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100년을 사랑받은 명품의 헤리티지 전략

전통 고수•배타성에 집착 버리고
크리에이티브하게 디지털에 적응하다

294호 (2020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샤넬과 루이뷔통, 에르메스, 벤틀리. 이들은 탄생한 지 100년이 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외도 명품 브랜드 중에 장수 기업들이 많다. 명품 브랜드들은 어떻게 기업의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꾸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일부 브랜드의 공통된 경영 전략과 헤리티지(유산)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업 초기에는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했다.
2. 단순히 가격만 비싸게 한 것이 아니라 제품과 브랜드에 가치를 담아냈다.
3. 혁신도 헤리티지가 된다. 철학을 기반으로 ‘디지털 리더’가 되기 위한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2018년 6월, 프랑스 명품 기업 샤넬은 108년 만에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 96억2000만 달러(약 11조6800억 원)에 영업이익은 27억 달러(약 3조2800억 원), 순익 17억9000만 달러(약 2조1700억 원)로 영업이익률은 28%였다. 업계 1위인 루이뷔통은 여전히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샤넬이 큰 결심을 한 것을 두고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샤넬은 이런 세간의 평가에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샤넬의 기업실적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은 놀라웠다. 실적 자체도 그렇지만 영업이익률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이 7%이고 그나마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4%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S&P 500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 수명도 2016년 기준, 24년에 불과하고 앞으로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110년을 존속하면서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샤넬이란 브랜드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생존한 것은 아니다. 유럽의 많은 명품 브랜드의 나이가 만만치 않다. 샤넬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에르메스는 1837년에 탄생했고, 루이뷔통도 1852년에 태어났으니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1921년에 설립돼 100년이 됐고, 또 다른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도 1913년생이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롤스로이스(1906년), 벤틀리(1919년), 부가티(1909년) 등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나 명품 시계, 귀금속 브랜드들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길래 기업의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는 시대에도 여전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일부 브랜드의 경영 전략과 헤리티지(유산)를 살펴보면서 어떤 점들이 이 브랜드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SCENE #1 샤넬의 변신

2019년 3월, 청담동 명품거리에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일본에 이어 아시아 3번째였다. 오픈 소식도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날 퍼렐 윌리엄스(미국의 뮤지션이자 패션디자이너)의 컬래버레이션 캡슐 컬렉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는 점도 이슈가 됐다. 샤넬은 퍼렐 윌리엄스와의 협업으로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가 이 오래된 패션하우스에서도 과감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사실 샤넬만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루이뷔통은 슈프림과의 협업으로 패션업계에 많은 이슈를 만들었고 2018년, 펜디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 이후 명품 브랜드들의 스트리트 패션과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이 크게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샤넬이 눈에 띄는 것은 꾸준하게 변신과 진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몬스터케이블과 함께 헤드폰을 내놓으며 샤넬이 그저 과거의 전통과 명예, 즉 ‘레거시’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2017년, FW 컬렉션 홍보쇼를 위해 패션쇼 현장에 대형 에펠탑 모형을 설치하고 #ChanelTower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현장의 셀럽과 인플루언서 참여를 통해 바이럴 효과를 극대한 사례도 있다. 2018년 국내에선 홍대에 오락실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MZ세대가 샤넬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단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샤넬이 이런 적극적인 행보를 견지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 인사이트풀(Insightpool)에 의하면 2017년 샤넬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브랜드 1위로 꼽혔다. 그런데 영국의 쇼핑 플랫폼 ‘리스트’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최고 브랜드는 미국의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였고 구찌와 발렌시아가가 뒤를 이었다. 물론 다른 성격의 조사였지만 패션시장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예다. 력셔리 브랜드는 그 희소성이나 판매 정책 등에서 SNS와 서로 맞지 않다고 생각해 왔지만 명품 브랜드의 매출에 MZ세대가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SNS와 디지털 마케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리고 이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구매패턴 등을 적용해야만 명품 브랜드도 생존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하게 성장한 브랜드들은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고 또한 구매력과 정보력을 다 가지게 된 MZ세대들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면서 그에 걸맞은 행보를 해야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 그에 반해 여전히 한정된 시장만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들은 업(業)을 이어나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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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의 생존 비법 1

-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다.

소위 명품 브랜드들은 럭셔리의 ‘민주화 흐름’을 타고 있다. 이제 꼭 상류층(Upper Class)만을 위한 브랜드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 면에서 중산층 이하 고객들이 접근하기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물론 경제적 판단 기준이 다른 상위계층으로 가면 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에게 명품은 일반적인 소비재나 필수재 정도의 가치로 평가받는다. 이는 명품이 탄생한 시기인 산업혁명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루이뷔통의 초기 상품들은 귀족이나 부르주아의 여행용 트렁크였다. 루이뷔통은 이들이 여행 다닐 때 트렁크를 쌓기 좋도록 기존의 반구형이었던 트렁크를 직육면체로 만들고 방수포를 씌웠다. 거기에 수납 기술까지 구사해 기존의 상품이 갖지 못한 효용을 가져다줬다. 이런 역사는 곧 루이뷔통의 역사가 됐고 상류계급이 원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효용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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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에도 비슷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다. 이 브랜드의 설립자인 구치오 구찌는 영국 사보이호텔에서 귀족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을 보고 “제대로 된 가죽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했고, 고향으로 돌아와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이 구찌의 출발점이다. 1837년 설립된 프랑스의 에르메스는 마구를 만들던 회사였다. 당시 어떤 이들은 젖은 진흙 길을 걸었지만 어떤 이들은 말을 타고 다니며 안장 위에서 편안함을 만끽했다. 말을 타는 사람들이 누구였을지를 생각해 보자. 이처럼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는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들을 제작하면서 기업을 시작했다. 이는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귀족들이 사용하는 신문물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그들을 위한 기업들은 마차에서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로 이어지는 탈 것들과 함께 여행이나 이동에 필요한 가방에서부터 벨트, 신발 등을 만들었다. 또한 여기에 트렌드를 접목해 패션성을 갖추면서 시대마다 변해가는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다. 시계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 호텔 등 상류층이 애용하던 상품이나 서비스들은 이처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돼 진화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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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루이뷔통과 샤넬을 비롯한 많은 명품 브랜드가 스트리트 패션과 협업하는 이유는 부의 양극화가 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산업의 성장으로 젊은 상류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삶의 패턴이 과거와 다르거나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과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 주도 세력의 삶의 방식의 변화를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 사실 대부분의 상류층 사람이 일반적으로 보수적이긴 하나 경제력이 받쳐주다 보니 신문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계층보다 높다. 테슬라가 첫 전기차를 선보였을 때를 생각해 보자. 2012년 모델S는 7만 달러가 넘는 고가였음에도 2만 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전기차에 대한 친환경적 접근이라기보다는 아무나 타지 못한다는 사실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게 작용했다.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고가의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렉서스가 세계 최대의 럭셔리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려던 때 많은 사람은 중산층을 위한 자동차를 만드는 도요타가 렉서스를 생산하는 데 대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렉서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미국 시장 안착에 성공했는데 미국 시장 론칭 전인 1985년 가동한 프로젝트, ‘Circle F’도 성공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LA 부근의 라구나비치 호화 주택에 상주시키며 그들의 타깃이 되는 사람들의 일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상류층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그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 보도록 한 것이 타깃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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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생활 반경 안에서 우리가 당신들의 삶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루이뷔통은 프라다에 자리를 넘기기 전까지 30년이 넘게 아메리카컵 요트 레이싱에 타이틀 스폰서를 해왔다. 아메리카컵은 1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대회로 참가비만 300억∼800억 원에 달한다. 폴로나 골프는 기본이고 최근에는 e-스포츠 스폰서로도 나선다. 루이뷔통은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의 케이스를 제작하기도 했고 그에 따른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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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주요 타깃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는 브랜드들은 여전히 이슈가 되고 트렌드에 적응해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지만 이런 흐름을 몰랐거나 늦게 반응한 브랜드들은 과거의 속도와 다르게 빠르게 사라진다. 명품 브랜드의 생존 1 법칙은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과거에 장인정신이나 하이엔드 상품에 집착했다면 지금은 거기에 더해 크리에이티브에 관심을 갖고 경계를 가리지 않고 컬래버레이션에 나선다. 소통방식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최적화하고 있다. 타깃층도 전통적 부자나 추종자에게서 벗어나 취향 중심의 라이프를 강조하는 신흥 부자나 밀레니얼세대에 관심을 갖는다. 또한 사치나 권위라는 콘셉트를 버리고 가치 소비나 품격,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등 메인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해 변신하고 있다.

SCENE #2 포르셰의 변신은 무죄

2002년 독일의 고급 스포츠카 제조사 포르셰는 SUV 카이엔을 론칭했다. 이미 자동차 시장은 SUV 붐이었지만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는 아직 이런 시류에 편승하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이때 포르셰가 업계 최초로 럭셔리 SUV를 출시했다. 출시 초기 언론과 전문가들은 악평을 늘어놨지만 2만5000대 이상을 판매해 시장의 환대를 받았다. 출시 11년 만에 50만 대를 판매했고, 2018년엔 7만 대가 넘게 판매됐다. 포르셰 판매량의 70%를 SUV와 세단이 차지하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이 포르셰의 브랜드 속성에 반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포르셰는 고급 차 시장도 변화하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소위 ‘하이퍼카’라고 하는 수제 슈퍼카 브랜드들은 일상생활에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포르셰는 슈퍼카의 DNA를 가지고도 데일리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로 단숨에 시장을 평정해 버렸다. 이후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거의 모든 럭셔리카 브랜드가 SUV를 만들어내며 경쟁자로 등장했다. 포르셰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9년 테슬라가 독점한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타이칸이라는 전기차를 내놓고 전기차도 포르셰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자동차 등장 초기 전기차는 상류층 여성들에게 인기였는데 10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그들의 지갑을 두드리게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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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독일에서 출범한 포르셰는 2018년 매출 258억 유로(현재 환율로 약 34조 원)를 기록했고 43억 유로(약 5조70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순익으로 따지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자동차 회사다. 포르셰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데 슈퍼카로 불리는 퍼포먼스 카 시장에서 유일하게 양산을 하는 브랜드다. 어떤 사람들은 수제가 아니기 때문에 슈퍼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어엿이 제로백1 이 2.8초이고 최고 속도가 300㎞가 넘는 차량을 만드는 회사이고 최고가 7억 원이 넘는 차도 판매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생존 비법 2 - 비싼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치가 있어야 명품이다.

기차와 자동차가 세상에 처음 선보인 날 사람들은 기절초풍할 경험을 했을 것이다. 기존 주요 이동 수단이던 말 없이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고, 수일이 걸리던 이동 시간은 수 시간으로 줄었다. 한국에 기차가 처음 나타난 날 사람들은 기적소리에 놀라 달아났다고 한다. 이는 한국만의 풍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동성의 진화는 인류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적, 경제적,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명품 마켓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포드의 모델T로 인해 자동차의 보급이 빨라지고 대중화가 시작됐지만 엔진이라는 것이 등장한 이후 한동안 자동차나 기차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고, 여전히 슈퍼카나 럭셔리카로 불리는 자동차들은 이 시대에 또 다른 전유물이 돼 있다. 양산 차 브랜드들은 그사이 여러 파고를 만나 파산을 하거나 브랜드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자동차 시장에서의 명품 브랜드들은 그들의 유산을 지켜내면서 굳건히 생존해 있다. 물론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양극화의 확대와 더불어 고급 차 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하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2020년도에 소폭 정도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고급 차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5.8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포르셰의 변신과 도전에서 보듯 비싸기만 하다고 해서 명품으로 불리고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으로만 치면 부가티 같은 30억 원짜리 자동차가 명품이 돼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포르셰는 8000만 원대에도 판매하고 있지만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어떤 가치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명품도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가 됐다. 소확행이나 욜로라는 이름으로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명품 브랜드에 접근 가능한 타깃층은 더욱 넓어졌다. 명품의 소품 등을 사서 수고한 자신에게 선물하거나 삼각김밥을 먹으면서도 돈을 모아 자신을 위해 취향에 투자하는 등 가치를 중요시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명품 브랜드들도 변신하고 있다. 과거 과시 중심 소비에서 자기만족 성향의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SCENE #3 아날로그 시간에서 디지털 시간으로

2015년 4월 애플은 세 종류의 제품을 출시했다. 그 중 애플워치 에디션은 가격이 1만 달러로 고급 시계 시장을 겨냥했다. 이후로 애플워치가 대중화되기는 했지만 고급 시계 시장을 잠식했다라고 보기엔 어렵고 기존 시계 브랜드들이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드는 등 변화의 시작을 이끌었다. 애플이 당장은 기존 시계 시장을 잠식하기에는 간극이 있고 명품 시계 시장도 마냥 스마트워치 시장을 두고 볼 수는 없었는지 그해 10월 애플과 에르메스는 1250달러짜리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고 지금까지 그 협업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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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시계 제조사는 태그호이어였다. 2015년 11월 명품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태그호이어 커넥티드란 이름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세 차례 새로운 모델을 내 놓았으나 초반 반짝 인기를 끌고는 애플의 독주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루이뷔통은 2017년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웨어러블 업체와 손잡지 않고 직접 스마트워치, 탕부르(Tambour)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 300만∼500만 원대. 스마트워치의 짧은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구매가 망설여질 수도 있다. 스마트워치가 세상에 나왔을 때 기존의 명품 브랜드들은 시계의 범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이 시장을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휴대폰 시장의 성장과 스마트워치가 같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시계가 갑자기 사라질 거 같지도 않다. 여전히 고급 시계 시장은 굳건하다. 다만 디지털의 힘과 범주가 더욱 넓어질 때 아날로그 시계 시장이 지금처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생존 비법 3
- 디지털 리더가 되거나 사라지거나

시계는 전통적으로 명품 브랜드의 각축장이다. 시계 전문 기업들이 지켜오던 시장에 패션 명품 브랜드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경쟁이 심해졌다. 샤넬은 1987년 시장에 진출했다. 2000년에 J12라는 세라믹 소재의 시계를 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루이뷔통도 2002년에 시장에 진출해서 해마다 새 제품을 출시했고 2011년엔 고급 시계 제작사 ‘라파브리크 두텅’을 인수하면서 짧은 역사에도 제대로 시계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태그호이어가 먼저 스마트워치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후발주자인 루이뷔통은 제대로 된 명품 스마트워치 탕부르 호라이즌을 출시했다. 탕부르에 탑재된 앱 중에 마이플라이트 기능은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비행시간, 터미널 및 게이트, 지연정보까지 손목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GPS를 통해 시티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는 여행에서 출발한 브랜드 DNA를 기술로도 잘 접목한 예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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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품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명품 브랜드는 디지털과 온라인에도 오프라인 못지않은 정성을 들이고 있다. 비싼 만큼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해줘야 한다. MZ세대가 명품 소비시장의 주역이 됐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야 한다. 베인앤드컴퍼니는 2025년에 명품 소비시장의 40%를 MZ세대가 차지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맥킨지 역시 명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의 약 80%가 검색, 구매 등 소비와 관련된 전 영역에서 이미 디지털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찌는 “What’s Gucci?”나 “That’s Gucci!”라는 신세대 용어가 나올 만큼 밀레니얼에게 사랑받고 있다. 당연히 상품성이 담보가 돼야 하지만 구찌의 소통 방식은 그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2018년 ‘구찌 상상의 세계’에서 예술과 기술을 접목해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로 패션 아트워크를 선보이기도 했고 젊은 예술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시계를 모티브로 짤방과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SNS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버버리는 최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시도하는 ‘DROP(소량 상품의 판매 계획을 온라인을 통해 갑자기 공개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2018년 10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신상품 B 시리즈를 한정 판매해 e커머스에 발을 들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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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3900만 명이 넘는 샤넬은 소셜미디어도 광고처럼 보이도록 다양한 영상을 고급스럽게 제작, SNS 채널별로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360도 총체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완성시키고자 한다. 디지털 마케팅 중심의 시장 환경은 명품 브랜드처럼 리소스가 풍부한 브랜드들에 우호적일 것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변화하고, 커머스 시장에서도 온라인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의 중요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명품 시장에서 감성과 터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당연히 디지털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는 브랜드만이 생존의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헤리티지 생존 전략

몇 가지 장면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들여다보면서 2020년 이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살펴봤다. 여기에 더해서 명품 브랜드를 위한 5가지 생존 전략을 정리해보자.

1. 변화하지 않는 명품은 사라진다, 혁신도 헤리티지가 된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고급 백화점 ‘바니스뉴욕’이 2019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개별 브랜드는 아니지만 명품 시장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환경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2009년 미국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에 많은 브랜드가 파산하거나 새로운 주인들을 만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세계 경제의 등락에도 LVMH그룹은 7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티파니의 인수 소식을 알리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가족 기업이나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작은 규모의 브랜드도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으나 몇 번의 경제위기와 치열한 시장 환경으로 명품 시장에서도 양극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LVMH, 리치먼드, 커링, 에스티로더 등 그룹 중심으로 브랜드들이 모이면서 프라다나 버버리 같은 단독 브랜드는 고전 중이다. 이는 결국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명품들도 쉽게 사라질 수 있는 환경이 됐음을 시사한다. 100년의 역사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고 시대적•문화적•경제적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LVMH가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으로 성장한 데는 빠른 트렌드 대응 능력과 시대적 과제에 대한 브랜드들의 변화에 있다. 과거처럼 희소성과 전통만으로 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다. 프라다, 페라가모, 버버리 등이 부침을 겪는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어떤 기업이건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받는 시대다. 지금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온 럭셔리 브랜드도 혁신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 시대를 읽는 정신 Ageless, Genderless, Borderless를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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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가 속도에서 기인한다면 작은 변화들은 지속가능성과 공정이라는 시대적 가치에서 나온다. 최근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중에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트렌드를 ‘Ageless’라 하는데 실버 세대의 IT에 대한 관심이나 MZ세대가 갖는 레트로에 대한 관심도 이런 현상의 하나다. ‘Genderless’의 확산도 비즈니스에서 중요하다. 기존 성 역할에 충실한 메시지로는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최근 아이돌 그룹들이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핸드백을 들고 공항에 나타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도 이런 현상의 일환이다. 앞서 언급한 두 키워드도 크게 보면 ‘Borderless’의 현상이다. 많은 현상이 국가 경계를 넘는다는 뜻에서 시작됐지만 영역마다 경계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패션에서는 나이 성별, TPO를 크게 가리지 않는 이런 영역파괴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가장 앞서야 하는 곳이 비즈니스다. 명품 시장도 이런 변화에 따르거나 앞서지 못하면 끌려다니다 사라질 판이다.

3. 그래도 변하지 않아야 할 브랜드 철학은 더욱 확고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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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은 160년이 넘도록 ‘여행’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트렁크를 만들면서 오늘에 이른 브랜드답게 그들의 수많은 상품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러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루이뷔통은 전 세계 도시를 소개하는 ‘시티 가이드 컬렉션’을 출판하고 있고 최근에는 ‘트래블북 서울편’을 제작하기도 했다. 롤스로이스는 가능한 모든 것에서 완벽을 추구하라는 브랜드의 오랜 철학이 여전히 구현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에는 ‘돈 많고 잘 노는 아이들이 타는 차’의 이미지로 변신을 하고 있다. 2013년 새로운 롤스로이스 전략을 내세운 이후로 평균 고객 연령이 40대로 내려갔고 최근에는 20, 30대도 찾는 브랜드가 됐다. 브랜드의 철학은 비즈니스의 영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밑바탕이다.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는 사람을 대상으로 펼쳐지지만 사람을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그런데 철학이 없는 브랜드들은, 또는 흉내만 내는 브랜드는 어느 순간 소비자가 도구가 된다. 고객이 도구가 되는 순간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 창업가의 정신을 꾸준히 유지하는 명품 브랜드는 위기의 순간은 올지라도 기저에 깔린 철학이 단단하면 다시 불타오른다.

4. 헤리티지를 생산하는 능력,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을 고수하라

브랜드 철학과 연관 깊은 것이 장인정신이다. 에르메스 로고는 마차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마부의 모습이다. 에르메스는 숙련된 마부처럼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장신정신으로 유명하다. 180년을 넘게 이어온 생존의 바탕에는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명품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에르메스는 선두에 있다. 에르메스의 대표작인 켈리백은 스크래치가 없고 땀구멍이 고른 악어가죽을 참나무액에 8개월 숙성시키고 송아지 가죽을 섞어 만든다. 이 재료를 손에 잡을 수 있는 사람은 3년의 에르메스 가죽장인학교를 거치고 2년의 수련 과정을 거친 500명의 장인이다. 장인 1명이 일주일에 1개 반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데 결국 이런 장인정신이 희소성과 비범함을 갖게 한다. 따라서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표에 ‘0’이 하나 더 붙어도 사기 위해 기다려야 하고 아무나 살 수 없는 명품 위의 명품을 만들어준다. 패션 시장이 아무리 빠르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여전히 상품 자체의 퀄러티는 중요하다. 헤리티지의 절반은 장인정신이다.

5. 크리에이티브가 생존력을 배가시킨다

샤넬의 전설 카를 라거펠트가 2019년 세상을 떠났다. 1982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어가 37년간 샤넬을 이끌면서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창업자 샤넬의 패션 철학인 실용적이고 편안해야 한다는 기본기에 그의 창조적 영감들이 더해져 새로운 혁신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1991년 샤넬의 대명사 샤넬 슈트를 진과 함께 접하기도 했고, 바이커 룩을 더해 가죽 슈트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2007년에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와 샤넬의 움직이는 뮤지엄 ‘모바일 아트’를 선보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샤넬에 접목하면서 샤넬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샤넬뿐만 아니라 구찌도 2015년 1월 알렉산더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앉히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끊임없는 변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샘이 있어야 명품의 자리는 지켜진다. 창의성이 사라지는 순간 명품도 사라진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나 브랜드가 꼭 명품 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비즈니스의 목표를 이익 창출에만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로서 1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그들의 헤리티지에는 소비자의 즐거움이 있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서 그들을 만족시켜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에르메스의 장인들처럼 상품은 결국 사람의 손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상식이 유지돼야 하고 헤리티지(유산)가 되는 브랜드만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의 시대에 살다 보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던 브랜드가 엉뚱한 상품들에 로고만 덧칠해 세상에 부활하기도 한다. 브랜드라는 것이 사람과 같아서 끊임없이 숨을 내쉬며 삶을 유지해야 가치가 있다. 철학을 바꾸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사회적 가치를 소중히 하고, 장인들을 존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헤리티지는 역사와 이름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상품을 만들어내는지 되뇌는 브랜드 철학 바탕 위에 소비자와 끊임없이 교감하며 변신하고 이를 쌓는 것이다. 이런 헤리티지를 쌓아오며 100년을 살아온 기업들은 앞으로 100년도 더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조명광 비루트웍스 대표 mike@beroute.com
필자는 삼성카드 프리미엄마케팅팀/브랜드팀,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신세계백화점 CRM팀 등을 거쳤다. 현재 20년 동안 마케팅 현업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브랜딩 컨설팅, 강의 및 저술을 하고 있다. 현재 비루트웍스 CEO이자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로, 한양대 사이버대학원 마케팅 MBA 겸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무작정 따라 하기』 『호모마케터스』 『21일마케팅』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0호 Revisiting Case Studies 2020년 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