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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Market Strategy

이익 쥐어짜기는 지속가능성 없어, 전략적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얻어라

문정빈 |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 활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얽혀 있다. 따라서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의 재무적 결과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ESG) 측면의 결과까지도 측정해야 한다. 사회(S) 측면에는 소비자 만족도, 임직원 만족도, 협력업체 만족도 및 공동체의 만족도 등을 모두 고려하고, 환경(E) 측면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 문제를 환경에 대한 쥐어짜기로 생각하고 그 유무를 면밀히 체크한다. 또한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넓은 의미의 이해관계자인 정부와의 관계, 부패의 유무, 그리고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통한 주주가치 보호, 회계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러한 ESG 평가는 기존 회계의 방식을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까지 확대해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다양한 기업 이해관계자와 소비자들은 이러한 ESG 평가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ESG 평가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이해관계자 관리가 없으면 기업은 뒤처지고 말 것이다.
 

편집자주

기업 성공의 기회와 실패의 위기는 반드시 ‘시장’에서만 나타나고 발생하지 않습니다. 때론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와 규제가 새로운 기회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기업가들이 ‘비시장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문정빈 교수가 ‘Non-Market Strategy(비시장전략)’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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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의 놀라운 성장과 몰락

웰스파고(Wells Fargo)은행은 1852년 설립된 후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장해 마침내 2015년에는 시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JP 모건 체이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의 은행이 된 금융기관이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매년 평균 36%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미국 최대 은행의 자리에 올랐다. 이를 관장한 최고경영자(CEO)가 존 스텀프(John Stumpf)다. 그는 1953년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나 1982년에 노웨스트(Norwest)라는 미네소타 기반 은행에 입사한 후 1998년에 노웨스트와 웰스파고가 합병되자 웰스파고의 남서 지역, 서부 지역 담당 임원이 됐다가 CEO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존 스텀프의 경영철학은 “고객에게 충실해 고객을 부자로 만들라”는 것인데 은행이 과거와 같이 대출 활동을 통해 이자수익만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객서비스 기관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로 경쟁사들의 이자 외 수입이 매출의 30%대에 불과한 반면 웰스파고는 이자 외 수입이 매출의 거의 50%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웰스파고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2016년에 발생한 ‘교차판매(cross-selling)’ 스캔들로 인해 위기를 맞고 불과 1년여 만에 시가총액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교차판매란 은행의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권유함으로써 여러 개의 계좌를 판매하는 영업방식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입출금계좌를 가진 고객에게 저축예금,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금융, 주택금융, 자녀 학자금 대출, 연금저축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권유함으로써 고객 1인당 계좌 수를 늘려 가는 방식이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평균적으로 고객 1인당 3개의 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웰스파고는 이를 6개 이상으로 만들었고, 금융기관의 고객 1인당 계좌 수가 금융기관 수익률의 좋은 지표가 된다는 것을 알아낸 애널리스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웰스파고 주가는 고공비행을 하게 된다. 존 스텀프는 지속적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Going for Gr-Eight”이라는 구호하에 고객 1인당 계좌 수를 평균 8개까지 늘리는 전사적인 캠페인을 벌이게 된다. 그런데 사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많은 금융계좌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숫자였다. 당연히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창구직원들이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의 동의 없이 추가 계좌를 개설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해당 고객 몰래 개설되고 그에 대한 수수료는 고객의 은행 잔고에서 자동 인출되는 유령 계좌들이 대거 만들어졌다. 이를 수상히 여긴 고객들은 진상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황당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자 이들은 결국 집단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문제가 커지자 웰스파고는 유령 계좌 스캔들에 연루된 창구직원 5300명을 해고함으로써 이를 수습하려고 하는데, 이 스캔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CEO의 경영 목표였음을 고려해 볼 때 책임을 하위직인 창구직원들에게 돌리는 것은 심하게 부당한 처사였다. 이러한 일들이 문제가 돼 존 스텀프는 결국 의회 상원 청문회에 불려 나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으로부터 추궁을 당하고 CEO직에서 물러났다. 물론 계약했던 보수도 못 받았다.

 

기업 이윤 추구의 두 가지 방식

이 사례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림 1]은 기업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배분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 1]에서 세로축이 가치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했을 때, 그림의 밑바닥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재료가 갖는 가치라고 할 수 있고, 꼭대기는 소비자가 이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고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협력업체에 원자재를 납품 받고, 임직원의 노동과 채권자의 자본, 주주의 위험 감수를 통한 투자를 활용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은 지불 의사를 판단하게 되고, 가격은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 가격과 생산원가 사이에서 결정된다. 완전 가격 차별1 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실제 판매가격은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고 가격보다 낮아지며 따라서 소비자들은 구매행위를 통해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이 가격이 생산원가보다 높을 경우 이윤이 발생하고, 주주들은 잔여가치 청구권자(residual claimant)로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윤에 대한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채권자들은 제공한 자본에 대한 이자를 보상으로 받고, 임직원들은 제공한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그리고 협력업체들은 납품한 원자재에 대한 가격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이 기업이 성공적으로 영업활동을 해서 생산원가를 넘는 가치를 생산해 내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그 과실을 나누게 된다.

[그림 1]에서 제시된 방법, 즉 기업이 생산한 가치의 배분을 바탕으로 이윤을 증가시키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윤을 증가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림 2]를 보면 [그림 1]의 가치 막대가 단순화돼 표현됐다. 기업이 생산한 총가치가 소비자 잉여, 이윤, 임금과 이자, 원자재 비용으로 배분돼 있다. 가운데의 가치 막대가 나타내는 것을 현재의 상태라고 한다면 미래의 이윤이 현재의 이윤보다 증가하는 데에 서로 다른 경우가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 가치 막대부터 살펴보자. 이 기업이 생산한 총가치는 현재와 변함이 없음(그래서 가운데 막대와 높이가 같다)에도 불구하고 이윤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는 다른 이해관계자의 몫, 그러니까 소비자 잉여, 임금과 이자, 협력업체 몫을 줄임으로써 가능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해 소비자, 임직원, 협력업체들을 쥐어짜는(squeezing) 방식이 적용됐다. 앞에서 소개한 웰스파고의 교차판매 같은 사례가 대표적으로 소비자 잉여를 기업이 빼앗아 오는 쥐어짜기 방식이며 임직원(소위 말하는 ‘열정페이’)이나 협력업체(소위 말하는 ‘갑질’)에 대한 쥐어짜기 사례는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다음으로 오른쪽 가치 막대를 살펴보면 이윤의 크기는 왼쪽의 가치 막대와 동일하게 증가했다. 그런데 왼쪽의 가치 막대와 다른 점은 이 경우에는 생산된 총가치가 증가했고(막대 전체 높이가 높아졌다), 따라서 소비자 잉여, 임금과 이자, 협력업체의 몫도 다 같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협력업체로부터 더 나은 원자재를 납품 받고 임직원들로부터 더 생산적인 업무방식을 이끌어 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을 받아 이윤은 물론 임금, 이자, 협력업체 지불액까지 참여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몫이 늘어나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

이 두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지속가능한지는 명확하다. 쥐어짜기를 통해 이윤 증가를 추구하는 기업에 대해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는 소비자, 임직원, 채권자, 협력업체는 불만을 갖게 되고 불만의 정도가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의 거래를 원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보이콧, 임직원의 이직, 채권자의 높은 이자 요구, 협력업체의 이탈 등으로 나타난다. 반면 총가치의 증가를 통해 이윤 증가를 추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하고 거래를 지속하고자 할 것이다. 제품 혁신과 제조공정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생산에 기여한 임직원, 협력업체, 채권자, 주주 모두에게 더 큰 몫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장 큰 목표이자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다. 주주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정신도 바로 이것이다. 주주를 잔여가치 청구권자로 설정함으로써 다른 이해관계자, 즉 소비자, 임직원, 협력업체, 채권자들의 몫을 보장한 후에 주주의 몫이 돌아가게 돼 있다.2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극대화할 때에 주주가치도 극대화된다는 것이 명확하다. 다만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이윤을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잔여가치 청구권자로서 주주의 몫인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에 대한 근사치로 설정한 건 바로 그 복잡성 때문이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듯 결코 이윤극대화 그 자체가 기업 운영의 궁극의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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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성장전략과 ESG 평가의 중요성

그런데 자본주의가 고도화함에 따라 이윤뿐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림 3]에서는 [그림 1]에서 도식화한 가치의 생산과 분배를 좀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확장시켰다. 협력업체는 단순히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1차, 2차, 3차 및 그 이상의 다양한 하청/협력관계를 포괄하는 산업생태계로 볼 수 있고, 기업은 공동체에 대한 자선 활동을 통해 이윤을 나누기도 하며, 정부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를 통해 공적인 책임을 다한다. 물론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부는 소비자에게 전가돼 세금 납부의 부담은 기업과 소비자가 나눠서 진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산과정에서 공해와 같은 부정적 외부성이 발생할 경우 기업이 생산한 가치가 사회적으로는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고 가격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괴리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자연환경을 기업활동의 이해관계자로 보고 부정적 외부성에 가격을 매기려는 시도로 이어지는데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활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얽혀 있다. 따라서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의 재무적 결과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 측면의 결과까지도 측정해야 한다. 사회(S) 측면에서는 소비자 만족도, 임직원 만족도, 협력업체 만족도 및 공동체의 만족도 등을 모두 고려하고, 환경(E) 측면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 문제를 환경에 대한 쥐어짜기로 생각하고 그 유무를 면밀히 체크한다. 또한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넓은 의미의 이해관계자인 정부와의 관계, 부패의 유무,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통한 주주가치 보호, 회계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러한 ESG 평가는 기존 회계의 방식을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까지 확대해 기업이 만들어낸 총가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톰슨로이터스(Thomson Reuters)의 ASSET4 나 MSCI의 무형가치평가 (Intangible Value Assessment·IVA) 등이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기업지배구조원이나 서스틴베스트와 같은 기관에서 상세한 ESG 평가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별로 주요 이슈를 선정하고 이슈의 중요성에 따라 가중치를 산정한 후 공시정보와 언론매체, 기업 담당자 인터뷰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별 데이터를 수집하고 비교 분석을 통해 평가점수를 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례로 해당 기업이 페이스북(Facebook)이라고 하면 사회 측면에서 인적자본 개발(29%),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보안(29%), 환경 측면에서 에너지 효율(14%), 청정기술(14%),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패방지(9%), 기업지배구조(5%) 등의 이슈에 대해 평가를 하며 해당 이슈별로 동종업계 기업들에 비해 어느 정도 잘 관리가 되고 있는지, 특별한 논란거리는 없는지를 면밀히 비교 관찰한다. 각 이슈에 대한 가중치는 해당 산업 내에서의 중요도를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서 판단하며, 이슈별로 동종 산업 경쟁 기업과 상대적인 성과를 비교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2012년도 기준으로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았고, 청정기술, 부패방지와 인적자본 개발 측면에서는 평균 정도의 평가를 받았지만, 지배구조 면에서는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평가를, 그리고 특히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보안 면에서는 거의 최하위의 평가를 받았다. 가중치가 가장 큰 이슈인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보안에서의 낮은 평가가 회사의 전반적인 ESG 평가를 끌어내려 종합적으로 B 등급 평가, 즉 최하위 20%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동종 업계에서 SAP, IBM, 액센추어(Accenture) 등은 최고등급을 받고 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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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이와 같은 ESG 평가에 기반한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SRI)가 북미와 유럽의 주식시장에서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 이상과 유럽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SRI를 표방한 투자자들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22조 달러(약 2경5000조 원)의 자금이 SRI를 표방한 투자자들에 의해 운용되고 있으며, 이제는 SRI의 무풍지대라고 할 수 있었던 아시아에서도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지난 2년 사이에 SRI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SRI의 성장은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legitimacy) 시장’과 ‘생산요소시장’ ‘기업통제권 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게 되는데4  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이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서 갖는 경쟁우위가 SRI를 통해 자본조달비용 하락으로 이어짐으로써 생산요소시장에서의 경쟁우위로 전환되며, 또한 SRI를 통한 우호지분의 확보가 기업통제권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표 1]은 SRI의 규모와 성장률을 주요 지역별로 나타낸 것이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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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바이엘(Bayer)이 몬산토(Monsanto)를 인수합병하는 대규모 거래가 있었다. 몬산토의 경우 유전자 변형작물(GMO) 기술 측면에서 많은 혁신을 이뤄 온 세계 종자시장 1위 기업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져오는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서의 경쟁 열위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통제권을 포기하게 됐다. 
2014년 정점 대비 2016년에 매출은 15%, 순이익은 5%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인력도 10%나 감축했다.6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바이엘은 제약회사이면서 농업화학회사로서 농업화학(제초제, 살충제)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말까지 세계 각국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합병이 성사되겠지만 이 인수합병 건 또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지배권이 평판과 정통성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나오며: 한국 기업을 위한 제언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오뚜기가 화제였다. 농심에 밀려 항상 2인자였던 라면시장에서도 매출이 급증했고, 주가의 상승과 함께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도 상위에 자리 잡았다. 경쟁업체에 비해 소비자, 임직원,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정립해 온 덕을 본 셈이다. 그런데 기업지배구조원의 2017년도 ESG 평가에서 오뚜기가 기업지배구조(G) 측면에서 최하등급인 D등급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또 한 차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할 때에 그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준 무책임함(irresponsibility)을 보상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으며, 특히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무책임함은 환경이나 사회 측면에서의 선행을 통해 보상하려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7  전략적 이해관계자 관리가 이러한 동기에서 이뤄지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속죄행위(penance) 이론’이라고 부르는데, 이해관계자 관리가 속죄행위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경우 기업의 재무성과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8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전략적 이해관계자 관리의 핵심은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적 관계가 기업가치, 더 나아가 주주이익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깨닫고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적정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또 임직원이 마음 편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협력업체를 장기간의 파트너로서 존중하며, 주주와 채권자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위의 예와 같이 기업의 경영에 대한 종합적인 ESG 평가가 우리나라에서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보의 유통속도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전략적 이해관계자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 jonjmoon@korea.ac.kr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Production and Operations Management’ ‘Journal of Business Ethics’ ‘경영학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

  • 문정빈 문정빈 |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jonjmoon@kore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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