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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AI 전략 첫발 ‘데이터를 자산으로 관리하라’

데이비드 카이런(David Kiron),마이클 슈라지(Michael Schrage) | 280호 (2019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1.기업은 핵심성과지표(KPI) 포트폴리오가 조직의 전략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KPI를 선정하고, 측정하고, 최적화해야 한다.
3. 데이터를 하나의 자산으로 관리해 KPI를 개선하고 기계 학습에 활용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여름 호에 실린 ‘Strategy For and With AI’를 번역한 것입니다.



많은 기업인이 인공지능(AI)을 이해하고 회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 탐방에 나선다. AI 기술과 그 기술이 가져올 수많은 가능성을 숙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성지 순례가 확산되면서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스타트업 내부를 엿볼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까지 생겼다. 이런 투어에 참여한 임원들은 알고리즘 기술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뒤 과장된 홍보에 한껏 들뜬 상태로 회사에 복귀한다. 그리고는 직원들에게 목표 하나를 공통적으로 제시한다. AI로 개선할 수 있거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들은 AI를 활용하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게 성공의 필수 요소라고 믿는다.



의도는 좋지만 이런 믿음은 사실과 다르다. AI를 위한 전략(strategy for AI)을 짜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AI를 통한 전략(strategy with AI)을 짜는 것도 전략적 기회의 탐색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렇게 두 전략을 구분하는 것을 단지 말장난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조직이 진짜 효과적인 알고리즘 혁신을 이루기 위한 핵심 열쇠일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이 현실에서 성공하려면 두 전략은 상호 보완적인 동시에 상호 의존적이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과 그런 역량을 통해 도출된 전략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리돼야 하며 서로 다른 특징이 강조돼야 한다.

아마존이나 구글, 알리바바, 넷플릭스 같은 머신러닝 분야 선도자들은 파괴적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과 그 역량을 통해 도출한 전략을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경우 예외 없이 조직의 수익 감소나 불협화음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들 선도 기업이 철저하게 데이터와 분석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 기업의 리더들은 전략을 규정하고, 소통하고, 추진할 때 평가 지표에 많이 의지한다. AI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정량 척도에 대한 의존도도 함께 높아졌다.

본 연구는 머신러닝(ML) 시대의 기업 전략은 리더가 최적화를 위해 선택한 핵심성과지표(KPI)로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 내용’ 참고.) 이런 KPI는 고객을 중심으로 정할 수도 있고, 비용 관점에서 정할 수도 있으며, 프로세스나 투자자를 중심으로 정할 수 있다. 각 조직은 이런 KPI를 측정함으로써 가치, 책임감, 경쟁 우위를 창출한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전략적 KPI 포트폴리오를 명확히 정의 내리고 정당화하지 못하는 경영진은 전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가 풍부하고, 디지털 분석 도구를 갖추고,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는 시장에서는 AI가 어떤 KPI를 측정할 것인지, 그 KPI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한다. AI의 전략적 포부는 신중하게 선정한 KPI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최적화의 사업적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AI와 머신러닝을 위한 전략과 AI와 머신러닝을 통한 전략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하다. KPI가 전략적 포부를 최적화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때 전략적 KPI는 지능형 기계들이 최적화를 위해 학습해야 할 대상이 된다. 아마존, 알리바바, 페이스북, 우버뿐 아니라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일련의 전통적 기업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원칙들은 포괄적이면서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책임 있는 최적화’가 AI를 기반으로 한 사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이보다 더 수준 높은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감독하기는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이사회와 총괄 임원 모두 회사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KPI가 가장 중요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할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혁신적 변화를 위한 역량은 책임감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당신의 정체성은 당신이 정한 KPI가 당신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명확한 보완 관계

역사적 맥락과 선례가 중요하다. 무언가를 위한(for) 전략과 그것을 통한(with) 전략을 결합하는 것은 AI와 머신러닝에만 해당되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일례로 존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이끄는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이 석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가 초기 철도 산업이 제공했던 새로운 역량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동과 배송 등 물류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를 통해 더 광범위한 회사 전략을 구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오일은 규모의 경제를 철저하게 활용하는 동시에 유조차를 설계, 확보하는 방식으로 급팽창하는 물적 네트워크 안에서 수익을 독식했다. 1

좀 더 최근의 사례를 보자. 중견 기업들은 디지털 기반의 파괴적 스타트업들과 경쟁하려면 인터넷 활용 전략이 시급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곧 인터넷 활용 전략의 성패는 결국 인터넷을 통해 도출된 전략이 얼마나 성공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유통 업체들은 고객 경험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기반 옴니채널 전략을 많이 활용한다. 이런 기업들은 주로 온라인 쇼핑 고객들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한다.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때는 지오펜싱 앱(geofencing app, 사용자가 특정 위치에 도착하거나 벗어나는 것을 알려주는 앱)이 고객의 매장 도착 소식을 회사에 알려준다. 그럼 곧이어 매장 직원들이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을 찾는 것을 도울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이런 매끄러운 경험 뒤에는 인터넷을 위한 전략과 인터넷을 통한 전략이 결합돼 있다.

기업이 어떤 역량을 개발하거나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그 역량을 통해 전략을 도출하는 것은 조직적, 문화적, 운영적 측면에서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 두 활동은 서로 보완 관계에 있다. 탄소 흔적이나 폐기물을 줄이는 등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과 그 기업이 공동체 안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 관련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별개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AI를 위한 전략을 AI를 통한 전략의 대안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기회를 중심으로 KPI 우선순위 정하기

그렇다면 AI를 통한 전략은 실제 무엇을 의미할까? AI 전략도 기업의 다른 전략들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리더들이 일정 기간에 걸쳐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우선시하는 내용을 뜻한다. 이런 전략은 조직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과 이유를 명확히 제시한다. 이런 조직의 목표에는 탁월한 고객 경험과 만족, 매출 성장과 수익성 증대, 시장점유율 증가, 경쟁사의 앞선 혁신 역량을 재빨리 따라잡는 능력 등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인 전략이 무엇이든 모든 조직은 사실상 그 전략의 바람직한 결과가 가지는 특징을 도출하고, 이를 조직 안팎에 전달하기 위해 상응하는 척도들을 개발한다. 조직의 KPI, 목표와 핵심 성과(Objectives and Key Results, OKR), 균형 성과표(Balanced Scorecard)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지표들은 조직에 속한 인간과 알고리즘의 책임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개 기업들은 보통 KPI를 정할 때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항목들을 반영한다. 반면, 비공개 기업들은 판매가를 극대화하고 기업공개(IPO)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적 KPI들을 조정한다. 머신러닝으로 역량이 향상된 데이터 기반 시스템들은 조직의 이런 목표들을 수치로 산정할 수 있다.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은 이제 머신러닝 기술을 채택하지 않고는 전략적 KPI의 최적화를 의미 있게 논할 수 없게 됐다.

예를 들어, 우버는 회사의 승차 공유 플랫폼과 식품 배달 사업을 최적화하기 위해 수백 개의 머신러닝 모델을 가동한다. 우버는 머신러닝 역량을 구축하고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우버가 호출 가능한 공유 차량들이 많든 적든 고객과 운전자를 위해 차량 예상 도착시간(Estimated Time of Arrival, ETA)을 정확하게 추정하는 능력은 아주 중요하다. 이 시장의 경쟁 판도를 가를 수도 있다. 우버에서 머신러닝 플랫폼을 책임지는 제레미 헤르만(Jeremy Hermann)은 이렇게 말한다. “정확한 ETA를 파악하는 일은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회사는 이렇게 파악한 ETA를 수많은 내부 시스템에 입력하고, 서비스 가격과 운전 경로 등을 결정하는 데도 활용합니다. 문제는 정확한 ETA를 산정하는 게 엄청나게 어렵다는 점이죠.” 2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객과 운전자의 기대, 요금, 음식 픽업과 배달 등 사업에 아주 중요한 성과들은 모두 탄탄한 ETA 분석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버는 ETA를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헤르만은 이렇게 강조했다. “우버의 지도 서비스 팀은 ETA 기본값을 구하기 위해 구역별 운행 경로를 제시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ETA 기본값들이 일관된 오류 패턴을 보였습니다. 지도 서비스 팀은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하면 그런 오류까지 예측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런 머신러닝 모델을 도시 단위로, 나아가 글로벌 단위로 활용하면서 ETA 정확성이 극적으로 향상됐습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ETA의 평균 오류율이 50% 이상 감소했으니까요.” 3


DBR mini box I: 연구내용
본 글은 107개국에서 20여 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임원, 간부, 분석 담당자 3225명을 대상으로 2018년에 수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필자들은 이 조사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17명의 기업 임원 및 학자들을 만나 30∼60분간 인터뷰를 진행했고, 리더십 도구로서 KPI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 중 일부는 2018년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발표된 ‘Leading With Next-Generation Key Performance Indicators’ 보고서에 실렸다. 본 글은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전략적 지표를 확인하고 최적화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보고서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한층 더 확장했다.



글로벌로 확장 가능한 효과적인 머신러닝 모델이라는 점에만 집중하면 자칫 더 중요한 사실을 놓칠 수 있다. 바로 우버가 ETA라는 KPI를 안정적으로 달성하지 않는다면 운영, 전략적 포부들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ETA 결과가 엉망으로 나온다면 우버는 ‘저렴한 비용’이나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이동 및 배달 서비스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ETA의 안정성을 위협할 만한 기술적, 조직적, 운영적 변화들은 생산성을 오히려 저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버는 정확한 ETA 예측과 충돌하거나 경쟁할 만한 KPI는 빼거나 그 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이 안정적인 KPI의 달성을 막는지 제약 요소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전략의 본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4 일단 이 같은 가드레일을 치면, 원치 않는 결과를 최소화하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은 KPI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기업 전략의 필수 요소라는 점이다. 조직에 가장 중요한 것과 조직이 가장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KPI 항목의 순위를 매겨야 한다. 항상 깨어 있는 빅데이터 세상에서 조직의 측정 시스템은 곧 조직의 전략이다.

회사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가장 적절한 ‘지표들의 조합’을 결정하는 일은 임원의 필수 임무다. 예컨대, 고객 중심의 전략은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V)를 통해 최적화할 수 있을까? 아니면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과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의 조합을 통해 최적화할 수 있을까? 어떤 고객 세그먼트에 대해 고객 만족도나 충성도보다 수익성을 먼저 고려해야 할까? 알고리즘이 점점 더 똑똑해지는 상황에서 조직의 리더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을 기꺼이 찾아 나서야 한다. AI는 그런 작업을 실현 가능하고, 저렴하고, 바람직하게 만들 수 있다. 5


본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최적화 작업에서 바람직한, 혹은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적 성과들을 규정하려면 선택된 지표들을 꼼꼼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머신러닝이 경영 현황을 측정하고 측정 지표를 관리한다면 이런 지표들은 전략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주도한다. KPI를 달성하고 새로운 KPI를 제시하는 것은 스마트 기계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선 학습이 필요하다.

AI의 역할을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으로만 한정하면 안 된다. 리더들은 AI의 주된 역할이 전략의 수립 및 실행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KPI가 전략을 세우고 이를 조직 내 전달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면 전략은 본질적으로 측정 시스템과 분리될 수 없다. 본 연구 결과를 보면 AI는 어떤 KPI를 최적화할지, 어떻게 최적화할지에 대한 전략가의 선택에 변화를 준다. 결국 전략이란 AI나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KPI를 최적화하는 것과 같다.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 살펴보기

머신러닝은 선행 KPI와 후행 KPI의 최적화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준다. 맥도날드는 이 두 가지 지표를 명시적으로 결합해 다면적 성장 계획을 주도한다. 이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전략적 포부는 맥도날드가 부모들에게도 호감을 주는 가족들의 외식 공간으로 다시 자리 잡는 것이다. 이때 맥도날드의 후행 지표는 13세 이하 자녀를 둔 가족들의 방문 횟수 증가다. 선행 지표는 맥도날드가 ‘내 자녀를 데려갈 수 있는 행복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든 증거다. 맥도날드의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실비아 레그나도(Silvia Lagnado)의 말이다.

‘내 자녀를 데려갈 수 있는 행복한 곳’이라는 지표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측정한다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매우 어렵다. 소비자 설문 조사 결과는 조사에 응한 사람들의 의견이기 때문에 표본이 편향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머신러닝 기반의 심리 분석을 활용하면 이런 접근법을 개선할 수 있다. 이 기법은 지리적 정보가 태그된 다량의 트위터 데이터와 기타 데이터 묶음을 분류한다. 이렇게 하면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사용자들의 댓글들과 해당 지역의 웰빙 수준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유타대(University of Utah)의 한 교수 집단은 이런 방식으로 머신러닝 활용을 위한 청사진을 개발했다. 6

이런 식의 머신러닝 매시업(mashup, 여러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합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역주)은 학계와 기업 조사의 표준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맥도날드는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KPI를 더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가족 중심의 광고나 메뉴 옵션, 매장 프로모션 등을 통해 가족 단위 방문 비중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매장 프로모션이 부모들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전략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돈을 들인다고 매출이나 수익이 극대화하는 것은 아니다. 최적화의 참된 의미는 이 지표들 간의 균형을 생산적으로 맞추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기계들은 이 같은 사실을 학습해야 한다.

DBR mini box II: 최적화 대상 학습하기
이미 알고 있는 KPI를 최적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략적 측면에서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적절히 훈련된 머신러닝 모델은 새롭고 참신한 KPI를 식별하고 추천하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 즉 기계가 전문가의 지침 없이도 회사의 KPI를 ‘발견하는 법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감독이 필요한 학습과 감독이 필요하지 않은 학습의 차이다. GE 헬스케어 부문의 CMO인 글렌 토마스(Glenn Thomas)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회사의 데이터 과학팀은 측정해야 하는 KPI를 선정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사실상 데이터를 끓여서 KPI를 수증기처럼 뽑아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렌 토마스는 이렇게 도출된 참신한 KPI가 무엇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아이러니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토마스와 그의 마케팅/데이터팀 직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KPI를 발견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케팅, 프로모션, 고객 관계 및 참여 영역에서 기술은 ‘최적화를 위한 학습’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는 무엇을 최적화할 수 있고, 무엇을 최적화해야 하는지 제안하는 단계에 왔다.



맥도날드는 2019년 3월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추천을 하는 이스라엘 기업 다이내믹일드(Dynamic Yield)를 3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는 다이내믹일드가 가진 기술 도구들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지역의 인구통계학적 특징, 고객의 이전 주문 내역, 날씨, 시간대, 기타 요인을 바탕으로 메뉴를 추천하는 다이내믹한 디지털 메뉴판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웹 호스팅 및 인터넷 레지스트리(Internet registry, 인터넷 주소 자원을 관리하는 것-역주) 분야의 혁신 기업으로 기업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고대디(GoDaddy)도 데이터 중심의 선행, 후행 KPI를 활용한다. 애리조나주 스카츠데일(Scottsdale)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시장 가치는 2016년 이래 2.5배 넘게 성장했다. 전략적 KPI와 머신러닝, 두 영역에 대한 회사의 헌신이 이 같은 성장을 견인했다. 고대디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앤드루 로 아 키(Andrew Low Ah Kee)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회사가 보유한 대량의 데이터 묶음을 가지고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큽니다. 단순히 거래 기간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생애가치를 극대화하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신러닝 모델을 교육할 겁니다.” 7


로 아 키가 깨달은 것은 조직 리더들에게는 최적화를 위한 기간과 ‘목표 기능’을 선택해야 할 의무와 책임감이 있다는 점이었다. 고대디는 고객생애가치를 강조한 덕분에 근시안적인 태도와 고객 경험의 질을 낮추는 요소들을 줄일 수 있었다. 고객생애가치는 과거의 구매 행동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매출과 비용, 고객 충성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됐다. 로 아 키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저 거래 관계로만 고객을 대하지 않고 회사가 고객의 성공에 도움을 주면 훨씬 더 높은 고객생애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기간을 연장하기 시작하면 불협화음도 어느 정도 줄어듭니다.” 단기적 전술에만 초점을 맞추면 장기 목표를 놓치기 쉽다.



스마트한 균형 찾기

전략은 그 기업이 KPI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투자하고, 관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지 볼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KPI와 그 지표들 간 관계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전략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회사의 기계들이 KPI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확히 말하자면 이 맥락에서 최적화는 극대화를 뜻하지 않는다. 원하는 전략적 성과를 내기 위해 KPI 간 균형을 신중하게 계산하고 조정하며, 최적의 비율을 산술적으로 학습한다는 것을 말한다. 경쟁과 보완 관계에 있는 KPI 항목들 간 균형점을 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별 KPI 항목을 단순히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최적화하면 그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의존 관계를 무시하게 된다. 어떤 KPI 포트폴리오든 개별 KPI 항목의 가중치와 균형을 잘 파악하고 계산해야 한다. 이는 전략적 최적화의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난관이기도 하다. (DBR mini box III ‘핵심 성과 지표와 윤리적 전략’ 참고.)

항공사와 호텔 등 여행 관련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수익 관리’용 머신러닝 모델들의 경우 알고리즘 자체는 계속 개선되고 있지만 이런 전략적 난관은 더 커진다. 매출 증대라는 KPI는 고객 만족도와 순추천지수 KPI와 어떻게 균형을 이뤄 최적화할 수 있을까?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에게 일반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우대 요금이나 서비스 묶음 상품을 제공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최고의 고객들’을 위한 최적화 방법을 배울 때와 일반적인 고객들을 위한 최적화 방법을 배울 때는 서로 다른 데이터 묶음과 기대치가 작용한다. 고객 충성도와 자산 수익화 마진 간 최적의 균형은 어떤 모습일까? 스마트한 기계들은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의 통찰력과 감독을 최소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유사한 예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초단타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이들은 수익성 있는 거래 빈도를 극대화하고 시간당, 일당, 주당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규제 당국의 개입이라는 위험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길 바란다. 여기서 하나의 KPI는 수익으로 ‘거래별 수익’이나 ‘거래 전략별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KPI는 회사의 거래 패턴이 외부 조사를 유발하지 않게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스마트한 기계들은 이런 균형을 맞추는 법을 학습할 수 있다. 특정 거래가 아닌 특정 규제 기관의 위험을 가늠하는 지표는 무엇일까?

모든 조직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할 때 이런 충돌과 모순에 직면한다. 정답은 없다. 어떤 KPI는 회사 리더들이 전략적 포부를 더 잘, 최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월등한 가치와 통찰력을 제시한다. 머신러닝 모델들은 이런 지표에 더 높은 가중치를 주는 작업을 맡는다. 지역적 최적화와 글로벌 최적화도 조정한다. 결론적으로 머신러닝과 AI 역량 없이 KPI 포트폴리오에 대한 ‘최상의’ 전략적 균형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DBR mini box III: 핵심성과지표와 윤리적 전략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의 유튜브 사업 부문은 동영상 실적을 측정하기 위해 최근 2년간 두 가지 새로운 평가 지표를 도입했다. 그중 하나는 동영상 댓글을 읽고 쓰는 것을 포함해 사람들이 유튜브에 머무는 총시간을 추적하는 것이다. 해당 클립을 시청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또 다른 하나는 ‘퀄러티 시청 시간(quality watch time)’이라 불리는 척도다. 이 척도는 단지 사용자들을 핸드폰에 붙잡아 두기만 하는 콘텐츠보다는 건설적인 결과를 낳을 만한 콘텐츠를 찾는다는 점에서 ‘착한 통계’ 지표다.

이런 변화들은 광고주와 더 폭넓은 대중에게 호감을 산 동영상에 대해 보상을 주기 위해 이뤄졌다. 동시에 유튜브 서비스가 중독성이 강하고 사회를 좀먹는다는 비난을 방지하는 데 일조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유튜브의 성공을 위해서는 올바른 척도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부적절하거나 극단적 시각을 가진 소수 열성분자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끄는 동영상들의 존재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은 유튜브가 유해 콘텐츠 확산을 막지 못했던 과거의 실패를 만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데이터의 필수 역할

데이터를 위한, 또 데이터를 통한 기업의 전략이 없으면 AI를 위한, 또 AI를 통한 기업 전략도 있을 수 없다. 데이터 전략은 머신러닝과 역동적 최적화를 위한 필수 요소다. 우버와 맥도날드, 고대디 사례가 보여주듯이 예상 도착 시간, 행복한 가족, 고객평생가치 등 전략적 KPI를 최적화할 수 있을지는 데이터의 양과 속도, 다양성, 품질에 달려 있다.

따라서 데이터 관리가 핵심이다. 기업은 어떤 데이터가 KPI를 개선하고 높일 수 있을지, 또 어떤 데이터가 기계 학습을 촉진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여기저기 분산되거나 단절된 데이터들을 통합하고 분석하는 디지털 프로세스와 플랫폼으로 회사의 AI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거대 기술 기업과 점점 더 많은 전통 기업이 종합적인 데이터 전략과 실행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명시적으로, 철저히, 그리고 집요하게 데이터를 하나의 자산으로 관리한다. 이런 접근은 우수한 기술만큼이나 기업을 다른 기업과 운영, 문화적 측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기업들은 데이터에서 가치를 도출해내는 임무를 직원들과 프로세스에 맡긴다. 동시에 최고데이터책임자(CDO),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랭글러(data wrangler, 원데이터를 가공하는 사람-역주)들을 고용한다. 이런 가치의 대부분은 점점 더 데이터가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믿음직스럽게 기계를 훈련하는지에 좌우된다.

불행히도 기업의 데이터 관리와 전략적 AI 활용 간에 명쾌하고 확실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최근 포브스인사이트(Forbes Insights)에서 최고경험책임자(CXO)들을 대상으로 AI와 머신러닝에 관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고위급 임원 4명 중 3명은 AI가 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요소를 이룬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사에 참여한 임원들 중 회사가 데이터 전략을 이미 실행 중에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1% 정도에 불과했다. 회사가 본격적인 ‘데이터 감독’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 사람은 고작 2%였다. 8


안타깝게도 이런 결과는 필자들의 조사 내용과도 일치한다.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최적화 전략을 성공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실행하려면 데이터를 반드시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힘든 도전이다. 조직이 효과적인 머신러닝 플랫폼과 프로세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데이터 플랫폼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역설적인 것은 전략적 AI를 위해 활용할 만한 시의적절하고, 관련성 있고, 가치 있는 데이터를 대량 보유한 회사가 아주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가 열정과 역량 부족으로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경우에는 데이터가 회사의 KPI나 전략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지 못한다. 회사가 전략적 KPI를 활용해 데이터 자산의 우선순위를 전략적 포부에 맞게 정하고 조정하려는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경우, AI와 관련된 회사의 열망은 한층 더 약해진다. 이런 격차로 인해 AI를 위한, 혹은 AI를 통한 전략들은 힘을 잃게 된다.

록펠러의 철도나 인터넷처럼 AI와 머신러닝도 엄청나게 강력한 전략적 역량이다. 계산 능력이 사업 최적화의 경제성을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AI와 머신러닝이 적절히 개발되고 활용된다면 이런 기계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위해 더 저렴하게, 더 빠르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실제로 학습할 수도 있다. AI를 위한 전략은 기업의 리더들이 최적화하려는 전략적 포부와 목표, 사업 성과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보다는 덜 중요하다. 머신러닝은 운송이나 통신과 마찬가지로 목적지로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운송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통신을 위해서는 또 무엇이 필요할까? 최적화를 위해서는? AI와 머신러닝은 이론과 실천 측면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이런 기술들이 가진 전략적 기회와 영향력은 기업이 본인과 고객을 위해 가치를 최적화하는 방식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정의하는 계기가 된다. 11432.png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데이비드 카이런(David Kiron)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의 편집장이다. 마이클 슈라지(Michael Schrage)는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디지털 경제 이니셔티브(Initiative on the Digital Economy) 연구원이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0416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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