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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 Management

인터넷의 미래 ‘다른 種, 다른 행성’으로

박영규 | 299호 (2020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물인터넷(IoT)의 등장으로 그 연결 범위가 한층 확대됐다지만 여전히 인터넷은 사람끼리의 연결망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와 예술가, 동물행동연구가 등을 중심으로 원숭이, 코끼리, 돌고래 등 사람 외 다른 종(種)과의 연결망 구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소위 ‘종 간 인터넷(Interspecies Internet)’이다. 심지어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회장은 달이나 화성처럼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우주 공간에서의 인터넷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종 간 인터넷과 우주 인터넷을 상상하고, 기획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도전하기 위해선 개체적 시각이 아니라 탈개체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장자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이 우주라는 하나의 망 속에서 통합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식한다. 인류가 앞으로도 하나의 종으로서 계속 존속하기 위해서는 종 이기주의를 버리고 다른 종들과의 공존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인터넷의 기원은 196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SB), 스탠퍼드대, 유타대 등 미국 내 4개 대학 연구소의 컴퓨터를 연결하기 위해 구축한 아르파네트(ARPANET)다. 탄생의 기원이 말해주듯이 인터넷은 연결망이다. 컴퓨터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고 소통하는 수단이 인터넷이다.

1세대 인터넷의 단점 중 하나는 사람과 사물 간 접점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사물은 사람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그동안 인터넷망으로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 이를 해결해 준 것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다. IoT는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사물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분석, 조정, 통제하는 기술이다.

IoT로 그 연결 범위가 한층 더 확대됐다지만 여전히 인터넷은 사람끼리의 연결망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숭이나 코끼리, 돌고래와 같은 다른 종(種)과의 연결망은 구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와 예술가, 동물행동연구가 등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위 ‘종 간 인터넷(Interspecies Internet)’으로 불리는 이 신기술은 4차 산업혁명이 성숙기에 접어들 때쯤이면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연결의 폭이 넓어지다 보면 인터넷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모든 사물, 모든 종을 넘어 우주가 될 것이다.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회장의 예측에 따르면 달이나 화성처럼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우주 공간에서의 인터넷망 연결은 빠르면 40년 내에 실현될 것이라고 한다.

고전을 통해 인터넷의 미래에 관한 혜안을 찾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장자다. 장자 사상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분 짓지 말고 두루 소통하라’는 것이다. 장자 사상 체계 내에서 볼 때 돌, 기와, 나무, 새, 물고기 등 모든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하나로 존재하는 통합체다. 그래서 사물을 대소(大小), 경중(輕重), 고저(高低)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종(種)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선악(善惡)과 미추(美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수평적 존재이며, 이러한 관계는 사람과 두더지, 사람과 민들레 등 서로 다른 종(種)들 사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장자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이 우주라는 하나의 망 속에서 통합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식한다.

“모든 사물은 서로 연관돼 있다. 개체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物固相累(물고상루) 二類相召也(이류상소야)”

- 『장자』 ‘산목’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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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규chamnet21@hanmail.net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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