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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과 ESG

김성우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올해는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하더니 관측 사상 가장 더운 5월의 봄을 맞았다. 해외도 6월 평균기온이 13도인 시베리아가 한때 38도를 기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우리나라의 5분의 1이 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러한 글로벌 위기의 원인으로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꼽힌다.

그런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 9월 UN 총회에서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순배출 제로화)을 달성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는 환경 분야에서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은 중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자 경제 성장과 탄소 감축을 병행할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의 표현이다. 대부분의 탄소는 발전, 산업, 수송 부문에서 배출된다. 발전 부문의 탄소중립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전 세계 태양광발전기, 풍력회사 톱10 중 반 이상이 중국 회사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중국 업체가 글로벌 선두다. 이 선언은 전 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의 획기적인 에너지 전환을 의미한다. 중국을 최다 배출 국가로 지적하며 감축 회피의 명분으로 삼아온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및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태도도 급변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환경 목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킨 기술 가격의 하락, 환경에 민감한 밀레니얼세대의 등장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투자자의 친환경 요구, 이른바 ESG다.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란 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비재무적 항목을 뜻한다. 최근 환경 관련 주주 제안 중 4분의 3이 기후 관련 제안이고 3분의 2가 구체적 행동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1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배경에도 전 세계 40조 달러를 운용하는 450개 글로벌 투자자가 조성한 CA(Climate Action)100+라는 그룹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미국 증시 상장지수펀드 수익률 톱10 중 5개가 친환경 펀드로 ESG와 투자수익률이 더 이상 상쇄 관계가 아니라는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ES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SG 채권의 국내 기관 발행액이 2017년 5억 달러에서 2019년 120억 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 ESG 투자의 경험이나 기반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고 평가 기준도 미흡한 실정이다. 기업도 ESG를 여전히 CSR로 간주해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에 제일 먼저 우선순위를 낮추기도 한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자가 우리 기업의 주주인 만큼 ESG를 장수 경영의 필수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마침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가 1월 우리나라 대기업을 포함 다수의 투자대상 기업에 보낸 연례 서한에서 기후변화를 경영 전략에 반영하고 이사회 내 관리 방안을 수립해 올해 말까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고민도 시작됐다. 코로나로 시작해 장마와 태풍 등 유난히 피곤한 한 해를 보내면서 무언가 개선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따라서 외부에 의해 개선하기 전에, 우리가 선도적으로 움직이며 유리한 점들을 짚어봐야 한다. 올해와 같은 피곤함을 미래에도 반복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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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이도 사외이사
필자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은행 미래사회 외부자문위원 및 KPMG의 지속가능성 부문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역임하는 등 동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글로벌 전문가다. 미국 듀크대에서 환경공학 석사를, aSSIST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스코에서 환경에너지 투자를 담당했고, 녹색기후기금 송도 유치와 에너지 신산업 발굴 공로로 산업포장 및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서울대 겸임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김앤장 환경에너지 연구소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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