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mini box II : 평가 및 시사점

과감한 시도, 씨티라서 가능한 길

292호 (2020년 3월 Issue 1)



한국씨티은행의 디지털 은행으로의 급격한 변신은 경쟁 은행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케이스다. 미국의 씨티은행 본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전역에 있는 법인과 지점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지속했고 한국씨티은행도 2014년 희망퇴직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다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방안이 발표된 이후 비대면 거래와 관련한 규제가 완화되자 한국씨티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7년 한국씨티는 디지털 은행으로의 변신을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한편 비용 구조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의 수정도 동시에 추진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씨티의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우선, 국내 다른 은행이 하지 못한 일을 과감하게 시도한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한국씨티는 외국 자본이고, 경영진의 임기가 긴 편이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점포의 70%에 육박하는 점포를 한 번에 정리하면서 소매금융 위주의 비즈니스 구조를 PB와 기업 금융 위주의 모바일 중심 은행으로 개편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141-1


구조조정의 핵심인 디지털화(digitalization) 작업은 무난하게 진행 중이다. 일단 고객과의 접점인 모바일 앱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현재 한국씨티의 모바일 앱인 씨티 모바일은 평점을 까다롭게 매기는 편인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도 평균 4.7개(5개 만점)의 별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 평균(2.4개)뿐 아니라 2위(SC제일, 3.7개)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1등이다. 물론 한국씨티의 앱은 미국 본사의 앱을 그대로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온전히 자체 역량으로 앱을 개발해야 하는 여타 국내 은행과 출발점이 다르다. 하지만 모바일 채널의 우수성은 점포망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는 한국씨티의 입장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둘째, 디지털 은행에 걸맞은 기업 문화의 정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알다시피 구글과 같은 혁신 기업들은 직원들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사무실 환경 개선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은행도 디지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보수적 문화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는데 한국씨티의 경우 위아래 직원의 소통을 통한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을 직급 대신 ‘님’으로 통일해서 부르도록 했다. 또한 직급에 상관없이 공유 좌석제를 실시했다. 이러한 조치가 실제 기업 문화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수치로 판단할 수는 없겠으나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업무를 효과적으로 자동화하기 위해 현업 부서와 IT 부서가 협조하는 단계를 넘어 현업 부서 직원들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금융업은 자체가 강도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IT 전문가로 하여금 금융을 익히도록 하는 것보다 금융 전문가에게 IT를 가르치는 것이 빠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곤 한다. 한국씨티는 이를 현실화함으로써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하지만 경영진이나 주주가 원하는 수준의 비용구조 개선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점포 90개와 ATM 268개를 폐쇄하면서 임차료와 하청 관련 비용 등이 감소해 2016년과 2018년 사이 판관비가 899억 원 줄었고 경영 환경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954억 원 증가한 결과, 동 기간 이익 경비율이 68.7%에서 57.7%로 11%p 하락하는 등 경영 효율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노사협상 결과 기존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일 수 없었으며 그 결과 기존 인력의 호봉 상승으로 인건비(급여+퇴직급여+해고 및 명예퇴직 급여+복리후생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다만 한국씨티는 신규 직원 채용이 적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인건비 규모도 조직의 점포망 규모에 적합한 수준으로 천천히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142-1


비즈니스 모델은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용 대출과 통합 점포를 통한 PB 영업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기업금융의 비중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2016년과 2018년 사이 한국씨티의 원화 대출금 중 담보대출과 보증부대출이 각각 839억 원과 3343억 원 감소하는 동안 신용대출이 924억 원 증가하면서 신용대출 비중이 46.9%에서 48.2%로 131bp 높아졌다. 또 점포 수를 줄이는 대신 남은 점포들을 대형화하면서 80명 안팎의 PB들이 하나의 점포에서 팀을 이뤄 근무하고 있는데 그 결과 2016년 224억 원이던 신탁 관련 이익이 2018년 298억 원으로 33% 증가하는 등 PB 관련 이익이 늘었다. 또 수익성 강화를 위해 가계대출보다 중소기업대출에 신경 쓰면서
2016∼2018년 중 원화 대출금의 기업 자금 비중이 37.6%에서 39.6%로 200bp 확대됐다.

디지털 은행으로의 변신을 추구하는 여타 은행 입장에서는 한국씨티의 사례를 참고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노사 관계를 고려해 점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기존 임직원을 남겨두는 방법이 있지만 기존 직원의 대대적 재배치와 하청업체와의 계약 해지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씨티의 경우,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습득 등으로 이노베이션팀에 배치된 직원들이 있는 반면 갑자기 비대면 채널에 배치돼 감정 노동 업무를 수행하게 된 직원들도 있다. 물론 은행에서 부서가 바뀌는 일이 흔하다고는 하지만 역할이 지나치게 바뀌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장기간 거래하던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평판 리스크 측면에서 가벼운 일은 아니다.

둘째, 점포망을 대거 정리하고 비대면 채널 위주로 판매망을 구축하는 경우 비즈니스 모델의 변경이 불가피한데 그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가령, 한국씨티의 경우에는 애초에 점포망보다는 본사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PB 및 일부 IB 업무에 특화됐고 모바일 앱의 경쟁력이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변신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하지만 모바일 앱이나 PB 등의 강점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씨티를 벤치마킹할 경우 점포망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고객 접근성만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바일 앱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고객이 모바일 앱의 사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점포를 줄이는 경우 심각한 고객 이탈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한국씨티마저도 2016∼2018년 중 원화 대출금 내 가계 자금이 4.8%(5741억 원) 감소하면서 이자 이익이 6.9%(739억 원)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은행으로의 변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적 충돌을 줄이고 직원들의 협업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씨티와 같이 직급 대신 ‘님’이라는 호칭을 쓰거나 공유 좌석제를 실시하는 것은 국내 은행의 문화상 쉽지 않겠으나 정보의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각종 시도는 참고할 만하다.

한국씨티는 모바일 앱에 강점을 가진 외국계 중형 은행이라는 특수성을 활용해 다른 은행들보다 더 과감하고 신속한 방식을 선택했다. 여타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한국씨티 사례의 구체적 과정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변화를 면밀히 살펴 디지털 경쟁력 강화 작업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씨티의 비즈니스 모델을 자사의 해외 진출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bhsuh@kif.re.kr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2006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재직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외부평가위원회 위원(2015년),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감독체계 구축 TF 단장(2016년), 금융감독원장 금융자문관(2016∼2017년), 가계부채연구센터장(2018∼2019년) 등을 맡았으며 현재 아세안금융연구센터장이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학사, 미시간대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6호 Gender at Work 2020년 10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