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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인도 시장 정복한 ‘밸런스히어로’

데이터 충전에서 공과금 결제-대출까지
파괴적 혁신으로 ‘인도의 국민 앱’되다

김성모 | 298호 (2020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3억8000만 인도인을 홀린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회사가 있다. 바로 밸런스히어로다.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1월 인도에서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데이터양을 확인할 수 있는 앱 ‘트루밸런스’를 선보였다. 이후 통신료 충전부터 대출, e커머스, 보험까지 비즈니스를 다양화했다. 현재 트루밸런스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7600만 건을 넘어섰다. 이 스타트업은 한국도 아닌 인도에서 어떻게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밸런스히어로의 성공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통신료 잔액 확인으로 트래픽을 늘린 뒤 데이터 충전과 소액 대출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서비스 플로(Flow)’를 사전에 계획하고 비즈니스에 돌입했다.

2. 네트워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새 고객과 추천인 양쪽에게 소액을 제공해 가입자를 급속도로 늘렸다.

3. 데이터 분석과 고객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의 성공 확률을 높였다. 이를 기반으로 신용점수가 없는 서민층, 금융 소외 계층에 대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13억8000만 명.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 인구의 3분의 2가 35세 미만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로 이뤄진 역동성과 잠재력을 지닌 국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코끼리에 올라타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런데 인도에서의 사업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중국만큼이나 쉽지 않다. 오히려 “인도에서의 성공은 코끼리를 등에 업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며 두 손 들고 나온 사업가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종교관과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인도의 29개 주에서 쓰는 공식 언어만 22개다. 비공식 언어는 780여 개에 달한다. 인도인끼리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인도인도 인도인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 소소한 말버릇, 제스처도 낯설다. 인도인들이 자주 언급하는 “No problem”은 확답의 의미가 아니라 “알았다” 정도의 답변이며, 인도인들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은 부정이 아니라 긍정의 의미다.

인도인 고유의 특성도 한몫한다. 인도인 직장인 가운데 기분에 따라 다음 날 출근을 안 하거나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일이 종종 있다. 회사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사적인 질문도 서슴없이 하는 편이다. 처음 인도에서 근무한 한국 직원들은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에 놀란 적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사과를 잘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계급이 낮은 사람이 저지르면 강하게 처벌을 받는 카스트 계급 문화가 남아 있는 탓이다. 인도는 헌법상 카스트제도를 부정하고 있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여전히 신분에 따라 차별받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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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현지 사업가들은 직원 관리가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같은 특성은 맞춰나가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소득’이다. 인구가 많아도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약 2000달러다. 그런데 전체 부의 60% 정도를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다. 하위 70% 인구가 전체 부의 5%를 나누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국가다. 사업가들이 선뜻 인도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도 국민 앱’을 만든 한국 업체가 있다. 바로 밸런스히어로다.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초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데이터양, 잔여 통화량 등 통신료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트루밸런스’를 선보였다. 이후 밸런스히어로는 통신료 충전 - 외상 및 대출 - 기프트카드 - e커머스 - 보험 - 캐시백 등으로 서비스를 늘려나갔다. 앱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다음 해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서더니 2017년 9월 5000만 건, 현재 7600만 건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700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밸런스히어로는 크게 3가지 비즈니스 전략으로 승부를 봤다. 1. 사전에 서비스 플로(Flow)를 짜고 사업에 돌입했다. 데이터 잔량 확인으로 트래픽을 늘린 뒤 충전과 소액 대출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사전에 계획했다. 2. 네트워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소액에 민감한 현지인들에게 새 고객을 끌어오면 일정 금액을 제공해 급속도로 입소문이 나게 만들었다.
3. 고객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으로 서비스의 성공 확률을 높였다. 이 덕분에 밸런스히어로는 신용점수가 없는 다수의 인도인에게 외상•대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사업을 할 때 미국 경영학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한 ‘파괴적 혁신’을 많이 참고했다. 단순하고 저렴한 서비스로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인데, 딱 밸런스히어로 서비스와 맞아떨어진다. 우리는 지금도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10루피(약 163원, 현지인이 가장 많이 충전하는 데이터 상품)짜리 상품을 팔아서 수익이 날까, 신용점수가 없는 이들에게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을 수나 있을까. 지역마다 특성이 다른 수천만 인도인의 마음을 빠른 속도로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밸런스히어로의 성장 비결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DBR mini box I
밸런스히어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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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이철원 대표가 창업한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1월 인도에서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데이터양을 확인할 수 있는 앱 ‘트루밸런스’를 선보였다. 트루밸런스의 서비스는 크게 잔여 데이터양과 잔여 통화량 체크 및 충전, 기프트카드, 공과금 결제(위성방송, 전기요금, 가스요금), 대출, e커머스, 보험 등 6가지다. 밸런스히어로는 보통 2개 이상의 듀얼 유심칩(USIM)을 쓰는 인도인들이 앱에서 한 번에 잔여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후 고객들에게 통화, 데이터를 충전해주고 현지 통신사들로부터 1∼2%의 수수료를 받았다. 현재 밸런스히어로는 통신사별로 각 30여 개의 충전 상품(팩)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3달 동안 인도에서 1800만 명(중복 제외)이 트루밸런스를 통해 데이터 충전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했다. 트루밸런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약 800원짜리 ‘49루피 팩(28일 한도, 3GB 데이터 제공)’이다. 2018년 9월에는 가스비, 전기세 등 공과금 납부가 가능한 기프트카드를, 지난해 3월에는 외상을 포함한 소액 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밸런스히어로는 e커머스와 보험 비즈니스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트루밸런스의 총 다운로드 수는 약 7600만 건이다.



“We don’t need Charlie anymore.”

2012년 초 인도 뉴델리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난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의 인도 대표는 이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 이 대표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면서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찰리(이 대표), 이럴 때가 아니야. 너처럼 B2B 영업하는 사람은 이제 한물갔어. 다들 앱 만드느라 난리야. 그대로 있다간 너 정말 망할지 몰라.”

공항에서 곧장 왔다는 그는 이 대표에게 스웨덴에서 막 투자 계약을 마친 스타트업에 대해 설명했다. 안드로이드용 스팸 전화 방지 앱을 만든 업체였다. 그는 “100만 다운로드(2020년 4월 초 기준 2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주목받고 있는 신생 회사”라며 세쿼이아캐피털에서 직접 회사에 전화해 투자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에게 “시대가 변했으니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페에서 나온 이 대표는 조언을 곱씹었다. 사실 이 대표의 사업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니, 폐업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컬러링(휴대전화 통화 연결음 서비스) 사업이 하루아침에 쓸모없게 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와이더댄을 다녔던 이 대표는 2006년부터 인도에서 컬러링 사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 와이더댄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서 B2B로 컬러링 비즈니스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때 이철원 대표가 아시아태평양팀장을 맡아 인도에 갔다. 와이더댄은 현지에 시스템 구축 등 설비 투자를 하고 서비스 운영까지 해줬다. 그리고 현지 업체와 매출을 나누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와이더댄은 각국에 법인을 만들어서 현지 직원을 뽑고 사업 역시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아태팀장을 맡으면서 인도에 간 게 창업의 계기가 됐다. 컬러링 비즈니스가 굉장히 유망했고 잘됐다. 현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 인도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정말 공항에 내리면 원숭이, 코끼리, 낙타가 길거리에 다녔다.”

이 대표는 2006년 ‘액세스모바일’이란 모바일 서비스 회사를 차렸다. 처음 1∼2년은 사업의 기틀을 잡느라 고생했지만 2009년부터 순탄해졌다. 인도의 주요 통신사들과 인연이 닿아 있는 상태였고 컬러링, 레터링(발신자가 설정한 정보를 수신자에게 표시해주는 서비스)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껑충 뛰었다. 순수익이 연 100억 원을 넘길 정도였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면서 잘나가던 비즈니스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2011년 아이폰이 등장한 것이다. 모바일 서비스의 생태계가 확 바뀌었다.

2012년 다양한 앱이 생겨났고, 액세스모바일 사업에 곧바로 타격이 왔다. 그러던 찰나에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의 인도 대표를 만난 것이다. 이철원 대표는 “이 사람을 만난 게 결과적으로 피버팅(Pivoting, 사업 방향 전환)한 계기가 됐다. ‘B2C 사업을 해야 된다’면서 굉장히 극단적으로 이야기했다. 나 같은 ‘영업맨’은 이제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새로운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모아둔 돈을 창업자들이 나눠 각자 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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