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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Point Coaching

“ 적자 심각한데 질책하는 회의만…” 알맹이 없는 회의, 당장 그만두자

김성완 | 228호 (2017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회의를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참가자들이 무능하거나 리더의 의사결정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에선 회의가 리더의 ‘원맨쇼’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회의가 질책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조직에선 상사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 부하는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종종 작용한다. 이러한 사고를 타파하고 ‘알맹이’ 있는 회의를 이끌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먼저 회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의제가 잘 정립돼야 한다. 회의 진행자는 리더 본인이 아닌, 리더로부터 회의 진행을 위임받은 회의 진행자여야 한다. 미리 회의 계획서를 작성하고 매번 그 결과를 회의 참석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1. 알맹이 없는 회의

최 과장은 회의실 문을 닫고 긴 복도를 걸어갔다. 2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더니 몸이 스스로 걷기를 종용하는 듯했다. 앞서가던 팀장은 회의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회의가 끝나니 그때서야 결과 해석에 한창이었다.

좀 전까지 진행된 사업부 월간회의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번 사업부 월간회의 주제는 ‘영업적자 극복을 위한 대책회의’였지만 기존의 회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영업팀별 시장동향과 대책 보고, 개발팀별 제품개발 현황 보고, 목표 미달에 대한 질책과 극복 노력에 대한 강조가 주를 이루는 자리였다. 사실 회의는 보고 반 질책 반으로 진행됐다. 사업부장의 노기 띤 목소리만 있을 뿐 나머지 보고자들은 야단맞는 학생처럼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배석한 각 팀의 과장과 차장들도 머리를 숙인 채 받아 적기에 바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대책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 복기를 하던 최 과장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회사가 5분기 연속 적자인데 이런 회의만 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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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에서 기업이나 공공조직이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물론 조직 구성원들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기 위한 토론과 의사결정의 장인 회의방식의 문제도 심각하다. 제대로 된 논의와 결론이 없는 회의는 결국 시간낭비일 뿐이다. 먼저 회의에 대한 근본적 문제와 원인을 살펴본 뒤 생산적인 회의 방법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회의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회의를 해도 답이 없다’는 점이다. 회의 의제(Agenda)에 대한 토론을 하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다.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결국 다음 회의 때까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다. 다시 보고를 하고, 또다시 질책과 대책 마련 방안을 지시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회의는 반복되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여기에선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참가자들이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무능(無能)상태라는 점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은 논의한 해결안이 대안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그동안 나왔던 대안의 재탕이거나 유사한 것이기에 참가자들이 선뜻 동의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회의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은 리더의 의사결정력 부족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를 겪거나 새로운 길을 갈 때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결정은 사실 도박과 같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다고 해도 기회와 손실의 비용을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기업의 경영이념과 가치다. 경영이념과 가치가 필요한 것은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판단해주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나타나는 두 번째 문제는 ‘회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회의의 첫 번째 문제인 회의를 해도 답을 찾지 못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회의 참가자들이 회의에서 묵묵부답인 것도, 상사의 질책을 달게 받는 것도, 결과가 가져올 책임 때문이다. 권한은 위임되지만 책임은 위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진다. 그래서 결정을 하는 사람이 책임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책임을 피하려고 할까? 그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어떤 일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위기나 어려운 상황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모험이다. 이러한 모험을 선호하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회의에서 나타나는 책임 회피와 두려움의 근본원인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우리나라 조직의 위계적 계층문화에서 상사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 부하는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남아 있다. 회의 참가자들조차 무의식적으로 결정은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부하는 회의 석상에서 보고만 하면 될 뿐 결정은 리더의 역할이라는 인식은 회의를 장례식장과 같은 엄숙한 장면으로 만든다.

결국 책임 회피는 결정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품질경영의 대가인 에드워드 데밍은 품질경영 14개 원칙 중 하나로 ‘두려움을 몰아내라’를 꼽고 있다. 즉,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질문할 수 있는 회의 환경이 중요하다. 어떤 행동이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는다. 자기보호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회의 석상에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회의에서 제안하는 사람이 실행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지 않는 분위기, 회의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비난이나 질책을 당하지 않고 존중받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구성원들은 자신 있게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을 몰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회의 석상에서 직원들이 소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당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존중해주면 된다. 각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회의 풍토가 된다면 직원들은 수동적 참가자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가자로 변할 것이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구글, 애플, 3M 등 서구의 선진 기업들의 사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회의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표출하는 세 번째 불만은 ‘회의가 너무 많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회의는 조직의 문제나 이슈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중요한 의사소통 채널이다. 또한 회의는 사람들 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회의참가자들이 불필요한 회의가 많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회의 참가자들이 ‘회의가 많다’라고 느끼는 것은 회의 자체의 양도 문제지만 회의가 의미 없는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회의로 시간을 낭비했다고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는 뜻이다. 결국 의미 있는 회의 의제와 결과라는 회의 콘텐츠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유의미한 결과란 탁월한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실행하는 것이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해결안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 사안에 대한 회의가 반복된다. 이것은 첫 번째 제기한 회의 참가자들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회의를 진행하는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회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회의 시간이 길다는 점은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회의 참가자가 느끼는 인지적 시간과 회의 진행 과정의 문제다. 먼저 회의 진행 과정 측면에서 회의 시간이 길다는 것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지만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회의 전에 논의할 준비가 미흡했든지,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되거나 참가자들의 의견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회의 진행방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회의 시간에 대한 인지적 문제는 회의가 어느새 관성화되고 박제화돼 버렸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회의가 많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지적된다면 회의 의제인 콘텐츠와 과정이라는 프로세스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공룡화된 IBM에서 혁신의 불씨를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 루 거스너 전 회장은 변화의 시발점으로 회의 혁신을 강조했다.1  회의가 바뀌지 않고는 조직이 바뀌지 않는다. 회의는 조직의 의사결정 도구이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요한 소통의 장이다. 수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 내 회의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알맹이가 없는 회의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우리 기업이나 조직에서 발생하는 회의에 대한 문제와 근본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먼저 회의를 해도 답이 없다는 것은 참가자들의 무능(無能)에서 비롯됐다. 둘째, 회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인식(認識)의 문제이다. 끝으로 회의가 많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회의 콘텐츠와 프로세스에서 원인을 찾아봤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와 원인을 종합해보면 회의에 대한 핵심문제는 그동안 단골로 지적돼 왔던 ‘회의문화’가 아니라 ‘회의방식’에 있다.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조직의 문화는 조직구성원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결과로 만들어졌다. 문화라는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인 인풋과 프로세싱의 변화를 선행해야 한다.



2.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지금까지도 회의방식의 변화에 대한 여러 접근이 있었다. 회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 규칙, 회의 준비-진행-마무리 단계별 주의해야 할 사항, 회의 진행자의 중요성 등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방법들을 시도해봤지만 얼마쯤 진행하다 흐지부지해지거나 예전의 방법으로 돌아갔다. 회의방식의 변화를 시도한 기업들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동안 추진해왔던 회의방식의 변화에도 효과성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회의가 생산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회의진행법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마이클 도일(Michael Doyle)과 데이비드 스트라우스(David Straus)의 인터랙션회의(Interaction Method Meeting)를 중심으로 생산적인 회의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미국의 미팅 퍼실리테이터 전문가인 도일과 스트라우스는 공저 에서 성공하는 회의를 만드는 기준은 ‘결과와 프로세스’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회의 결과란 ‘기대한 대로의 결과인가, 문제는 해결됐는가, 참신한 방책을 이끌어냈는가’를 의미한다. 회의에서 결과는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의 목표달성 능력에 큰 영향을 준다. 두 번째 기준인 과정은 ‘회의가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의미한다. 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이끌어낼 것인가, 모두가 하나가 돼 생각했는가, 골고루 발언 기회를 얻었는가, 회의 참석이 즐거웠는가 등 진행 과정을 의미한다.

먼저 생산적인 회의가 되기 위해서는 회의 결과를 만드는 씨앗인 의제(Agenda)가 잘 정립돼 있어야 한다. 또한 논의할 만한 주제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회의를 하기도 전에 결론이 난 의제, 회의를 해도 답이 없는 의제는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의제를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전에 준비할 가치가 있는 의제는 추상적 명사형이 아닌 구체적 질문형으로 만들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저성장기 ○○○ 제품 매출 개선 방안’이 아니라 ‘○○○ 제품의 매출액을 20%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처럼 구체적 목표와 방법을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은 사람들의 생각의 문을 열게 한다. ‘매출액 개선방안’이라고 하면 머릿속에선 익숙한 예전의 방식들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질문형 의제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기존 방식 이외에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질문형 의제는 생각의 뇌를 작동시켜 회의 진행 과정에서 논의와 결정을 풍부하게 한다. 질문형 의제는 논의 과정(Process)을 거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도식화 하면 <그림 1>과 같다. 도일과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회의에서 과정(Process)이란 ‘어떻게(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가 하는 것’이고, 콘텐츠(Contents)란 ‘문제나 해결책으로 그 작업을 하는 대상’이다. 즉 회의를 준비하고, 리스트를 작성하고 분석하고 해결하는 활동은 모두 프로세스(Process)이다. 여기서 나오는 의제, 리스트, 평가결과, 해결안 등이 바로 콘텐츠(Content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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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있는 회의는 먼저 회의가 얻고자 하는 결과(Contents)와 과정(Process)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에서 유의미한 결과와 과정을 만드는 핵심 요인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유의미한 결과(Contents)는 누가 만들까? 바로 리더와 참가자다. 그런데 우리 회의 풍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참가자들이 리더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의 회의 문제점에서도 지적했던 사항이다. 리더의 결정에 앞서 회의에 참가한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결정이 리더가 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참가자들은 지시나 받고 이를 수행만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 결과를 만드는 1차적 책임은 참가자에게 있고 최종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알맹이 있는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의 전문성과 문제해결력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 또한 해결안을 회의 참가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도 없다. 이쯤에서 자기 조직의 회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정말 그 문제의 전문가인가? 단위 조직의 장이라는 이유로 내용과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는가? 또한 현장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가?

알맹이 있는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회의 의제에 대해 알맹이 있는 말을 하고 결정할 수 있는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 또한 알맹이에 대해 공감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과정(Process)상의 요인은 무엇일까? 회의는 준비단계를 거쳐 진행단계에서 보고나 토론과 결정을 하고, 사후관리 단계에서 결정된 사안을 실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회의 과정도 Plan-Do-See의 프로세스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바쁜 업무상황 속에서 이 3단계를 제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체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회의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사람은 리더로부터 회의 진행을 위임받은 회의 진행자(Facilitator)다. 만약 회의 진행자가 선임되지 않았다면 리더가 한다. 단위 조직을 총괄하는 리더가 회의 준비까지 다 챙길 수가 없다. 리더가 진행하는 회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회의 진행자가 선임돼 있다고 해도 회의 준비-진행-실행의 과정이 부실했다면 진행자가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우리 회의 현실을 보면 누가 진행자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회의에서 진행자는 순서를 안내하는 안내자에 가깝다. 나머지는 리더(최상위자)가 진행하고 답을 제시한다. 원래 리더는 회의 토론 안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회의를 주재하고, 지시하고, 질책하고 교육까지 한다. 그러니 회의에서 리더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의미한 토론과 결과를 만들 수가 없다. 회의 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회의 결과도 만족스러울 수 없다. 결국 리더가 회의 의제에 대한 대안을 지시하고, 참가자들은 수동적 실행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회의 참가자들이 회의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인식하게 된다.

회의에서 유능한 진행자(Facilitator)만 있어도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회의 진행자와 리더 역할의 차이는 결정은 리더가 하지만 회의진행의 책임은 진행자에게 있다. 진행자는 리더로부터 회의 진행의 권한을 위임 받아 회의를 진행한다. 그 이유는 리더가 진행할 경우 구성원들이 제대로 의견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지 못하고 편향적인 논의로 흐르기 쉽다. 끝으로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고 리더의 생각대로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알맹이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진행자가 꼭 필요
하다.



3. 알맹이 있는 회의를 바로 실행하는 3가지 방법

회의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한 회의혁신은 회의문화 자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성공하는 기업 담당자들에게 “당신들은 어떻게 이런 회의문화를 만들 수 있었나요?”라고 물어보면 이들은 대개 “우리는 예전부터 이렇게 해 왔어요. 특별하게 별도로 한 것은 없어요”라고 답한다. 사실 성공하는 기업의 원칙은 단순하다. 이것을 벤치마킹을 통해 모방을 할 수는 있어도 성공 기업들에 녹아 있는 혁신적 문화까지는 모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은 조직 구성원들 간에 수많은 시간 동안 이뤄져온 상호작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회의문화를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과 조직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특히 리더들이 바뀌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회의문화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조직 등 공공기관으로 갈수록 더욱 문제가 많다. 지금과 같은 보고와 지시 중심의 회의문화는 공장굴뚝 경제시대의 대량 생산에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식정보 기반의 창조경제 시대에는 한계가 있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기업이나 조직이 일하는 방식은 변화가 없으니 계속 엇박자가 나고 구성원들은 답답해 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다. 이에 당장 알맹이가 있는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회의 참석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한다. 회의 참석자들이 무엇을 논의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미리 알고 회의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관성적으로 참석하거나, 대신 참석하거나, 마지못해 참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회의를 진행하니 생산적일 수가 없다. 회의에 꼭 필요한 사람이 회의에 참석하고 그 사람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면 회의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림 2>는 앞서 언급한 마이클 도일과 데이비드 스트라우스가 제안한 생산적인 회의의 원형이다. 기본적인 회의 모델이지만 우리 기업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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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션(Interaction) 회의에선 진행자가 매우 중요하다. 진행자는 회의 진행의 책임이 있으며 리더는 안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 서기는 회의를 기록한다. 서기가 있다는 것은 회의록을 작성하고 공유 전파하는 책임을 진다. 이렇게 할 경우 회의록 작성 누락을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나머지 멤버들은 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회의 성공을 책임지며 회의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랙션 회의에서 회의 성공의 책임은 리더나 진행자가 아니라 참가자(member)들에게 있다. 회의 참석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결과를 만드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참가자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사전 준비를 하며 회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제대로 기록됐는지, 결과가 잘 실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책임도 참가자들에게 있다. 이러한 인터랙션 회의방식이 알맹이 있는 회의 결과물을 만들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첩경이다.

둘째, 회의 의제(Agenda)와 목표를 명확히 한다. 이것은 알맹이 있는 결과(Contents)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여기서 회의 의제는 앞장에서 제안했던 대로 명사형 의제보다는 질문형 의제를 제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제 자체가 무엇을 논의하고 아웃풋을 내야 하는가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 회의 목표는 진행하는 회의가 어떤 수준의 결과물을 내야 할지를 보여준다. 금일의 회의가 끝장 회의인지, 정보공유만 하는 것인지, 보고와 토론 결정까지 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안내판과 같다. 여기서 회의 의제와 목표에 대해서 리더가 부연설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가 의제의 중요성에 대해 직접 설명할 때, 멤버들은 의제에 대한 대안 마련의 동기부여를 강하게 느낀다.

여기서 회의 목표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회의 목표는 회의 의제를 논의한 결과 수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회의 시간, 회의 진행방법, 참여 수준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또한 목표는 회의 의제에 대한 방향타와 같은 구실을 한다. 회의 목적이 회의를 하는 배경과 이유에 대한 설명이라면, 회의 목표는 회의 의제를 통해 얻게 되는 결과물이다. 회의 목표를 구체화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바에 대한 참석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회의 계획서를 작성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준비가 중요하다. 회의 역시 준비과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성공적인 회의의 승패를 좌우한다. 먼저 회의 진행자는 회의 리더(최상위자)의 권한을 위임받아 회의를 준비한다. 그 다음은 회의의 의제와 목표를 선정한다. 이것은 회의 진행자가 리더와 협의해서 선정해야 한다. 리더가 의제와 목표를 최종 결정하면 그에 맞는 참가자(member)를 선정한다. 회의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꼭 참석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가 판명된다. 그러면 대신 참석하는 인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참석하는 사람 역시 회의에서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의제와 참석자 선정이 끝나면 회의 진행방법과 시간을 구체화한다.

그런데 회의 준비단계에서 준비를 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또한 참석자들도 참석 요청 메일을 받지만 어떤 내용을 논의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회의 전반의 진행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회의 계획서가 필요하다. 이처럼 회의 계획서는 회의의 목적과 의제, 진행 순서와 참가자 역할 안내, 준비물 등 다양한 상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계획안이다. 또한 이것은 회의 참가자들에게 공유돼 회의 상황 전반을 사전에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회의 계획서의 샘플로 <그림 3>을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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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회의 계획서는 회의 체크리스트를 대신한다. 어떤 회사는 회의에서 준비할 사항을 체크리스트로 명시해 두었다. 그러나 체크만 하고 구체화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계획서를 작성하는 자체가 바로 점검하는 행위이다. 오히려 체크리스트보다 더 꼼꼼하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기록하게 된다. 특히 회의 준비단계에서 회의 참석자가 당일에 참석할 수 있는지 확인하게 한다. 또한 참석자들이 참석해 어떤 역할을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사전에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끝으로 회의 계획서는 회의록으로 활용될 수 있다. 회의 계획서의 안건별로 논의사항을 기록하고 실행 담당자와 일자 등으로 구성한다면 회의 계획서가 회의록으로 쉽게 변용될 수 있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회의 계획서는 준비단계뿐 아니라 사후 관리 단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회의 계획서를 왜 작성하지 않는 것일까? 물론 바빠서 못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계획서를 작성할 만큼 회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성공하는 많은 기업들이 모두 회의 계획서를 작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기업들은 이러한 회의 계획서에 준하는 행위들이 회의 준비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아직 알맹이 있는 회의문화가 이뤄지지 않은 조직에서는 회의 계획서를 꼭 작성하기를 권한다.

이러한 인터랙션 회의는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며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는 생산적인 회의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 coach@tongcoaching.com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개발 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전자와 인화원에서 인사 조직 관리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LG디스플레이 HRD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도 겸일하고있다. 저서로는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창조적 문제해결자 가치경영>이 있다.
  • 김성완 김성완 | 통코칭 대표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 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리더의 마음혁명』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등이 있다.
    coach@tongcoach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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