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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관점의 전환 요구하는 공유 비즈니스

김남국 | 267호 (2019년 2월 Issue 2)
과거 경제를 주도해왔던 대기업들이 유독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공유 비즈니스입니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위계(hierarchy)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를 향유하면서 경제를 주도했습니다. 노동의 분업화, 전문화에 따른 효율성과 대량 구매, 고정비 분산 등은 ‘생산 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주는 원천이었습니다. 기업은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추고, 효과적인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하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술 발전 등으로 전혀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한 비즈니스가 등장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는 산업혁명 이전의 모델과 유사합니다. 산업혁명 이전 인류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생산한 뒤 남는 생산품을 시장에서 거래하며 생존해왔습니다. 본질적으로 공유 비즈니스는 이와 유사합니다. 내가 가진 차량, 집, 노동력, 돈 등을 타인과 교환하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P2P 모델이 경제 시스템을 지배했던 셈입니다.

스마트폰 확산은 공유 비즈니스의 확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실제 1990년대 공유 배달 모델을 선보였던 업체들은 별도로 고가의 단말기를 지급해야 하는 등 비용 문제가 너무 커서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앱 하나만 설치하면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으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유 모델을 손쉽게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공유 모델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거래 상대방을 검색하고 거래 조건을 협상하며 이행을 강제하는 데 들어가는 거래비용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집니다. 신뢰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 상호 평가 등이 손쉽게 이뤄지면서 우버 서비스의 범죄율이 택시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입니다.

서비스의 다양성 역시 과거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따라가기 힘든 장점입니다. 호텔 업체들이 아무리 다양한 공간을 꾸민다 해도 에어비앤비의 다양성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양한 서비스는 인간적 유대감 형성 등 과거 모델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새로운 가치 요소도 창출합니다. 실제 카풀 서비스를 이용한 한 직장인은 동승자로부터 소개팅 제안을 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이런 장점 덕분에 공유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 고용 증대, 사회적 가치 확산 등의 긍정적 효과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공유경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즈니스의 기본 문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계와 기획, 자본력 등이 생산 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가져오는 원천입니다. 하지만 공유경제에서 중요한 ‘수요 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광범위한 거래 참가자들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가치)를 확보하려면 수평적 소통과 다양성 중시, 신기술 활용 등 전혀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공유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 전략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규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공유 비즈니스를 안착한 다양한 사례와 노하우도 공유했습니다. 공유 모델의 거대한 흐름을 토대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혜안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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