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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Z세대 사로잡을 새로운 경영의 판, ‘평판’

문성후 |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1982년 미국 경제지 포천은 평판이 높은 기업을 선정하기 시작했습니다. 16년이 지난 1998년에는 ‘구글’이라는 검색 엔진이 탄생했습니다. 평판을 수집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수많은 기업 이해관계자는 평판 좋은 기업이 단순히 홍보의 산물인지, 아니면 언행일치의 결과인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기업의 평판은 더욱 널리, 그리고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평판을 만들어내고 퍼뜨리는 것은 소비자입니다. 디지털 ‘눈(SNS를 한글 자판으로 치면 눈이 됩니다)’으로 소비자들은 기업의 평판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 에델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는 2.5시간 만에 전 세계의 25%에 퍼지고, 24시간 내에 나머지 75%로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하루면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가 전 세계로 퍼진다는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행동주의(activism)의 대두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함께 모여 ‘행동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회사’의 문제는 종종 ‘사회’의 문제가 됩니다.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까지 개별 기업을 둘러싼 평판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평판은 무엇일까요? 세계적인 평판 전문가 찰스 폼브런의 정의에 따르면 평판이란 ‘회사가 가진 매력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갖는 집단적 평가’입니다. 그러면 기업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모든 기업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 ‘신뢰’란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집단적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억되고 역사적으로 축적됩니다. 매력이란 기업이 그간 보여주었던 ‘신뢰’가 이미지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심상화된 것입니다. 그러한 매력이 외부적으로 표출돼 생기는 기업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기업의 평판입니다. 그 평판이 세상에 널리 퍼져 드높아지면 기업의 ‘명성’이 되고 그 명성은 무형자산이 돼 기업의 가치를 높이게 됩니다. 기업의 신뢰는 매력으로 심상화되고 평판으로 표출돼 결국 기업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명성은 어떻게 관리될까요? CEO의 명성을 높게 유지하면 기업의 명성도 높아집니다. 기업의 명성은 CEO의 명성과 일치합니다. 빌 게이츠가 CEO로 있을 때보다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이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평판 순위는 더 높아졌습니다. 장남이 신체장애를 가졌기에 인간애에 바탕을 둔 맹인 독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직원들에게 ‘know-it-all’보다 ‘learn-it-all’을 내세우는 나델라의 평판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평판이 된 것입니다. 기업 평판에 치명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CEO가 직접 나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인종차별 사건을 해결할 때도 스타벅스 CEO 케빈 존슨은 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기업 평판은 ‘공정세대’라고 불리는 Z세대의 등장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평판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더구나 좋은 평판은 시간이 걸립니다. 기업의 평판은 그냥 놓아두면 제멋대로 태어나 마음대로 성장합니다. 특히 자신이 회사를 대표하는 CEO라면 ‘우리 회사의 평판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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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문성후 에델만 고문 shmoon7330@gmail.com
필자는 평판 에반젤리스트(Evangelist)이자 글로벌 PR·컨설팅 회사 에델만의 고문으로, 기업들에 평판 경영 프로세스를 컨설팅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자 경영학 박사이며 금융감독원,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2019년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기업 평판 세션의 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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