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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 슈레터러 지멘스㈜ 부사장 인터뷰

스마트공장은 기성복이 아니다. ‘빨리빨리’보다 ‘차근차근’ 준비를

이방실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산형 제조(discrete manu-facturing)에서의 스마트공장 전략
1차적으로 ‘제품’ 설계가 목적. 따라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소프트웨어 툴이 중요. 생산 공정도 기계적, 물리적인 가공 조립을 통해 어떤 작업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에 기계 장비를 제어하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장비가 중추적 역할 담당. 일관된 엔지니어링 프레임워크하에 가상 세계와 물리적 세계 간 끊김 없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

프로세스 제조(process manu-facturing)에서의 스마트공장 전략
공장 자체, 즉 어떤 소재나 물질을 생산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플랜트 디자인이 목적. 따라서 생산 라인과 플랜트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을 최적화할 것인지가 관건. 또한 생산 공정 역시 원재료를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변형, 혼합시키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계측 장비와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가 중요. 기존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과 새로운 시스템을 어떻게 매끄럽게 연동할 것인지가 가장 큰 도전 과제.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우경(서강대 경영학과 졸업·조지아주립대 석사과정 입학 예정)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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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멘스(Siemens)는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51년 전인 1866년, 기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발전기를 개발했다. 이후 1959년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1 장비인 ‘SIMATIC 컨트롤러’를 시장에 선보이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 공장 자동화 시장을 주도해오고 있다. 해상 풍력 터빈과 복합 화력발전 터빈 분야에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멘스가 중후장대한 산업에 특화된 하드웨어 기반 제조기업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세계적인 IT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Gartner) 추산에 따르면 2015년 소프트웨어 매출액 기준으로 지멘스는 전 세계 11위(3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애플(16위, 25억 달러)보다 더 높은 순위다. 현재 지멘스에는 2만1000여 명(전 세계 지멘스 직원 약 35만1000명의 6%에 해당)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소속돼 있다.

지멘스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향후 스마트공장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이었다. 우선 지멘스는 지난 2007년 미국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제품수명주기관리)2 기업인 UGS 인수를 계기로 디지털화의 초석을 닦았다. 이후 지멘스는 PLM을 근간으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제조실행시스템)3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엘란소프트웨어시스템스(ELAN Software Systems), 액티브테크롤로지아(Active Technologia), 캠스타(Camstar) 등을 인수했다. 이어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러기드콤(RuggedCom)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 기업인 CD어댑코(CD-adapco), LMS인터내셔널(LMS International) ▲전자설계자동화 분야 업체인 멘토그래픽스(Mentor Graphics) 등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한 필수 소프트웨어 분야 기업 16곳을 추가로 인수했다. (그림 1) 지난 10년간 스마트공장 관련 소프트웨어 역량 확충을 위해 17개 기업의 인수 대금으로 투입한 비용만 1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적극적인 M&A의 결과 지멘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약 880억 달러)4 가운데 약 6.7%(59억 달러, 모건스탠리 추산)를 소프트웨어 사업 분야에서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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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의 스마트공장 전략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DBR이 디터 슈레터러(Dieter Schletterer) 지멘스㈜ 디지털팩토리(Digital Factory·DF)와 공정산업 및 드라이브(Process Industries and Drives·PD) 사업본부 대표(부사장)를 인터뷰했다. 1988년 지멘스에 입사한 슈레터러 부사장은 지난 30여 년간 아시아·남미·유럽 지사에서 다양한 엔지니어링 및 시공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지난 2015년부터 지멘스 한국 법인의 대용량 드라이브(Large Drives) 및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설계조달시공) 부서를 이끌어오다 지난 1월 DF와 PD 두 개 사업본부를 총괄하는 대표로 임명됐다.



지멘스가 지향하는 스마트공장의 모습은 무엇인가?

‘가상 공간’에서의 설계 및 생산 활동(design and virtual production)과 ‘실제 세계’에서의 생산 활동(real production)이 연결돼 설계 자동화부터 공장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생산 활동의 전 과정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디지털 엔터프라이즈(Digital Enterprise)’ 구현을 최종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는 제품 설계(product design), 생산 계획(production planning), 생산 엔지니어링(production engineering), 생산 실행(production execution) 및 유지보수(Service), 즉 제품 개발과 생산의 전 단계에 걸쳐 발생하는 모든 정보와 데이터가 끊김 없이(seamless) 통합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현실 세계와 똑같은 가상 공간, 이른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환경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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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은 쉽게 말해 내가 공장에서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나 생산라인을 PC 같은 가상 세계 안에 똑같이 만들어 놓고 가상 설계, 가상 시제품 생산, 시뮬레이션 등의 과정을 거친 후 현장에 그대로 적용해 실물을 만들어 내는 걸 뜻한다.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각종 테스트를 실시하는 대신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 해 얻은 결과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산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공장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설계 도면과 엔지니어링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면 제품 설계 및 생산 계획, 엔지니어링. 실행 등 모든 과정에서 가상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제품 출시 속도(time-to-market)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회사인 피아트(Fiat) 계열의 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 마세라티(Maserati)가 대표적 사례다. 마세라티는 토리노 신공장에 디지털 트윈 구현을 가능케 하는 지멘스의 솔루션을 도입해 고성능 중형 스포츠 세단 ‘마세라티 기블리’의 개발 기간을 기존 30개월에서 16개월로 절반 가까이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 출시시간도 30%가 줄어들었고 생산성은 세 배가 늘었다. 독일의 포장설비 전문업체인 옵티마(Optima)도 지멘스의 솔루션을 적용해 톡톡히 효과를 본 업체다. 소비재, 제약, 생명과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포장설비를 제작하는 이 회사는 과거엔 기계 하나를 만드는 데 대략 2000시간이 걸렸지만 디지털 트윈을 구현한 후부터는 300∼400시간이면 만들 수 있게 됐다. 미국우주항공국(NASA) 연구진으로부터 역대 화성 탐사선 가운데 가장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큐리오시티(Curiosity)’ 설계에도 지멘스의 솔루션이 적용됐다. 큐리오시티는 가상 공간에서 무려 8000회 이상의 가상 테스팅 및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발사된 경우다. 최근엔 아디다스가 스포츠 용품 생산의 디지털화를 위해 지멘스와 적극 협력하기로 발표했다. 앞으로 지멘스는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의 디지털 트윈 실현을 위해 실제 생산에 앞서 가상 세계에서의 전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및 시장 출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공정에 유연성을 더함으로써 아디다스가 소비자가 원하는 최신 유행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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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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