용하게 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역시 이런 흐름을 고려해 ‘ESG 경영’에 앞다투어 나서는 것이 최근의 경영 흐름이다.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한다면 ESG와 비슷하다고 혼동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과 ESG가 관점(투자자 관점)과 활용(기업 가치 평가) 측면에서 어떻게 다른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사실 ESG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건 최근이지만 사회책임투자(SRI)처럼 이와 유사한 실천은 오래됐다. 1960년대에 담배나 술, 혹은 인권 문제 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현된 예가 대표적이다. 사회나 환경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기업에는 투자금을 배분하지 않겠다는 방식인데, 이를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부정적 배제)라고 한다. 이어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군을 배제하는 방식을 넘어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election, 긍정적 선별) 방식, 즉 사회나 환경적 영향 측면에서 주도적이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업에 좀 더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방식도 시작된다.

ESG가 구체적인 어젠다로 가치를 갖게 된 건 이제 십수 년 정도 됐다고 보는 게 맞다. 2004년에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이 여러 기업 및 글로벌 연기금과 함께 사회책임투자원칙(PRI)을 발표했고, 이듬해 이 내용을 정리한 콘퍼런스에서 다양한 투자 생태계 구성원들과 ESG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1 그렇게 발전하기 시작한 ESG 투자가 이젠 투자사들에 중요한 영역 중 하나가 됐다. UN PRI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 세계 ESG 투자 자산은 40조5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경8000조 원이 넘는 규모가 된다고 한다.2 이에 발맞춰 뉴욕 증시는 비재무 정보의 공시를 강화하고 있고, 심지어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을 주도하는 IFRS재단은 최근 비재무 정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가장 먼저 환경과 관련된 비재무 정보를 반영하는 작업부터 검토하고 있다.

이제 ESG는 글로벌 대형 투자사들이 더 이상 회피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사회적 가치를 단순히 비용 정도로 여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괄목할 변화라 할 수 있다. 투자자가 ESG 지표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활동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간 기업의 사회적 가치 활동은 비용으로 취급돼 왔고, 큰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상충한다는 단편적 관점에서 다뤄져 온 게 사실이다. 물론 때때로 위험 요소의 관리나 위기에 대한 대응 요인으로 고려되긴 했지만 이런 노력이 얼마나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지 구체적인 연결점이 충분치는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구호로 그쳤다. 그러나 이제는 ESG 투자를 촉발제로 기업이 환경을 위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려는 ESG 경영을 수행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이는 곧 ESG를 통해 어떻게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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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기업의 가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기업은 이미 ESG 정보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금융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이러한 금융 환경이 바라보는 미래, 즉 비재무적 요인이 점점 더 기업의 미래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어느 정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흐름에 잘 연계되지 않으면 최소한 자금을 조달할 때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CSR에 대한 요구나 기업 시민이라는 철학은 정당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소간의 모호함을 가진다. 그러나 투자와 자금 조달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ESG는 본질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명료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 방향성은 당연히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가’다.

기존에 CSR를 잘하는 기업이 주가가 좋다는 식의 논문이나 발표가 꽤 있다. 물론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상당수 사회에서는 그런 관계가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좀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면 당연히 기업의 가치가 성장하는지 말이다. 개념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벗어나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당장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구성 요소 측면에서 ESG와 비슷한 CSR의 내용으로 기업 가치 성장과의 연계성을 드러내려 하거나 사회 공헌 활동으로 기업의 성과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사실상 그렇게 되길 희망하는 마음의 투영에 가깝다. ESG 투자는 결코 ESG 정보만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부정적인 기업을 배제할 때는 다소 그런 방식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지만 우수한 기업을 우선 선발할 때는 당연히 재무 정보를 함께 고려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세계 최대의 증시 관련 지수 산출 기관인 MSCI는 ESG가 기업의 성과 증진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3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높은 투자 수익률을 달성하며, 코로나19처럼 예기치 못한 위험이 닥쳐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거나 빠르게 회복하고, 자본 조달 비용이 낮아 그만큼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MSCI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이 높은 신뢰도를 가짐에도 실제로 ESG 투자가 진짜 성공적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지 않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조지 세라핌 교수와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 개념을 처음 주창한 마이클 포터 교수 및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금융•투자 전문 매체인 기관투자가(Institutional Investor)에 기고한 글 ‘ESG가 실패하는 지점(Where ESG Fails)’을 통해 ESG 투자의 한계를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1) ESG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 창출이나 주주 가치 극대화에 기여하는 요인이 아니라 위험 요인이며 2) ESG가 어떻게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4 이 글이 발표된 후 저자들은 ESG라는 개념과 현재의 양상을 너무 축소해 해석했고, 자신들의 주장인 CSV 전략에 기반을 둔 공유가치 투자(shared-value investing)를 ESG 투자의 대안으로 제시하기 위해 과한 억지를 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들이 ESG 투자의 어떤 한계를 지적했는지 살펴보는 일은 논의의 명료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ESG 정보가 기업 가치로 연결되는 논리적 연결이 명료하지 않다는 지적은 깊이 있게 짚어 봐야 할 부분이다.

사실 ESG 활동이 우수하기 때문에 사업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가치를 전달하거나 연쇄적으로 창출하는 논리 구조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할 때 이뤄져야 한다. 투자는 상당히 과학적이고 계산적인 영역이라는 기본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이 논쟁을 극복하지 못하면 ESG는 장기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실제 결과들도 벌써 갈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나 모건스탠리, 블룸버그 등 다수의 투자사나 자문사는 ESG 펀드가 일반 펀드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으며 특히 지금과 같은 경기 하강기에서 그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ESG 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의 ESG 펀드 호황이 코로나19라는 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화석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교통수단들이 움직이지 못했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ESG 펀드에 많이 들어가 있는 IT 기업들의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5

과거 기업의 CSR 활동이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빈번히 그 연결고리로 제시되는 것이 평판이었다. 하지만 정작 평판이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 이유나 경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존경받는 A 기업의 어떤 상품의 판매량은 여전히 그보다 평판이 낮은 경쟁사 B의 상품보다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평판을 만드는 사회적 가치는 도대체 어떤 경로로 역할을 하며, 또 일반 홍보 전략보다 확실히 나은 효용을 창출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물론 CSR를 수행하는 목적이 꼭 기업 가치에 반영되기 위함은 아니지만 CSR가 기업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양자 간의 연결 논리 구조는 검증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ESG 정보와 기업 가치 간의 논리적 연결 구조를 짚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 상황에서 ESG 점수가 기업의 실제 가치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고 단언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분명히 어떤 ESG 평가 방식은 그러할 것이고, 어떤 기업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모든 ESG 점수와 이를 도입한 기업이 대부분 기업 가치의 상승을 경험하리라는 예측은 위험하다. 6 특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통계적으로 시차를 가지고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혹은 지금 상황처럼 성과가 잘 나온다 해도 논리적인 경로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이 성과가 좋은 것이 아니라 본래 뛰어난 기업이 ESG 점수도 높고, 성과도 높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림 1) 충분히 그렇게 해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오히려 아직 ESG 성과가 어떻게 기업 가치 증대로 이어지는지 확실한 경로 검증을 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정직하고 겸손한 태도다. 하지만 최근 ESG 펀드의 수익률이 대체로 좋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렇게 긍정적인 경우, 기업의 ESG 활동이 어떻게 기업 가치 제고와 연결되고 있는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살펴보고 함의를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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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기업 가치 간 4가지 연결 논리 구조 유형

ESG와 기업 가치 간 연결 논리 구조는 인과관계의 정도가 얼마나 높은지, 또한 기업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ESG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본래부터 좋은 경영 철학과 탁월한 리더를 가진 우수한 기업이 ESG 활동과 경제적 성과 모두에서 다 좋은 결과를 내는 유형이다. 이는 ESG 활동과 재무적 성과가 서로 직접적인 관계에 있다기보다는 원래 뛰어난 기업에서 두 성과 모두 기인하는 형태다. 즉, ESG 활동과 기업 가치 간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상관관계만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는 투자자 입장에선 오히려 뛰어난 기업을 어떻게 알아보고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ESG가 크게 강조되면서 자금의 공급이 갑작스레 집중된 결과 기업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규모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화석연료 관련 주식을 매각하고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관련 주식을 매입하는 흐름은 당연히 석탄 발전 업체들의 주가 하락과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을 일으킨다. 이런 에너지 전환 트렌드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겠지만, 만약 이런 요인이 기업 성장의 주된 이유였다면 중단기적으로 ESG 투자의 성장이 더뎌지는 시점에서 다소간의 조정이 올 수 있다. 인과관계가 제대로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고, 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도하기도 어렵다. 결국에는 실제적인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장기적으로 증명돼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ESG 활동의 우수함이 다양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효과를 낳는 경우다. 결국 이는 투자 시 할인율을 감소시키고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는 등의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이는 본질적인 가치 창출이라기보다는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 안정성의 제고에 가깝다.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 리스크가 실제로 중요한 사건으로 발생해 기업 가치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지는 기업에 달려 있지 않다. 말하자면, 인과관계는 존재하지만 기업 측면에서 성과 창출에 대한 능동성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으로 ESG 요인이 고려된 전략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ESG의 성과가 곧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도록 전략적으로 설계돼 추진되는 경우다. 세라핌 교수와 포터 교수 등이 CSV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공유가치 투자로 대응해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이때 ESG 활동의 결과나 그 과정이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주고 그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구조다. 이는 사회문제를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로 보고 사회문제 해결을 하나의 경쟁력을 만드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된다면 비로소 ESG가 정말 기업의 재무적 성과 창출, 기업가치의 제고와 명확하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능동성과 인과성 둘 다 높기 때문에 의도적인 설계와 추진이 가능한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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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네슬레 사례를 보자. 네슬레는 십수 년 전부터 ESG 관련 요소를 다양하게 고려해 사업을 해왔다. 그 스스로도 세계 최대의 식품 회사이기도 하고 CSV의 핵심 사례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무수한 전략과 활동 사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하면서도 이 구조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네슬레는 설탕과 나트륨 및 포화지방을 식품에서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그 진행 결과를 매년 발표해가며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는 명확하게 ESG 측면에서 긍정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네슬레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물론 그 주가가 이 작은 활동의 영향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전략의 하나로 대표됐다고 가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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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고 누군가는 [표 1] 1번 유형처럼 “네슬레는 본래 그러한 철학을 가진 기업으로 당연히 사업도 잘되고 또 이익을 가지고 이렇게 좋은 일도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혹은 [표 1] 2번 유형처럼 “식품 기업 중에는 이 정도로 ESG 요소를 잘 고려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네슬레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ESG 펀드가 투자를 하고 있으니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석할지도 모른다. [표 1] 3번 유형으로 이해하자면 “멕시코의 설탕 세금처럼 각 국가의 정책적 변화로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재료 사용에 제약이 증가하고 있을 때 네슬레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상대적으로 제약에서 자유롭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앞에 있는 것들은 결과론적인 해석이다. 실제로 네슬레는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저감을 ESG 활동의 가치에 기반을 두되 맛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전제와 현지의 재료를 선용한다는 전략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는 전략화에 성공했다. 이는 [표 1] 4번 유형처럼 ‘사전적’ ‘능동적’으로 구성된 전략이며, 현재의 성과는 전략의 실행과 실천을 통해 얻은 사업적 결과물이다.

ESG라는 파도타기

ESG가 전략에 반영돼야 한다면 이 파도를 맞이하는 기업이 고려해야 할 시대적 변화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사회문제의 심화이고, 다른 하나는 MZ세대의 대두다. 지금은 코로나19에 허덕이고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그 이후에 닥칠 경제침체가 더 큰 파도라고 한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악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다가올 경제 침체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이미 50일이 넘게 비가 내리는 이상 현상이 있었고,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메뚜기떼는 파키스탄을 넘어 중국 국경에 이르렀다. 곳곳의 빙하가 다 녹아내리고 있고 멸종하는 동식물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7

날로 심화되는 사회문제가 부정적 요인이라면 MZ세대를 비롯한 가치 소비의 증대는 보통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MZ세대는 우리나라에서도 30%에 달하는 인구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며, 특히 가치 소비에 익숙하다.8 이들의 소비는 기업 환경을 ESG 친화적으로 적합하게 바꾸는 요인이 된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상장한 온라인 보험회사 레모네이드를 보면 이런 흐름이 명확하다. 레모네이드는 청년들이 미국에서 보험에 가입하는 과정과 납부 비용, 그리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획득하는 모든 과정에서 불리하다는 점에 착안해 중개인을 없애고 인공지능을 도입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단 1분30초 만에 보험 가입을 할 수 있게 했고, 3분 만에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최종 정산 후 잔여 금액을 보험자가 지정한 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특징은 MZ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그 결과 레모네이드는 73만 명의 가입자(2020년 3월 기준)를 확보하며 현재 약 4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9 MZ세대는 또한 일하는 곳에서도 가치를 느끼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은 내부 구성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ESG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소 중립을 넘어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아마존이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선언을 한 것은 모두 직원들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우수한 MZ세대의 인재들을 고용해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들에 ESG가 중요한 취업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들은 ESG 활동이 기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ESG 요건에 보다 적합하게 잘 꾸민다거나 ESG 점수를 잘 받기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오랜 점수 만능 행태가 반영된 경우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ESG 점수를 높게 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에 따라 투자금이 유입되는 등의 유익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ESG 점수가 높다고 반드시 기업의 성과가 증대되고 기업 가치가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ESG 평가기관 사이에서도 ESG 점수를 매기는 방법이 다양한데 그 부분에 하나씩 다 최적화해서 결과를 만들겠다는 접근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실제 투자자는 비재무 정보 외에 재무 정보 역시 함께 분석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업들이 ESG 활동을 통해 정말 성과를 내고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싶다면 아래 다섯 가지 이슈를 잘 다루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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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ESG를 경영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 앞서 살핀 것처럼 단순히 여러 가지 ESG 활동을 늘어놓는다거나 어느 기관에서 매긴 ESG 점수가 높다고 해서 기업의 성과가 자동적으로 제고되지 않는다. 또한 중요한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경제적 가치를 희생시키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지속가능하지도 못하다. 이런 점에서 CSV 전략 관점을 참고할 수 있다. 이를 쉽게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은 ESG 요소를 최고위 임원들의 경영전략회의에서 다루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법령 준수 수준이 아니라 사업의 의사결정을 바꿀 정도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합을 의도적으로 서두를 필요가 있다.

둘째, ESG를 활용하는 접근은 국내 사업에서도 중요하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는 경우에 반드시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때 개도국으로의 진출에서는 해당 사회가 ESG 관점에서 취약하기도 하고 또 고려해볼 만한 ESG 기회도 많다.10 기존의 좋은 CSV 사례의 절반 이상이 개도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셋째, 소셜 벤처를 ESG 영역의 좋은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그들을 지원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도 매우 많지만 투자와 협업을 고려하는 경우는 이제서야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소셜 벤처는 아니지만 일반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는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시혜적인 관점이 아니라 이 투자와 협력을 통해 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소셜 벤처에 대해서도 그렇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가 만들기 어려운 ESG 성과를 투자를 통해서 일종의 개방형 혁신으로 해내거나 좋은 파트너로서 신성장 동력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넷째, 환경을 포함한 사회적 가치 측정과 관리가 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업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보고서에 구체적인 ESG 도달 목표를 제시하고 매년 얼마나 진척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보고서 발간 자체가 목표인 상황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성공했다는 자축 일변도의 사회적 가치 측정이 아니라 미래 기회와 성장 동력을 잘 경영하기 위한 정보를 생성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네슬레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1년에 약 100억 원 정도를 쓰는 것은 그 이상의 비즈니스 성과를 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 측정과 관리는 아까워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좋은 투자이며 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끝으로, 창출한 가치와 추진 중인 노력을 적절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국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대외적인 발표는 글로벌 우수 기업들과 달리 기업의 철학과 목표, 전략 및 성과가 서로 잘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좋은 이야기를 나열하고, 보도 자료를 내고, 누군가 칭찬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다 보면 때로 좋은 커뮤니케이션 재료가 사장되기도 한다. 국내 최상위 기업들은 연간 기부금만 수천억 원을 낸다. ESG와 관련된 비용까지 따지면 실제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도 이해관계자와 전략적인 소통에 있어서 적절한 전략이 없다는 사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가 검토했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에는 매년 어떤 일을 했다는 내용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다 보니 매년 편집디자인 외에는 차이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았다. 자화자찬식 미사여구만 잔뜩 있는 보고서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오히려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구체적인 이유와 달성 목표 없이 매년 창출해내는 거대한 사회적 가치의 수치를 남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재무적 정보와 ESG 정보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야 한다. 기존의 공유 방식, 홍보나 광고 방식이 변화 없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에 적합한 전문성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주 중요한 특이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재난으로 기록되겠지만 동시에 미래를 앞당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는 불가항력이고 피할 수 없다. 심지어 전 사회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라도 남기고, 무엇이라도 성장을 위해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ESG 트렌드는 그렇게 맺어지는 열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SG의 파도가 왔다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응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사회도 지속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timothydho@imapctsqure.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SK, 삼성,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에 공유가치 창출(CSV) 컨설팅 및 자문을 진행해 왔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서비스를 시작해 관련 생태계 성장에 기여해왔다. 현재 한양대 경영대 겸임 교수이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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