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에서 배우는 글로벌 경영

요즘 중국 스타트업, 중국 건너뛰고 해외로, “출혈 경쟁 피하자” 선택적 M&A로 진화

245호 (2018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7∼2018년 중국 스타트업 8대 트렌드

1. Copy from China: 중국을 건너뛰고 해외에서 사업
2. AI 스타트업의 맹활약. 경쟁자는 미국뿐
3.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한 선택적 M&A
4. 창업생태계 활성화로 액셀러레이터 상장 기업도 탄생
5. 의료기업의 약진
6. 핀테크 기업의 미국 상장 러시
7. 경영권은 가업 승계보다 자본시장의 논리로
8. 해외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지휘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을 일컫는다. 이 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래했지만 2017년부터는 중국이 유니콘들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10월, 유저 평가 기반의 평점 앱인 메이퇀디엔핑(美团点评)이 3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4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조달하면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 가치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글로벌 톱 5 유니콘 스타트업 중 3개가 중국 국적이 됐다. (그림1) 또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슈퍼스타가 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전 세계 모든 기업 중 시가총액 톱 10 안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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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인사이츠(CB Insights)와 차이나머니위크(China Money Week)에 따르면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는 각각 112개와 102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이들이 산정한 중국 유니콘 기업 가치의 총합은4590억 달러다. 미국 유니콘기업 가치의 합인 3920억 달러보다 커졌다. 즉, 수로 보나, 액수로 보나 중국의 유니콘이 미국을 추월했다. 2017년 새롭게 유니콘의 지위에 등극한 중국 스타트업을 몇 개 꼽자면 뉴스 공유 앱인 진르터우티아오(今日头条), 전기자동차 회사인 NIO, 공유 자전거를 서비스하는 ofo와 모바이크(Mobike), AI 얼굴인식 기술을 보유한 센스타임(Sensetime)을 들 수 있다. 필자들이 근무하는 레전드캐피탈 및 계열회사가 투자한 회사만 봐도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인 마오안웨이잉(Maoyan-Weiying), 공유 숙박 거래 플랫폼인 샤오주(Xiaozhu), 앞서 소개한 중동 e커머스 플랫폼 졸리치크(Jollychic), AI 얼굴인식 솔루션 Face++의 개발업체 메그비(Megvii) 등이 신생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또 중국 스타트업은 하드웨어 분야에도 강하다. 전 세계 하드웨어 유니콘 기업 18개 중 11개가 중국 기업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필자는 중국의 스타트업 환경과 투자 시장에 관심이 있는 DBR 독자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독자에게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2017∼2018년 중국 스타트업 8대 트렌드

트렌드 1 Copy from China: 중국을 건너뛰고 해외에서 사업

요즘 중국 스타트업들은 해외 시장을 직접 노린다. 중국 시장에서 먼저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해서 경쟁력과 인지도를 갖춘 후에야 해외 시장을 두드리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는 스타트업들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사업 초기부터 ‘Copy from China’, 즉 중국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해외 시장에 가져가되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은 아예 건너뛰는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1. 졸리치크(JollyChic)

중동 최대 모바일 이커머스 업체다.1 이 회사는 2013년 중국 항저우에 설립돼 모바일 쇼핑이 태동하는 중동 지역을 전문적으로 공략했다. 창립자들은 중동의 인터넷 보급률과 온라인 쇼핑 비중, e커머스 경험이 아직 중국보다 뒤처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현재 매출의 약 75%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오며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 카타르에서도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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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중국 업체라는 인상을 전혀 받지 못한다. 이들은 가성비가 좋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뿐 아니라 한국 및 일본에서도 다양한 공급자를 소싱해 중동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5000개 이상의 공급상을 통해 30만 개 이상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성/남성/아동 의류, 가구와 생활용품, 패션 아이템과 뷰티 제품을 주로 취급한다. 그 결과 개점 3년 만인 2016년 iOS 쇼핑 앱 중 사우디 1위, 카타르 6위, 쿠웨이트 7위를 했고, 구글앱 기준으로는 사우디 3위, 쿠웨이트 2위, UAE 3위 등의 선도 지위를 구축했다. 2016 매출은 1억7000만 달러였고 2017년에는 급격히 성장해 무려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 수도 2500명을 넘겼다. 2018년 초에는 신규 투자유치와 함께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는 유니콘으로 등극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향후 중동을 넘어서 이란/터키/인도/파키스탄 등으로 시장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기술적으로는 AI 기반의 물품 조달과 수요 예측까지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본국인 중국에서의 유통산업 발전 트렌드에 착안한 것이다. 중국 시장이 이런 과정을 거쳐왔으므로 중동 지역에서도 먹힐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도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델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초기에는 공급업체의 물건을 사서 고객에게 판매하는 바이셀(Buy-Sell) 모델에서 출발했다면, 현재는 공급업자들이 자사의 창고와 시스템을 활용해 판매까지 할 수 있는 FBJ 모델(Fulfillment by JolliChic)로 발전했고, 더 나아가서는 소비자와 공급자를 이어주고 효율적인 유통망을 제공해줄 수 있는 플랫폼 모델로의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2. 뮤지컬리(Musical.Ly)

뮤지컬리(Musical.Ly)는 음악을 배경으로 15초 립싱크 동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는 서비스다.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4년 중국 회사가 만든 앱이지만 중국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 시장에서 더 큰 인기를 끌며 19개 국가의 iOS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7년 7월 기준으로 이용고객 수가 2억 명이고, 일 평균 1300만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2017년 1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아 중국 최대 뉴스앱인 진르터우티아오에 인수됐다.2

3. 뉴스도그(Newsdog)

뉴스도그(Newsdog)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정보 앱이다. 중국인 창업자는 중국 내 유력 온라인 뉴스앱인 진르터우티아오의 성공 비결에 주목했다. 중국은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 뉴스 시장의 경쟁구도가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중국을 벗어나 용감하게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이 앱은 인도에 진출한 지 4개월 만에 뉴스와 잡지 부문 1위에 등극했다.

트렌드 2 중국 AI의 맹활약, 이제 경쟁자는 미국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7월 ‘China may match or beat America in AI’라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은 풍부한 투자 자금력과 우수한 인재풀을 기반으로 AI의 주도국이 돼가고 있다. 관련 기업 수와 투자 규모에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창업은 로봇, 드론,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며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들로는 음성인식 분야의 선두주자인 아이플라이테크(iFlytek), 안면인식 분야의 선두주자인 메그비(Megvii), 인공지능 기반 의료 서비스 개발업체인 아이카본엑스(iCarbonX) 등을 들 수 있다.

1. 아이플라이테크(iFlytek)

아이플라이테크(iFlytek)는 대학교 산하 기술벤처 기업으로 출발했다. 레전드캐피탈이 2001년 설립되며 가장 먼저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AI 기업이다. 창업자인 리우칭펑(刘庆峰)은 1999년 창업 당시 26세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다. 그는 동료 학생 10여 명을 모아 동부 내륙의 안후이성에서 창업을 했다. 이들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음성 합성, 필기인식, 자연언어 처리 등의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구축했고 이를 모바일 기기, 인텔리전트 빌딩, 스마트 자동차, 교육 등의 다양한 영역에 응용하고 있다. 중국어는 지역마다 방언의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음성인식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회사 측에 따르면 번역의 정확도가 98%에 달한다. 이미 2008년에 선전증권거래소 중소기업판에 상장했다. 2017년 말 시가총액은 약 13조5000억 원이다. AI 관련 기업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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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크비(MEGVII)

2011년 칭화대 졸업생 3명이 설립한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다. 5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FACE++라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했고 2017년 10월 4억6000만 달러 규모의 C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전 세계 AI 기업 중 최대 투자 기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인 정보 침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 때문에 안면인식 기술의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규제와 여론의 허들이 낮다. 치안/보안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전역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예컨대 베이징사범대 기숙사는 2017년 9월부터 신입생 전원의 얼굴 정보를 등록해 기숙사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디디(Didi), 선저우(Shenzhou)와 같은 택시 앱들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신원 확인에 안면인식 사용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렌드 3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한 선택적 M&A

중국에서는 스타트업 간 M&A 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구가 많은 나라지만 그만큼 스타트업 간의 유저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기존에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조차도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수익구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출혈 경쟁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등 금융사들이 한 산업 내 경쟁사들 간의 M&A를 주도 혹은 주선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의 회사가 해당 산업의 시장점유율을 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 구조로 재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자. 텐센트와 레전드캐피탈 등이 투자한 웨이잉(微影)이라는 회사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영화와 공연 티켓을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에서 모바일 영화 티켓 판매 시장은 이미 오프라인 판매 규모를 넘어섰는데, 이 시장은 중국 최대 영화배급사 엔라이트(Enlight)가 투자한 먀오옌(猫眼), 알리바바 계열사인 타오피아오피아오(淘票票), 웨이잉 등 3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세 회사 모두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영화 티켓 요금의 일부를 회사가 부담하는 마케팅을 하는데 이 비용만으로 연간 각각 1000억 원 이상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2016년에는 알리바바의 돈줄을 등에 업은 타오피아오피아오가 마케팅 비용으로 1700억 원을 투입하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자 먀오옌과 웨이잉 양사의 투자자들이 합병을 논의하기 시작, 2017년 9월 양사가 ‘먀오안웨이잉’이란 이름으로 합병했다. 이 회사는 타오피아오피아오와 비슷한 수준인 합산 시장점유율 약 40%를 확보했고 기업가치 약 30억 달러(3조 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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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또한 미국이나 유럽처럼 시장 독과점을 막는 반독점 규제를 엄격하게 집행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관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예컨대 택시앱인 디디추싱이 2015년 12월 경쟁자인 콰이디다처와 합병했을 때나, 2016년에 우버차이나까지 인수했을 때 마이너 경쟁사였던 이다오용처(易到用车)가 규제당국에 반독점 이슈를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의 별다른 조치 없이 딜이 성사됐다.

트렌드 4 창업 생태계 활성화로 액셀러레이터까지 상장

중국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가 활발히 성장하면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창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 기업들도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에는 엑셀레러이터 중 상장 기업까지 탄생했다. 다크호스라는 뜻의 촹예헤이마(创业黑马)는 2008년 스타트업 전문 잡지 촹예지아(创业家)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스타트업의 자문, 교육, 투자, 마케팅,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종합 엑셀러레이터로 성장했다. 창업자들의 교육 프로그램과 홍보 대행 업무에서만 2016년 약 300억 원의 매출을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8월 선전증권거래소 창업반에 상장해 약 300억 원을 조달했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통해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을 확장하고 그 외 온라인 서비스 강화 등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창업자뿐만 아니라 창업자를 서포트하는 회사도 자본시장에서 상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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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5 의료 기업의 약진

한국에서는 병원이 비영리단체로만 인정돼 증권시장 상장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가능하다. 병원도 자본시장을 활용해서 성장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병원도 민영화와 자본시장 활용을 통해 대형 병원으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진출, 전 세계의 기술과 의료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사례를 보자.

1. 아이얼안과(爱尔眼科)

시가총액이 7조4000억 원에 달하는 안과 체인으로 2006년 설립됐고, 2009년 선전거래소에 상장됐다. 2016년 매출이 약 6500억 원이다. 이 회사(?)는 중국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2017년 1월 미국 고급 안과 병원인 왕비전(WangVision)을 1800만 달러에 인수했고 9월에는 유럽 최대의 안과 체인이자 상장 기업인 클니카바비에라(Clinica Baviera)의 지분 87%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2. 캉닝병원(康宁医院)

1996년에 설립된 정신과 전문 병원으로 직접 보유한 13개의 병원과 위탁 관리하는 병원 7곳을 운영 중이다. 정신과 병원으로는 최초로 2015년 11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꾸준한 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늘어나지 않자 중국 본토 시장에서 다시 상장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표 2]에서 보다시피 홍콩 거래소보다 상하이, 선전 등 중국 본토거래소에 상장된 병원기업들의 PER이 높은 점이 그 배경이었을 것이다.

트렌드 6 핀테크 기업의 미국 상장 러시

2015년 12월 중국 핀테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런다이(宜人贷)라는 업체가 미국 상장에 성공했다. 이어 2017년 상반기 1개, 하반기에 5개의 중국 핀테크 기업들이 뉴욕(NYSE) 및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필자의 회사가 투자한 파이파이다이(Paipaidai·拍拍贷)라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007년에 설립된 중국 최대 온라인 P2P 대출 서비스 기업이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이용자 수가 4800만 명, 매출 약 3000억 원을 기록하고 2017년 11월 뉴욕거래소에 상장해서
3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렇게 중국의 핀테크 업체들이 본국이 아닌 미국 자본시장까지 진출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자금으로만 따지면 중국의 자본시장 역시 부족하지 않은데 말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역시 핀테크 산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해주는 기관투자가들이 있는 미국 거래소를 찾은 것이다. NYSE와 나스닥거래소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은 다른 지역의 투자자들보다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

둘째, 중국 자본시장에서는 순이익이 나오는 회사만이 상장이 가능하지만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아도 기술력과 성장성만으로도 상장이 가능하다. 이런 제도적 유연성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셋째, 중국에서는 2017년 3분기 기준 약 500개 기업이 상장 대기 중이다. 빨라도 1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중국 자본시장의 현실도 미국 시장에서의 상장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장점들은 한국의 하이테크, 핀테크 기업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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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7 경영권은 가업 승계보다 자본 시장의 논리로

중국 자본시장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가업 승계보다 자본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중국 기업 경영 승계의 새로운 흐름이다. 2017년 7월 중국신문망에서 182개의 우수 가족 경영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인 2세 중 82%가 부모 세대로부터 가업을 승계하기보다는 본인들이 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1세대 기업인들이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대신 기업을 매각하거나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시나닷컴이 조사하는 ‘新财富500富人榜(500대 부자 조사)’에 따르면 민영기업 창업자 중 72.8%가 50세 이상으로 현재 약 300만 개 기업이 이와 유사한 승계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할 때 중국에서의 경영 승계의 새로운 흐름은 5∼10년 내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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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이리(百丽)

한때 ‘여성이 가는 곳에 어디든 바이리가 함께 간다’고 알려질 정도로 크게 유행했던 여성 구두 전문 브랜드다. 1992년 설립 후 대표 브랜드 BeLLE을 포함해 10여 개의 자사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를 운영했고, 200여 도시에서 2만 개가 넘는 직영점을 운영하며 여성 구두 시장을 선도했다. 그런데 백화점 중심의 매장 운영을 고집하던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 회사 창업자인 셩바이지아오(盛百椒)는 2014년 전문경영자를 영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본인과 전문경영자가 회사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다. 2017년 4월 PE펀드 힐하우스캐피털(Hillhouse Capital), CDH 인베스트먼츠(CDH Investments)의 컨소시엄이 이 회사 지분 69.5%를 약 5조3000억 원에 사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2. 야오타이타이(姚太太)

항저우에 기반을 둔 절인 과일, 볶음 견과류, 고기/어류 가공품을 파는 식품기업이다.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지역에 200여 개의 직영점을 운영한다. 창업자 야오웨이쫑(姚卫忠)의 아들은 가업 승계보다는 금융업 진출을 희망했다. 창업자는 오랜 고민 끝에 2015년 12월 상하이 소재 PE펀드 루나캐피털(LUNAR CAPITAL·云月投资)에 회사를 매각했다.

트렌드 8 해외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지휘

마지막 트렌드로, 중국(대만 포함) 경영진의 리더십하에 재기에 성공한 해외 기업들의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트렌드 1에서 중국 벤처들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와 함께 해외에서 실패한 해외 기업을 인수해서 중국에서 재도약을 시키는 중국 기업의 케이스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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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스콘과 함께 턴어라운드한 샤프

모두가 아는 일본의 전자업체인 샤프는 과도한 LCD 사업 투자로 인해 2016년 3월 기준 채무초과 상태에 직면했다. 순손실 2조8000억 원을 기록하며 그해 8월 도쿄증시 1부에서 2부로 강등된다. 그러자 대만 폭스콘이 그해 8월 약 4조 원에 샤프의 지분 66%를 인수했다. 이는 일본의 대형 전기/전자업체가 외국 기업에 인수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샤프 인수 후 폭스콘은 1) 폭스콘 그룹 전체 조직을 동원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2) LCD 패널과 TV, 모니터 완제품 세트를 잇는 수직계열화의 이점 활용, 3) 브랜드 전략 재정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2017년 1분기 순이익 1500억 원을 기록했다. 7년 만에 처음 맛보는 분기실적 흑자였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시가총액 또한 폭스콘 인수 이후 10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12월, 1년 만에 도교증시 1부로 복귀했다.

2. 2005년 파산한 혼마골프의 홍콩거래소 상장

골프팬이라면 들어봤을 이름이다. 1959년에 설립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일본 아베 총리가 축하선물로 이 회사 골프채를 가져갔다. 혼마는 2005년 5월 과도한 채무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경영난을 겪었는데, 중국의 가전기기 업체 번텅디엔치(奔腾电器) 설립자인 리우찌엔 구어(刘建国)가 2010년 혼마 지분의 51%를, 2012년에는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며 100%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은 상하이에 혼마 중국 본부를 두고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2016년에는 혼마골프의 매출 중 중국 매출 비중이 19%까지 올랐고 그해 10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해 약 1800억 원을 조달했다.

시사점: 글로벌화를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중국 기업들

지금까지 최근(2017년) 중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행보와 트렌드를 살펴봤다. 중국 기업은 더 이상 중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있어 과거의 세계화는 ‘세계의 공장’으로서 해외 기업의 브랜드를 붙인 ‘Made in China’ 제품을 수출하는 형태였다. 지금의 중국 기업은 ‘Made in China’ 제품에 자사의 브랜드를 붙이고 자신들만의 채널을 개척해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특화 사업을 한다. 또한 중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하이테크의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상장해 본토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뿐인가. 중국 기업들은 해외의 법정관리 기업, 채무과다 기업 등을 인수해 중국 경영진의 리더십과 자국 시장의 자원을 활용해 재기(再起)시키는 등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서구와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해 해외 사업을 펼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중국에서도 배울 수 있다. 중국 기업의 진일보한 글로벌화 성과를 참고한다면 한국의 국가경제와 기업 경영이 당면한 양적, 질적 추가 성장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상당 부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중국 대형 벤처캐피털인 레전드캐피탈의 박준성 파트너가 레전트캐피탈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한국 동료들과 함께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배우는 글로벌 경영 시사점을 브리핑합니다.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파트너 piaojc@legendcapital.com.cn
신창훈 · 이재훈 · 이지인 심사역

박준성 파트너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고 일본 게이오경영대학원과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엑센츄어 도쿄지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후 2005년부터 레전드캐피탈 베이징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신창훈 심사역은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화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유안타증권 IB본부에서 M&A 업무를 수행했다. 2015년부터 레전드캐피탈에서 일하고 있다.
이재훈 심사역은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베이징대에서MBA 학위를 받았다. KPMG에서 근무했다. 2015년부터 레전드캐피탈에서 일하고 있다.
이지인 심사역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클레어몬트맥케나컬리지(Claremont McKenna College)에서 기업재무석사 학위를 받았다. 골드만삭스 서울 오피스에서 근무했다. 2017년부터 레전드캐피탈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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