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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제갈공명의 지혜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

김남국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삼국지』에 제갈공명의 천재성을 드러낸 일화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화살을 얻어낸 이야기는 백미로 꼽힙니다. 제갈공명을 곤경에 빠뜨릴 목적으로 주유가 열흘 안에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달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를 주문합니다. 그런데 제갈공명은 3일 안에 화살을 갖다 주겠다고 호언장담합니다. 실패하면 큰 벌까지 받겠다고 약속하자 주유는 제갈공명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가 마련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갈공명은 첫날과 이튿날 화살 만드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날이 돼서야 배에 짚단을 싣고 출정했습니다. 유독 안개가 많이 낀 날이어서 조조 군대는 수없이 많은 화살을 날렸고 제갈공명은 손쉽게 10만 개의 화살을 확보합니다. 가공의 이야기일 확률이 높지만 ‘내부 자원과 역량을 바탕으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과감하게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현대의 경영자에게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줍니다.

DBR은 매년 연말 그해에 주목을 받았으면서 경영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를 골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해왔습니다. 올해 주목받은 사례를 분석하면서 제갈공명의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대박 상품 가운데 유독 기업의 내부 자원이 아닌 외부의 자원, 특히 소비자들의 입소문과 참여가 결정적 기여를 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필수 생활가전으로 급부상한 에어프라이어는 인터넷상에서 고객들이 스스로 제작하고 유포한 레서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라는 명칭은 새로웠지만 작동 원리를 놓고 보면 기존 컨벡션오븐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새로운 제품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하지만 고객들 사이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레서피가 유통되면서 건강에 좋은 튀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조리기구로 인식됐고 결국 생활가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한 불닭볶음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브에서 강렬한 매운맛을 체험한 글로벌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구전을 통해 제품의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보통 식품회사는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을 부각하는 광고를 만들어 매스 미디어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합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럴이 생성되자 삼양식품은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창의적인 레서피를 만들어내는 것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전개해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팝의 본고장인 서구 시장에서 예외적인 성공을 일군 방탄소년단 역시 자원이 부족한 중소 기획사 출신이어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한 인지도 확산이 어렵다는 한계를 소셜미디어로 극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탄은 철저한 고객 지향성을 기반으로 엄청난 양의 ‘떡밥’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팬이 이를 재가공하면서 문화와 국경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팬덤을 확보했습니다.

미디어가 바뀌면 역사가 바뀝니다. 대중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대중 스스로 편집과 큐레이션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제 기업들은 광고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상으로 고객을 정의하면 안 됩니다. 고객을 주체이자 주인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제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새로운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혜안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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