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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금융 SCM

‘물리적 재화 → 정보 → 금융 SCM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김수욱,정성욱 |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SCM 패러다임의 진화

: 1세대 ‘물리적 재화’ 기반(1980년대) → 2세대 ‘정보’ 기반(1990∼2000년대) → 3세대 ‘금융’ 기반(2010년 이후)

 

금융 SCM의 핵심 이슈 ‘SHARP PRICE’

: 시스템 구축(System), 헤지 전략 수립(Hedge), 에이전시 선택(Agency), 역팩토링(Reverse Factoring), 플랫폼 구축(Platform), 공급자 및 구매자 선정(Provider & Purchaser), 파트너와의 건설적 관계 구축(Relationship), 재고 관리(Inventory Management), 현금 흐름 관리(Cash Management), 평가 체계 구축(Eval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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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같은 최첨단 기술이 각 산업에 어떻게 융합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공급사슬관리(SCM)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이용해 SCM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기존 방식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최적화 이슈들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을 활용해 제조 공정에서의 결함 발생 빈도를 떨어뜨리고, 공급자와 구매자를 포함한 전체 공급사슬에서 빅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미래에는 ‘공급사슬에 대한 100% 제어’ ‘제로(zero) 비효율성’ 등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며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미래 공급사슬에 대한 전망은 공급사슬의 기본 뼈대는 유지한 채 외부로부터의 기술 도입에 의해 공급사슬의 운영 방식이 바뀌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급사슬의 참여 주체, 기본 속성, 가치 생성 프로세스, 주요 인풋(input) 등 기존 공급사슬관리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보다는 외부 신기술이 야기할 공급사슬에서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조금 다른 관점에서 SCM의 미래 모습을 예상해 볼 필요가 있다. 외부 첨단 기술이 야기할 공급사슬의 변화된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SCM의 수정 및 보완을 통해 출현할 차세대 SCM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SCM 패러다임1 의 역사적 진화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SCM의 진화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결코 과거 시대의 SCM이 현재의 SCM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SCM은 공급사슬에서 가치를 생성하는 리소스(resource)에 대한 인식이 확장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정, 보완되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SCM 패러다임의 진화

1980년대 처음 SCM 개념이 소개됐을 때 공급사슬은 ‘물리적 재화’의 이동으로 설명되는 네트워크망을 의미했다. 이에 따라 SCM 역시 비효율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입지를 잘 선정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올바른 수량의 재화를 제때 발송하며, 주문된 시간 안에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IT가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실제로 공급사슬에서 이동하는 물리적 재화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은 재화를 이동시키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배경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즉, 언제 생산 지시를 내릴지, 언제 재고를 주문할지, 공장의 생산량은 어떻게 결정할지, 재화를 거래하는 공급자와 구매자는 어떻게 결정할지 등의 문제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됐다. 이는 공급사슬의 주요 패러다임이 ‘물리적 재화’에서 ‘정보’로 바뀌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자사와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파트너의 재고 정보, 물류 정보, 구매 정보를 파악하고 최적화와 같은 수학적 기법을 사용해 최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IT 솔루션 제공업체들 역시 정보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힘썼다.

그렇다면 향후 SCM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진화할까? 2010년대 이후 기업들은 ‘재화’와 ‘정보’에 이어 SCM의 성패를 결정짓는 또 다른 요소를 발견했다. 바로 ‘금융’이다. 물리적인 재화 중심의 1세대 SCM이 ‘정보’ 기반의 2세대 SCM으로 발전했듯이 향후 3세대 SCM에서는 ‘금융’적 요소가 보다 큰 주목을 받으며 SCM의 진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3세대 SCM을 금융 SCM(Financial SCM)이라고 부를 것이다. 아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SCM에서 왜 금융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국내 중견 부품업체인 A사는 최근 모 대기업과 엄청난 규모의 납품 계약을 성사시켰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2017년 재무제표에 찍힐 숫자를 예상하며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현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A사가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어음은 3개월짜리 외상매출채권이다. 즉, 3개월 후 물품 납품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A사는 납품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해서 생산설비를 추가했고 홍보비도 과도하게 지출한 상태다. 거래 성사로 매출액은 상승했지만 당장 보유한 현금은 거의 바닥났다.


# B사는 중국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임금이 싼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한국과 미국에 완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이 구축돼 있다 보니 B사에서 다루는 통화는 원화, 달러, 위안화 등 크게 3가지다. 생산공장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일부 원자재는 중국 현지업체로부터 직접 구매한다. 당연히 결제는 위안화로 이뤄진다. 반면 미국에서 완제품을 판매할 때에는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통화를 사용하다 보니 달러와 위안화 환율 변화에 따라 수익 구조 역시 매년 출렁거린다.


실제로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A사와 B사 문제의 핵심은 각각 ‘현금 유동성’과 ‘환율 리스크’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 ‘재화’나 ‘정보’ 기반 SCM에선 현금 유동성이나 환율 리스크 같은 금융 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단언컨대 향후 차세대 SCM에서는 돈과 관련된 ‘금융’적 요소들이 공급사슬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즉, 더 이상 재고 수준만을 체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재고유지 비용을 파악해야 하며 기업의 운전자본이나 현금 유동성에 대한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매출을 증가시키는 데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환율 리스크를 비롯한 각종 리스크를 관리해 매출의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금융 SCM의 개념 및 주요 사례

금융 SCM이라는 말은 2010년 이후, 몇몇 컨설팅사들에 의해 언급되기 시작했다. 초기 금융 SCM의 개념은, 지금은 공급사슬금융(Supply Chain Finance·SCF)이라고 불리는 역팩토링(Reverse Factoring)이나 동적 할인(Dynamic Discounting)에 가까웠다. 역팩토링은 공급자가 구매자에게 외상으로 판매한 후 발생한 외상 매출채권을 채권관리업체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팩토링은 채권관리업체가 우량 구매자에게 납품하는 공급자들을 찾아 계약을 맺으면서부터 시작된다.2 동적 할인도 외상매출을 올린 공급자에게 이를 현금화할 선택지를 제공한다. 현금화하는 시기에 따라 공급자가 제공해야 하는 할인율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3개월짜리 어음을 금일 지급받으면 85%를, 1개월 후에 지급받으면 90%를, 2개월 후에 지급받으면 95%를 지급받는 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 SCM의 범위는 단순 외상 채권 관리에서 벗어나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현금과 운전자본에 대한 관리를 공급사슬과 결합하기 시작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떤 기업들은 금융기관들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고, 어떤 기업들은 핀테크 업체들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환율 리스크 관리를 비롯한 전사적 리스크 관리와 자사 및 거래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관리도 SCM에 도입되고 있다.

여전히 진화 중인 금융 SCM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현장과 학계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기존 SCM을 보완·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기능들을 결합시킨 확장된 개념의 SCM’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금융 SCM의 주목적은 전체 공급사슬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운전자본 혹은 현금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거래에 따른 금전적 흐름 외에도 자금조달(파이낸싱), 거래 대상의 신용 평가,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금융적 요소들을 의사결정에 포함시킨다. 이에 따라 금융 SCM에서는 기업의 재무·회계 담당 부서, 거래 금융기관을 포함한 공급사슬 객체들 간 재화 및 현금의 이동을 주요 이슈로 다룬다. 주로 공급자와 구매자의 관계에 집중했던 파트너 관리도 투자자, 금융회사로까지 그 대상 영역이 확장된다. (그림 1)

물론 금융 SCM이 구체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금융 SCM이 관여하는 영역이 무척 광범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될 때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모든 새로운 패러다임들은 오랜 연구와 검증 끝에 비로소 널리 사용되게 됐다. (‘금융 SCM의 10대 핵심 이슈:SHARP PRICE’ 참고.)

아직까지 금융 SCM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모두 실행하고 있는 기업 사례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SCF를 일부나마 실현하고 있는 다음의 기업 사례들을 통해 금융 SCM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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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욱

    김수욱kimsoo2@snu.ac.kr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수욱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한국 생산관리학회 차기 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 및 품질경영학회 부회장, 한국 SCM 학회지 편집위원장, 국방부 군수혁신 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정책조정 실무위원회 위원,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육성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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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욱sung10@snu.ac.kr

    뮤렉스 컨설턴트

    정성욱 컨설턴트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금융공학 및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서울대 경영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를 거쳐 현재 글로벌 금융 IT 솔루션 기업 뮤렉스(Murex)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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