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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 Entertainment

BTS에게서 배우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박영은 | 306호 (2020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글은 BTS를 낳은 빅히트의 성공 요인을 감성지능 관점에서 분석한 두 편의 글 중 下편입니다. 上편은 DBR 304호(9월 1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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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경영이 핵심 이해관계자인 기획사, 소속 스타, 팬클럽 등 모든 주체를 만족시키는 게 가능할까? 이런 3자 구도 시스템에서는 힘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그러나 BTS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의 성공은 이들 3자 간, 3자 내부 힘의 균형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중용의 감성지능이 발휘될 때 비로소 얻어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BTS 팬클럽인 ‘아미’라고 항상 관계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빅히트 역시 초창기에는 기업의 내부와 외부의 구성원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이런 갈등 상황을 피하고 3자 상호 간의 연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관계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조직의 소통 체계를 살피고, 감성지능을 개발하는 ‘감성 코칭’을 실시해 중용을 지켜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3자 구도 시스템’이 존재한다. 생산자 혹은 기획사, 소속 스타 등 기업의 내부 구성원, 팬클럽이나 지역사회 등 기업의 외부 구성원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이 구도 안에서 3자 간(Between Groups), 혹은 3자 내부(Within Groups) 힘의 균형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용’이 필요하다. 특히 중용을 지닌 감성지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교의 사서(四書) 중 하나인 『중용(中庸)』, 그리고 『논어(論語)』 선진 편에 나온 ‘과유불급(過猶不及)’ 등은 동양철학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동시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이 상태는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에서도 중심 사상을 이룬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지나치지도 미치지도 않게,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로, 삶이 극단으로 향하지 않도록 균형 있게 사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조돼 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용을 지키는 것은 실천하기가 매우 힘들고 정성을 요하는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2500년 전에 쓰인 유교 경전을 우리가 현시대에 맞게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지능을 논할 때 중용의 미덕을 되새기는 것은 현대 경영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3자 구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중용의 감성지능을 발휘하기 위해 각 주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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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감성지능에 중용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가장 먼저 기업 내부 구성원(E: Employers & Employees)과 기업 외부 구성원(I: Individual Consumers & Stakeholders)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중용을 지닌 감성지능(EI, Emotional Intelligence)을 발휘할 수 있다. BTS의 사례를 보자. 일찍부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와 BTS라는 기업 내부 구성원 사이에는 어느 정도 소통과 공감의 끈이 있었다. 또한 BTS와 팬클럽인 ‘아미’의 소통과 공감도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3자 구도를 완성시킬 빅히트와 아미의 관계는 어땠을까? 빅히트가 처음부터 기업 내부 구성원과 외부 구성원을 동등하게 인지하고 균형 있게 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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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는 않았다. 2019년 7월15일, 빅히트는 BTS 공식 계정에 글로벌 팬클럽 ‘아미’ 멤버십 상시 모집에 대한 공지를 띄웠다. 이를 두고 글로벌 ‘찐(진짜의 줄임말) 아미’, 즉 기존 아미들은 뿔이 났다. 공지의 핵심은 과거와 달리 아미 5기를 마지막으로 팬클럽 기수제를 없애고 상시 모집 형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수제 대신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팬들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회사의 통보에 팬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아미 6기가 되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이들에게도, 아미 1∼5기 기수별로 소속감을 느끼던 이들에게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 인증을 한 인터파크 회원, BTS 공식 카페 회원만이 가입할 수 있었던 아미 1∼5기는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고, 찐팬이 아닌 사람들을 걸러낸 폐쇄형 커뮤니티였다. 또 기수별로 여러 가지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BTS 공연 티켓팅 때 선예매를 할 수 있는 아미카드, 굿즈, 공방 참여 기회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빅히트가 내세운 새로운 멤버십 제도 역시 도입 명분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미가 될 수 있는 진입장벽을 낮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일 계정과 가입비만 있으면 e메일 수와 상관없이 세계 각국의 팬들 누구나 쉽게, 언제든지 아미가 될 수 있었다. 빅히트 입장에서는 더 많은 아미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는 우월 전략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티켓팅 전쟁을 벌이고 있던 찐아미들, 활개를 펼치는 플미업자들1 입장에서는 겨우 넘은 진입장벽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환영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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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빅히트와 팬들 사이에 묘한 긴장을 유발한 사안은 또 있었다. 한국 아미들은 기획사가 ‘한국+글로벌 아미’와 ‘일본 아미’를 구분하고 있는 것에 심한 반감을 가졌다. 심지어 일본 아미들은 글로벌 팬클럽까지 중복으로 가입할 수 있어 일본 아미들에게만 더 많은 특혜를 주는 것 같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아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런 이슈들이 표면화되던 시점에 빅히트와 글로벌 아미 사이에는 균열이 생겨났다. 회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기존 소비자 입장에는 사전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통보일 뿐이었다. 이처럼 충분한 논의 과정을 생략한 기획사의 전략은 자칫 팬들의 이탈과 반감, 분열을 일으키는 독약이 될 수 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중용의 관점에서 3자 구도의 모든 주체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기업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과 공감은 기업이 지향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인력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기업 외부 구성원과의 소통과 공감은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을 올바른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둘째, 감성지능의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이해하고, 둘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여러 서브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감성지능은 자기 관리 역량 및 협업,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리스크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제 상황에 맞게 잘 적용된 감성지능은 ‘혁신 프리미엄’을 제공해 줄 수 있고, 혁신을 촉진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나 감성지능이 항상 실전에서도 이론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실전에서 감성지능을 잘 적용하고 조직 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안팎을 진단할 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지 말고 암묵지를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 먼저, ‘관계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소통 현황을 측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 내부의 소통 체계를 살펴보자. 겉으로 보이는 것은 기업의 ‘조직도(organization chart)’지만 이는 직위의 상하관계, 명령의 계통, 부서별 구성을 보여줄 뿐 기업의 ‘실제 소통 체계 혹은 수행 흐름도’와는 차이가 있다. 즉, 조직도는 통제와 관리를 위한 것이지 조직 안팎의 소통 매개자(hub) 혹은 촉진자(facilitator)가 누구인지, 변화 관리자(change magnet)가 누구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도 이면의 조직 구성원들 네트워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다양한 소통 패턴을 다면적으로 분석해봐야 하며, 소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의사결정 나무(Decision Tree)’ 등을 활용한 다양한 데이터 마이닝 프로그램을 동원해 협업 구조를 진단하고, 협업이 더 요구되는 지점을 탐색해야 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조직 외부 이해관계자나 팬클럽과의 협업도 꾀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은 위계 서열이 확고한 전통적인 조직의 소통 문화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관계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한 뒤에는 감성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훈련, 즉 ‘감정 코칭(Emotional Coaching)’이 필요하다. 감성지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에 투자하려는 회사는 감성지능 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여러 실질적인 방안을 구상한다. 예를 들어, 직무 설명과 성과 검토에 감성지능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구성원들에게 수업, 세미나, 온라인 교육 과정 등을 제공함으로써 여러 감정 코칭 및 멘토링 제도를 실시한다. 이런 접근은 자기 자신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감정 코칭의 한 방법인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떠올려보자.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아는 능력을 의미하며,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 1976)이 정의한 개념이다. 인지 과정을 인지하는 능력, 다시 말해, 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볼 줄 아는 능력, 혹은 누군가가 카메라로 나를 바라본다고 가정하고 나를 성찰해보는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다. 본래 메타인지는 전체 인구의 약 0.1%만이 갖는 선천적인 특별한 능력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후천적인 개발을 통해 충분히 키울 수 있다.

현재 많은 기업이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구성원들의 감성지능을 돌아보고 향상하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특히 이런 현상은 많은 스타를 데리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에 기업 구성원들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과 쉽게 단절되고, 문제를 알고 고치려는 노력도 잘 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은 앞으로 감정 코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구성원들이 상황별로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감성지능은 한번 생기면 끝나는, 혹은 계속 고정된 능력이 아니다. 계속해서 돌아보고, 유지 혹은 향상하려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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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표준과 성공의 표준을 바꿔야 할 때!

IQ가 아닌, EQ(EI)가 떠오르는 시대에 BTS의 글로벌 성공은 소통과 공감이라는 감성지능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중용을 지닌 감성지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올바른 법도와 절도가 있고, 적절한 표준이 있다. 친절도 도가 지나치면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부족하면 관계를 서먹하고 냉랭하게 만든다. 이 절도를 지키고 표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과 사회, 넓게는 국가 차원의 문제다. 이는 단순히 집단의 속성을 대표하기 위해 여러 대표 값(중앙값, 평균값, 최빈값 등)의 중간치를 찾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정도’ ‘극단에 이르지 않는 신중함’을 찾는 문제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4차 산업혁명의 주된 화두는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의 시대에 이 초연결성과 초지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가지 핵심 어젠다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중용의 가치를 지닌 감성지능’이다. 무엇보다 연결성의 극대화는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진정한 소통을 의미한다. BTS가 빅히트, 글로벌 아미들과 소통했듯이 말이다. 아울러, 오늘날처럼 데이터의 양과 질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지식의 시대’에 정형, 비정형을 망라하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지식을 추출해내기 위해서는 지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 안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해독 능력인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를 가지는 것은 결국 사람의 감정과 연결된다. 이에 따라 연결성을 극대화하는 소통(초연결성)과 축적된 지식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인간의 감정(초지능)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감성지능은 자신을 바라보는 셀프 카메라이자 안테나다. 또한 더 나은 관계를 낳는 인간관계의 좋은 연료가 된다. 물론 감성지능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나이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감정 코칭을 통해 후천적으로 나아질 수도 있다. BTS의 글로벌 팬덤을 움직이게 했던 감성지능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나 스타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조직을 구성하는 직원 개인, 그리고 개인이 모여 이룬 집합체 중 하나인 기업,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드러났듯이 국가 차원에서도 똑같이 중요한 문제다. 이에 좀 더 시각을 넓혀 ‘중용을 지닌 감성지능’을 우리의 일상과 경영 상황에 맞게 확장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올바른 중간치를 찾아가기 위한 노력, 중용을 지닌 감성지능으로 마음의 표준과 성공의 표준을 바꿔볼 때 개인, 기업 모두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

1. 중용을 지닌 감성지능의 예를 개인, 혹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나 일반 기업의 사례에서 더 찾아보자. 특히, 5가지 감성지능의 주요 요소가 발휘된 골든타임을 생각해보고, 이를 어떻게 실현했는지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

2. 감성지능에 더해진 중용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앞서 언급된 전략 이외에 기업 차원에서 어떠한 전략을 더 개발할 수 있을지 논의해보자.


박영은 프린스슐탄대 경영학과 교수 ypark@psu.edu.sa
박영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슐탄대(Prince Sultan University)의 경영대학 교수이며, 이 대학의 전략센터(Strategic Planning & Development Center) 센터장이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와 박사(전략 및 국제경영 전공)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 연구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영화 등급 심의위원 등을 지냈으며, 주요 저서로는 『엔터테인먼트 경영학(2019)』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공전략(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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