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경계심 높은 기업이 격변기에 살아남아

297호 (2020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쟁 환경에서 경계심이 높은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단계에 따라 감지 능력을 키우고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의 위협과 기회를 간파해야 한다.

1단계. 주변 환경을 폭넓게 관측하고 안전지대 밖의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2단계. 가이드 질문을 던져 위협이나 기회가 떠오를 만한 영역에 직원들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
3단계. 미약한 신호가 있을 경우 적극적인 표적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4단계. 신호를 증폭시켜 더욱 명료하게 만들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0년 겨울 호에 실린 ‘How Vigilant Companies Gain an Edge in Turbulent Times’를 번역한 것입니다.

경쟁 환경에서 위협과 기회를 늦게 감지하면 처참할 정도로 큰 대가가 따를 수 있다. 한때 전자제품 애호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선두주자였던 라디오섹(RadioShack)만 봐도 그렇다. 4000개 매장을 거느렸던 미국의 이 소매 체인은 1990년대에 휴대폰 유통에 뛰어든 뒤 격동하는 전자상거래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고, 새로운 세대의 전자제품 제조사 및 부품업체들과 연결될 방법도 찾지 못했다.1 이후 발판을 다시 다지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결국 라디오섹은 2015년 파산한 뒤 영영 재기하지 못했다.

기업이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경쟁사보다 먼저 기류의 변화를 간파해야 한다. 필자들은 지난 10년간 118개 기업을 연구하면서 경계심이 높은(vigilant) 기업을 가르는 차이는 그들이 활용하는 툴이나 방법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디를 보고, 어떻게 탐색할지 정하는 그들의 체계적인 접근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기업들은 보통 4가지 기본 단계를 밟는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주변 환경을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안전지대 너머를 훑어보면서 관련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 확인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가이드 질문을 던져 조직의 부족한 관심을 향후 위협이나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영역으로 돌린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포착한 신호가 미약한 경우, 그 의미와 출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해당 신호에 대한 표적 분석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안개가 걷혔을 때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수 있게 가장 흥미를 끄는 신호를 추적하면서, 이를 더 증폭시키고 명료하게 만든다.

조직이 이 과정을 따른다고 해도 중요한 신호들이 있을 때마다 매번 식별할 수는 없다. 이따금 미약하고 모호한 신호도 있고, 아예 신호를 놓쳐버릴 때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은 10여 개 기업과 협력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호 감지 활동에 적극적인 조직들이 발생 가능한 일에 더 잘 대비하고,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기업들은 조직 안팎에서 일어나는 희미한 움직임들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위협이나 기회가 나타날 때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DBR mini box 연구 내용

● 필자들은 자신들의 새 책인 『See Sooner, Act Faster(더 빨리 확인하고, 더 빨리 대응하라)』를 집필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 일환으로 경계심이 높은 기업들과 변화에 취약한 기업들을 비교하는 탐색적 사례 연구를 했다. 이를 위해 여러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들은 물론 이미 공개된 여러 정보원을 활용했다.

●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조직적 프로세스와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수행되는 조직의 감지 활동에 대한 여러 가설을 수립했다.

● 필자들은 그들이 발전시킨 개념적 방법론을 검증하기 위해 118개 글로벌 기업의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더 빨리 확인하고,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했다.

1단계
얼마나 폭넓게 관측할 것인지 범위 정하기

대부분의 기업 관리자는 주위를 관측할 때 자신의 안전지대 안의 익숙한 장소와 정보원으로 범위를 제한한다. 이렇게만 접근해도 업계의 불확실한 소문부터 매출 자료, 기술 트렌드 보고서, 무역협회 경고에 이르는 풍부한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면 상황을 통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는 환상일 뿐이다. 혁신적인 변화와 관련된 미약한 신호들은 대개 관리자 눈 밖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IBM이 PC 시장의 부흥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도 이런 상황이었다. 최근에는 GE, 필립스, 실베니아(Sylvania) 등 조명 업체들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들은 LED 기술이 가져올 영향을 너무 늦게 봤고, 결국 최근 낮은 마진을 이유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명 사업에서 철수했다.2 리더들이 더 광범위한 영역을 관측했다면 이런 운명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변화를 일찍 감지하는 효과적인 전략은 기업 안팎의 다양한 독립적인 사고자로 구성된 팀을 만드는 것이다. 필자들이 만난 한 임원의 표현을 빌리면 이런 사고자들은 ‘조직의 편집증을 자극하며’ 잠자고 있던 사람들의 직감, 걱정, 의심, 직관 등을 일깨울 수 있다. 그러면 조직의 리더들은 지금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몇 년 뒤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이슈들에 주목할 수 있다. 이런 팀을 3년에서 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운영하면 리더들은 경쟁사보다 훨씬 더 앞을 내다보게 될 것이다. 이는 특히 경쟁 선상에 아직 새로운 기회가 거의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효과적이다.

가령, 글로벌 초콜릿 제과 산업을 살펴보자.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시장이지만 수면 아래를 보면 여러 이슈가 많다. 특히 제조사들의 아동 노동 착취,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카카오 산지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일례로, 초콜릿 바를 만들 때 사용되는 헤이즐넛은 터키산이 많은데 최근 터키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내부 동요도 있고, 무엇보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인접국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리더십 팀은 흐릿하게 보이는 문제들을 부각해서 대혼란이 발생하기에 앞서 잠재적 위협을 알려줄 수 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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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문제는 제품 유형이나 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더라면 조직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힘, 그리고 수면 밑의 기류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영역(사회경제적 문제, 정치 세력, 고객 및 채널의 변화, 경쟁사나 보완재 공급사의 움직임, 새로운 기술, 매체와 인플루언서의 태도 등)’별 팀을 정해서 미약한 신호까지 감지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기업 입장에서 지엽적으로 보이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리더들은 외부를 관찰하는 것은 물론, 조직 내부의 리스크도 계속해서 살펴야 한다. 잘못 설정된 판매 목표, 위태로운 관계 등을 경계하면서 작은 문제가 대형 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웰스파고, 폴크스바겐, 보잉은 직무 유기이든, 의도적 회피이든 곪아 있는 조직 내부의 문제를 간과하면 외부의 맹점을 못 보는 것만큼이나 큰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배웠다.

오늘날처럼 끊임없이 정보가 생성되고, 선택적으로 신호가 증폭돼 보여주는 양극화된 매체 환경에서는 조직이 적절히 흡수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양의 신호가 밀려들 수 있다. 리더가 관측 범위를 전략적으로 정하는 이유도 조직의 관심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돌림으로써 직급 불문하고 전 직원들이 적절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2단계
가이드 질문으로 관심 집중시키기

여러 떠오르는 이슈 중 어떤 것에 관심을 두는 게 유리한지, 왜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리더들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기업이 현재 가진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이 집단적 미지의 영역을 표시하고, 조직이 이 새로운 이슈들에 민감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회사의 개발팀에 미래를 예측할 때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지금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일지라도 무엇이 나중에 진실이 ‘될 수 있을지’를 자문해 보도록 유도했다.3 이런 식으로 고민하면 관리자들이 더 넓고 깊게 주위를 살필 수 있다. 본 연구 결과 질문거리를 정리할 때에는 과거에서 배울 것, 지금 따져볼 것, 미래에서 예측할 것, 이 세 가지 범주로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과거에서 배울 것. 과거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의 지속적 맹점과 시스템상의 약점을 식별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컨대, 필자들이 협력했던 한 의료진단장비 회사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놓쳐 버린 기회와 위협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과거 이 회사의 CEO는 관리자들의 시야가 지나치게 편협하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 관리자들이 기술 트렌드는 잘 발견했지만 소비자 심리와 인접 시장의 잠재적 경쟁자가 초래할 수 있는 위협을 너무 더디게 감지했다. 예컨대, 고급 애플리케이션에만 너무 관심을 집중한 나머지 일회용 내시경 제품의 가능성은 간과했다. 하지만 과거에 히트 친 제품과 놓친 제품의 패턴을 확인하면서 그들은 정기적으로 폭넓은 관측 활동을 하게 됐다. 그리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비전통적 경쟁자가 부상하고 있는지, 그들이 현재 어떤 파괴적 기술을 간과하고 있는지 자문했다. 관리자들은 새로운 기술도 살펴보면서 유통업체와 최종 소비자들의 의견, 경쟁 업체들에 돌아갈 이익 수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과거를 연구하면 같은 문제에 당면해봤던 다른 산업, 지역의 선례나 일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가령, 한 나노기술 회사는 초강성 섬유나 정밀유도 지능 향상 약품 등 응용 분야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어느 정도 일지를 예측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임원들은 일찍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두고 벌어졌던 공중의 논란을 살펴보면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GMO 논란의 경우 초창기 정체불명의 공기업들이 유해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4 새로운 접근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의심 가득한 시선에 부딪쳤고, GMO의 혜택과 리스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5 이런 유사 사례를 조사하면서 리더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더 폭넓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초기 경고 신호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방법도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었다.6

과거의 성공 경험을 활용해 “계속해서 남들보다 일찍 변화를 포착하고, 한발 빨리 대응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를 질문함으로써 새로운 변화를 보고 들을 근거지를 다른 시장에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의 한 포장 기술 회사는 일본에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몇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초기 혁신 활동을 주시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포장 형태나 재료의 경우 주요 혁신 사례들이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현지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는 눈과 귀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예를 들어, P&G의 경우 주요 시장에서 퇴직 임원들을 파트타임으로 계속 유지하고 소비재 시장에서 일어나는 주목할 만한 발전 사례들을 보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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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따져볼 것. 가끔 바로 눈앞에서 신호가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똑똑한 리더들도 문제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무시하는 합리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조직이 현 상태를 수호하기 위해 그런 신호를 체계적으로 걸러내는 방어 루틴을 갖고 있다. 다행히 많은 사건은 처음엔 일반적인 기대를 빗나가는 형태로 나타난다. 가령, 협력 파트너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인재를 뽑기 시작한다거나, 고객사가 빡빡한 인력 공급을 불평한다거나, 경쟁사가 가격을 인하한다는 소문이 도는 식이다. 마치 미래가 당신에게 귓속말을 속삭이듯 많은 신호는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전부는 그 신호의 실체를 캐묻고 답변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불만족스러운 고객, 특히 다른 회사와 손잡으려는 고객은 질문을 던지는 데 있어 필요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 놓쳐버린 거래나 경쟁사가 따낸 계약에 대해 사후 분석을 하면 많은 정보가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것도 사업 기회를 놓친 이유를 정확히 집어내는 질문을 하거나 사실을 습득하고 습득한 것을 공유하려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고객과의 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징후를 찾고 제때 조치를 취하고자 블로그, 소셜미디어, 채팅창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한다. 경계심이 높은 조직들은 변화하는 고객의 행동과 니즈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이렇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기회나 위협을 제시할 수 있는 ‘에지(edge) 있는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다. (공학 분야에서 ‘에지’라는 용어는 의도적으로 한계를 밀어내는 상황을 말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한 고객사 임원은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직업 중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몇 가지를 꼽았다. 그중에는 실내 농부, 인공 조직 공학자, 가상 패션 디자이너도 포함돼 있다. 그와 동료들은 이런 관찰을 하면서 또 어떤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자문하게 됐다. 가령, 스마트 스피커처럼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접속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해 ‘봇 랭글러(bot wrangler)’라는 직업이 새로 등장한 바 있다.

미래에서 예측할 것.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처하기 위해 리더들은 현재의 불확실성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를 나타내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할 수 있다.7 이런 작업을 함께하면 미약한 신호를 혼자만 포착하거나 단순한 배경 잡음으로 일축해버릴 가능성은 낮아진다. 일단 몇 개의 경쟁 시나리오가 개발되면 지금은 약하지만 향후 중요해질 수 있는 신호들을 더 쉽게 연결하고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8 예를 들어, 경쟁사의 가격 인하가 특별히 주목할 만한 사안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새로운 규제나 다른 브랜드로 이탈하는 고객과 연결돼 있는 시나리오에서는 중요도가 커질 수 있다.

시나리오 개발 활동을 촉진하려면 리더들이 미래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즉 “어떤 놀라운 사건이 우리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혹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든지 “최근 몇십 년간 우리가 목격한 일들만큼이나 매우 놀라운 미래의 사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 회사라면 “페이팔(PayPal)이나 애플페이(Apple Pay)만큼 놀라운 미래의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또 성숙기에 접어든 제조업에 속한 기업이라면 기술적 혁신(LED 조명처럼)이 당신의 사업을 파괴할 수 있을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또 얼마나 빨리 파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3단계
깊이 탐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측하기

조직이 정한 관측 범위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우선순위와 이슈가 바뀌면 관측 범위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만약 주변의 경쟁 환경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생기고 새로운 기회가 열리면 관리자가 수행하는 구체적인 탐색 활동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보험 회사는 고객들이 예전만큼 자주 계약을 갱신하지는 않고, 대신 나중에 다시 고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 고객들은 애초에 왜 떠난 걸까? 당초 경영진의 추측과는 달리 고객들의 이런 성향은 가격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회사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경청한 결과, 일부 경쟁사가 보험 가입 조건과 적용 범위를 더 유연하게 풀어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기존 상품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단기 보험에 대한 고객 니즈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적극적인 관찰을 통해 고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회사는 가격이 관건이라는 기존 믿음에 의문을 품게 됐다. 이는 경쟁력 있는 단기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발판이 됐다.

적극적인 관측은 과학적인 방법을 기초로 이뤄진다. 일단 일련의 가설을 세운 다음, 새로운 데이터를 가지고 그 가설을 시험하고 수정한다. 적극적인 관측 활동은 호기심과 탐구심에 뿌리를 둔다. 미국 건축가로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벌집을 본뜬 구조)을 대중화한 인물로 유명한 R. 벅민스터 풀러(R. Buckminster Fuller)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자연을 연구하고 주변 세상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어디를 여행하든 잡지를 집어 들고 그 안의 기사가 바구니 짜기, 제물낚시, 전자제품, 정치, 그 무엇을 다루든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읽었다. 그는 자신을 다양한 사상에 노출하고 아이디어를 외부인의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정보 버블과 반향실 효과(비슷한 사람끼리 뭉쳐 있을 때 편협한 사고방식이 증폭되는 현상-역주)를 피하려 애썼다. 이처럼 호기심과 탐구심이라는 두 가지 행동을 실천하고 조직 안에서 육성하는 기업 리더들은 신선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놀라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확산적(divergent) 사고 장려하기. 확산적 사고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폭넓고, 심지어 반대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이디어의 충돌만 잘 관리한다면 더 깊은 통찰을 이끌어낸다.9 이를 위해서는 제시된 아이디어가 명백히 모순될 때에도 리더들은 관용과 개방성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10 아비스레스토랑그룹의 회장을 지낸 할라 모델모그(Hala Moddelmog)는 다양한 인종, 지역, 성격의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은 필요 없잖아요”라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다양한 관점에 열린 마음을 가진 리더는 시야를 차단하는 방해물들을 피하고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정보와 솔루션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11

다행히 대부분의 조직에는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텔의 전설적인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던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지적했듯이 그런 독립적 사고자들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걱정이나 감정을 경영진과 나누길 종종 껄끄러워 한다는 점이다.12 가령, 조직에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도 그 일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보통 몇 명은 있다. 그런 일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함구했다. 괴짜들의 통찰력은 대놓고 말하라고 격려하지 않으면 표출되기 힘들다. 리더는 비주류인 사람들도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 경계심이 높은 조직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런 방법들을 함께 구사할 때 탐색적인 조직문화를 육성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문제가 곪아 터지기 전에 진정시킬 수 있다.13

널리 알려진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많은 리더는 집단적 사고를 활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씨름하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그가 “거북할 정도로 서로 쉽게 동의하고 쉽게 합의점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 성향”이라 부르는 것과 싸워 왔다. 그는 리더들이 “설령 불편하고 지치는 상황이 조성되더라도” 직원들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아이디어에 이의를 제기하고 몰아붙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 왔다.14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성공한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업자이자 공동 회장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도 비슷한 조직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본인이 ‘급진적 투명성’이라 부르는 것을 최고 우선순위에 뒀다.15

그렇다고 사람들 뒷담화를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 내용을 녹음하고, e메일을 폭넓게 공유하고,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공개적이고 건설적으로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투명성을 증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대개 사람들은 충돌을 피하려 하고,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솔직한 토론을 피하려 한다. 상황이 그럴수록 달리오 회장은 급진적인 투명성을 두 배 더 강조한다. 그는 한 고위 경영진이 자신이 약속한 경영권 승계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그런 얘기를 왜 자신에게 직접 하지 않았냐고 공개적으로 항의했다.16

외부인의 시각을 끌어들여 생각하기. 경계심이 높은 기업들은 조직의 경계를 벗어나 고객과 경쟁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도 안다. 그들은 “고객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그들이 어떤 새로운 니즈를 가질 것이며 그런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런 다음 시각을 바꾸기 위해 역할극 같은 것을 한다. 예컨대,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자신의 사업에 어떤 공격을 가할지를 역할극 형태로 구상해 본다. 이때 좋은 방법은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가 포함된 다기능 팀을 만드는 것이다. 군대에서 쓰는 ‘레드 팀(red team, 조직의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하는 역할을 맡는 팀-역주)’ 훈련17 을 변형한 이 방법은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 위협에 대한 민감성을 높인다.

외부인의 시각으로 시장을 관측하고 그렇게 얻은 통찰을 미래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데 쓴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많은 조직이 이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인다. 실제로는 내부의 시각으로 외부를 판단하는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영업사원들이 다 알고, 앞으로 실현될 것들은 R&D 직원들이 다 알고, 사업의 맥은 경영진이 다 짚고 있다고 착각한다. 시대가 바뀌고 난기류가 몰려드는 상황에서 이는 아주 위험한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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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증폭하고 명료성을 높일 신호 판단하기

조직은 적극적인 관측 활동을 통해 종종 소화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신호를 식별한다. 따라서 리더들은 가장 흥미로운 신호를 부각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유용한 방법으로는 군중의 지혜를 탐구하고 파트너 및 협력자 네트워크를 통해 의견을 구하는 것이 있다.

군중의 지혜 탐구하기. 연구에 따르면 집단이 개인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18 개인들은 불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는 반면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은 전체로 봤을 때 가장 똑똑한 개인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이다. 그 집단에 모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총체적인 맹점만 없다고 가정하면 다양성을 지닌 군중은 많은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반영할 것이다.

확장된 네트워크 활용하기. 조직에 파트너, 공급업체, 유통업체, 연구원, 컨설턴트로 이뤄진 네트워크가 있으면 약한 신호를 흡수하는 자체 역량에 과부하가 걸릴 위험 없이 감지 시스템의 도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19 폭넓은 감지 활동의 선례로 홍콩에 본사를 둔 공급망 관리 기업인 리앤드펑(Li & Fung)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의류와 장난감, 조립 제품을 판매해 한 해에 8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어느 하나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비슷한 예로, 애플도 100만 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수천 개의 보조품 제조사, 수많은 콘텐츠 공급자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 업체를 통해 미약한 신호들을 포착한다. 이런 신호에는 소프트웨어 관련 문제에 대한 조기 경고나 데이터 수집 절차와 관련된 잠재적 리스크, 또 얼리어댑터들의 트렌드가 포함된다.20 대다수 기업은 산업의 역학 관계, 경쟁사의 움직임, 또는 임박한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공급망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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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 측량(triangulation)으로 명료성 높이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스템적 사고와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는 미덕을 극찬했다.21 GPS가 차량을 지도상에 배치하기 위해 3개의 좌표를 사용하는 것처럼 관리자들도 여러 연구 방법과 다양한 관점을 이용해 더 날카로운 통찰을 발전시킬 수 있다. 여러 정보원을 통해 확인된 위협이나 기회는 그만큼 더 신빙성을 가진다. 이는 좋은 저널리즘과 과학의 본질이다. 이런 삼각 측량은 편견이나 단일 정보원에서 발생 가능한 잘못된 신호를 피하고, 해석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

필자들이 자문한 한 기업의 회장은 회사 임원들이 시장 변화 양상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임원들이 소비자, 경쟁사, 협력사, 합작 투자사, 전략적 동맹 업체로 이뤄진 고객 생태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물론 경쟁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움직임을 예측하는 ‘왓 이프(what-if)’ 시나리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을 독려했다. 이는 가용 정보를 삼각 측량하고, 임원들과 회사 고객들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적절한 시장 개발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실제로 수행하기 위해 회사는 여러 지역, 직무, 부서의 대표들로 구성된 다양한 고객 팀을 짰다. 그리고 연간 사업보고서, 투자설명서에 대한 피드백 등 전통적인 정보원에 블로그, 온라인 채팅 내용 같은 비전통적인 정보원을 추가했다. 종합적인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조직 안팎의 주요 이해관계자 및 인플루언서들과 가능한 많이 교류하면서 그들을 연결하는 지도를 만들었다. 각 지역에 속한 팀원들은 이제 담당 고객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의 통찰력을 전 세계 다른 지역 동료들과 나눌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고객 관리 활동은 이제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더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 덕분에 정기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여러 팀이 실시간으로 정보의 점들을 연결할 수 있게 됐다.22

감지 능력 연마하기

환경이 변하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할 때에는 좋은 질문을 하는 기업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렇다 할지라도 경계심이 높은 리더라면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열의와 모든 일을 한 번에 할 수 없다는 사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리더십 팀이 난기류를 보다 잘 헤쳐나가고 회사의 감지 능력을 더 잘 연마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검증된 지침을 공유하겠다.

●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방향성 있는 가설을 세우고,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면서 적극적인 감지 활동을 펼쳐라. 이를 일회성 이벤트로 취급하면 안 되고, 조직 전체가 참여하는 지속적인 학습 프로세스로 만들어야 한다.

● 산만한 잡음들로 리더십 팀의 없는 관심마저 분산하는 정보 과부하는 정보 부족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집단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이드 질문을 활용하라.

● 고객, 경쟁사, 협력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조직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공감을 이끌어내고 외부인의 시각으로 내부를 바라보는 접근법을 이용하라.

● 집단적 호기심을 활성화하라. 사람들의 자연스런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 탐색과 우연한 발견, 랜덤워크(random walk, 무작위로 움직이기)와 실험에 열린 마음을 가져라.

리더십 팀의 일원들은 다음과 같은 습관을 개인적으로 육성해서 조직의 집단적 경계 능력을 한층 더 높여라.

● 어떤 문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발코니 모멘트(balcony moment, 열띤 논의 중에 있는 사람들을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를 만들어라.23 이렇게 하면 순간의 감정과 치열함에서 한 발짝 떨어져 문제의 프레임을 더 폭넓은 관점에서 재구성할 수 있다.

● 개인의 전략적 레이더를 넓히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계속 연결될 수 있도록 개인적, 직업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투자하라.

● 답이 안 보일 때는 동료들이 그 사실을 인정하도록 격려하라. 성급하게 결론에 이르거나 추측하지 않고 그들이 가설을 세운 뒤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도록 유도하라.

현명한 감지 능력을 갖고 있으면 시의적절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더 깊이 있는 탐문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계심 높은 조직이 위협과 기회를 더 빨리 확인하고, 적절한 시간이 왔을 때 확신을 갖고 대응할 수 있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조지 S. 데이•폴 J.H. 슈메이커
조지 S. 데이(George S. Day)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제프리 보이시(Geoffrey T. Boisi) 후원을 받는 명예 교수이자 맥기술혁신센터(Mack Institute for Innovation Management)의 선임 연구원이다. 폴 J.H. 슈메이커(Paul J.H. Sc′hoemaker)는 경영 컨설팅 회사인 DSI(Decision Strategies International)의 설립자이자 전 CEO이며 최근에는 디지털 툴 개발 회사인 Q2테크(Q2 Tech)를 설립했다. 본 기사는 두 필자가 공동 집필한 『더 빨리 확인하고, 더 빨리 대응하라(See Sooner, Act Faster: How Vigilant Leaders Thrive in an Era of Digital Turbulence)』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1218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