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 인터뷰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이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정민 구글캠퍼스 서울 총괄은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리토타이핑은 그럴듯한 시제품(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작하기 전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유저 경험을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아주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면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팀 구성원의 성향이 다르고 소통이 잘될수록 다양한 관점에서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은진(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던 1970년대, IBM은 음성을 텍스트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기 개발을 검토했다.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로 정보를 입력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를 대중화시키려면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IBM 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비용이 들 게 뻔한 프로젝트였다.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IBM은 기술에 관심을 표시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작은 실험을 진행했다. 가짜 음성 텍스트 변환기를 설치해 실제 소비자가 마이크로 말한 내용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나도록 한 것. 실제로는 다른 방에 있는 속기사가 목소리를 듣고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실험에 참가한 소비자들은 음성이 문자로 자동 변환되는 신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음성 텍스트 변환기 구매 의사를 물었을 때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오래 말하려니 목이 아프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얘기하니 시끄럽고, 또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IBM은 음성 인식 기술에 투자는 하되 당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는 않기로 했다.
IBM의 결정은 옳았다. 그 후 30년간 컴퓨터는 음성 텍스트 변환기 없이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키보드로 문자를 직접 입력하는 데 익숙해졌다. 지금도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은 키보드와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30년 전 잘 설계한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고객들의 진짜 니즈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힌트를 제공한 것이다.
30년 전 IBM이 실험에서 사용한 기기는 진짜 시제품, 즉 프로토타입(prototype)이 아니었다. 만약 IBM이 진짜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하려 했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그 대신 IBM은 아주 단순한 형태의 ‘가짜’ 기기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완제품과 거의 동일한 ‘진짜’ 체험을 제공했다. 구글의 혁신 컨설턴트 알베르토 사보이아(Albert Savoia)는 IBM이 만든 기기를 프리토타입(pretotype), 그것을 활용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는 방식을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이라고 명명했다. 프리토타이핑은 2009년 개념이 소개된 이후 스탠퍼드대와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프리토타이핑은 제품의 가장 단순한 버전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테스트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토타이핑 1
에서 파생한 단어이자 방법론이다. 프로토타이핑과 프리(pre)의 합성어로 시제품을 만들기 전(pre)에 시제품을 사칭해본다(pretending)는 의미를 갖는다. IBM이 완전한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유사 음성 변환기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본 것처럼 말이다.
프리토타이핑은 최근 구글 캠퍼스 서울의 임정민 총괄이 저서 <창업가의 일>에 소개하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가 출신으로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는 임 총괄은 현재 국내 스타트업에 필요한 아이데이션 방법론 중 하나로 프리토타이핑을 꼽았다. 올해 6월 구글 캠퍼스 서울은 ‘캠퍼스 엑스퍼트 서밋’에서 프리토타이핑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임 총괄을 만나 국내 스타트업의 문제점과 프리토타이핑의 시사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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