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2017년 필자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느낀 가장 큰 시대적 변화는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이 제시하는 새로운 인재상이었다. 5G, 인공지능, 빅데이터라는 거대 이슈나 스마트시티, 무인자동차와 같은 키워드보다 사실 소비자에게 피부로 와 닿는 변화는 그로 인해 바뀔 우리 삶, 또 자녀들을 향해 달라질 요구사항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그랬다. 그곳에서 만난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기업의 HR 담당자들 다수는 “앞으로 ‘기술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이 있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도전적이고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최신 기술을 이미 익힌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 실시할 최신 기술에 대한 훈련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은 이러한 시대 변화가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10년여의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Mathematics의 약자로 과학, 기술, 공학, 인문/예술학, 수학 분야의 융합 교육) 연구 기간을 거쳐 메이커(Maker) 교육을 본격화했다. 실제로 메이커 페어의 시발점이자 세계 최대 규모인 샌프란시스코 ‘Maker Faire 2017’에서 만난 메이커들은 이 거대한 나라가 발 빠르게 세계 변화에 적응하고 또한 이끌어가는 역량과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1인 창조자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하나같이 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들은 장비와 도구, 완성된 결과물을 자랑하기보다는 제작 과정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고 발전하고 있었다.
메이커 교육은 개개인이 개발자가 돼 제품과 서비스 개발 과정을 겪으면서 최신 ICT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융합사고력,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 기업가정신 등을 갖춰 나가는, 다시 말해 특정 분야의 지식을 단순하기 암기하고 익히기보다는 ‘무엇이든 할 줄 아는’ 능력, 유연한 사고와 적응력, 그리고 정보와 지식 활용 능력을 키워가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다. 메이커 교육은 특성상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촉진시켜서 참여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학원 교육 방식으로는 현실화하기 어렵다. 주입식 교육이나 강사가 제시하는 장비와 재료만으로 이뤄지는 제한적 활동으로는 상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시, 부산시교육청이 2017년 11월 메이커 교육을 2018년 중점과제로 선포했다. 서울시는 ‘길동무 차량’을 운영하면서 거점 메이커 스페이스(학생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직접 제작해보는 공간)로 학생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부산시내 주요 메이커 공간과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나서서 전국에 조직적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를 갖춰 나가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교육출판 전문기업 미래엔도 메이커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 자체적인 연구 조직을 통해 교수법과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서울디지털재단과 함께 시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을 꿈꾸는 미래 인재들의 호응이 뜨거운 가운데 특히 아날로그•디지털 툴을 이용해 3D 구조물을 만드는 활동은 큰 인기를 모았다.
이렇듯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교육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자고 일어나면 ‘신개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등장하는데 예전처럼 특정 업체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춰서는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기조차 버거울 것이다. 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사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생각의 장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직접 활동에 나설 기회와 시간이 절실하다. 만들기 활동을 한다고 해서, 코딩 교육이 포함된다고 해서 진정한 메이커 교육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습자들이 즐겁게 코딩, 회로 구성, 로봇 제작, 목공, 3D 모델링과 프린팅, VR 콘텐츠 제작 등의 메이킹 활동을 하는 동안 관찰과 비교 대조, 가설 설정 등을 통해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천천히 준비할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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