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 인터뷰

시제품 내놓기 전 사용자 경험 테스트, ‘프리토타이핑’으로 위험 부담 줄여라

233호 (2017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이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정민 구글캠퍼스 서울 총괄은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리토타이핑은 그럴듯한 시제품(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작하기 전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유저 경험을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아주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면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팀 구성원의 성향이 다르고 소통이 잘될수록 다양한 관점에서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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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소개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오가며 창업가들을 만나고 있다. 구글 입사 전 소셜게임 회사인 로켓오즈를 공동 창업해 CEO로 일했다. 그전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근무하며 인터넷, 게임, 반도체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또 기술 스타트업인 비트폰의 초기 멤버로 합류해 제품 개발과 판매 경험을 쌓았다. KAIST에서 산업공학 학사, U.C. 버클리에서 산업공학 석사,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과학 및 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은진(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던 1970년대, IBM은 음성을 텍스트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기 개발을 검토했다.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로 정보를 입력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를 대중화시키려면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IBM 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비용이 들 게 뻔한 프로젝트였다.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IBM은 기술에 관심을 표시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작은 실험을 진행했다. 가짜 음성 텍스트 변환기를 설치해 실제 소비자가 마이크로 말한 내용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나도록 한 것. 실제로는 다른 방에 있는 속기사가 목소리를 듣고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실험에 참가한 소비자들은 음성이 문자로 자동 변환되는 신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음성 텍스트 변환기 구매 의사를 물었을 때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오래 말하려니 목이 아프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얘기하니 시끄럽고, 또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IBM은 음성 인식 기술에 투자는 하되 당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는 않기로 했다.


IBM의 결정은 옳았다. 그 후 30년간 컴퓨터는 음성 텍스트 변환기 없이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키보드로 문자를 직접 입력하는 데 익숙해졌다. 지금도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은 키보드와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30년 전 잘 설계한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고객들의 진짜 니즈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힌트를 제공한 것이다.


30년 전 IBM이 실험에서 사용한 기기는 진짜 시제품, 즉 프로토타입(prototype)이 아니었다. 만약 IBM이 진짜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하려 했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그 대신 IBM은 아주 단순한 형태의 ‘가짜’ 기기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완제품과 거의 동일한 ‘진짜’ 체험을 제공했다. 구글의 혁신 컨설턴트 알베르토 사보이아(Albert Savoia)는 IBM이 만든 기기를 프리토타입(pretotype), 그것을 활용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는 방식을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이라고 명명했다. 프리토타이핑은 2009년 개념이 소개된 이후 스탠퍼드대와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프리토타이핑은 제품의 가장 단순한 버전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테스트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토타이핑 1  에서 파생한 단어이자 방법론이다. 프로토타이핑과 프리(pre)의 합성어로 시제품을 만들기 전(pre)에 시제품을 사칭해본다(pretending)는 의미를 갖는다. IBM이 완전한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유사 음성 변환기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본 것처럼 말이다.


프리토타이핑은 최근 구글 캠퍼스 서울의 임정민 총괄이 저서 <창업가의 일>에 소개하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가 출신으로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는 임 총괄은 현재 국내 스타트업에 필요한 아이데이션 방법론 중 하나로 프리토타이핑을 꼽았다. 올해 6월 구글 캠퍼스 서울은 ‘캠퍼스 엑스퍼트 서밋’에서 프리토타이핑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임 총괄을 만나 국내 스타트업의 문제점과 프리토타이핑의 시사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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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사보이아는 프리토타이핑을 “아이디어를 제대로 실현하기에 앞서 과연 내가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Make sure you are building the right it before you build it right)”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쉽게 설명해 달라.



그동안 많은 창업가들이 나를 찾아와 자기 머릿속에 있는 사업 아이디어가 얼마나 독창적인지 얘기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들의 99%는 실행조차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창업가들은 자기만의 공상에 빠지거나 주변의 좋은 얘기만 듣고서 아이디어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쉽게 확신한다. 그리고 시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보고 제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런 과정에는 초기 창업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프리토타이핑은 프로토타이핑 단계 전에 내 아이디어가 맞는지 가장 쉽게 검증할 수 있는 도구다. 프로토타이핑이 “이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테스트한다면 프리토타이핑은 제품을 만들어보기에 앞서 “과연 고객들이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할 것인가”를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간단하다. 제품의 핵심만을 뽑아서 유사 제품을 만들고 실제 내 제품을 사용할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경험을 관찰하면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프리토타이핑이란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왜 그런가. 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프리토타이핑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구글 내부에서는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프리토타이핑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구글 출신인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구글에서의 개발 경험을 토대로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구체화했다. 천재들이 모인 구글에서도 수많은 제품들이 출시됐다가 사라진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본 사보이아는 제품의 출시와 운영 과정(building it right)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그 제품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제품 자체가 ‘the right it’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최초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상품과 시장의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기 위해 디자인싱킹이나 린스타트업 같은 전략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아이디어를 개선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줄인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은 이런 방법론을 공부하고, 실제로 제품 개발 과정에서 활용하는 데 익숙지 않다. 단순한 설문조사 결과에 기대 제품을 즉시 기획하고 만들었다가 실패하면서 큰 비용을 치르는 사례를 많이 봤다. 프리토타이핑은 초창기 스타트업에 사용자 경험을 테스트하기에 매우 편리한 도구다. 실제 내 제품을 유저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행동 데이터를 추적해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토타입은 에릭 리스가 저서 <린스타트업>에서 소개한 최소기능제품(MVP)2  과 개념이 다소 겹치는 것 같다.


린스타트업과 프리토타이핑은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도 린스타트업과 프리토타이핑을 같이 다룬다. 에릭 리스와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알베르토 사보이아도 MVP를 프리토타이핑의 한 사례로 소개하면서 개념이 일맥상통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프리토타이핑은 린스타트업과 같은 체계적인 이론이 아니다. 에릭 리스는 린스타트업 이론을 나름 학문적으로 체계화해 책도 쓰면서 대중에게 알렸지만 사보이아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pretotype it’이란 짧은 팸플릿을 내놨을 뿐 이론으로 체계화하거나 발전시키지 않았다. 일종의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사보이아는 이 팸플릿 자체도 일종의 ‘프리토타입’이라며 언제든 수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프리토타이핑은 아직 덜 성숙했지만, 그래서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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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토타이핑의 실제 사례를 소개해주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포잉(Poing)이란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고객이 앱에서 레스토랑 예약 버튼을 누르면 바로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확인 문자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기 포잉 고객은 이 과정이 워낙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당연히 자동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포잉 직원이 뒤에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웹사이트를 보고 있다가 고객이 앱의 예약 버튼을 누르면 그 즉시 해당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예약해줬다. 포잉은 이런 절차를 자동화하기 전에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고 자세히 관찰했다.


포잉의 테스트 방식은 IBM이 속기사를 써서 음성 텍스트 변환기의 실효성을 테스트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프리토타이핑에서는 이런 기법을 미캐니컬 터크(Mechanical Turk)라고 부른다. 미캐니컬 터크는 18세기에 유행했다는 체스 두는 터키인 기계이다. 기계 행세를 했지만 사실은 그 안에 체스를 잘 두는 사람이 몰래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18세기 기술력으로 체스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구글에서도 비슷한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구글은 2007년 ‘GOOG-411’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무료 전화로 상담원을 연결해 본인이 있는 지역과 원하는 상품을 얘기하면 매장을 검색해 바로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다. 예컨대 내가 어디 살고 있는데 피자가 먹고 싶다고 얘기하면 주변에 피자집을 검색해서 연결해주는 것이다. 구글 직원이 직접 전화 상담원이 돼 고객의 요구 사항을 듣고 정보를 검색해 알려줬다. 구글이 이런 서비스를 진행한 이유는 실제 상담원 역할을 자동화할 경우 고객이 무엇을 궁금해 할지, 또 고객의 음성 패턴은 어떠한지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구글의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OK구글이 이런 상담원 역할을 하고 있다.


 

미캐니컬 터크 외에 국내 스타트업이 활용할 만한 프리토타이핑 기법은 무엇인가.


프리토타이핑 인터넷 사이트(http://www.pretotyping.org/)에서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일명 피노키오 기법은 가짜 제품을 마치 작동하는 제품인 것처럼 사용하면서 사용자 경험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팜파일럿(Palm Pilot)은 손바닥 사이즈의 포켓용 정보단말기(PDA)로 1996년 최초로 도입됐다. 이 제품의 개발자이자 회사의 창업자인 제프 호킨스(Jeff Hawkins)는 팜파일럿을 개발하기 전에 같은 사이즈의 나무토막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실제 사용하는 흉내를 내봤다고 한다. 식당에서 사람들과 같이 밥 먹다가 직접 꺼내 스케줄을 확인하는 척 연기하기도 했다. 호킨스 씨는 실제 나무토막을 PDA처럼 직접 사용해보면서 개인용 PDA가 시장에서 성공할 것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PDA를 얼마나 작은 사이즈로 어떻게 만들지, 또 배터리는 얼마나 오래 가야 하는지, 비용이 얼마나 들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봤다. 프리토타이핑을 한 후에 프로토타입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트업들이 이런 기법을 모두 따라 해볼 필요는 없다. 회사의 아이디어,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프리토타이핑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방식의 가상 혹은 유사 상품을 통해서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아이디어를 검증해야 한다.


 



프리토타이핑의 성패는 결국 유저의 경험을 얼마나 잘 관찰해 분석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프리토타이핑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양한 성향의 구성원과 팀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 비전문가, 여성 등 구성원이 다양할수록 서로 다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할 때 지난 2년간 투자한 회사들의 초창기 사업 계획서와 2년 후 실제 사업 내용을 비교해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200곳 중 한 군데 빼고는 모두가 다른 사업을 하고 있었다. 팀 빌딩과 테스트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바뀐 것이다. 다양한 시각이 아이디어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구글 혁신팀에서도 개발자뿐 아니라 심리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등이 함께 일하고 있다. 구글 캠퍼스 서울도 스타트업들에 팀 빌딩(Team-building)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네트워킹을 굉장히 어려워한다.

올해 5월,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구글 캠퍼스 서울을 방문해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구글 엑스퍼트 서밋’ 행사가 열렸다. 이때 프리토타이핑 워크숍에 참여한 구글 직원들은 국내 참가자들이 미션을 “진짜 빨리 수행”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밤 12시까지 e메일을 보내 질문하는 열성에 감탄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팀 구성원 간 동기 유발이나 소통 역량은 부족해 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구글 캠퍼스 서울은 네트워킹과 팀 빌딩을 굉장히 중시한다. 나는 구글 캠퍼스 서울 공간을 ‘Co-working space’이자 ‘Community facilitator’라고 부른다. 단순히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시설을 공유하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을 선정할 때도 커뮤니티 기여도를 높게 평가한다. 엔지니어나 마케터들끼리 평소 교류하면서 노하우를 공유하는지, 전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눈여겨본다.

 

스타트업 내 개발자와 경영자가 다를 경우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


팀 내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갈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 과정을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갈등이 있을 때 이렇게 해결하자고 구두로 사전 합의해두는 것이다. 특히 CEO와 CTO가 다를 경우 각자 일을 따로 처리하는 최악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충분히 토론하고 의견을 받아들이되 최종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사전에 정해놓는 게 좋다. 예컨대 동전 던지기라도 하는 게 팀이 깨지는 것보다는 낫다. 내가 예전에 알던 팀은 공동 창업자가 여러 명이었는데 합의가 안 되면 선배 멘토에게 물어보기로 사전에 합의해서 실천했다. 초창기 의사결정을 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개발자로서 개발자가 아닌 창업가에게 조언하자면 개발자와 마케터 혹은 개발자와 경영자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동기부여가 되는 업무는 따로 있다. 이런 업무는 회사의 목표나 도전 과제와 다를 수 있다. 회사에서는 투자 유치나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그보다 회사 내부 전산 시스템의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를 더 중요시한다. 그런데 마케팅 쪽에서 자기들한테 중요한 업무만 계속 요청하다 보면 개발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창업가는 개발자들이 자기 업무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업무 배분에 신경 써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때가 되면 개발자에게 “우리 시스템을 싹 뜯어고치자”는 식으로 과제를 주고 여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도전하고 싶은 과제는 따로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구글 캠퍼스 서울이 궁국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바로 다양성이다. 다양성이 결국 아이디어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2만5000명이 넘는 구글 캠퍼스 커뮤니티 회원이 모였고 이들의 출신 국가는 100개국이 넘는다. 캠퍼스 서울 회원의 최연소, 최고령 나이는 각각 4개월과 70세다. 여성 멤버 비율은 32% 수준인데 아직 다른 글로벌 캠퍼스에 못 미친다. 스타트업 기업 문화는 일반 기업에 비해 유연해서 여성에게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국내 창업가 전체로 보면 여성 창업가가 10%가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여성 창업가들이 스타트업을 더 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벤처 투자자 중에서 여성 심사역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투자업계도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유통이나 패션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창업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과 투자자들과의 교류도 늘어나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 자체가 글로벌 허브가 돼야 한다. 구글 캠퍼스 서울이 위치한 테헤란로에 전 세계에서 온 창업가들이 돌아다니고, 그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녹아들어야 한다.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스타트업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런 인력들이 서울에 들어와야 국내 스타트업과 연결되지 않겠나. 해외 벤처캐피털들도 국내에 많이 들어와서 활동해야 더욱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지 않겠나.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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