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이 시대의 경제와 비즈니스는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큰 자본을 투자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제품을 공급했다. 가치사슬 단계마다 가치를 더해 기업 밖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내보냈고 이를 마케팅했다. 그러나 현재 성공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플랫폼과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가치는 기업 조직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창출된다. 직원이 아니라 제3자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공급되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기업은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 유저가 유저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이러한 비즈니스를 구축했을 때 가장 위험한 경쟁자는 자신보다 더 크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진입자다. 무조건 커뮤니티를 키워야 한다. 커뮤니티에 기술을 더하는 것이 기술에 커뮤니티를 더하는 것보다 쉽다. 명심하라. 플랫폼이 제품을 이긴다.
플랫폼 생태계: 네트워크는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플랫폼이 제품을 이긴다
1. 혁명에 가까운 구조적 변화
이 시대 경제, 비즈니스는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제는 완전히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로 이동 중이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우리가 지난 100년, 200년까지 봐왔던 그 어떤 변화보다 큰 의미가 있다. 헨리 포드의 대량 생산 시스템과 우버의 근본적 차이를 이 시간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란다. 오늘 강연의 시작과 끝의 메시지는 동일하다 ‘플랫폼이 제품을 이긴다’는 것이다. 이제 그 얘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림 1]을 보면 BMW와 우버, 메리어트와 에어비앤비, 월트디즈니와 페이스북의 설립연도와 고용인원 수, 시가총액이 비교돼 있다. 1916년에 설립된 100년 기업 BMW는 전 세계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고작 2009년에 창업한 우버에 시가총액에서 추월당했다. 물론 우버는 상장 기업이 아니기에 장외시장에서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2008년 창업한 에어비앤비 역시 시장 가치 평가 측면에서 90년 된 기업 메리어트를 넘어섰고,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의 가치는 190년이 넘은 월트디즈니보다 훨씬 크다. 이제 고용인원을 보자. 우버나 페이스북에 고용된 인원은 BMW와 월트디즈니 10분의 1 수준이고, 에어비앤비의 고용인원은 10분의 1보다 훨씬 적다.
[그림 2]를 보자. 2017년 10월에 나온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브랜드 순위 발표 자료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3대 브랜드다. 코카콜라가 4위다. 그런데 불과 3년 전만 해도 코카콜라가 브랜드 가치 1위였다. 구글의 전 세계 광고비는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광고하는 비용보다 적다. 코카콜라와 나머지 세 기업, 특히 최근에 코카콜라를 추월한 구글과 애플의 특징은 ‘상호작용’이다. 우리는 모두 스마트폰의 플랫폼과 구글의 검색창에서 해당 기업은 물론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모두 ‘외부 생태계’를 갖고 있다. 상장 시장으로 가보자. 요즘 세계에서 가치가 높은 기업 상위 10개 중 7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5년 전 나와 동료들이 플랫폼 비즈니스와 관련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에는 3개뿐이었다. 지금은 상위 5개 기업에 포함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만 있었다. 이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들어갔고,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이 계속 상승하면서 가장 가치가 큰 기업이 돼 가는 중이다. 시계를 약 20년 전으로 돌려보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당시만 해도 에너지와 은행/금융 분야의 전통 거대 기업들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었다. 다시 5년 전을 떠올려 봐도 그때만 해도 엑손모빌, GE, 시티은행, 에너지 뱅킹이 경제 전반, 비즈니스 전반을 주도하고 있었다. 불과 5년 전이다. 우리 일상의 필수품인 스마트폰/휴대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8∼9년 전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49%였다. 지금은 흔적도 찾기 어렵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안드로이드폰이 장악하고 있다.
2. 플랫폼과 생태계, 그리고 커뮤니티
현시점에서 애플이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들이 언제나 최고였던 것은 아니다. [그림 3]은 1980년대, 1990년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상승 곡선이다. 1980년대, 그리고 아이팟이 나오기 이전까지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약점이 있었다. 생태계를 닫아놨다는 게 문제였다. 1980년대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 그리고 그 이후 수년간 잡스 없이 운영되던 애플은 오직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만 생각했지 열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생각지 못했다. 플랫폼은 반드시 생태계와 함께 가는 개념이다. 애플은 좋은 성능의 제품을 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980년대를 지나고 1990년대까지 더 나은 생태계를 구축했다. 2000년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가 독과점 논란으로 법정 다툼에 들어갔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인원은 애플의 6배였고, 시가총액은 ‘폭발’하고 있었다. 반면 애플은 거의 파산 직전이었다. 각종 음악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로 상징되는 지금의 애플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잘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닫으면 죽고, 열면 흥한다’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진리는 비단 IT 기업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도요타, BMW, 나이키 등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들도 플랫폼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이키를 예로 들어보자. ‘커뮤니티’와 ‘생태계’라는 단어와 가장 멀 것 같지만 신발에 센서를 부착하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운동을 즐기는 각 개인과 팀이 자연스레 모이는 정보와 그것이 유통되는 앱, 그러한 앱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안에서 상호작용한다. 제품 위에 정보와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금은 덜 알려진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제품 위에 정보와 커뮤니티를 구축한 최고의 사례이기도 하다. 바로 맥코믹스파이스(McCormick Spice)라는 기업이다. 소금, 후추를 비롯해 각종 양념과 조미료를 파는 기업이다. 일단 기업의 비즈니스만 보면 생태계나 플랫폼, 커뮤니티라는 단어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소금, 후추 등은 그 자체로 완전한 생산품이고 상품이다. 여기에 플랫폼을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겠지만 정보와 커뮤니티라는 두 요소만 더하면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다. 맥코믹은 자신들의 연구실에서 조미료의 맛과 향을 모두 분석해 프로파일링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영화 추천과 같이 ‘당신을 위한 레서피와 조미료 활용법’을 추천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정보를 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이 레서피를 다운로드받은 후에 수정하거나 업데이트해서 다른 유저들을 위해 다시 업로드한다. 유저들이 다른 유저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러면 우리는 네트워크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수록 맥코믹 제품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이 과정에서 맥코믹 조미료와 향신료를 둘러싼 생태계가 구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