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스트라드비젼의 자율주행기술 전략

당장 성과 낼 ‘자율주행 보조 기술’ 타깃
1차 아닌 2차 협력사로 안정적 포지셔닝

282호 (2019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자동차 산업 관련 업력이 전무했던 한국 토종 스타트업인 스트라드비젼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협력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성장 전략은 다음과 같다.
1.완성차 업계가 제공하는 최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레벨 2에 필요한 이미지 인식 및 처리(비전)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해 고객 타기팅을 명확히 했다.
2. 자동차 전용 딥러닝 기반 비전 소프트웨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기술 차별화를 달성했다.
3. 국내 대기업과의 네트워크, 잠재 협력사와의 적극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보수적인 자동차 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해 나갔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임희진(서울대 지리교육과 4학년), 한연규(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운전자가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의 대중화 덕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고급 자동차에나 장착됐던 최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이제 보급형·소형 차량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스스로 바닥의 차선이나 도로 위를 달리는 다른 차량을 인식해 알아서 속도·이동 방향을 적절하게 제어한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나 보행자가 있으면 자동으로 감지해 브레이크도 밟는다.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ADAS 대중화 바람 속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국내 기업이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인공지능(AI) 딥러닝 기반 영상인식(비전)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이다. 스트라드비젼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SVNet은 자동차에 탑재되는 가벼운 칩세트 1 를 통해서도 복잡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구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막대한 데이터 용량을 갖춘 고성능 칩세트를 요구하는 기존 딥러닝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ADAS에 적용되는 비전 기술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14년 포항 포스코 산학연구센터에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으로부터 약 176억 원을 투자를 받으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르네사스, 퀄컴 등 글로벌 차량 반도체 회사들의 협력사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개발한 일부 소프트웨어는 독일·중국의 완성자동차업체(OEM)의 자동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9년 매출은 전년도의 두 배인 98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직원도 44명에서 104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알고리즘과 인식 처리 등을 연구하는 석·박사급 엔지니어다.

자율주행기술 후발주자로 꼽히는 한국에서 인력도, 자원도 부족한 스트라드비젼은 어떻게 까다롭고 보수적인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아성을 깰 수 있었을까. 이들의 성공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거대 기업들이 경쟁하는 완전 자율주행기술 시장에 무리하게 도전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주력 고객인 완성차 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반(半)자율주행 시장인 ADAS 시스템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영상인식 분야를 택해 전력투구했다. DBR이 이들의 성장 전략을 자세히 분석했다.



예상 밖 실패… 자동차 시장으로 돌린 눈

“이제 뭘 해야 하지?”

뜻밖의 실패를 맛본 스트라드비젼 창업자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스트라드비젼은 원래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이미지를 인식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었다. 김준환 대표와 제홍모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봉진 연구소장 2 이 의기투합해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이들이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이 가볍게 구현되고 정확도가 높아 초소형 반도체 칩세트에 상대적으로 쉽게 탑재할 수 있었다. 설립 당시만 해도 구글 글라스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각광을 받았을 때다.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춘 만큼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시장은 이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웨어러블의 상징과도 같았던 구글 글라스가 예상보다 시장의 힘을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과 함께 일했던 주요 파트너사의 스마트폰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트라드비젼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고객사를 찾기는 점점 어려웠다. 창업 2년 만에 찾아온 위기였다.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사실 스트라드비젼 창업자들은 이미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IT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이 세운 올라웍스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한 회사였다. 스캔서치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유명한데 책이나 음반, 영화 포스터를 사진으로 찍으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는 기능에도 탁월함을 보여 많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2012년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미국의 인텔이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올라웍스를 인수해 큰 화제가 됐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토종 스타트업을 인수한 첫 사례였다.



인텔에서의 생활이 불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었다. 창업자들 모두 자신들이 꾸린 스타트업이 글로벌 회사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들은 과거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이른바 ‘벤처정신’에서 멀어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됐다. 제홍모 CTO는 “인텔은 좋은 회사였고, 우리도 인텔에서 일하면서 이들의 글로벌 경영 방식을 많이 배웠다. 그러나 몸집이 큰 회사인 만큼 의사결정 과정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우리가 하고 싶은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는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올라웍스를 함께 꾸렸던 다른 창업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인텔이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창업자들은 사물인터넷(IoT) 관련 연구부서로 자리를 옮겼지만 초심을 간직했던 올라웍스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졌다. 결국 하나둘 회사를 떠났고, 이들이 다시 만나 차린 회사가 스트라드비젼이다.

그런 회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위기를 맞자 창업주들은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아무리 시장을 선점할 기술이 있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사가 보유한 기술에 자신이 있었다. 이들의 기술을 원하는 시장만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DBR mini box II: 단계별 자율주행 자동차
미국자동차공학회(SAE)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에 따라 아래와 같이 레벨을 0부터 5까지 단계를 나눠 제시하고 있다.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듣고 시장을 파악하면서 2개 분야로 후보가 좁혀졌다. 자동차와 드론. 당시 드론이 한창 각광을 받으면서 관련 이미지 인식 및 처리 기술 분야에 진출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가능성을 걸었다. 드론 시장은 웨어러블 시장보다 성숙하지 않은데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시장이 확대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때마침 자동차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각종 글로벌 전시회에서 스트라드비젼 기술이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생각났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차 업체들이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ADAS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DBR Mini Box Ⅱ ‘단계별 자율주행자동차’ 참고.) ADAS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카메라의 인식 기능이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장 전망도 밝았다. 유럽 자동차 안전도 평가제도인 유로엔캡(EuroNCAP)에서 2020년까지 속도와 방향을 동시 제어하는 기술을 갖춘 레벨 2 수준의 ADAS 기능을 탑재한 차량을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공식 발표도 나왔다.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스트라드비젼이 확보한 기술을 잘 응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창업주들은 마음을 다잡고 재도전에 나섰다.



레벨 2 자율주행기술에 선택과 집중

자율주행기술 역량이 가장 뛰어난 회사로는 구글 웨이모와 우버가 떠오른다. 두 회사의 경우 ADAS 레벨 4, 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완전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데 올인한다.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하면 무인 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로 오해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갖춘 스트라드비젼의 선택은 달랐다. 완성차 업체가 양산하고 있는 ADAS 레벨 2 수준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들처럼 레벨 4∼5에 집중하는 대신 당장 자동차 시장의 상황을 먼저 살펴 고객사들이 당면한 니즈를 충족하는 전략을 택했다. 우리 핵심 기술 경쟁력을 ADAS 레벨 2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하는 ADAS 레벨 2에 자동차의 규모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2020년까지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의 50%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가 양산되더라도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은 ADAS 레벨 2 자동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 글로벌 IT 기업이 선택한 완전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양산 시점을 2025년 전후로 예상하는 견해들이 많긴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것이기 때문이다. 스트라드비젼은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가 늦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다음의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먼저 기술적으로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카메라와 별도로 고성능 센서가 필요하다. 라이다(LiDAR)가 대표적인 예다. 3 그런데 라이다는 부품이 크고 가격이 비싸 양산형 자동차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자동차 자체의 디자인과 구조도 바꿔야 한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고사양 컴퓨터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는 시중 자동차 트렁크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결국 상용화가 되려면 기존의 차량 디자인과 구조 등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자동차마다 특성과 환경이 다를 수 있는데 프로그램 적용 후 인터페이스가 최적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스트라드비젼의 내부 자원도 아직은 레벨 4, 5에 도전하기엔 이르다는 게 대표의 객관적인 판단이었다. ADAS 레벨 3부터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에 들어가는 센서가 수 개에서 수십 개로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언제 열릴지 모르는 시장을 위해 스트라드비젼의 한정된 자원을 모두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선영 COO는 “많은 기업, 특히 스타트업들이 레벨 5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수익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레벨 2 시장의 주도적인 플레이어가 되면 그 안에서 쌓은 수많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제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레벨 4∼5 기술도 더욱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객 접점 확대 겨냥해 2차 협력사(Tier 2)로 포지셔닝

스트라드비젼은 이처럼 완성차와 직접 협업하는 1차 협력사(Tier 1)가 되는 대신 1차 협력사와 협업하는 2차 협력사(Tier 2)로 포지셔닝했다. 보다 더 많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자동차 산업계의 불문율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자동차 산업 구조는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자동차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완성차 회사와 주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1차 협력업체의 부품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2차 협력업체다. 쉽게 말해, 콘티넨털, 보시 같은 전장 부품회사가 1차 협력사라면 이들 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카메라,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삼성SDI, LG이노텍, 퀄컴 등이 2차 협력사에 속한다.

이런 질서하에서 신생 업체에 가장 문제가 될 장벽은 무엇일까. 완성차 업체와 1차 협력업체 간에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긴밀하면서 배타적인 관계다.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수년이 아닌 수십 년 동안 운명을 함께한다. 오죽하면 이 두 회사를 ‘결혼한 관계’라고 표현할 정도다. 제조 기술도 없고, 네트워크도 확보하지 못한 스트라드비젼이 이들의 공고한 관계를 끊어내고 1차 협력사로 포지셔닝하기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자율주행기술이 자동차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업계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협력사들은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ADAS 기능을 갖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으로, 인텔에 인수된 비전 기술 선도업체 ‘모빌아이’가 관련 시장을 독식하면서 기존 기업들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 회사는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 비전 기술을 보유한 업체인데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카메라를 올인원(All-in-one) 제품으로 판매한다. 현재 비전 기술 관련 부품 시장에서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약 80% 수준. 기존 1차 협력사들이 자사 부품이나 반도체를 계속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선 모빌아이에 견줄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이 필요했다.

1차 협력사들은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부품이나 반도체에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러기 위해선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탑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기존에 함께 제품을 만들었던 2차 협력사들을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업 내 협력사들 간의 공고했던 관계가 조금씩 와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트라드비젼은 자동차 시장에서 공고하게 쌓였던 두꺼운 벽에 갈라진 작은 틈새를 조금씩 넓혀가기로 했다.

김준환 대표는 “1차 협력사가 되는 것을 빠르게 포기하고 2차 협력사로 포지셔닝하면서 상대적으로 완성차 업체의 경쟁구도에서 자유로워졌다. 자동차 업력이 전무한 스트라드비젼이 고객 접점을 넓히고 더 많은 시장 기회를 갖기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기술 차별성 강화

스트라드비젼의 창업주들은 우리만 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해야 견고한 자동차 산업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좋은 기술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술을 보유해야만 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딥러닝 기술이다.

당시 사물 인식 및 처리 소프트웨어에는 대부분 머신러닝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이 적용됐다. 머신러닝 기반의 방식으로도 딥러닝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학습해 이미지를 식별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두 기술에는 차이가 있다. 머신러닝으로 컴퓨터 비전 기술을 구현할 때 이미지를 식별하기에 적합한 색, 모양 등 판단 기준이 되는 특징 추출 방법을 사람이 직접 설계해야 한다. 이미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컴퓨터가 빠르게 답을 찾을 수는 있지만 조금이라도 이미지가 판단 기준과 다르거나 어긋나도 분석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맑은 날씨에서는 ADAS 레벨 2의 조건(자동차 검출 99%, 사람·자전거 검출 95%)에 부합하지만 눈·비가 오는 악천후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딥러닝 알고리즘은 어떤 조건으로 이미지를 식별할지도 컴퓨터 스스로가 정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 기준을 만들어낸다. 그만큼 정확도가 올라간다. 사물이 조금 가려져 있거나 주변이 어두워도 사물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상황에서도 ADAS 레벨 2 조건을 만족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에 적용되는 칩세트에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가 전무했다. 알고리즘 특성상 계산량이 많기 때문에 사물을 인식하고 식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선 컴퓨팅 파워가 뛰어난 플랫폼이 필요한데 자동차에 들어가는 작고 가벼운 반도체 칩세트로는 어림없었다. 4



스트라드비젼은 이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세계 최초로 차량용 반도체 칩세트에 탑재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먼저,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했다. 포항공대 출신 컴퓨터 전문 엔지니어 20여 명이 달라붙어 개발에 몰입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우여곡절 끝에 이미지를 인식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해 냈다. 문제는 알고리즘 최적화. 작은 차량용 반도체 칩세트에 이 프로그램을 탑재해내야 하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홍모 CTO는 “기존의 머신러닝 기술의 프로그램을 차량용 반도체에 탑재하는 것은 독수리의 뇌를 그보다 뇌 용적이 조금 작은 닭의 머리에 넣는 것이었다면 이번 도전은 사람의 뇌(딥러닝 알고리즘)를 닭의 머리(작은 반도체 칩세트)에 넣는 데 비유할 만큼 까다로운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간단하게 대체하고 생략하는 등 단순화하는 작업이 수없이 반복됐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스트라드비젼은 고작 22GB로 1초당 22프레임의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5 딥러닝 기반의 영상 인식 소프트웨어 연산에 필요한 600GB보다 용량을 약 30분의 1가까이 줄인 것은 물론, 기존 차량 반도체의 평균 용량인 40GB보다도 훨씬 더 가벼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었다. 꼬박 1년이 걸려 만들어낸 성과였다. 스트라드비젼은 세계에서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 ADAS 레벨 2 비전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춘 유일한 회사가 됐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는 SVNet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6



이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안전 공식 인증기관인 ASPICD(Automotive Software Process Improvement and Capability Determination)로부터 Capability Level 2 등급을 받았다. 이는 SVNet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동차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표준 절차를 준수했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어떤 자동차 회사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홍모 CTO는 “독일의 한 기업의 경우, 수년 동안 이 회사의 비전 소프트웨어를 담당했던 협력사가 있었는데 딥러닝 기반 인식 소프트웨어인 SVNet을 도로 주행 시연을 통해 보여주자 성능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했다. 우리가 선택한 전략이 틀리지 않았고 기술 자체도 경쟁력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기술력보단 경력·안정성 중시”… 보수적인 자동차 업계 공략법

이제 자동차 시장으로 나가 겨룰 무기는 준비가 됐다.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차 업체들을 설득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이들이 경험한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스트라드비젼를 신뢰하는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자동차업계의 문화와 기준을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자동차업체는 대부분 기술의 안정성을 매우 중시한다. 기술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내에서 어느 정도 잘 구동이 되는지도 중요한 체크리스트였다. 자동차 업체들과 미팅을 해보면 자동차에 설치해 로드테스트는 몇 번 해봤느냐, 테스트는 3000시간 이상 진행한 것이냐 등 미처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스트라드비젼 창업주들은 당황하기 일쑤였다.

자동차 회사들은 업력이 짧고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스트라드비젼을 못 미덥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회사와 협업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자동차 업계에 인맥도 없고, 회사 인지도도 없던 ‘초짜’ 스타트업은 어떻게 글로벌 고객을 확보해나갈 수 있었을까.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다음과 같다.


1.국내 대기업들과의 네트워크 확보
스트라드비젼은 국내 자동차 관련 주요 업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갔다. 자동차 업계의 최신 동향이나 국내외 잠재 고객사들의 돌아가는 이야기, 협력사를 선택하는 기준 등 필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자동차 관련 주요 국내 기업들이 후원자가 돼 줬다. 특히 스트라드비젼의 전신인 올라웍스와 관계가 있었던 대기업들은 이들의 실력과 기술을 믿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스트라드비젼 관계자들은 단순히 회의장이나 사무실에서 자문을 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회식 장소까지 따라가 실제 자동차 엔지니어들을 붙잡고 늘어지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도움만 받은 것은 아니다. 스트라드비젼은 이 회사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 자문 역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노하우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상호 신뢰를 쌓았다.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이 시리즈 A 라운드 7 까지 총 176억 원을 투자한 배경이다.


2.고객사와의 윈윈 협업사례 축적
비슷한 시기, 해외 업체에서도 조금씩 반응이 왔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라는 미국 회사가 그 시작이었다. 마침 이 회사에서도 ADAS 기능을 탑재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모빌아이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있다더라’는 정보를 듣고 스트라드비젼과의 미팅을 주선했다.

사실 스트라드비젼은 TI의 협력사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무명의 회사를 단번에 신뢰하긴 어려웠다. 규모도 작은데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에 납품 한번 해보지 않은 회사였다. 자동차 업계 출신 직원도 전무했다. 검증에 또 검증을 하는 자동차업계의 보수적인 특성상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스트라드비젼은 이 불리한 상황을 ‘체험형 마케팅’ 전략으로 뚫었다. 실제 SVNet을 적용한 자동차를 시연해 고객사가 스트라드비젼의 성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트라드비젼은 엔비디아(NVidia)라는 반도체 회사에서 개발자들이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작한 AI 전용 플랫폼을 구매해 SVNet을 설치했다. 이 프로토타입을 자동차에 장착해 TI 담당자와 함께 자동차를 주행하면서 딥러닝 이미지 인식 처리 기술 성능을 직접 테스트하게 했다.

제홍모 CTO는 “그제서야 TI 관계자들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처럼 PC에서 실행되는 데모 영상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자동차에 평가보드를 직접 장착하고 실제로 구현되는 기술을 경험하니까 확실히 경쟁사와 다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두 회사는 세계 최초로 차량용 반도체에 적용된 딥러닝 기반 비전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두 회사가 협업한 지 불과 6개월도 안 돼 만들어낸 성과였다. TI는 이 프로젝트 성공 직후 스트라드비젼에 양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실질적으로 매출로 이어질 성과가 나온 것이다. 그 후 많은 글로벌 기업이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전 세계 차량 반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일본 반도체 칩세트 기업 ‘르네사스’도 그중 하나다. 직원들은 르네사스 엔지니어들과 함께 2018년 10월 일본에서 열린 자동차부품 관련 전시회에서 SVNet을 탑재한 ADAS 레벨 2 자동차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르네사스 반도체를 채택한 자동차 업체와 양산 프로젝트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로써 스트라드비젼은 존재감 없는 무명 스타트업에서 주목해야 할 협업 대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3.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차별화
고객사들이 눈여겨본 스트라드비젼의 또 다른 강점이 있다. 바로 ‘맞춤형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가 가볍고 유연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칩셋이나 카메라와 결합해도 얼마든지 ADAS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SVNet을 탑재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는 14개에 달한다.

각 회사에 동일한 성능과 기능의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 회사가 원하는 사양과 성능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ADAS가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사양을 결정하는 주요 기술로 떠오르면서 기업마다 요구하는 기능도 다양해졌다. 스트라드비젼은 그때마다 고객사의 요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공해줬다.

일례로, 한 기업은 전방에 카메라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은 채 사이드미러, 트렁크 밑 등 최신 자동차에 일반적으로 배치된 서라운딩 뷰 모니터링 카메라 6대로만 운전석 앞의 도로를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카메라들은 각기 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카메라들의 이미지를 수집해 합성하면 왜곡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ADAS 관련 비전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 위해선 전방에 전용 카메라가 반드시 설치돼야만 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스트라드비젼은 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였고 실제로 이미 배치된 카메라만으로 긴급 제동, 사각지대 검출 등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스트라드비젼의 SVNet은 TI, 르네사스(Renasas)는 물론 퀄컴, 삼성전자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제조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독일 등지의 5개 글로벌 OEM 업체와 양산 프로젝트를 포함해 약 20여 개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4. 해외 에이전트사 활용
스트라드비젼의 해외 에이전트사들은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영업 조직이 없는데다 관련 역량을 확보하지 못했던 스트라드비젼은 스스로 영업하는 대신 현지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특히 올라웍스 시절 해외 영업을 대리해줬던 에이전트 회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작은 중국이었다. 중국 에이전트가 처음 소개해 준 회사는 ‘스마트미러’를 개발하는 곳이었다. 룸미러 전방에 달린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영상인식 기술을 적용하고 싶은 회사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스트라드비젼이 떠오른 것이다. 여러 방도로 협업을 모색했지만 그 당시는 스트라드비젼의 여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진 않았다.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담당 에이전트가 스트라드비젼을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TI를 적극적으로 소개해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르네사스도 비슷한 케이스다. 올라웍스 때부터 연을 맺었던 일본 에이전트가 르네사스에서 개발팀을 이끈 경험이 있는 일본 영업 담당자를 소개해준 것이다. 이 담당자는 르네사스가 어떻게 유럽과 일본 자동차에 특화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지, 최신 동향은 무엇인지 등 스트라드비젼이 공략할 수 있는 고급 정보를 제공해줬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기술 자문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르네사스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었다.

성공 사례를 경험한 스트라드비젼은 해외 네트워크를 독일, 인도, 미국 등지로 확대했다. 대체로 해외 에이전트와 스트라드비젼은 서로 주식을 교환하는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에이전트를 통해 계약이 성사됐을 때 성공 보수를 책정해준다.

김준환 대표는 “스타트업이 자체 영업조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되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 회사가 잘 알려지면서 먼저 찾아와 협업하자는 에이전트도 생겼다. 다만 회사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전담 인력을 조만간 배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향후 성장 전략 및 과제

스트라드비젼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르면 분명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이미 완성차 기업들도 완전한 자율주행자동차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시장에서 도태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을까. 스트라드비젼 내부에서도 장기적인 회사 성장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스스로 생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스트라드비젼의 카메라 기술은 앞으로 레벨 4∼5에서 꼭 필요해질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하면 자동차는 차체 외부의 도로 상황도 잘 살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차량 내부의 탑승객의 상황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운전자의 현 상태는 어떤지, 탑승객 중에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은 없는지를 실시간 파악해야 한다. 유로엔캡도 2025년 양산되는 레벨 4∼5 자동차에서는 운전자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필수로 명시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트라드비젼의 전신인 올라웍스는 사람의 안면을 인식하는 데 특화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 기술을 충분히 업그레이드했다. 스트라드비젼이 개발한 차량 내부용 카메라 인식 소프트웨어는 이미 르네사스, TI, 퀄컴 반도체에 탑재돼 있다.

제홍모 CTO는 “완전 자율주행기술로 갈수록 차량 내부 인식 카메라의 중요성이 커진다. 특히 여러 사람을 태우는 버스나 공유 차량 서비스가 자율주행서비스로 이뤄질 경우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레벨 4∼5로 가더라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고 말했다.

둘째, 장기적으로 SVNet을 원하는 고객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확산되려면 지금까지 제기해온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막을 수 있도록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라이더 센서를 통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더라도 카메라 기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8 오히려 도로 밖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성능 좋은 영상 인식 및 처리 기술 수요는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 테슬라와 같이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회사에서는 기회를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일부 완성차 회사는 스트라드비젼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BMW·메르세데스벤츠 컨소시엄은 2024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기존 협력사의 비전 기술이 목표한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미흡한 수준이라면 기준이 부합하는 협력사를 별도로 물색하거나 협업을 제안할 수 있다. 스트라드비젼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ADAS 레벨 2 기술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레벨 4 수준까지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김준환 대표는 “현재 주력 중인 ADAS 레벨 2와 별도로 구체적인 개발 로드맵을 세우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영 기자 mylee@donga.com


DBR mini box III: 자동차업체 ‘페인포인트’ 해소한 소프트웨어 기술

성공 요인 분석
자동차 카메라 관련 시장은 이스라엘의 모빌아이가 장악하고 있다. 모빌아이는 지난 2017년, 인텔에 무려 17조 원에 인수됐다. 후발주자인 스트라드비젼은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용 인식 기술을 개발해 모빌아이의 아성을 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업 초기 스트라드비젼의 성장 가능성에 많은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초강력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다. 설상가상으로 공유 승차 서비스의 등장, IT 업계의 자율주행기술 개발 등으로 자동차 시장 자체가 이전보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스트라드비젼은 짧은 시간에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자동차를 고려한 임베디드 하드웨어 i 기술 개발, 이종 회사와의 적극적인 협력, 자동차 회사와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 등이 이들의 성과로 꼽힌다.



스트라드비젼은 창업 초기에 이미 딥러닝 기반 카메라 인식 기술을 발표했다. 딥러닝을 이용하면 인식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측은 모빌아이보다 인식률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인공지능 구동을 위해서는 딥러닝 전용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당시 회사가 시연했던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하드웨어 가격은 대략 50만 원 정도로, 실제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자동차에는 GPU와 같이 컴퓨팅파워가 높은 하드웨어를 탑재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딥러닝을 적용하면 높은 인식률을 얻을 수 있지만 실제 제품에서는 구동용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이 점 때문에 주요 완성차 업체나 투자사들이 협력과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비싼 딥러닝 하드웨어에서의 구동으로는 상용화를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자동차 관련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실제 적용을 위한 데이터와 관련 업계 동향을 정확히 파악한 끝에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빌아이와의 경쟁과 자동차사의 요구 조건 충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위해서는 저렴한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당시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2, 3단계 정도에선 엔비디아 GPU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대신 반도체 회사에서는 기존 비교적 컴퓨팅 기술이 낮은 마이컴(마이크로컨트롤러 컴퓨터의 합성어)에 딥러닝 가속기를 추가한 저렴한 하드웨어를 고려하고 있었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 하드웨어를 이용하면 충분히 상용화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스트라드비젼은 이러한 완성차 기업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사의 관련 마이컴을 이용한 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임베디드 하드웨어를 이용한 이미지 인식 기술 개발이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특히 현대차와의 협력과 투자는 회사 발전의 커다란 계기가 된다. 당시 현대차는 인공지능(AI) 업체에 투자를 검토하면서 여러 회사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다. 기술에 대한 평가 기준과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고민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AI를 개발하는 회사들도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회사와 협력을 하게 된다면 자동차 회사들의 요구사항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자동차 관련 데이터를 판매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보수적인 자동차 업계와 자유로운 스타트업 간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오히려 협업이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스트라드비젼은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택한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먼저,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사항을 세밀히 파악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게 되면서 상용화를 위한 제품 개발에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완성차 회사들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던 점도 중요하다. 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AI 처리를 위한 실제 데이터를 얻게 되면서 스트라드비젼은 다른 경쟁 AI 업체들 대비 더 빨리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장에는 현대차의 새로운 스타트업 투자 방식도 도움을 줬다. 투자와 인수 후에 기술을 내재화하는 정책이 아니라 투자 업체의 성장을 뒤에서 도와주는 정책을 통해서 스트라드비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AI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전문 업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향후 과제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기존 마이컴에 딥러닝 가속기를 추가한 형태로 상용화할 것이 예상된다. 또한, 자율주행 레벨 4, 5 정도에서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페가수스 등 고가의 고성능 하드웨어 기반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칩세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저가이지만 인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베디드 프로세서, 성능과 인식률은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전력 소모가 부담되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에 가까운 하드웨어로 평가되고 있다. 아직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AI를 기반으로 하는 차량용 AI 칩세트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식 성능을 유지하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임베디드 하드웨어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AI 칩의 진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AI 칩세트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발표한 바 있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구글의 자율주행차에도 AI 칩세트가 적용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CES 2019와 IAA 2019에서 중국의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AI 칩세트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향후 AI 칩 중심으로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관련 시장 수요에 맞춰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더불어 관련 데이터의 획득과 학습도 중요해진다. 다양한 센서와 주행 상황, 국가별 특성에 맞춘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수집해 데이터 규모에서도 앞서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 딥러닝 분야에서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스트라드비젼이 딥러닝 기술 자체에만 몰두하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차 영역 적용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노력한 점이 성공의 큰 열쇠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좀 더 큰 활약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정구민 교수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휴맥스 사외이사,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국민대 인피니언센터 센터장, 국민대 현대오딘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전시회 참가와 관련 기술 분석을 통해 최신 기술 트렌드도 소개하고 있으며 국내 여러 기업의 기술 자문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