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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정보 공개의 중요성 및 기업의 대응

윤진수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도이치뱅크(Deutsche Bank)i 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ESG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100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책임 투자 규모가 확대될수록 투자 대상 기업의 지속가능 수준 및 비재무적 리스크를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ESG 정보 공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나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지속가능성 회계 기준 위원회(SASB)의 스탠더드 등 다양한 정보 공개 표준 및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 중 약 85%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주주총회에서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등 ESG 관련 보고를 요구하는 주주 제안이 2017년 10건에서 2018년 20건으로 두 배 증가하기도 했다.

한편, 유독가스 누출, 직장 내 인권 침해, 갑질 등의 행태로 인해 기업에서 공개하는 ESG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2015년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폴크스바겐은 이전까지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자사는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모든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조사에서 전자제어장치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그동안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폴크스바겐은 과징금과 리콜 비용 등으로 총 300억 달러(35조9280억 원)를 지불하게 됐고, 회사의 주가는 40% 가까이 하락했다.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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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학업체 중에서도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해 허위로 보고했다 적발돼 해당 시설을 폐쇄한 사례도 있다. 이 기업의 경우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대기 관리 체계를 확립, 대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객관적 대기 영향 평가를 실시한다고 보고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 환경주의)’ 행태는 기업 이미지 훼손뿐 아니라 소비자 및 투자자의 불신을 야기해 기업 매출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기업의 생존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정보 공개 표준은 기업의 공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ESG 정보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일관되고 표준화된 보고 체계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에서는 지난 9월 지속가능 보고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검토의견서(consultation paper)를 공개하기도 했다.iii

해외에서는 상장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려는 국가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UN 산하의 지속가능거래소 이니셔티브(SSEI)에 따르면 해외 각국의 증권거래소에서 ESG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ESG 공시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상장 규정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거래소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iv 이러한 ESG 정보 공시 제도화는 정보의 일관성 및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거래소가 ESG 관련 정보 공시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기업 지배구조(G) 부문에 대해서는 2019년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기재한 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v 했고, 2020년 하반기에는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제정•공표할 예정이다.

이런 트렌드를 고려할 때 앞으로 ESG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기업들은 (자율적이든, 의무적이든 상관없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때 핵심은 기업들이 ESG 정보 공개 과정을 기업의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기회 요인을 발굴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크게 네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업의 ‘핵심’ ESG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우선은 GRI나 SASB에서 제시하는 스탠더드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마다 직면하고 있는, 또는 직면하게 될 ESG 요소가 동일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의 핵심 ESG 이슈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전사 차원에서 통일된 ESG 측정 기준과 보고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실제 기업에선 ESG 관련 정보를 여러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ESG 정보를 취합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ESG 정보를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전담 조직에서 ESG 정보 보고 체계를 마련해 각 담당 부서와 주기적인 협의를 통해 ESG 정보를 측정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이사회 차원에서 ESG 이슈를 관리해야 한다.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ESG 이슈는 기업 외부 환경의 변화, 사업의 성숙도 등에 따라 계속 변화해 간다.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에서 핵심 ESG 이슈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ESG 정보에 대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ESG 정보 공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주요 주주뿐 아니라 ESG 평가기관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소통을 통해 정보의 공개 방식, 공개 범위, 공개 정보 등 개선 필요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공개가 어려운 정보라면 시장 참여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실히 설명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 js-yoon@cgs.or.kr
필자는 중앙대 대학원에서 재무관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재무관리)을 수료했다. 2003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일하며 국내 상장법인의 기업지배구조 및 CSR 평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수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책임투자 자문 등을 총괄하고 있다.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 한국검토위원회 위원(2016)을 지냈으며, 현재 지속가능브랜드(Sustainable Brands) 한국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업 지배구조, CSR, 책임투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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