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탈규모의 경제, 플랫폼에 집중하라

254호 (2018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과거 산업경제 시대에는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를 추구하는 것이 사업을 발전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플랫폼과 기술의 시대가 열리면서 탈규모의 경제(economics of unscale)로 성장의 주축이 이동하고 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유통, 매스마케팅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작고 민첩한 기업들은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 완벽한 틈새시장을 창출해낸다. 이런 시대에 이미 몸집을 키워버린 대기업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플랫폼 역할을 맡거나 세분화된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거나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리번들링 전략을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봄 호에 실린 ‘The End of Scale’를 번역한 것입니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는 한 세기 이상 사업을 발전하게 하는 이상적인 성장 엔진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요즘은 인공지능(AI) 기술로 날개를 단 주요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양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100년은 규모가 가져다준 전통적인 경쟁 역량들을 완전히 뒤집는 탈규모의 경제(economies of unscale)가 비즈니스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탈규모의 경제는 필요에 따라 대여할 수 있는 플랫폼과 기술이라는, 서로 보완 관계에 있으면서 시장을 움직이는 두 가지 힘이 등장하면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플랫폼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규정하는 고정비와 생산량의 강한 반비례 관계가 약화된 것이다. 이제는 규모가 없는 작은 회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도전장을 낼 수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매스마케팅을 위해 수십 년간 지속된 막대한 투자로 자신의 몸집에 짓눌린 거대 기업들 말이다.

규모에 대한 투자는 상당히 타당한 전략이었다. 20세기 초반에 세상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기술적 부흥을 맞이했다. 발명가들과 기업가들이 비행기, 라디오, 텔레비전을 개발하고 전력망과 통신망을 구축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신기술들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대중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부여하면서 규모의 경제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전기로 자동화가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거대한 공장들을 지을 수 있었다. 라디오와 TV로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기업들은 이런 대중매체를 통해 매스마케팅을 전개했다. 규모의 경제가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했다.

규모는 엄청난 경쟁 역량을 부여했다. 규모로 고정비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자가 진입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도 쌓을 수 있었다. 모든 기업이 업종을 망라해 규모를 확대하면서 20세기를 보냈다. 거대 공룡 기업들, 학생을 5만 명 넘게 보유한 종합 대학, 다국적 헬스케어 기관들이 그렇게 탄생했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기술적 격랑을 맞고 있다. 이번 혁신은 아이폰과 페이스북,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도입과 함께 모바일과 소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탄생한 2007년경에 시작됐다. 이런 조합에 AI까지 가세했다. AI는 최근 모든 기술의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21세기의 전기라고 볼 수 있다.

AI에는 경쟁우위의 기본 요소로서 대량 생산과 매스 마케팅을 대체하는 특별한 자산이 있다. 개인에 대해 학습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그리고 대량으로 고객에 맞춤화된 제품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GPS 내비게이션 앱인 웨이즈(Waze)도 이런 식으로 특정 순간에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맞춤화된 최적 경로를 제시한다. 다른 사용자나 다른 시간에는 적절하지 않을, 또 그럴 필요도 없는 경로를 추천하는 것이다.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된 시장은 AI 기술에 의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당신의 니즈에 딱 맞게 디자인된 제품이 있다면 당신과 비슷한 수백 명의 소비자들을 위해 디자인된 제품보다 바로 그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바로 탈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밀려드는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보다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 제품을 그대로 만들어 제공하는 기업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탈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기술적 조류 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업방식이 또 하나 있다. 원할 때마다 간편하게 규모를 빌려 쓰는 방법을 통해 민첩하고 초점이 명확한 회사로 남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훨씬 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와 조건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날렵한 경쟁자들에게 포위당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스트라이프(Stripe)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는데 규모를 배제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형 은행들에 도전장을 냈다. 같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에어비앤비도 거대한 체인형 호텔들로부터 고객을 가로채고 있는 탈규모의 숙박 업체다. 와비파커는 또 어떤가? 뉴욕 기반의 이 안경 전문회사는 덩치 큰 안경 브랜드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탈규모의 경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세상에서 이처럼 계속 군림한다면 말 그대로 규모가 커진 대기업들은 어떻게 경쟁하고 번성할 수 있을까?

소비재 플랫폼이 된 P&G
스마트한 회사들은 탈규모 경제를 활용하는 방법들을 터득해 나가겠지만 일단은 경영진의 사고방식부터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프록터앤드갬블(P&G)이 진화한 양상을 살펴보면 힌트가 보일지도 모른다.

1837년 서로 동서 관계인 윌리엄 프록터(William Procter)와 제임스 갬블(James Gamble)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Cincinnati)에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다. 성장이 지지부진했던 이 회사는 남북전쟁 중에 연합군과 계약을 맺으면서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 사업 성장의 결정적인 돌파구는 1878년에 생겼다. 신문으로 대중에 접근할 수 있고, 철도 개통으로 상품을 대도시에 효율적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P&G에서 일하는 한 화학자가 실수로 비누가 든 믹서기를 작동시킨 채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고 한다. 돌아와 보니 P&G의 하얀 비누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거품이 발생했고 그 결과 물에 뜨는 비누를 발견했다. 회사는 이 비누에 아이보리라는 브랜드를 붙인 다음 전국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P&G의 규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재 시장이 확대되면서 P&G는 타이드(Tide)라는 세제 브랜드를 선보였다. 타이드는 전자동 세탁기에 사용하도록 대중 시장에 출시된 최초의 세탁 세제였다. P&G는 20세기 말까지 30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연 매출을 380억 달러 이상 기록하는 거대 기업이 됐다.

리서치 전문 회사인 CB인사이츠(CB Insights)는 2016년에 규모가 없는 소규모 벤처들이 P&G를 전방위로 공격하는 그래픽 하나를 발표했다. (‘[그림] P&G 해체하기’ 참고) 그림을 보면 P&G는 더 이상 스타트업의 공격을 철통 방어하는 무소불위의 대기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기술 중심의, 제품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들의 공격에 취약한 일련의 개별 브랜드들로 묘사된다. 가령 P&G의 질레트 면도기 제품들은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과 해리스(Harry’s)라는 회원제 기반 사업 모델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또한 P&G의 일회용 기저귀 브랜드이자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팸퍼스(Pampers)는 어니스트(Honest)라는 환경친화적 기저귀 브랜드에 고객을 내주고 있다. ‘생리 팬티’인 싱스(Thinx) 또한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P&G의 탐펙스 탐폰을 추격하고 있다. E살롱(eSalon)의 ‘커스텀(custom)’ 염색약은 또 어떤가? 이 제품 또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P&G의 염색약인 클레어롤(Clariol)과 경쟁 구도에 있다.1

이런 상황은 규모의 경제보다 탈규모의 경제가 선호되는 시대에 거대 기업들이 어떤 위험에 처하는지를 보여준다. 작고 규모가 없는 기업들은 틈새시장에 더 완벽히 부합되는 제품 및 서비스로 대기업들을 공격할 수 있다. 이런 틈새 제품들이 대중을 겨냥한 제품들을 물리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경쟁자들이 고객 다수를 유인해 낚아채면 규모의 경제는 기존 기업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값비싼 대형 공장과 유통 시스템을 거치는 제품 수가 점점 감소하면서 규모에 따른 비용이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탈규모 기업들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다.

P&G는 탈규모 경쟁자들이 가하는 위협을 인식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P&G는 약 10년간 연결개발(Connect+Develop)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P&G의 경영진은 175년 동안 대부분의 신제품을 회사 내부에서 개발한 결과, 더 스마트한 발명가들은 회사 내부보다 외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게다가 인터넷은 이런 발명가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제공했다.
연결개발 프로그램은 P&G와 궁합이 맞는 제품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회사에 개발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게 돼 있다. 회사가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P&G는 연결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와(탈규모화된 제품과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그 가치를 일부 취한다는 점에서) 제품 발명가(본인이 기획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P&G의 유통, 마케팅, 지식 역량을 ‘빌려’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틈새 상품을 개발하는 플랫폼이 된다.

물론 연결개발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P&G를 규모의 회사에서 탈규모의 회사로 바꾼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덕에 올바른 사업 경로로 들어선 건 사실이다. 이스탄불대(Istanbul University)의 경제학 교수인 네슬리 나지크 오즈칸(Nesli Nazik Ozkan)이 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P&G의 제품 개발 포트폴리오 중 약 45%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들이 연결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한 핵심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2 규모가 배제된 향후 P&G의 모습은 초점이 명확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빌려 쓸 수 있는 거대한 소비재 플랫폼 형태를 취할 것이다. 즉 실물 소비재를 위한 AWS(아마존웹서비스, 인프라를 빌려주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역주) 모델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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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GE와 월마트
P&G만 탈규모의 경제를 실험하고 있는 건 아니다. 보스턴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대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도 새롭게 전개되는 시대에 활력을 유지하려 애쓰는 오래된 기업 중 하나다. GE는 프레딕스(Predix)라는 AI 기반의 플랫폼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프레딕스는 사물인터넷(IoT)에 큰 기대를 거는 회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GE는 기업이 설립된 이래로 기관차, 비행기 엔진, 공장 자동화 기계, 조명 시스템 등 산업용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GE는 회사의 산업용 제품 다수에 다양한 센서들이 장착돼 있다는 사실을 때마침 인식하면서 IoT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런 센서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프레딕스에 전송할 수 있다. 그러면 프레딕스는 축적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GE의 기계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프레딕스는 고객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GE의 기관차에서 수집된 정보들은 결과적으로 철도에서 GE 기차들에 더 잘 운행될 수 있게 한다. 탈규모의 시대를 맞아 GE는 다른 기업들도 프레딕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했다. 이런 회사들은 주로 산업디자이너를 위한 일련의 앱을 개발하는 데 프레딕스를 이용한다. 버뮤다주 해밀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젠팩트(Genpact)는 2005년 GE에서 분사한 조직으로 주요 부품들에 대한 재고 관리 최적화 프로그램을 프레딕스에서 운영한다. 또한 뭄바이 기반의 다국적 기업인 테크마힌드라(Tech Mahindra)도 태양광발전소를 원격 관리하는 앱을 프레딕스에서 운영한다. GE는 심지어 업계 개발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프레딕스 생태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프레딕스 트랜스폼(Predix Transform)이라는 콘퍼런스를 주최한다.

P&G와 마찬가지로 GE도 프레딕스 하나로 회사를 정비한 건 아니다. 하지만 GE는 회사의 역량과 데이터를 통해 다른 회사들이 빌려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창출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탈규모 전략의 이점을 취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된다.

월마트(Walmart Stores)가 2016년에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한 사례는 대기업들이 고려할 만한 탈규모 전략의 또 다른 교훈을 제시한다. 월마트는 규모를 확충하는 데에는 슈퍼스타지만 소매유통 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나선 지금은 그런 역량이 상당히 무력해졌다. 월마트가 아직 가치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회사를 30억 달러나 주고 인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트닷컴은 정교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의 주문량과 위치(고객이 제품이 있는 곳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서 고객들에게 가능한 최저가(심지어 월마트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추천한다. 제트닷컴에서 거래되는 상품 대부분(2000개 품목 이상)은 독립적인 소매업체들이 판매하는 것이다. 제트닷컴은 자신들이 이런 개별 소매업체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주 강조한다. 아마존은 종종 아마존닷컴에서 판매 활동을 벌이는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만 자신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의 잣대로 보면 월마트는 회사의 전문성과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허나 탈규모라는 잣대로 보면 월마트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트닷컴이 앞으로 진화해 나갈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틈새시장에 명확히 초점을 맞춘 소매업체들이 어디서나, 또 누구에게나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막강한 월마트 플랫폼을 빌려 쓰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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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탈규모 전략을 구사하는 3가지 방법
포천 500대 기업의 영민한 리더들은 탈규모 시대에 맞게 조직을 재창조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을 것이다. 여기서 탈규모 경제에 적합하고 그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대기업이 되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하겠다.

1. 플랫폼 역할 맡기. P&G의 연결개발(C&D), GE의 프레딕스, 월마트의 제트닷컴은 모두 플랫폼을 활용한 예로 다른 대기업들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다. 전력회사는 플랫폼 중심으로 사고방식을 바꾸고 회사의 전력 시설을 수천 개의 작은 에너지 회사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할 수 있다. 주요 은행들은 소비자용 저축 앱인 디지트(Digit), 에이콘즈(Acorns), 스태시(Stash)처럼 서비스 분야가 명확한 작은 금융회사들을 이용 가능한 플랫폼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플랫폼이 돼야 한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성공적인 플랫폼 전략이 탈규모의 시대에는 성장의 길을 제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플랫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공을 모색하므로 거기서 엄청난 수익이 창출되면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AWS가 20%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아마존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주요 사업으로 부각된 것도 이런 원리다. 반면 아마존 리테일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활력이 넘치는 기업들은 수십 년간 자신들이 속한 업종에 철저히 맞춰 규모를 확대해 왔다. 그 결과 효율적인 공장, 유통채널, 소매점, 공급망, 마케팅 전문성,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제 기업의 리더들은 이런 대규모 역량들을 단순하고 우아한 방식으로 다른 회사들에 대여하는 게 더 나은 비즈니스는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포드(Ford Motor)라는 회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상상해 보자. 수백 개의 작은 회사들이 그 플랫폼에서 혁신적인 신차를 설계하고, 생산하고, 마케팅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러면 포드는 작은 회사들이 수익을 내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발판이 된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가 더 이상 다른 브랜드를 사들이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 대신 소형 브루어리들이 AB인베브의 생산 및 유통 역량을 빌려 자신들이 양조한 수제맥주를 웹사이트에서 고객의 클릭 몇 번으로 판매하게 된다.

2. 철저히 제품에 집중하라. 기업의 몸집이 커지면서 회사의 초점이 프로세스와 요식 체계, 정치, 주가 같은 문제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다. 명확히 규정된 목표 시장을 근거로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는 무관한 일들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런 회사들은 가능한 많은 수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이끌고 더 높은 수익을 내려 애쓴다. 하지만 탈규모의 시대에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이 오히려 아킬레스의 건이 된다. 제품에 철저히 집중하는 작은 경쟁자들이 쉽게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탈규모 시대의 대기업들은 작은 회사들로 이뤄진 네트워크 같은 구조를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각 회사는 공략하려는 세분 시장에 완벽히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나머지 요소들은 대기업에서 빌리면 된다.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중요하지 않은 업무들을 쳐냈다. 넷플릭스는 회사 내부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지 않고 AWS에서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며, 애플과 나이키는 계약을 맺어 중국 회사들에 생산을 맡긴다. 차세대 탈규모 기업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아웃소싱할 것이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상관없는 일은 그 무엇이든 회사에서 사라져도 된다.
제품 개발자는 사업을 추진하고, 최고경영진은 사업의 토대가 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식이다. 20년 후 포천 500대 기업에 오를 회사들은 규모가 더 작고, 행동은 더 민첩하며, 오늘날의 거대 공룡 기업보다는 소규모 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3. 역동적 리번들링 전략을 통해 성장하라. 탈규모 경제의 승리자는 고객 개개인이 자신을 하나의 시장으로 느끼게 할 것이다. 개인의 욕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당연히 능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제품들의 집합이) 유리한 고지를 계속 점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일단 어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정에 맞는 세부 고객층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회사 포트폴리오에 있는 다른 제품들도 그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대기업도 각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들을 번들로 묶어 판매할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면 더어니스트(The Honest Co.)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2012년부터 회원제 방식으로 안전한 유기농 기저귀와 물수건들을 판매해 왔다. 어니스트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브랜드들과는 차별화된 상품을 원하는 틈새시장 고객들의 호응을 받아 1000만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회사는 축적한 시장 지식을 바탕으로 샴푸와 치약, 비타민 등의 제품들도 같은 컨셉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2016년이 되자 어니스트는 타깃이 명확한 제품 135개를 보유하게 됐고 이 제품들을 적절한 고객층에 맞게 적절한 세트로 묶었다. 어니스트의 매출은 그해 3억 달러가 넘었다.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어니스트가 P&G의 축소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두 회사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어니스트는 회사 고객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므로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번들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P&G의 제품들은 개별 브랜드 중심으로 관리되며 회사는 각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들에 대해 잘 모르거나 어니스트만큼 친숙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어니스트의 성장률은 2017년에 둔화됐다. 이에 따라 CEO인 브라이언 리(Brian Lee)가 사임했지만 제품 번들링은 아직도 회사의 주요 전략으로 유지된다.)

기업은 역동적인 제품 리버들링(rebundling)을 통해 규모를 확충하지 않고도 그 이점을 취할 수 있다.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 개개인의 매출을 증대하면서 민첩하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P&G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각 고객에게 맞게 기획된 번들링 제품을 제공할 정도로 똑똑한 수천 개의 제품 중심 회사들을 위한 플랫폼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아마존의 탈규모 정신
규모를 탈피한 미래의 비즈니스 환경을 엿보고 싶다면 마지막으로 아마존닷컴의 기업 정신을 살펴보자. 2017년 초반에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회사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수십 년간 직원들에게 오늘이 바로 1일 차(Day 1)라는 사실을 상기해 왔습니다. 저는 ‘데이원’이라는 이름의 아마존 건물에서 일하고 있고 사옥을 옮길 때도 이 이름은 고수해 왔습니다.”3  

베이조스가 언급한 ‘1일 차’란 아마존의 기업 플랫폼에서 재빨리 발전할 수 있는 새롭고 민첩하며 제품에 초점을 맞춤 사업체들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과 관련된다. 이들은 마치 아마존의 내부 스타트업처럼 움직인다. 따라서 베이조스에게 2일 차(Day 2)란 한 사업체가 불어난 규모 때문에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시작될 것이다.

베이조스는 어떻게 아마존이 계속해서 1일 차라는 축을 통해 돌아가도록 만들까? “저도 그 답을 완전히는 모르지만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4가지 포인트를 제시한다. “이는 1일 차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한 초보자용 필수 패키지입니다.” 베이조스가 말하는 4가지 핵심 지침은 본 기사에서 설명한 탈규모 전략과도 일치한다.

첫 번째 포인트는 ‘고객에 대한 참된 집착’이다. 탈규모 시대에 승리하는 제품은 고객 개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하나의 시장이라고 느끼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지식과 더불어 아무리 작은 세그먼트라도 그들의 니즈를 완벽히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통 대기업들은 가능한 방대한 고객 집단을 위한 제품을 만들려고 애쓰기 때문에 첫 번째 포인트를 충족하는 데 실패한다. 베이조스는 “1일 차 상태를 유지하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실험하고, 실패를 수용하며, 씨를 뿌리고, 어린 묘목을 보호하고, 고객의 기쁨을 발견하며, 더 큰 기쁨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라고 편지에 썼다. 아마존이 지난 몇 년간 킨들(Kindle), AWS, 알렉사(Alexa) 같은 혁신 상품들을 시장에 선보인 것도 이런 접근법 덕분일 것이다. 아마존은 회사를 끊임없이 탈바꿈하고 있다.

베이조스가 말하는 두 번째 포인트는 ‘프록시(proxy, 측정하려는 대상의 대용물-역주)를 거부하는 것’이다. 덩치가 커진 기업들은 중요하지 않은 이슈들을 신경 쓰느라 허둥댈 수 있다. 프로세스가 그중 하나다. 베이조스는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프로세스에 집중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결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그저 올바른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는지에만 연연하죠.” 프록시의 나쁜 예로는 고객을 실제로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수행하는 시장조사가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고객을 이해하고, 비전을 갖고,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아껴야 합니다.” 베이조스의 이 말은 스타트업을 향한 충고로 들린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스타트업들의 집단처럼 존재하기를 바란다.

베이조스는 1일 차를 계속 유지하는 세 번째 포인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외부 트렌드를 수용하세요. 거대한 트렌드는 쉽게 포착되기 마련인데(말이나 글로 자주 언급되므로) 대기업들은 그런 트렌드를 이상하게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일례로 언론사들은 인터넷 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사실을 인식했지만 대부분 한참을 미적거리다 뒤늦게 온라인 미디어 사업에 진출했다. 민첩한 중소기업들의 집합처럼 움직이는 대기업은 트렌드에 맞춰 신기술을 발견하고 그에 대응하는 경향이 더 높다.

1일 차를 유지하는 마지막 포인트는 ‘빠른 의사결정’이다. 이는 탈규모를 위한 각본으로 잘 맞는다. 베이조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천편일률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절대 따르지 마세요.” 작은 사업체들이 고객 상황에 비추어 자신들의 통찰력으로 스스로 결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은 더 복잡해지고,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의사결정 과정도 더 복잡해진다.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경영진이 많다. 이런 태도는 결정을 지연시키고 조직을 2일 차로 이끌 뿐이다. 기업들은 늘 오늘이 사업 첫날이라는 태도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정이 틀렸다면 재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업이라는 형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법인은 산업화 시대의 발명품으로 일련의 독특한 조건들에 맞춰 탄생했다. 새로운 조건에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구조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를 취할 것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형태로든 규모를 배제한 기업들이 부상한다는 점이다.

헤먼트 타네자(Hemant Taneja)는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 뉴욕, 보스턴에 사무소를 둔 벤처캐피털 회사인 제너럴캐털리스트파트너스(General Catalyst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이다. 그는 MIT와 스탠퍼드대에도 출강한다. 케빈 매이니(Kevin Maney)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매주 뉴스위크(Newsweek)에 기술과 사회 관련 글을 기고한다. 두 필자는 『Unscaled: How AI and a New Generation of Upstarts Are Creating the Economy of the Future (PublicAffairs, 2018)』를 공동으로 집필했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321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