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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V : 성공 요인과 향후 과제

스포츠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 팀 넘어 ‘리그 계약’ 실력 키워야

김진호 | 291호 (2020년 2월 Issue 2)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양이나 종류가 턱없이 커서 기존 방법으로는 도저히 수집, 저장, 검색, 분석 등이 어려운 데이터를 말한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장점은 그 큰 규모를 활용해 작은 규모의 데이터에서는 추출하기 불가능했던 패턴이나 상관성을 파악하고 그것들로부터 새로운 통찰이나 가치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업, 경쟁, 시장 등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빅데이터가 초래하는 중대한 변화는 데이터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일어난다. 망원경으로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현미경으로 세균을 찾아낸 것처럼,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이 새로운 기술도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i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똑똑해야만 풀 수 있는 상당수의 지적인 문제(예를 들어, 프로축구에서의 선수 기량 평가의 문제나 전술 평가 문제)가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데이터 처리의 문제로, 즉 기계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바뀐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프로일레븐은 빅데이터 시대의 정신에 걸맞은 벤처로서 우리가 축구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비프로일레븐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동시에 다뤘다. 성공 요인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례가 다른 비즈니스에 주는 시사점과 통찰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내재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프로일레븐이 더 큰 도약을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challenges)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성공의 조건은 우선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한다는 데 있다. 비프로일레븐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데이터는 새로운 원유이고 기계학습은 새로운 전기’라는 빅데이터 시대의 정신에 맞는 비즈니스의 기회를 포착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는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은 비즈니스 문제를 경험이나 감이 아닌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접근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 어느 산업에서나 대부분의 기업이 데이터 수집 자체를 하지 않거나 수집해도 데이터를 그냥 저장해 놓는 것 외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비프로일레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축구 경기의 영상 수집에서 다양한 분석에 이르는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출범 초기부터 데이터와 분석을 필요로 하는 많은 고객에게 환영을 받았다.

성공을 하려면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편이 매우 유리하다. 비프로일레븐의 두 번째 성공 요인은 창업자의 축구 경험과 동아리에서 익힌 프로그래밍 기술의 시너지다. 축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IT 기술자와 함께 축구 데이터 관련 벤처를 시작할 수도 있다. 반대로 IT 전문가가 축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과 같은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도 잘 알고, 축구 경기를 데이터화하는 경험도 했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프로그래밍 기량까지 익힌 사람이 축구 데이터 관련 벤처를 시작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 그런 경험을 살려 축구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에 과감하게 도전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비프로일레븐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창업자의 신념(commitment)은 바로 빅데이터 시대의 리더가 갖춰야 하는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비프로일레븐의 세 번째 성공 요인은 출범 초기부터 잠재력이 큰 독일 등 유럽 시장을 노리고 해외 진출을 과감하게 추진한 것이다. 독일이 축구에 빅데이터를 접목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독일 대표팀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와 협력해서 선수들의 경기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으로 기량을 개선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핵심은 경기장의 on-field camera로 수집한 동영상에서 선수들의 위치와 속도 등 초당 수천 개의 데이터를 자동적으로 분석해 각 선수의 성과를 평가하고 코치진에게 실시간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로 피드백하는 것이다. 이처럼 축구 데이터 분석에 대한 필요성과 그 효용을 잘 인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더군다나 크기와 잠재력이 막대한 시장에서, 전사적으로 마케팅한 결과로 비프로일레븐의 서비스는 금세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국내 투자자는 물론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도 60억 원을 투자받아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의 성공률은 낮은 편으로 신생 벤처의 90% 정도가 시작한 지 3년 이내에 사업을 접는다고 한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맞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가 말한 대로 ‘잘 시작해야 반은 된 것이다(Well begun, half done)’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축구 데이터에 수집과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외의 시장에 진출한 비프로일레븐은 이미 매우 잘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비프로일레븐이 스포츠계의 구글이라는 더 큰 꿈을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플랫폼 추구 기업의 조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신생 기업은 일반적으로 3단계를 거친다. 데이터를 누군가에게 판매할 수 있으려면 관련된 정확한 데이터가 의사결정에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적시에 존재해야 한다. 이 중에서 적시성이 특히 중요하다. 데이터 수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데이터를 미리 수집해서 정리해 놓으면 그것을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다음 단계는 그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 데이터를 구매한 고객이 수행하게 될 분석을 미리 고려해 아예 필요한 분석(인공지능)까지 추가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플랫폼화해 다수의 고객에게 동시에 서비스할 수도 있다.



비프로일레븐처럼 처음부터 플랫폼을 추구하는 기업이 반드시 잘 갖춰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AI 바탕으로 한 킬러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구글의 ‘페이지랭크’나 소셜네트워크 포털인 링크트인의 ‘알 수도 있는 사람(People you may know)’처럼 해당 기업을 경쟁을 뚫고 우뚝 서게 만든 일등공신의 킬러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 비프로일레븐이 제공하는 분석 서비스는 슈팅, 패스, 인터셉트, 공격루트, 크로스 등 48개 항목에 대한 분석 자료다. 축구 영상 AI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라면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이런 서비스들은 정확도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인스탯, 옵타, 스탯츠, 스포츠코드 등 데이터 업체들도 제공하는 정보다. 스포츠 산업의 구글을 꿈꾸는 비프로일레븐이라면 주특기인 ‘기술’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이는 압박, 공격루트, 역습 등의 개인 기량과 팀 전술에 대한 차원 높은 분석 지표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AI의 학습을 위해 수준 높은 분석관들이 경기에서의 다양한 맥락을 이해하고, 정의하고, 데이터를 통해 학습해 정확성 높은 척도를 개발해야 하는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고객들은 저절로 비프로일레븐의 고객이 된다.

개인 기량과 팀 전술에 대한 차원 높은 분석 지표를 개발해야 하는 것은 스카우트 시장에도 진출하려는 비프로일레븐으로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서비스다. 그리고 이것은 야구 등 다른 종목에서의 선수 기량 척도 개발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일 것이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마이클 루이스는 『머니볼: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나중에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 짐) 이 책에서는 스카우터들의 직감이 통계학자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과정, 즉 선수들의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에 주목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 낸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ii 전통적으로 타자는 타율, 홈런, 도루로 평가됐다. 그러나 애슬레틱스 단장인 빌리 빈은 이를 무시하고 대신에 출루율과 장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수를 선호했다. 왜냐면 출루율과 장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수가 앞선 타자가 누상에 있을 때 한 베이스 더 진출시키거나 홈으로 불러들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투수의 평가 역시 강속구를 가진 괴물 투수보다는 사사구를 잘 내주지 않고 장타를 허용하지 않는 투수를 더 높게 평가했다. 빌리 빈은 이름값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지 않고 이 변수들을 드래프트에 적용해 다른 팀에서는 1순위로 지명하지 않는 선수들을 1순위로 지명했다. 이렇게 지명된 선수들은 1순위에 만족해 낮은 계약금에도 손쉽게 계약에 응했고 팀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 연봉 총액 4000만 달러의 애슬레틱스가 1억2500만 달러의 양키스에 필적한 성과를 올린 것이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4년 시즌 전까지는 86년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저주받은 팀이었다. 야구팬들은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에 보냈기 때문에 받은 저주라며 베이브 루스의 별명을 따서 ‘밤비노의 저주’라고 불렀다. 하지만 2003년에 레드삭스는 숙원인 우승을 위해 야구 통계 분석의 대가인 빌 제임스를 컨설턴트로 채용했다. 그는 야구 통계의 선구자로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즉 야구 통계 분석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빌 제임스는 선수들과 팀의 성과를 측정하는 수십 개의 방식을 고안해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함으로써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농구나 아이스하키에서도 팀의 성적에 대한 선수 개인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특정 선수가 팀에서 플레이할 때의 팀 성적과 그가 벤치에 있을 때의 팀 성적을 비교하는 ‘플러스/마이너스’ 통계를 사용한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의 이런 노력들은 선수들의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변수(척도)에 주목하거나 새로운 척도를 개발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비프로일레븐은 개인 기량과 팀 전술에 대한 차원 높은 분석 척도를 개발하기 위해서 AI의 학습을 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개인 기량과 팀 전술을 나타내는 상황과 맥락을 정의하고,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서 지도학습을 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만 비프로일레븐이 축구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one-of-them’이 아닌 고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one-and-only-one’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선은 몇 개의 개인 기량과 팀 전술에 대한 분석 지표를 잘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동영상을 분석하는 외부 연구소와도 협업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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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트랙 확장 전략
비프로일레븐은 도어투도어에서 리그 계약으로 점차적으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하겠다는 당연한 전략이지만 힘들게 뛰어야 하는 고된 전략이다. 이제는 전략을 투 트랙으로 바꿔서 리그 쪽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 기량과 팀 전술에 대한 차원 높은 분석 지표를 개발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리그 접근이 더욱더 쉬워질 것이다. 리그에 접근할 때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바로 리그 수준에서의 데이터와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 리그 자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잘 설득하는 것이며 MLB와 PGA의 사례를 활용할 수 있다.

약 150년의 역사를 지닌 메이저리그 야구(MLB)는 경기가 라디오로 중계되던 1950년대까지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고, 미식축구(NFL)는 보잘것없는 리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텔레비전의 등장 이후에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는데 이는 미식축구의 역동성과 빠른 스피드가 생중계 화면에서 시청자를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30개 팀이 팀마다 164경기를 벌이는 메이저리그가 32개 팀이 각각 겨우 16경기를 하는 미식축구에 시청률, 스폰서십, 구단용품 판매 등에 있어서 크게 뒤진다는 사실은 메이저리그로서는 분하기까지 할 것이다. 이제 데이터가 새로운 원유로 인식되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메이저리그는 통계가 잘 활용되는 야구의 장점을 살려서 다시 전세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이저리그는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플레이-피칭, 배팅, 베이스러닝, 전체 수비의 움직임-를 정확하게 포착해 제공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야구단과 선수를 평가하는 방식과 팬들이 경기를 즐기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다시 최고로 높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MLB는 30개 모든 구장에 대한 스탯캐스트(Statcast)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홈플레이트 뒤와 3루 선상에 배치된 두 대의 카메라와 3차원 레이더 장비를 사용해 공과 선수들의 모든 움직임을 초당 15회씩 정밀하게 추적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경기당 7테라바이트가 되는데 이는 3분짜리 노래를 약 250만 곡이나 저장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각 구단은 경기의 모든 것에 대한 이런 세밀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분석을 한다. 예를 들어, 외야수의 멋진 홈보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수비 위치 선정, 첫 발의 반응 속도, 가속, 볼 추적 경로, 송구 속도와 방향, 주자의 속도 등으로 종합적으로 쉽게 분석한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제한적이었던 수비 측면의 다양한 평가도 가능하다. 팬 입장에서는 빅데이터로 무장한 야구는 단순히 보는 것 이상으로 참여도 하고 가상적으로 조작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의 인스턴트 리플레이는 기본이고, 인터랙티브 게임, 심지어는 증강현실과 같이 실제 진행되는 경기의 긴박한 순간에 투수가 직구가 아니라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하면 어떻게 될지를 조작하면서 경기를 관람(시청)할 수도 있다.iii

MLB와 동일한 목적으로 PGA도 경기를 하는 모든 선수의 모든 샷을 추적해서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샷링크(ShotLink)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먼저 사전에 경기가 열리는 골프장의 각 홀을 디지털화한다. 이후에는 티박스와 그린에 설치된 고정 카메라와 자원봉사자(대회당 약 350여 명)의 hand-held 레이저 장비로 모든 선수의 모든 샷에 대한 정밀한 추적 데이터(예를 들면 볼 스피트, 높이, 거리, 타수 등)를 수집, 분석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분석 척도 중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전체 선수들의 평균과 비교해서 몇 타를 더 잘 쳤는지, 혹은 못 쳤는지를 나타내는 ‘Strokes gained’가 있다. ‘Strokes gained’는 전체 성적뿐만 아니라 드라이버, 어프로치, 숏 게임, 퍼팅 등으로 세분해서 제공된다. 샷링크 데이터는 중계 방송사, 선수, 코치, 캐디, 대회 후원사 등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비디오 보드, 키오스크, 인터랙티브 게임 등으로도 제공된다. 심지어는 학계에도 이 데이터를 제공하여 참신한 분석을 논문에는 샷링크 분석상(Intelligence Prize)을 수여한다.

단계별 사업 영역 확장
비프로일레븐이 ‘사커맘’ 공략, 롱테일 인터랙티브 중계, 선수 스페셜 영상 제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런 사업 영역의 확장이다. 다만 팀 역량이 여러 서비스로 분산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따라서 서비스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두고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롱테일 인터랙티브 중계에는 월 1만 원가량의 회비를 내도록 하고 있는데, 아예 이 서비스를 무료화해 서비스를 받는 회원을 크게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고객들로 하여금 이 서비스에 중독되도록 한 뒤에 추가적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해 이런 부가 서비스에 대해서만 회비를 받는 프리미엄(freemium) 방식이 더욱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글로벌한 홍보, 마케팅, 그리고 아이디어 개발 등을 위해서 비프로일레븐은 매년 MIT에서 열리는 스포츠 분석 콘퍼런스(MIT Sloan Sports Analytics Conference, 약자로 SSAC)에 참가해 논문 등을 발표할 필요도 있다. SSAC는 스포츠 산업에서 점점 더 중요해진 데이터 분석을 주제로 보스턴에서 열리는 스포츠 분석의 최고 콘퍼런스다. 작년(2019)에 열린 제13회 SSAC에는 33개국의 3500여 명이 등록을 했고(참가비만 약 80만 원), MLB, NBA, NFL, NHL, MLS,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온 약 130개 프로팀, 200여 개 대학교가 참여했다. 또한 33개의 패널 토의, 36개의 ‘경쟁우위’ 특별 토론, 6개의 워크숍, 연구 논문 경쟁 등이 진행됐다. 매년 3월 초에 SSAC가 열릴 때면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타임, 비즈니스위크,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폭스스포츠 등 메이저 매스컴의 취재 열기가 매우 뜨겁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에서 구글을 꿈꾸는 비프로일레븐이라면 당연히 SSAC에서 매년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하거나 토의에 참가해 주목을 받으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과거 13년 동안 진행됐던 SSAC의 모든 논문, 토의 주제, 이슈 등을 분석해서 정리하면 스포츠 종목별로 앞으로의 데이터 분석 방향을 예측할 수도 있고 앞으로의 새로운 사업 영역 발굴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성공을 구가하는 기업들, 예를 들면 FANG이나 BAT 등으로 대표되는 기업들은 iv 모두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엄청난 데이터를 갖고 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기계학습을 효과적으로 활용, 데이터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인사이트를 추출해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비프로일레븐은 이런 빅데이터 시대의 정신에 걸맞은 벤처로서 우리가 축구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강현욱 대표는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선수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더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스포츠 산업의 구글’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렇다면 강현욱 대표는 무엇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할까? 구글이 구글인 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계학습의 기술과 경험에 있어서 최고라는 사실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혁신이란 “현존하고 상용화돼 있는 모든 기술을 잘 조합해서 사용자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강현욱 대표가 열심히 해야 할 것은 바로 축구(혹은 다른 구기) 관련자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개인 기량과 팀 전술에 대한 차원 높은 분석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서비스 중이지만 축구 경기에서 상황과 맥락을 정의하고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서 지도학습을 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만 축구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one-of-them’이 아닌 고차원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one-and-only-one’이 될 수 있다. “No pain, no gain!”이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통계학 부전공). 사회와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계량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주로 했다. 저서로는 『Keeping Up With the Quants: Your Guide to Understanding+Using Analytics(Harvard Business Review Press)』와 『빅데이터가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있으며 DBR에 ‘Power of Analysis’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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