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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스타트업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

김남국 | 274호 (2019년 6월 Issue 1)
과거 DBR은 Case Study 코너에서 대기업의 사례를 자주 다뤘습니다. 많은 자원과 훌륭한 프로세스 및 의사결정 구조, 탁월한 인재를 갖춘 대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DBR Case Study 분석 대상에 압도적으로 스타트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시대에 비즈니스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진 혁신을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DBR의 접근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대기업 구성원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상황이 달라 배울 게 많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일면 타당한 듯하지만 매우 위험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우선, 기존 위계 조직과 스타트업이 별도의 리그에서 경쟁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대기업이 확보한 시장을 잠식하는 세력은 기존 경쟁자가 아니라 신생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전통 유통업체들이 성장 정체로 고민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경쟁자의 시장 잠식 때문이 아니라 혁신적인 유통 스타트업들의 약진으로 인한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상황이 달라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은 학습의 제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치명적입니다. 새로운 혁신은 인접한 영역에서의 탐색(local search)만으로 불가능합니다. 영역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탐색(boundary-spanning exploration)은 융합과 혁신의 원천입니다.

경영 사상가인 데이비드 스티븐슨은 『초연결(다산북스, 2019)』이란 저서에서 “자연은 45억 년 동안 순환하면서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여왔다. 그런데 왜 기업만 가만히 서 있으려고 하는가”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냅니다. 상황이 다르고 여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우지 않고 변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조직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미래 사업 모델과 조직의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교과서는 바로 스타트업입니다.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왜 혁신을 주도할까요. 대기업이 정규군이라면 스타트업은 게릴라군과 유사합니다. 정규군 조직원들은 분업 체계하에서 할당된 일만 합니다. 반면 게릴라들은 영역에 대한 구분 없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로 일합니다. 정규군은 교범을 따르지만 게릴라는 정규군과 정면으로 맞서면 필패(必敗)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창의적인 전술을 구사합니다. 자원의 열세를 딛고 게릴라가 정규군을 이기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시대에 수평적 소통과 고객 지향성 측면에서 스타트업은 기존 위계 조직을 압도합니다. 위계 조직에서는 고객보다는 보스에게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위계조직이 만든 각종 프로세스가 고객 가치 창출이라는 목적 달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더라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조직원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변화하려면 새로운 가치 창출 방법론을 개척하며 약진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강점을 배워야 합니다. 여기에 기존 조직이 갖고 있는 강한 실행력과 전문성 등의 장점을 이식하면 디지털 변혁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벤처 정신을 대기업 조직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특히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아마존이 여전히 혁신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현실적으로 분석한 아티클은 훌륭한 통찰을 줍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조직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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