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1.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남아요?”
이런 생각들이 쌓여야 단골을 만든다

이미영 | 258호 (2018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이 누구나 친숙해 하는 맛의 음식을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대량으로 판매한다는 이른바 ‘대중 타기팅’ 대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2. 브랜드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시장에서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하면서 특정 브랜드가 축소되는 리스크를 줄이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3. 협력업체와 가맹점주와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비즈니스의 우선 원칙으로 삼아 프랜차이즈 사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갔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최소정(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휴게소에서 사다 준 인스턴트 햄버거 하나도 그냥 먹는 법이 없었다. 햄버거 빵과 패티를 분해한 후 각각을 따로 굽고 집 냉장고에 있는 치즈와 각종 채소를 올려 수제 햄버거로 요리해서 먹었다. 그만큼 그는 타고난 ‘애식가’였다. 그의 음식 사랑은 학사 장교로 군 생활을 하던 시절까지 이어져 장교 최초로 조리실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사업 전선에 뛰어든 백 대표는 ‘원조쌈밥집’을 성공시키며 식당 경영에 소질을 보였다. ‘폼 나는’ 사업을 하기 위해 잠시 인테리어 사업으로 외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인테리어 사업이 어려움을 겪은 이후 마음을 다잡고 원조쌈밥집으로 돌아왔다. 이후에는 대중 먹거리를 내세운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본가 등 새로운 식당 브랜드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2000년대 초 ‘해물떡찜0410’을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한 백 대표는 20여 개 브랜드, 13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요식업계 ‘큰손’이 됐다. 2008년 37억 원에 불과했던 더본의 매출은 2017년 1740억 원까지 증가했다. 2013년부터는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해 5년 새 2배 이상 성장했다.

41-1


“나는 밥장사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는 스스로를 밥장사꾼이라고 칭한다. 이 소박하고 평범한 단어 안에 백 대표의 경영철학이 응축돼 있다. ‘밥’은 더본이 지향하고 선보이는 대중 음식을 가리킨다. 대중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적당한 가격에 판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여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밥에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장사꾼이라는 말은 그가 스스로 부여한 자신의 정체성이다. 장사꾼은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 꾸준히 가게를 유지하며 사업을 확장한다. 그가 추구하는 밥장사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가성비 좋은 음식을 먹고, 이를 통해 가맹점주가 돈을 잘 벌고, 가맹점을 늘려 더본의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상적인 생태계를 갖춰나간다.

백 대표는 SBS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을 포함한 다양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다부진 음식 경영 내공을 발휘하고 있다. DBR은 백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프랜차이즈 사업 전략, 식당 경영의 원칙을 자세히 물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운영했던 ‘원조쌈밥집’이 자리를 잡고 난 후 나도 남들처럼 폼 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식당이 그럭저럭 잘됐지만 사람들이 식당일을 한다고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했지 식당 일이 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식당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잘되는가 싶더니 1997년 외환위기를 맞고 사업이 폭삭 망했다. 진 빚만 약 17억 원 정도였다. 이 빚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내가 운영하고 있던 이 식당이었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 식당을 운영했다. 열심히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손님이 늘었고 두 번째 점포, 세 번째 점포로 확장할 수 있었다. 조금씩 식당일이 내 천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41-3

처음에는 프랜차이즈보다는 직영으로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스스로 신메뉴를 개발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식당을 키워가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한신포차, 본가 같은 새로운 브랜드가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브랜드들이 성공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프랜차이즈로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새롭게 꾸리는 직영 매장은 기존 매장에서 함께 고생하던 직원들이 운영하는 식이었다. 직영 매장이 늘어나면서 관리해야 하는 직원들도 자연스레 늘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모두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어떤 친구는 영업에, 어떤 친구는 기획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었다. 이런 직원들과 함께하려면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축적한 노하우와 브랜드를 기업화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했다. 2004년 ‘해물떡찜0410 1 ’을 론칭한 계기다.



DBR mini box I: 프랜차이즈 사업의 구조
본사에서 매장 임대부터 인력 관리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직영점과는 달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모두 독립된 사업자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을 제외한 가맹점의 임대나 인테리어, 인력 채용 및 관리, 매출의 권한과 책임은 모두 가맹점주에게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들이 매장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매장을 운영하는 노하우, 메뉴 조리 비법을 전수한다. 그래서 백종원 대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역할을 ‘포괄적 관리’라고 정의한다.

가맹점주는 그 대가로 가맹비와 교육비를 본사에 낸다. 식자재도 본사를 통해 구매해야 한다. 더본 코리아의 경우 가맹점주들은 연간 가맹비 300만 원을 본사에 내고 있다. 별도로 본사가 제공하는 식재료도 구매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협업이다. 본사 입장에선 가맹점주들이 직원을 잘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영업해 식당 매출을 올려야 본사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선 본사가 좋은 식재료와 경쟁력 있는 메뉴, 가게에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점포 운영이 가능하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사업이 롱런하기 위해선 이 두 주체 간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해물떡찜0410’은 브랜드를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해물떡찜은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한 맛을 낸 해물떡볶이와 비슷하다. 내가 운영했던 한신포차라는 실내포장마차에서 인기가 좋았던 메뉴인 해물떡볶이에서 시작됐다. 떡볶이에 해물과 채소를 듬뿍 넣고 국물 맛을 가미해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서 먹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우선 소비자 니즈를 세밀하게 파악했다. 한신포차에서 해물떡볶이를 팔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니즈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좋은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식사처럼 떡볶이 요리를 먹고 싶어 했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맵고 단 떡볶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매우 익숙하고 인기 있는 음식이다. 이들이 원하는 요소를 제대로 가미하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단품으로 팔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이전에는 직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맹점주를 관리한 경험이 없었다. 최대한 간단한 조리법과 식재료를 가지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미 팔고 있던 해물떡볶이를 토대로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해물떡찜 브랜드는 대학가와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상권을 중심으로 개업했다.

해물떡찜은 출시하자마자 인기가 좋았다. 맵고 단맛과 깔끔한 인테리어,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메뉴들 때문에 해물떡찜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가맹점 100여 개를 순식간에 달성했을 정도다.

하지만 성공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사실 해물떡찜은 이미 대중화된 떡볶이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흉내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 메뉴가 대박을 터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해물떡찜을 팔기 시작했다. 한 골목에만 2∼3개 식당이 비슷한 가격과 맛의 해물떡찜을 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영향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비교했을 때 우리만의 확연한 차별점을 갖기 어려웠다. 아쉽게도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가맹점주 대부분이 해물떡찜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 폐업 당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사업이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면 지금처럼 더본이 커지진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때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같은 맛을 내더라도 더 좋은 재료를 쓰면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해 경쟁 식당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남들이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춰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전략은 더본 브랜드의 기본 원칙이 됐다. 더본은 이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갔다. 우리가 2006년 선보인 브랜드 홍콩반점0410이 대표적이다. 홍콩반점에서는 짬뽕을 3500원이라는 매우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짬뽕 전문점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이 가격에 국내산 재료를 쓰면서 푸짐한 짬뽕을 내놓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렇듯 해물떡찜0410은 ‘더본’이 성장하는 방향과 사업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준 브랜드다.

3500원짜리 짬뽕을 파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나?
홍콩반점은 중국집에서 경험하는 소비자의 불만과 중국집 운영의 비효율성을 해결해 만든 최적의 시스템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기존 식당들을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집 내 숨어 있는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해 원가를 줄여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중국집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메뉴가 무엇일까. 짬뽕 아니면 짜장면이다. 요리를 시켜 먹는 것은 회식을 하거나 모처럼 외식을 할 때다. 이외에는 보통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중국집을 많이 찾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중국집에서 이 간단한 메뉴를 먹고 나오면서 만족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다. 첫째, 면발이나 육수의 맛이 항상 일정치 않다. 중국집 내에 일정한 레서피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음식은 그때그때 간을 맞추면서 음식을 완성한다.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이나 경험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둘째, 비싼 가격이다. 짜장면과 짬뽕도 이제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인건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대개 중국집에서 파는 요리는 굉장히 다양하고 많다. 이 요리를 소화하기 위해선 전문 주방장이 필요하다. 이 주방장의 인건비는 일반 직원들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평소 짬뽕과 짜장면만 만들기 때문에 매일 자신의 능력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한 게 바로 홍콩반점이다. 우선 중국집의 메뉴를 모두 버리고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짬뽕만 남겼다. 따라서 중국집 요리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 대신 짬뽕에 들어가는 해산물과 고기, 채소만을 대량으로 구입하면 됐다. 이렇게 하자 기존 중국집보다 재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다음, 맛을 규격화했다. 소비자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짬뽕 국물 소스 배합 방법을 찾아내 표준화했다. 이 소스와 재료를 넣고 볶기만 하면 맛있는 짬뽕을 만들 수 있었다. 일반 사람들도 일주일만 배우면 할 수 있는 쉬운 조리법이었다. 이로 인해 인건비가 비싼 주방장을 둘 필요가 없었고 결국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국내산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사용하고도 3500원짜리 짬뽕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홍콩반점 외에도 더본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며 확장했다. 더본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
대중적인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주로 비슷한 맛과 메뉴로 승부한다. 그래서 이 분야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차별화하기도 어렵다. 그럴 때 포인트를 잡아 조금은 색다른 맛, 혹은 경험을 고객에게 주면서 나만의 브랜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비자’다. 소비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나만의 창의적인 발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나 메뉴를 만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내 경험을 토대로 얘기해보자.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이었다. 나는 원조쌈밥집을 성공시킨 후 원대포라는 음식점을 차렸다. 원대포는 질 좋은 비싼 소고기를 대폿집 분위기에서 구워 먹는 곳이다. 드럼통 위에 석쇠를 올려 구워 먹도록 했고, 주방도 훤히 보이도록 했다. 주방장이 고기 써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지금이야 새로울 게 없어 보이지만 1995년 당시에는 굉장히 획기적인 시도였다. 사람들도 호기심에 식당을 찾았고, 내 아이디어를 칭찬했다. 거기까지였다. 결과적으로 장사가 안됐다. 사람들이 비싼 소고기를 굳이 대폿집 분위기에서 먹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소비자의 인식보다 앞서나간 컨셉은 결국 환영받지 못했고, 원대포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차별화는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내가 평소 즐겨 먹는 메뉴를 먹을 때 느끼는 부족하거나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 생각이 ‘왜’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그게 곧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이 된다.

예를 들어 ‘역전우동0410’ 같은 경우 ‘우동을 왜 기사식당에서만 먹어야 해?’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이 간단한 우동을 먹기 위해선 포장마차나 지저분한 분식집을 찾아야 한다. 저렴하고 간편한 우동을 먹기 위해선 위생문제나 편의성을 포기해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한 식당에서 값싼 우동을 판매하는 브랜드를 개발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손님 중심으로 생각해 아이템을 구상하고 메뉴를 만드는 것에 너무 치중해 식당을 하는 이유를 잊어선 안 된다. ‘이태원 부대찌개’라는 식당을 한 적이 있다. 부대찌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누구보다 맛있게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좋은 재료를 쓰고 소시지도 듬뿍 넣은 푸짐한 부대찌개를 만들어 내놨다. 일반 부대찌개 점에서 소시지를 추가 주문하는 게 너무 번거롭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소시지를 2인분 이상 넣어줬더니 반응이 정말 좋았고, 손님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수익이 안 났다. 손님들의 입장만 고려해 양을 지나치게 많이 준 게 화근이었다. 일부 손님들이 인원수보다 적은 양을 시키고 공깃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6개월간 매상이 오르지 않았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식당 주인은 매출을 올려 수익을 내야 한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되 식당 주인으로서의 균형감각도 잃지 말아야 한다.

백종원의 음식은 ‘조미료 맛이다, 자극적인 맛이다’라는 공격도 받는다.
나는 요리사가 아니라 밥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요리에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저렴한 가격에 맛이 좋은, 즉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음식을 팔아 이윤을 남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의 요리를 적정한 가격에 많이 파는 것이 내 사업의 핵심이다.

대중적인 음식을 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경험하고 예상하는 맛의 음식을 내놓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운맛은 맵게, 단맛은 달게, 신맛은 시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우리가 생각하는 찌개나 탕, 국수의 맛 그대로 말이다. 소수의 소비자 입맛에 맞춰선 성공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맛의 음식을 내놓더라도 지켜야 하는 원칙은 있다. 식재료다. 식재료는 주어진 예산 안에서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더본 프랜차이즈는 싸구려 재료를 이용해 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는다. 오징어 값이 금값으로 치솟을 때도 홍콩반점 짬뽕에 들어가는 오징어는 무조건 국산으로 썼다. 재료 값이 올라 손해를 보더라도 적어도 이 가격에 먹는 음식이라면 이 정도 수준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또 하나는 겨냥하는 소비자가 확실한 대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보통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처음부터 누구나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음식은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고, 기대치도 다르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소비자의 니즈를 다 맞추다 보면 메뉴의 개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특징이 확실하면서 맛있는 메뉴를 개발해 한 소비층을 공략하면 자연스럽게 그 음식을 먹는 층이 확산된다. 예를 들어, 해물떡찜은 떡볶이, 튀김 등을 좋아하는 20대 여성을 겨냥해 만든 메뉴였다. 그런데 이 소비층이 자신들끼리만 해물떡찜을 먹지 않는다. 남자친구를 데려오기도 하고, 부모님을 한 번씩 모시고 와서 먹기도 한다. 홍콩반점은 바쁜 직장인들을 겨냥해 만든 메뉴다. 하지만 이들만 먹는 것은 아니다. 먼저 먹어본 손님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를 데려오면서 소비층이 늘어나는 것이다. 보자기를 들어올릴 때 한꺼번에 전체를 올리려면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천의 한쪽 끝을 잡고 당기면 결국 전체가 다 따라 올라온다. 시장 공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보자기 이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더본 음식 중에는 대패삼겹살, 우삼겹처럼 익숙한 듯 색다른 메뉴들이 많다. 메뉴 개발 방법은?
다른 방법이 없다. 계속해서 재료를 바꿔보고 새로운 조리법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이런 게 가능하려면 기존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 나는 사실 조리사 자격증이 없다. 조리사 학원을 등록한 적이 있는데 학원에서는 다 정해진 조리법을 가르쳤다. 양념을 만드는 방법, 식재료를 다루는 방법이 획일적으로 같았다. 물론 기본기를 배우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 집착해서 아예 새로운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상상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석대로 돈가스 소스를 만들려면 우스터소스, 케첩 등의 재료가 필요하다. 배운 대로 한다면 재료가 없을 때 돈가스를 못 만든다. 그런데 상상력을 발휘해 우스터소스가 없을 경우 어떻게 만들까?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간장이나 설탕 등을 이용해 비슷한 맛을 내려고 여러 가지 시험을 할 수가 있다. 그런 과정에서 나만의 레서피가 탄생하고, 고객들이 더 좋아하는 맛을 찾게 되는 것이다. 더본의 히트 메뉴 우삼겹, 대패삼겹살, 해물쌈장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DBR Mini Box ‘백종원 대표가 개발한 대표 메뉴’ 참고.)

DBR mini box II: 백종원 대표가 개발한 대표 메뉴

1. 대패삼겹살
46-1

대패삼겹살은 삼겹살이 말릴 정도로 얇게 썰어 한입 크기로 자른 후 양념장에 찍어 쌈을 싸 먹는 원조쌈밥집의 대표 메뉴다. 백종원 대표가 고기를 직접 썰어 손님에게 내면 정육점에서 썰어오는 것보다 원가가 절감될 것이라 생각해 고기 써는 기계를 구입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시중보다 가격이 3분의 1 정도 저렴했던 이 기계가 하필 불량이었다. 삼겹살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얇게 썰렸다. 게다가 동그랗게 말리기까지 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시험 삼아 손님들에게 이 삼겹살을 내봤다. 의외로 손님들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기가 얇으니 쌈을 싸 먹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불량 기계에서 나온 삼겹살은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됐다. 주변에 즐비한 삼겹살집과 차별화되면서 원조쌈밥집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자신 없는 메뉴라도 소비자들이 맛보고 경험해 그 반응을 살펴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백 대표는 여러 가지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고 출시하게 됐다.

2. 해물쌈장
41-2

대패삼겹살을 내세워 원조쌈밥집이 자리를 잡을 무렵, 백 대표는 원조쌈밥집을 대표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여러 가지 메뉴를 시도했지만 손님들에게 큰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점심을 먹기 위해 배달시킨 삼선짜장에서 힌트를 얻었다. 삼선짜장처럼 각종 해물을 넣고 끓여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한 맛을 내는 쌈장을 구상했다. 오징어, 우렁, 새우 등 각종 해물을 구입해 곧바로 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일주일간 수많은 연습과 시도 끝에 해물쌈장이 탄생했다. 쌈의 맛도 살리고, 밥에 비벼 먹어도 좋아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대패삼겹살과 함께 원조쌈밥집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3. 우삼겹
46-3

우삼겹은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메뉴는 아니었다. 외국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적인 고기 요리를 만들자는 목표로 개발한 음식이다. 타깃은 일본의 아키니쿠였다. 야키니쿠는 사실 한국의 불고기가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변형된 요리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야키니쿠를 더 선호했다. 간장 양념에 베어 탁한 색을 내는 불고기보다 고기에 갓 양념을 해 선명한 색을 내는 야키니쿠가 보기에 더 신선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외국인이 받아들이기에 간장소스가 기본인 두 요리의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고기를 보고 굽는 과정에서의 경험의 차이는 컸다.

백 대표는 이 문제점을 보완해 새로운 한국 고기요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관건은 얇으면서도 지방이 풍부해 즉석에서 고기에 소스를 발라도 양념이 잘 스며드는 고기 부위를 찾는 것이었다. 등심, 갈빗살 등과 같은 고기로 시험했지만 등심은 지방이 많아 고기가 잘 찢어졌고, 갈빗살은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았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양지와 차돌이 붙어 있는 부위를 고깃결 반대로 잘라봤다. 지방과 살코기가 균형 있게 잘려 나왔다. 삼겹살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우삼겹(소고기 삼겹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삼겹은 중국에 문을 연 식당에서 먼저 인기를 끌다 한국으로 ‘역수출’됐다. 처음에는 생소한 이름과 부위 때문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았지만 맛본 사람들이 다시 찾으면서 인기를 모았다.



내 이야기를 마치 조리사 자격증을 따면 안 된다는 말로 오해해선 안 된다. 나는 이미 군대에서 조리장을 경험하면서 요리는 하는 법을 잘 알고 있고, 대량으로 식사를 조리할 수 있는 요령도 키운 상태였다. 중요한 것은 기존 상식의 틀에 너무 갇혀 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몇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메뉴를 개발할 때 고객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메뉴가 맛이 얼마나, 어떻게 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메뉴를 고객이 사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관건이다. 더본 직원들과 함께 신메뉴를 개발하면 같이 품평회를 하는데 그때 우리는 유식한 말로 세세하게 맛을 따지지 않는다. 사실 초기에는 직원들과 함께 메뉴 품평회를 할 때 너나 할 것 없이 전문적으로, 분석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면발이 어떻고, 국물이 어떻고, 끝 맛이 어떻고, 뭔가 전문가적인 말을 하려고 애썼다. 나는 그런 거 다 필요없다고 했다.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이 메뉴를 얼마에 팔면 팔릴 것이냐, 맛이 있냐, 없냐만 얘기하면 끝난다.

메뉴를 개발한 후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방법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식당 안에 있을 때 메뉴나 음식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식당 밖을 나갔을 때 반응을 살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중적이다. 냉정하면서 또 솔직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내가 소비자들을 위해 부침개나 계란찜을 내어 주거나 고기양을 늘렸다고 해서 단번에 알아차릴까? 아마 그 차이를 느끼면서 고마워하는 소비자는 얼마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음식을 손님에게 내어주고 음식을 먹고 있는 중에 음식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어떨까? 아마 십중팔구는 음식이 맛없어도 맛있다고 할 것이다.

소비자의 반응은 식당을 나온 후에 살펴야 한다. 식당 밖에서 소비자들은 솔직해진다. 식당 문을 나서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 이 집은 정말 푸짐하다, 이 집 음식 정말 잘한다라는 말을 하면 성공한 거다. 식당 안에 있는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에 집착해선 성공할 수 있는 메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어렵다.

음식점 프랜차이즈로 성공을 하면 프리미엄 브랜드 음식점으로 확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값이 비교적 저렴한 대중 음식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어느 날 한 손님이 와서 나한테 “사장님, 이렇게 팔아서 수익이 나요?”라고 물었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손님이 사장을 걱정해주면서 식당을 나가는 것, 이게 더본이 추구하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저렴한 가게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1993년 원조쌈밥집을 할 때 쌈밥 1인분에 4500원, 삼겹살 1인분에 4500원에 팔아 고기가 든 쌈밥을 먹으려면 1인당 9000원이나 들었다. 객단가 1만 원에 육박했으니 그 시절치곤 비싼 집이었다. 그런데 비싼 음식을 파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이 비싸면 손님들의 기대치도 올라간다. 서비스가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바로 등을 돌린다. 손님들의 요구조건을 일일이 맞추는 것도 힘들었다.

이때 차라리 쌈밥 가격을 확 낮춰 6000원대로 팔아 손님이 아쉬워서 오는 가게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가격에 푸짐한 채소와 쌈을 내놓으니 입소문을 탔고, 방송에 소개되면서 손님이 북적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마진을 적게 남기면서 좋은 음식을 판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때부터 더본은 1인당 5000∼6000원대 메뉴를 주로 내놓게 됐다.

여기에 대중 음식의 ‘마지노선’이 되자는 목표도 새로이 추가했다. 우리 브랜드의 음식 정도가 돼야 합당한 가격의 음식이라는 기준 말이다. 최근 보면 어느 식당이나 가격을 다 똑같이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좋은 재료를 쓰든, 아니든 같은 메뉴에 대해 같은 가격을 받는다. 음식 가격에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이다. 더본의 브랜드들이 외식 음식 가격의 지표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브랜드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본을 운영하는 목표는 매우 간단하다. 고객들에게 가성비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가맹점주들은 돈을 벌고,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다. 가성비 좋은 음식의 핵심은 다른 게 아니다. ‘식재료’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할 일은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48-1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공급업체와 안정적인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갑자기 주문량이 줄어들거나, 거래량이 들쑥날쑥하면 안정적인 가격에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프랜차이즈 업체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브랜드 영향력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가맹점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본사 입장에서 택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다. 줄어든 가맹점 매출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것이다. 점주를 모셔와야 하는 상황에서 본사는 지점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메뉴 관리도, 영업 관리도 철저하게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브랜드를 여러 개 만들어 서로를 보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랜드를 꾸준히 개발해 나가면서 점포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브랜드를 계속 키워내 특정 브랜드가 하향세로 들어설 때 이를 보완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한신포차가 하향세에 들어가면 홍콩반점이 그 자리를 메워주고, 새마을식당이 전성기를 지날 때 빽다방이 빈자리를 채우는 식이다. 이렇게 브랜드를 키우다 보면 궁극적으로 절대적인 점포 수가 늘어난다. 본사 입장에선 식재료 구매력을 더 키워내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브랜드를 키워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기다림을 거쳐 탄생한다. 예를 들어 홍콩반점은 약 3년간 적자였다. 커피를 파는 빽다방은 5년 동안 장사가 안됐다. 그나마 이 경우는 식당이 입소문을 타고 시기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잘된 케이스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뜰’ 기회만 보고 있는 브랜드도 많다. 지금도 테스트를 하는 브랜드가 약 4개 정도 있다. 브랜드 하나 만들 때마다 드는 비용이 약 5억∼ 10억 원 정도다. 본사 입장에선 엄청난 투자다.


DBR mini box III: 백종원이 제주도에 호텔을 세운 이유
49-1

2017년 1월 백종원 대표가 제주도 서귀포시에 호텔을 열자 여기저기서 말이 나왔다.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일부는 백 대표가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을 한다고 비판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영역 침범’이라며 반발했다. 호텔 사업 노하우가 없는 백 대표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도 많았다.

예상과 달리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더본호텔은 급성장하고 있다. 더본에 따르면 2017년 평균 객실 점유율 83.9%에 이어 2018년에는 96.2%를 기록 중이다. 홍보 활동을 하지 않은데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백종원 대표는 제주도 관광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독특한 이유에서 호텔업을 시작했다. 백 대표는 “제주도에 가족과 함께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음식점, 호텔이 모두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따져 보니 동남아시아로 놀러 가는 게 제주도보다 더 저렴했다. 제주도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나치게 비싼 물가가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텔 사업도 ‘왜 제주도 호텔은 비싸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마침 이때 호텔 허가만 받고 내놓은 땅이 나와 객실 139개짜리 4성급 호텔을 지었다.

그리고 목표는 하나로 통일했다. 호텔이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성비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더본호텔 평균 객실 요금은 약 7만8000원 정도. 처음 오픈할 때 가격인 4만 원보다는 2배가 올랐지만 제주도 내 더본과 비슷한
4성급 호텔이 1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호텔에는 본가 프리미엄, 빽다방, 도두반점 등 더본 브랜드들이 들어가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푸짐한 조식 서비스가 객실 이용객들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다.

더본호텔 지배인이 호텔 오픈 당시 제시한 적정 가격은 약 17만 원선. 백 대표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의 원가율과 비교해 호텔의 원가율을 계산해봤더니 해결책이 나왔다. 식당의 경우 인건비와 식자재를 더해 원가율이 50% 정도 된다. 반값 행사를 하게 되면 적자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호텔은 다르다. 호텔 영업을 시작하면 어쨌든 모든 시설에 불을 켜야 하고 직원들도 나와 있어야 한다. 비싸게 받고 사람들이 덜 오는 것보다 싸게 받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결론에 이르렀다. 호텔은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지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원가가 늘어나는 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들은 호텔 지배인은 난색을 표했다. 호텔업계 상도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백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호텔업계를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상도’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호텔을 운영하면서 나가는 고정비는 사람이 적으나 많으나 동일하다. 그렇다면 좀 더 싼 가격에 많은 사람이 오는 게 왜 문제가 되나”라고 지적했다.

더본호텔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싼 맛’에 별 기대 없이 온 손님들은 예상보다 좋은 서비스와 시설에 크게 만족했다. 기존보다 훨씬 저렴한 돈으로도 질 좋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 것이다.

백 대표는 “추가로 호텔 사업을 할 생각은 없다. 더본호텔이 제주도 숙박, 음식점 등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데 기여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를 다양하게 만들기보다 소수 브랜드의 점포 수를 확장하는 전략이 관리도 쉽고 비용도 덜 든다고 볼 수도 있을 텐데.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한 브랜드의 메뉴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식재료 관리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가맹점 관리 방식도 하나로 통일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브랜드가 인기있을 때 단기간에 가맹점을 확장하는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브랜드를 무방비로 확장할 경우 가맹점 관리가 어려워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늘어난 점포를 관리하려면 본사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직원들을 급하게 뽑아야 하니 직원들을 교육할 시간이 부족하다. 경험이 없는 인력이 가맹점을 관리하다 보면 가맹점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서비스도 엉망이 된다. 가맹점주가 일관된 매뉴얼이나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내놓지 못하면 고객들이 바로 등을 돌린다. 그 브랜드는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한 브랜드만 키웠는데 이 브랜드가 경쟁력을 잃으면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가 다 망가진다.

반면 더본은 브랜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관리할 수 있는 적정 점포 수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브랜드라 하더라도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역량에 맞는 점포 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빽다방의 경우 점포를 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500여 개에서 점포 수를 제한하고 더 이상 내주지 않았다. 그 이상으로 확장하면 본사에서 관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는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하면 망한다.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더본만의 가맹점 관리 노하우가 있나?
더본은 가맹점주 연수를 1박2일로 진행한다. 보통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하루 강당 빌려놓고 몇 시간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우리 점주 교육 공지를 받은 한 점주는 나한테 전화를 걸어 “점주들을 한 방에서 재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냐”고 조언하더라. 실제로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한곳에 모아두면 본사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다. ‘본사가 점주들한테 갑질을 한다’ ‘재료 값을 너무 비싸게 받는다’는 등 이런 얘기들이 오가면서 본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증폭된다. 신뢰 관계가 깨지는 지름길이 가맹점주들을 모아놓는 것이란 얘기가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특히 가맹점주들 중에는 프랜차이즈 여러 개를 운영해본 사람들이 많다. 그때 쌓은 노하우를 신입 가맹점주들에게 알려주고, 정보를 준다. 이때 이들이 알려준 것과 본사의 요구가 불일치하면 불신이 더 커진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주들을 한곳에 모아 두는 것을 매우 꺼린다.

51-1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웃어 넘겼다. 더본 가맹점주들을 모아놓으면 본사에 대해 더 좋은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더본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과의 관계 설정부터 다르다. 보통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들에게 로열티를 받고 식재료를 팔아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의 목표는 이게 아니다. 가맹점주의 ‘경쟁력’을 높여 장기간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점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본사가 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우선 점주 관리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들이 식당 일을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브랜드별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북을 다 만들어 놨다. 백과사전과 비슷한 크기와 두께의 책이다. 이런 매뉴얼을 제공하는 본사는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 조리 방법에서부터 손님 응대 방법은 물론, 조리도구 세척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놨다. 본사 브랜드 매니저들도 수시로 가맹점을 들러 관리한다. 주로 가맹점의 실적에 대한 평가를 하기보다 장사를 할 때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더 좋은 재료를 공급해 신선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식재료를 유통하고 매장 관리를 해주면서 이익을 내는 구조다. 그런데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질이 좋지 않은 식재료를 비싼 값에 팔면서 이익을 내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는 식재료의 질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시중과 비슷한 식재료를 비슷한 가격 수준으로 제공하면서 조리하기 편하게 다듬어준다면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 식재료를 더 선호하지 않겠나? 가맹점주가 먼저 본사의 식재료를 써야 이득이라는 인식을 갖게 유도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 재료를 강압적으로 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점주들이 ‘제발 우리한테 재료를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프랜차이즈가 언제, 어떻게 수익을 내야 하는지 잘 생각을 해봐야 한다. 본사가 먼저 벌 것이냐, 점주가 먼저 벌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더본은 점주가 먼저 버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다. 가맹점이 커야 본사도 크고, 이 관계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들어가는 소스와 조미료 같은 부식자재 ‘아웃소싱’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프랜차이즈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각종 소스나 조미료 생산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가맹점에 배달하는 물류까지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면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이 증가한다. 대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서 관련 사업을 해 수익을 높이는 것과 같은 구조다.

이런 방식이 프랜차이즈 스스로에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협력사나 가맹점 등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우선 가맹점주들은 더 비싼 가격에 부식자재를 사야 한다. 프랜차이즈에서 생산하는 부자재 질은 소스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의 질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소스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고체, 액체, 분말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따로 있을 정도로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 매출만 수천억 원이 되는 회사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에서 대량으로 재료를 구매해 판매하는 소스가 당연히 소량으로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산하는 것보다 질이 좋지 않겠나. 제품 생산 노하우도 축적됐으니 제품 안정성도 더 우위에 있다. 물류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물류를 이미 하고 있는 업체는 물류망도 잘 구축했고, 효율적인 동선도 안다. 우리가 직접 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효율적이다.

부식자재나 유통 부문을 아웃소싱하면 프랜차이즈는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 메뉴 개발이나 점주 관리, 브랜드 개발에 충실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모든 일을 스스로 하게 되면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원을 분산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와의 장기적 관계 구축도 고려한다. 소스 개발, 물류를 전문 업체에 맡기면 오히려 프랜차이즈 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더본은 앞으로 점포 수를 더 늘리고 규모도 더 키울 생각이다. 규모를 키우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려면 협력업체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이들과 상생하면서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객 관리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결국 식당은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해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단골손님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차별화된 맛과 서비스로 단골손님이 됐다고 하더라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식당에 발길을 끊는 고객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식당 사장들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손님이 왕’이라는 마인드로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정답이 아니다. 과잉 친절을 베푸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진심이 전혀 담겨져 있지 않은 미소나 과잉친절은 고객도 다 알아차리고 부담스러워 한다. 당연히 이들은 다시 식당을 찾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과 사장과의 인간적인 유대관계다. 우리가 어떠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고객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이 집은 사장이 재료에 심혈을 기울이는군’ ‘이 집은 사장이 밑반찬 하나도 음식과 어울리게 준비하는군’ ‘직원들이 예약 전화 하나도 성의 있게 받는군’ 이런 생각 하나하나가 모여 고객이 식당과 그 식당의 음식을 신뢰하게 된다.

또한 ‘무심한 듯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 고객을 기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일부 손님들은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해주면 매우 기뻐하며 그 식당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게 된다. 또한 단골손님의 식성을 알아차려 미리 준비를 해주는 것도 좋다. 물론 고객 관리의 기본은 위생 관리와 맛이다. 이 기본이 돼 있을 때 비로소 서비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DBR mini box IV: 백종원의 리더십 ‘본보기를 보여라’

54-1


“탁탁탁탁….”
한 군부대 조리실. 학사 장교로 군에 입대해 당시 중위였던 백 대표가 멋진 칼 솜씨를 뽐내며 무채를 썰었다. 길이 7㎝, 가로 0.5㎝로 된 무채가 순식간에 가지런히 놓였다. 조리실에서 일하던 취사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취사병은 대부분 사회에서 요리와 관련한 일을 하다 온 이들이었다. 요리 경력 없이 간부 식당 관리자로 들어온 백 대표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 상황 뒤에는 백 대표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취사병들을 이끌기 위해선 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리에서 기본은 칼 솜씨. 칼을 이들보다 잘 다룬다면 충분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백 대표는 이때부터 나 홀로 채썰기 훈련에 들어갔다. 사과와 무를 매일 밤마다 썰었다. 보름밤을 새며 연습한 결과, 백 대표는 ‘채썰기 달인’이 돼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매일 레서피를 연구하고 휴가 때는 식당을 찾아가 비법을 배우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나갔다. 취사병들은 그제야 백 대표를 따르기 시작했다. 간부 식당의 음식 맛은 나날이 좋아져 다른 부대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조직을 만들어낸 결과다.

식당을 운영할 때에도 이 원칙은 변함없이 적용됐다. 직원들보다 반보 더 먼저 움직였다. 먼저 주방이나 홀 청소에 앞장섰고, 손님이 들어오면 먼저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며 반겼다. 소극적이었던 직원들도 금세 사장이 하는 것을 배워 따라 했다. 청소하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손님에게 인사를 잘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지런하고 일 잘하는 직원들이 돼 있었다.

백 대표는 “사장들이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엄격하게 말하면 그 자리에서는 듣는 것 같지면 결코 직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 먼저 나서서 행동하고 일하면 직원들은 어느새 사장을 따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식당이 성공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백 대표는 강조한다. 식당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면 직원들에게 식당을 맡기고 여가생활에 더 치중하면 식당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는 “식당 주인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 같이 손님 고기도 자르고, 계산도 하고, 서빙도 해야 한다. 이런 일을 소홀히 하는 순간 음식점은 기울어지게 돼 있다. 식당 주인이 현장에 없으면서 매출이나 결과물로 직원들을 압박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면 그만큼 더 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인지상정이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도시락까지 진출하면서 문어발식 경영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이야기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첫째, 문어발식 사업에 대한 정의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닌데 자본이나 브랜드 영향력으로 밀어붙여 시장에 진입하거나, 협력사의 사업까지 확장해 기존 시장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내가 부식자재 사업에 손을 댔다든가, 물류사업까지 확장했다면 이 주장에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가 가진 노하우나 자원을 활용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것인데 이게 왜 문어발식 경영인가.

둘째, 외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외식 시장은 메뉴로 단순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메뉴 안에서도 시장이 세분화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비빔밥을 팔더라도 편의점 비빔밥, 프랜차이즈가 하는 비빔밥, 몇 대째 내려오는 비빔밥은 서로 다른 시장이다. 내가 급하고 돈이 없으면 편의점에서 사 먹고, 오늘은 기분 내서 제대로 된 비빔밥 먹고 싶으면 1만 원 넘어도 식당을 찾아가서 먹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소득 수준에 따라서 먹는 음식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현재 상황,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시대다. 더 이상 음식 시장이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프랜차이즈 식당이 확장된다고 해서 개인 식당이 죽는 게 아니고, 편의점에서 사 먹는다고 프랜차이즈 식당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엔 간편식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식당 사장님들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사실 외식을 많이 하게 되면 부엌 자체를 잘 안 쓰게 된다. 주방 없이 사는 생활에 익숙해지면 집에서 요리를 아예 해 먹지 않는다. 그럼 간단하게 집에서 밥을 먹더라도 반찬을 사서 먹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즉, 외식 시장의 절대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편의점 도시락 사업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외식산업이 더 잘되고 발전하길 바란다. 질 좋은 도시락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팔면 편의점 도시락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편의점 도시락 전체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 본다. 다시 강조하지만 관련이 없는 사업까지 확대하면서 수직계열화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분야에 진출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다른 얘기다.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엇갈린다.
방송 활동은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소위 ‘연예인병’에 걸려서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외식업의 방향과 일치할 때만 방송을 결정한다. 집밥 백선생은 집밥이 얼마나 만들기 힘든지, 그래서 사 먹는 게 왜 경제적인지를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다. 사람들이 집밥을 해 먹으면 더 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집안일을 전담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매일 집에서 꾸준히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각종 식재료를 사다 놓고 한 번 밥 해 먹고 나머지 재료를 냉장고에 방치해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외식이 비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직접 경험을 통해 깨주고 싶었다.

골목식당은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출연하고 있다. 이 정도의 메뉴 고민, 요리 공부, 청결 유지 등을 하지 않고 장사가 안된다고 불만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골목식당 사장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비자들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중했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지, 힘들게 사업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이러한 인식을 깨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내 프랜차이즈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점포 수가 1300여 개로 늘어나면서 직접 관리를 다 하지 못한다. 청결, 고객 응대 등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가맹점주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주는 것이다.

점포 수 1만 개를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점포 수를 늘리려는 이유는 세간에 떠도는 얘기처럼 외식산업을 독점하겠다는 게 아니다. 외식산업의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게 목표다.

앞서 얘기했지만, 내가 표방하는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바로 가격이다. 가격에서 인건비나 임대료는 상수지만 식재료 비용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낮출 수 있다. 식재료를 낮추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처럼 식재료 생산자들과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식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을뿐더러 안정적으로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구매력으론 장기 계약이 불가능하다.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장기 계약을 맺으려면 점포 약 2000여 개가 필요하다. 이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해 점포 수를 확장하겠다는 거다.

점포 수를 2000개까지 늘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 조건이 있다. 가맹점주가 점포를 2개 이상 운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가 일차적으로 직원들을 관리하고 위생관리 등을 할 수 있다. 본사 인력이나 규모가 점포 수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아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마을식당을 하는 사람이 그 옆에 빽다방을 운영하는 식이다. 실제로 우리 점주 중에는 한 개의 점포를 운영해본 후 다른 브랜드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 점포를 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맹점주가 실제로 능력이 있는지, 매장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평가한다. 그리고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하면 돌려보낸다. 그래도 점포를 내고 싶은 가맹주는 재정비하고 지적받은 문제점을 개선해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주장하는 1만 점포 달성은 불가능해 보일 것이다. 실제로 혼자서 그 점포를 관리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은 아마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구축한 식재료 공급 루트, 메뉴 개발 노하우, 점포 관리 비법을 다른 프랜차이즈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과 공유해 확장한다면 그건 다른 얘기가 된다. 더본이 프랜차이즈를 개발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지만 연구개발 인프라, 메뉴 개발, 마케팅 인프라가 없어서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식재료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수익을 낼 엄두가 안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포기한 사람들이 우리가 그동안 쌓은 자원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자원을 공유하면 더본이 얻는 이익도 크다. 사실 더본이 기업화되면서 신메뉴를 개발하고 브랜드를 내는 절차와 과정도 복잡해졌다. 내가 혼자서 ‘감’으로 결정하고 실행하던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덜 나온다.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노하우는 생겼지만 기민하게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엔 몸이 무거워졌다. 이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 나가면 프랜차이즈 신규 진입자들은 보다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더본도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우리나라 외식산업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조만간 상장을 하겠다는 계획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유도 확실하다. 이 회사는 더 이상 내 감이나 결정에 의존해서 운영될 수 없다. 규모가 커지면서 시스템으로 굴러가야 하는 회사가 됐다. 투명하게 경영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영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시도다. 내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상황도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회사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진행하거나 더본의 사업 방향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여러 사람이 주인이 돼 중심을 잡고 ‘가성비 좋은 음식을 통해 본사와 가맹점주,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 회사를 물려주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 것도 한몫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