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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코노미와 공유경제

1인 가구가 방아쇠 당긴 ‘공유경제’ 양극화와 취약계층 보듬는 건 숙제

김수경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인 가구의 증가는 하나의 메가트렌드다. 그리고 원인도 단순하지 않다. 20∼30대가 결혼을 망설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자발적 싱글의 삶을 추구하는 40대 이상도 많다. 최근 1인 가구는 대부분 자발적 1인 가구다. 과거 어느 세대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더 연결돼 있는 현대인들은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외로움을 느끼는 대신 스스로에게 더 관심을 갖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자발적 홀로서기’를 추구한다. ‘혼자’라는 단어가 개인의 행복과 삶의 미학을 추구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발적 홀로서기를 선택한 이들은 공유경제 모델을 발전시켜가며 스스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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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통계청은 2030년에 1인 가구가 23.7%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언론들은 가족의 해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웬걸, 1인 가구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이미 24%를 넘었고 2015년에는 27%로 증가했다. 1인 가구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다. (그림 1) 1990년도만 해도 1인 가구의 비율은 9%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4인 가구(30%)가 가장 흔했고 5인 이상 가구(29%)의 비율도 매우 높았다. 2015년 현재 4인 가구는 19%, 5인 이상 가구는 6%에 불과하다.

1인 가구의 증가를 이끈 ‘주범’으로는 흔히 두 집단이 언급된다. 혼자 사는 청년 세대와 결혼을 미루는 여성들이다. 결혼은커녕 연애도 사치라는 청년들은 마치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소비하며 동면에 들어간 산짐승 같다. 한동안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5포세대(+집, 경력 포기), 심지어 7포세대(+희망, 인간관계 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동면에서 깨어나 왕성한 생산활동(혹은 생식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에 온 사회적 관심이 쏟아진다. 최저시급을 1만 원으로 올리자고도 하고, 스무 살이 되는 해에 1000만 원씩 주자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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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다소 가혹하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여성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결혼을 미루고 ‘자기 인생’을 살겠다는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행간에 보인다. 오죽하면 ‘고스펙’ 여성의 결혼 기피가 저출산의 원인이라며 이들이 ‘저스펙’ 남성과 결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황당한 제언이 나올 정도다. 그런 논리라면 ‘저스펙’ 남성에게 ‘고스펙’ 여성을 유혹하는 법을 가르치는 편이 차라리 빠를 것이다.



1인 가구 증가는 ‘문제’가 아닌 ‘현상’

1인 가구의 증가는 흔히 사회적 ‘문제’로 논의된다. 앞서 ‘주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1인 가구를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암시한 것이다. ‘문제’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해결’을 요한다. 이런 인식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하는데 (그리고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오늘날 1인 가구의 증가는 ‘인간은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흔들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크다. 즉, 독신 가구는 윤리적 시선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결혼은 한마디로 돈이 든다. 한 결혼 컨설팅 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6년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약 2억7400만 원이다. 초혼 연령의 증가(2016년 기준 남자 32.8세, 여자 30.1세)가 혼인율 감소의 원인이라지만 서른도 되기 전에 무슨 수로 저 돈을 마련한단 말인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197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하는 데 드는 것이 어디 돈뿐인가. 양가에 사위 노릇, 며느리 노릇도 해야 하고 (물론 그 ‘노릇’에도 돈이 필요하다) 모처럼 긴 명절 연휴에 훌쩍 어디로 떠날 수도 없다. 집안의 온갖 대소사에 불려 다니다 보면 주말도 없다. 아이가 생기면 여기에 육아와 교육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쯤 되면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석가모니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1인 가구의 증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프레임은 20∼30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를 주도한 것이 사실상 40∼50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 가구의 연령을 비교해보면 20∼30대의 비율은 2005년 41%이던 것이 2015년에는 35%로 줄어든 반면 40∼50대의 비율은 27%에서 33%로 증가했다. (그림 2) 특히 50대의 경우 2005년에 11.5%이던 것이 2015년 16.9%로 증가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결국 혼자 사는 중년들이 1인 가구의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을 이루고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할 나이의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독신의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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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은 1인 가구의 연령별 혼인상태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림 3) 2015년을 기준으로 할 때 20∼30대의 경우 ‘미혼(93%)’이, 60대 이상의 경우 ‘사별(73%)’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40∼50대의 경우 ‘미혼’이 38%, ‘이혼’이 31%, ‘배우자 있음(별거, 주말부부, 기러기 아빠 등)’이 21%를 차지했다. 즉 40∼50대의 52%p는 이혼을 했거나 배우자가 있음에도 혼자 사는 가족 유형을 유지하고 있다. 별거나 주말부부, 기러기 아빠가 반드시 가족의 붕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전통적 의미의 가족 형태에서 멀어진 것만은 사실이며, 종국에는 이혼으로 진행될 소지도 없지 않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결혼이라는 것은 시작도 어렵거니와 유지도 힘들다는 것이 1인 가구 증가에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은 200∼300년에 불과하다. 가족학의 권위자인 스테파니 쿤츠는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결혼이란 여러 가문이나 공동체들이 협동관계를 맺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산업혁명으로 임금노동이 가능해지면서 가족에 대한 개인의 경제적 의존도가 낮아지고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번지면서 개인의 취향, 즉 사랑에 의한 결혼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문제는 사랑이 변화에 매우 취약한 감정이라는 점이다. 결혼생활에서 사랑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할수록 사랑의 감정이 사라진 결혼을 유지할 의미는 더욱 약화된다. 어쩌면 오늘날의 결혼이란 애당초 모래 위에 지은 성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결혼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압박과 이혼에 대한 편견이 사람들로 하여금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엄두가 나지 않는 결혼도 일단은 하고 보는 거고, 결혼생활이 불행해도 어쨌든 참고 사는 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의 취약성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시작 또는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과 시간, 노력이 투입되지만 그것이 제공하는 혜택은 심리적 안정감, 가족 간 유대감 등 경제적 가치로 환산이 불가능한 비경제적 영역의 것이다. 게다가 가정불화가 빈번한 시대에 그러한 정서적 혜택마저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려 단독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면 가족이 기댈 곳이 돼주지만 이마저도 각종 보험이나 금융상품의 발달로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해졌다. 결혼의 대차대조표상 비용은 명확해지고 혜택은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결혼의 로망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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