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Interview :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앞으로 쌓일 데이터 감당할 수 있나요?
기업-정부, 클라우드 핵심 인력 육성해야”

280호 (2019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가상 저장 공간이라는 ‘빌딩’을 임대해주는 업체라면 국내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은 각 입주 기업에 최적화된 리모델링과 이사를 전담해주는 업체다. 기업들이 기존의 낡은 시스템에서 최신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돕는 베스핀글로벌의 창업자 이한주 대표는 기업의 클라우드발(發) 혁신이 가능한 이유로 ‘쓸데없는’ 데이터까지 긁어모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데이터 저장과 인공지능(AI) 활용의 기회비용이 낮아지면서 “무슨 쓸모가 있는데?”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일단 쌓아두고 보면 된다는 것. 또 클라우드는 컴퓨팅 파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 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유공사는 과거 슈퍼컴퓨터 대여섯 대를 사고 조 단위를 들여야 했던 석유 시추 시뮬레이션을 알리바바 클라우드에서 몇천억 원에 수행하게 되면서 투자액을 30∼70% 아꼈다. 이 대표는 컴퓨팅 자원을 가장 많이 쏟아붓는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AI 역량이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클라우드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오주현(숙명여대 글로벌협력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PC와 서버(대형 컴퓨터)를 점점 없애고 있다. 거대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의 가상 저장 공간과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 소프트웨어를 월정액 또는 정량제로 구매해 쓰는 게 훨씬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자체 데이터센터를 버려야 역설적으로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과 천재적인 인력을 가진 IT 공룡들이 앞다퉈 인프라에 투자해주니 빌려 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녹슬고 머잖아 시대에 뒤떨어질 설비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투자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몸집이 가벼워져야 더 빨리 뛸 수도 있다.

반대로 이런 기업 고객들의 선택을 받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실현해야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은 불꽃 튀는 설비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276억 달러), 구글(251억 달러), MS(158억 달러) 등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지배하는 3사가 지난 한 해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돈만 총 685억 달러, 한화로 80조 원에 육박한다. 물론 투자액 전부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아마존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추격전이 벌어지면서 상당액이 데이터센터 확충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이런 독과점 기업들의 ‘쩐의 전쟁’ 한복판에 영세한 스타트업이 뛰어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연 10조 원을 가뿐히 넘는 투자액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2015년 10월 설립 4년 만에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면서 임직원 850명의 회사로 성장한 B2B 정보기술(IT) 기업 ‘베스핀글로벌’이다.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한 이한주 대표(47)는 약 4년 전 ‘거인이 되지 못할 바에야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겠다’는 생각으로 기업들의 클라우드 시스템 설계와 운영을 돕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마존, MS, 구글이 가상 저장 공간이라는 ‘빌딩’을 임대하는 업자라면 각 입주 기업에 최적화된 리모델링과 이사를 도와주는 업체를 만든 셈이다. 그리고는 지난 4년간 삼성전자, 현대차, LG 등 한국 대기업부터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국영기업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며 빠르게 영토를 넓혔다. 클라우드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클라우드가 대세로 자리 잡을수록 시장 기회는 커졌다. 몸집을 키우느라 바쁜 거대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이 개별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 과정을 A부터 Z까지 일일이 다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기업에 쌓인 서버와 데이터, 사내 규정과 보안 정책 등으로 얽혀 있는 낡은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건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기업의 어려움을 간파해 B2B 클라우드 솔루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금까지 680여 곳에 달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베스핀글로벌이 과거 액센추어나 딜로이트 같은 기성 IT 컨설팅 기업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 여전히 클라우드 시장에 기회가 무궁무진하며 앞으로는 클라우드를 쓰는 기업과 쓰지 않는 기업의 경쟁력 차이가 나날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 대표를 DBR이 만났다. 이제 클라우드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그로부터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최적의 클라우드를 선택하고, 이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들어봤다.



전 세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늘날 기업이 키워야 할 가장 귀중한 자산은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지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쌓인 데이터가 1이라고 하면 앞으로 생겨날 데이터는 10, 100쯤 된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서버와 컴퓨팅 능력이 필요해질 것이다.

가령, 자동차 회사를 생각해 보자. 지금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어떤 모델에 무슨 부품이 들어가는지, 어떤 상품이 어느 나라에서 많이 팔리고, 누가 사는지 정도의 고객 정보는 갖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이 정도의 데이터양으로는 어림도 없다. 고객이 어떤 스타일로 운전을 하는지, 얼마나 속력을 내고 자주 턴을 하는지, 목적지가 어디인지 등의 정보까지 수집해야 한다. 이렇게 엔진에서 나오는 데이터, 기계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쌓일 텐데 이걸 저장하고 활용하려면 지금까지의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클라우드로 전환해야만 한다.


빅데이터 분석이 기업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클라우드를 도입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지금까지의 빅데이터는 엄밀히 말하면 ‘빅(big)’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객들의 24시간 365일의 모든 동선이 데이터로 쌓이게 될 것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저장 용량의 한계가 있으니 ‘쓸데없는’ 데이터까지 다 긁어모을 수가 없었다. 용량을 늘리는 게 전부 다 비용이니까 “이 데이터로 어떻게 돈을 벌 건데?” “무슨 쓸모가 있는데?”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만 사업 승인이 났다. 그러나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다르다. 돈이 예전만큼 안 드니까 일단 데이터를 쌓아놓고 보면 된다. 먼저 명분을 만들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과 닥치는 대로 모은 뒤 인사이트를 찾는 것 중 어느 쪽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쉬울까? 당연히 후자다.

처음 스마트폰 단말기에 카메라를 달던 사람이 인스타그램의 등장을 상상이나 했겠나. 일단 카메라가 달렸기 때문에 그 이후에 똑똑한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만든 것이다. 미리 결과를 예상하고 사업계획서를 쓰는 일 자체가 혁신을 죽인다. 클라우드의 가치는 사업계획서를 쓸 필요가 없게 만든다는 데 있다. 실패 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실패하면 어떡할래?”라는 질문에 쫄 필요가 없다. “그까짓 거 해봐, 얼마 안 들어”라는 자세가 혁신의 원천이 된다.



기업들이 신규 시스템뿐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수고로움을 감수할까.
클라우드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클라우드로 이전한 기업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석유공사(Petro China)는 광활한 대지 어디에서 석유가 날지 예측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무한 반복한다. 석유 시추가 회사를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에 이 시뮬레이션에만 조 단위를 투자한다. 지질 샘플을 오랜 기간에 걸쳐 일일이 테스트해도 결과가 불확실하니 베팅에 앞서 수차례 돌다리를 두들겨보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컴퓨팅 파워가 엄청나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컴퓨터를 많이 쓰는 대표 산업이 석유화학이다. 그런데 중국석유공사는 알리바바 클라우드로 이전함으로써 이런 투자액을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아꼈다. 과거에는 슈퍼컴퓨터 대여섯 대를 사고 조 단위를 들여야 했던 걸 몇천억 원에 빌려 쓸 수 있게 되면서 비용을 아낀 것이다. 이렇게 경쟁사들이 하나둘 클라우드로 옮겨가게 되면 그때부터는 기업이 수고롭더라도 클라우드로 가지 않고는 시장에서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다.


고객사인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전환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를 예로 들면, 스마트TV가 고객과 상호작용(interaction)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삼성 TV를 시청할 때 어떤 부분에서 오작동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해당 모델의 결함을 곧바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반영할 수 있다. 또 고객 동의하에 시청자가 TV를 몇 시간 시청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 고객 사용패턴과 기호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시스템을 클라우드 시스템상에서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 회사의 역할이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려면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반도체사업부도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컴퓨팅 자원과 ICT 기술을 가장 많이 쓰는 분야가 반도체다. 반도체 칩을 디자인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많이 돌린다. 회로를 바꿀 때 어떤 성능이 나올지 생산 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는 데만 매년 몇십만 대의 서버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소위 ‘초격차’를 일으키고 이익을 내려면 이 정도 예산은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 해마다 최상급 서버를 밥 먹듯이 산다. 그런데 중국, 대만의 경쟁사들이 클라우드를 써서 무제한의 컴퓨팅 자원을 확보한다면? 시뮬레이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고 가격 경쟁력에서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종국에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 같이 클라우드로 갈 것이다.



신생 B2B IT 기업이 어떻게 단기간에 68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었나.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은 항상 변두리, 중요하지 않은 시스템에서부터 시작해 확신이 생기면 점점 중앙으로 퍼진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외곽에서 작게라도 시작해 클라우드의 유용성을 입증해가는 전략이 효과적인 것 같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처음부터 한국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중국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구축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데서 출발했다. 당시 중국 IT 시스템이 한국 데이터센터 내에 있다 보니 물리적 거리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속도가 느려지고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또 매년 11월11일 중국 싱글데이 1 에 폭주하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서비스 속도가 빨라지고 트래픽 폭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갑작스러운 인프라 증설에 드는 돈이 절약되면서 운영비도 30%가량 절감됐다. 중국 고객 데이터를 한국에 저장하는 데 따른 컴플라이언스 문제도 해결됐다. 이렇게 신뢰가 생기면서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까지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맥주 제조사인 AB인베브도 마찬가지다. 한국 지사에서의 성공적인 클라우드 이전을 계기로 중국 지사에서도 한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있다. 벤츠나 BMW도 한국 법인에서 성과를 보여 중국 법인에도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이런 식으로 큰 기업의 국지적 시스템을 겨냥해 평판과 업력을 쌓은 게 베스핀글로벌이 3년 반 만에 영업망을 빠르게 넓힐 수 있었던 비결 같다.


화장품, 맥주 등 안정적인 소비재 기업들까지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이유는.
요즘 소비재 기업들은 경쟁사가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몰라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다. 화장품 사업만 해도 예전에는 큰 생산 공장을 짓고 광고 마케팅 비용도 공격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런데 이제는 생산은 외주로 맡기면 되고 마케팅은 유튜브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면 되다 보니 경쟁사가 크게 늘었다. 기존 화장품 기업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신생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예전처럼 포커스그룹과 마케팅 설문을 이용하는 정도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고객을 잘 알고, 디지털 마케팅을 해야 한다. 디지털 마케팅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모으는 데 클라우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맥주 업계도 똑같다. 예전에는 소비자 선택지가 OB맥주 외에 별로 없으니 유명 모델 광고만 내보내도 불티나듯 팔렸다. 그러나 이제는 수제 맥주, 제주맥주 등 얼마나 종류가 많나. ‘카스’ 하나 팔아 먹고살던 시절은 지났다. 데이터가 필요해졌다. 맥주회사들도 사람들이 어디에 놀러 가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맥주를 찾는지 등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에 드러나는 소비 행태를 분석해 생산, 판매에 활용해야만 시장 지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전환해 새로운 디자인, 기획, 마케팅,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 현황은.
많은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내 데이터가 얼마나 클라우드로 옮겨갔는지 살펴보면 아직은 전환율이 3% 미만에 그친다. 그러나 매년 활용 분야가 10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환율이 1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업종별로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규제도 다르고 업종 특성상 오랫동안 써왔던 전통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한꺼번에 옮기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이 대표적이다. 클라우드를 쓰더라도 과거 데이터베이스(DB)를 연동해야 하는데 민감한 개인 금융정보를 건드리기가 어렵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기존의 프라이빗(폐쇄형) 클라우드와 새로운 퍼블릭(공용) 클라우드 시스템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문사도 클라우드 전환이 더딘 업종이다. 콘텐츠 생성은 잘하는데 독자와 접점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취약하지 않나. 과거에는 독자들이 어떻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소화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고, 인터넷 매체가 나타나면서 독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이제는 독자 행동 패턴 등 데이터를 이해하고 연결되지 않으면 사업이 잘되기 힘들다. 따라서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할지 부단히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은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클라우드 전환을 주저하는 것 같다.
보안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프라 단위의 보안이 잘돼 있더라도 개별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우드에 올라가면서 생기는 보안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보안 체계가 더는 먹히지 않으므로 새 코드를 짜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예전에는 기업의 보안이라는 게 담을 쌓아 올리는 작업과 같았다. 그러나 클라우드에는 담을 쌓을 수 없다. 남이 깔아놓은 공용 인프라에 각자의 애플리케이션을 올리는 것이지 않나. 판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클라우드를 보안 때문에 도입하지 않거나 주저한다는 건 핑계다. 남이 깔아준 판이니까 보안이 더 나쁘다고 단언할 만큼 기업들이 현재 시스템 보안에 자신이 있나. 그건 결코 아니다. 클라우드 도입을 안 한 금융사들을 보면 지금도 다 보안 걱정뿐이다. 이제껏 터진 보안 사고만 봐도 기존 시스템에서 생겼지,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생긴 적은 거의 없다. 클라우드 시스템이라고 보안이 100% 완벽하진 않겠지만 미비한 점은 개선해나가면 된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AI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여러 AI 소프트웨어를 각 기업에 맞게 효과적으로 이식하도록 돕는 게 베스핀글로벌의 역할이다. 빅데이터와 AI는 공동 운명체다. 데이터를 창고에 쌓아 두기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나.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사람이 하던 이 작업을 점점 AI가 대체하고 있다. 기업이 숙련된 AI 인력과 기술을 다 갖출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경쟁에서 뒤처진다. 준비가 안 돼서 못한다는 논리가 당장은 합리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체하는 게 가장 큰 위험이라는 걸 몰라서 하는 얘기다. 클라우드 업체들이 제공하는 최신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서 내부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최근에는 자동차 업계가 AI 기술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아차, 현대차, 폴크스바겐, BMW, 재규어, 도요타 등이 모두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도요타는 1년에 10조 원씩 쏟아붓는다. 기아차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안면 및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해 운전자를 인식하고 있다. AI가 운전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개인에게 최적화된 자동차 환경을 맞춤으로 세팅해주고, 확인되지 않으면 자동차의 기능 대부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또 다른 예로 산업 차량과 건설기계를 만드는 현대건설기계도 AWS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전환하면서 AI를 수요 예측에 활용한다. 지금까지는 주먹구구식의 수작업으로 해왔던 수요 예측을 AI 소프트웨어가 도와주면서 정확하고 빠른 예측을 바탕으로 생산 계획을 세우고 적재적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렇게 클라우드에 많이 투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현대차와 우버 중에 누가 나중에 자율주행차를 더 잘 만들까. 자율주행차를 만들려면 앞서 말한 운전자에 대한 빅데이터도 필요하고, 그 데이터를 심을 기계도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같이 가야 한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마진율이 4∼6%인데 소프트웨어는 30∼50%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제조사들은 힘들게 하드웨어를 생산했는데, 정작 이익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다 가져갈까 봐 불안해 한다. 결국, 하드웨어 업체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소프트웨어 업체를 상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클라우드 업체로 변신하는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끊임없이 데이터를 모으고, AI 혁신기술을 접목하고,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글로벌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마진율을 4∼6%에서 30∼50%로 끌어올려야 한다.

자동차를 자동차 비즈니스, 가전을 가전 비즈니스로 하면 안 된다. 현대차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위에서 구독 비즈니스가 돼야 한다.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끊임없이 서비스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자동차, 가전은 고객과 5∼7년에 한 번씩 만나는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매일 1초, 1분 단위로 고객과 상호작용하지 않나. 여기서 데이터 격차가 생긴다. 고생해서 하드웨어를 만들어놓고 5∼7년에 한 번씩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5G(5세대 통신)가 상용화하면서 통신사들도 클라우드에 관심이 많다는데.
5G는 클라우드만큼 큰 혁신이다. 사람들은 5G를 무선통신기술 정도로만 알고 큰 용량의 영화를 빠르게 다운로드하는 정도의 변화를 떠올린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5G 환경에서 IoT, 스마트시티, 디지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AR/VR 등 다양한 분야의 요구를 수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에지 클라우드 2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데이터가 단말기에서 중앙 기지국으로 전송되고, 기지국에서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그런데 이렇게 기지국에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네트워크 지연이나 데이터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기존 4G보다는 훨씬 빨라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초저지연’이 핵심인 5G 환경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기지국에 클라우드를 심어 기지국에서 클라우드로 넘어가는 과정을 건너뛰어야 한다. 클라우드를 더 빨리 사용하기 위해 5G에 특화된 에지 클라우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데이터 수신 단계를 줄여주는 에지 클라우드가 왜 중요할까. 실시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게임은 플레이어들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자마자 동시에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중앙 클라우드를 거쳤다 오면 느려진다.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자동차가 주행하다가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데 클라우드에 갔다 오는 동안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아예 컴퓨팅 자원을 자동차, 즉 에지에 심는다. 자동차에서 데이터를 바로바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5G 클라우드가 미칠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
전 세계를 휘어잡을 수도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5G를 최초 상용화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파고들어야 한다. 5G가 개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통신 잘 안 터진다고 불평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은 5G 클라우드에 달린 만큼 미래를 보고 베팅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소니 TV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빨리 내다봤기 때문이다. HD TV를 먼저 개발한 일본이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이미 일본에 10∼20년 뒤처져 있던 아날로그 TV로 경쟁하지 않고 디지털 전환에 올인해 소니를 제칠 수 있었다. 이동통신에도 여러 가입자의 디지털 신호를 동시다발적으로 전송하는 TDM(시간분할다중) 방식과 CDM(코드분할다중) 방식이 있는데, 당시 전 세계 트렌드였던 TDM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CDM을 선택한 결과 대한민국이 CDM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게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되는 바람에 삼성전자의 무선 단말기가 뜨고 세계를 제패한 것이다. 5G 클라우드가 그다음(next big thing)이 될 것이다.


국내에 클라우드 관련 산업에 종사할 인력은 부족하지 않나.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클라우드 혁신이 나오기 위해서는 약 30만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공급은 2000여 명에 불과하다. 턱없이 모자라다. 클라우드를 모르는 엔지니어들이 클라우드를 아는 엔지니어보다 많다 보니 기업 내에서도 당연히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입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도태될 수 있기에 지금이라도 관련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과거에는 교육이 어린 학생들 대상이라는 인식이 짙었는데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존 사내 인력을 어떻게 재교육할지가 더 화두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인재 양성에 더 힘써야 한다. 인도가 지난 2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2000년 Y2K(밀레니엄버그)였다. 인력이 넘쳐나다 보니 1998∼1999년 엔지니어들에게 수작업으로 기업들이 갖고 있던 연도 시스템을 두 자릿수에서 네 자릿수로 바꾸는 일을 시켰고, 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돼 인도에서 시가총액 45조 원의 ‘인포시스’란 인력 아웃소싱 업체가 탄생했다. 이제는 클라우드 인력에 투자해야 이런 인포시스 같은 기업들을 키울 수 있다. 한국에는 클라우드 엔지니어가 수십만 명 필요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수천만 명이 필요하다. 모든 IT 시스템이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는 과도기인 만큼 인재를 키워 놓으면 이 인력들이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에 인재가 많아지면 해외 기업들이 한국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국가의 미래를 바꿀 정도의 기회라고 본다.


비(非)엔지니어도 클라우드를 배울 수 있나.
그렇다. 지금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컴퓨터 원리를 모두 알고 있나. 문과생도 당연히 클라우드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 ‘기술’이라는 건 일상에 녹아든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에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스킬은 누구나 배우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클라우드를 어떻게 도입할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면 다 할 수 있다. 100년 전엔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이제는 다들 당연히 누구나 글을 읽지 않나. 100년 전만 해도 신문 읽는 사람을 우러러봤다. 이처럼 100년 뒤에는 누구나 클라우드 언어를 알게 될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계층이 생길 텐데 교육을 통해 그 격차를 빨리 좁혀야 한다.


네이버, KT 등 토종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경쟁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할 것 같다. 먼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냐는 관점에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존, MS, 알리바바가 1년에 10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하는데 스케일 자체가 다르지 않나. 그러나 토종 클라우드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국내에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클라우드는 통신이나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다. 아까 기업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 데이터라고 했는데, 이렇게 중요한 자산을 다른 나라 시스템에 100% 옮긴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보면 알 듯 국가 간 관계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우리나라 안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아마존도 미국 정부만을 위한 단독 클라우드를 만들어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부도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써주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네이버, KT 등이 정부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게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경험이 누적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