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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전략

스마트공장은 자동화 공장이 아니다. 연결-통찰-최적화가 결합된 ‘지능화 공장’

이방실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마트공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스마트공장은 공장 자동화와 별반 다를 게 없다?
: 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자동화’에서 한 단계 진화한 ‘디지털화’.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의 실현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장 운영 시스템 구축이 중요.
2) 스마트공장은 공장 안에서만 추진하면 된다?
: 이상적인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선 단순히 생산뿐 아니라 R&D, 마케팅 등 하나의 제품이 기획돼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관련된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함. 생산 현장을 포함한 조직 전체가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 구축 필요.
3) 스마트공장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단일 기업 차원의 혁신 활동이다?
: 스마트공장 전략은 단순 개별 기업 전략이 아니라 ‘생태계’ 전략임. 공장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공급업체, 공장에서 나온 완제품을 유통시킬 물류업체 등 하나의 제품 생산을 위해 관련돼 있는 전후방 산업의 각 주체들이 모두 연결돼 최적화돼 있어야 어느 한 군데에서 ‘병목’ 발생 없이 지능화된 시스템 구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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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독일이 ICT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 전략으로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물, 모든 기기가 서로 연결되는 세상을 지향한다. 스마트공장은 바로 이 ‘인더스트리 4.0’이라는 큰 그림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산업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과 시장의 맞춤형 솔루션, 다양성에 대한 니즈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인해 제품 수명 주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국제화가 진척됨에 따라 효율적인 글로벌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망관리)은 그 중요성을 점점 더해가고 있다. 환경 문제로 인해 에너지 비용을 감축해야 하는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어떻게 보다 적은 자원으로 더 복잡하고 다양한 제품을 더 빨리 만들어 내느냐”는 문제는 오늘날 제조업이 직면해 있는 공통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미래 공장의 모델인 스마트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이 지향하는 목표는 가상 공간과 물리적 세계의 결합, 즉 CPS(Cyber Physical System·가상현실융합시스템) 구축을 통해 작업자와 기계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작업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생산 방식을 개선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오늘날 제조업은 과거 공급자 중심의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에서 소비자 위주의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넘어 개인화된 맞춤형 생산으로까지 진화해야 하는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스마트공장은 대량 맞춤생산(mass customization) 체제를 가능케 하는 핵심 실현 도구라 할 수 있다. 모든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서로 자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네트워크화된 환경이 전통적인 공장 운영 방식에 일대 변혁을 일으켜 지능형 생산 시스템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불량률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전통적인 공장에선 대개 완제품 상태의 제품을 샘플 테스트해 불량품을 골라내지만 스마트공장에선 공정 단계마다 실시간으로 품질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대규모 불량 사태가 발생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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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한 핵심 개념과 주요 기술

CPS로 요약되는 스마트공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라는 개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생산 제조라인과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점검·예측·대처할 수 있는 디지털 모델 시스템이다. 실제 자산 대신 소프트웨어로 가상화한 자산을 가지고 시뮬레이션하고, 이렇게 생성된 정보를 끊임없이 생산라인으로 전송함으로써 제품 및 생산 공정을 최적화한다. 이때 핵심은 현실 세계에 있는 특정 장비를 1대1로 하나씩 디지털 모델링한다는 데 있다.

가령 화력발전소의 터빈이라고 한다면 발전소에 들어가는 복수의 터빈 제품 전체를 동일한 하나의 추상화된 가상 모델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개별 터빈 하나하나의 특징을 반영한 가상의 모델을 디지털 세계에서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이다. 이렇게 1대1 모델링을 하는 이유는 똑같은 터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환경에서 운영되느냐에 따라 고장이나 오작동 등 유지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래가 많은 중동 사막 지역에서 발전기를 돌리느냐, 극심한 추위의 러시아에서 발전기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터빈 제품이라고 해도 제품 상태나 수명 등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1대1로 모델링을 해서 특정 자산에 대해 정확한 통찰을 얻을 수 있어야만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사전 예측과 대응이 가능해진다.

개별 장비, 생산 라인 및 프로세스를 시각화(visualization)해 가상 공간에서 실제와 똑같은 환경 변수를 집어넣고 시뮬레이션해 봄으로써 최적의 공장 운영 모델을 만드는 게 디지털 트윈이라면, 이렇게 해서 생성된 제조 활동 관련 모든 정보를 마치 실(thread)처럼 끊김 없이(seamless) 하나로 엮는 것을 디지털 스레드라고 한다. 즉,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단계를 모니터링해 공장 내 모든 기계나 장비에 대한 디지털 정보를 종합함으로써 장비 작동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자산을 최적화하는 등 업무상 모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렇게 제품의 설계, 제조,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디지털 스레드가 구축돼 있어야 생산 라인의 특정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품이 해당 지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유지 보수가 시작되고, 생산 공정 개발, 제품 개발, 시공, 심지어 제품 설계 부문까지 정보가 전달돼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지능형 시스템 구현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트윈, 디지털 스레드 시스템이 구현된 스마트공장 도입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가상과 실제의 융합이라는 CPS 개념에 따라 구분해 보면 크게 1) 가상 공간에서의 ‘설계 자동화’ 관련 소프트웨어 2) 실제 세계에서의 ‘공장 자동화’ 솔루션 3) 가상 공간과 실제 세계를 이어주는 데 필요한 ‘공장 정보화’ 시스템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즉, 1) PDM(Product Data Management), CAD(Computer-Aided Design), CAM(Computer-Aided Manufacturing), CAE(Computer-Aided Engineering) 및 시뮬레이션 등 주로 제품 개발 및 설계 과정과 관련된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제품수명주기) 관련 소프트웨어와 2)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프로그램 가능 논리제어 장치)처럼 각종 입출력 센서로부터 신호를 받아 기계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 솔루션, 3)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제조실행시스템)처럼 가상 공간과 실제 세계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통합 관리하는 공장 정보화 시스템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공장 자동화 및 공장 정보화 시스템의 경우 1) 현장(field or factory floor) 장비 2) 설비 제어 3) 공장 운영 4) 제조 실행 5) 생산 계획 등 크게 5가지 층위의 피라미드 구조로 세분화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 즉, 피라미드의 최하위 레벨(field level)은 모션 컨트롤러, 로봇, 밸브, 컴프레서 등 ‘실제 장비’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I/O링크(Input Output Link) 관련 기술이다. I/O링크는 센서나 액추에이터 등을 연결해 서로 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각종 상태 진단 정보를 상위 레벨로 전달할 수 있는 통신 프로토콜이다. 기존 센서의 경우 단순히 온/오프(on/off)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문제 발생 시 해당 작업이 엉망이 돼야만 사용자가 고장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센서에 I/O링크 기술이 적용되면 생산 라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 오작동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유지보수 시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 층위에 해당하는 설비 제어 기술은 산업 자동화에 특화된 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하는 PLC 장비를 생각하면 된다. 수많은 설비의 구체적인 동작 방법을 프로그래밍하는 장치로,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한 핵심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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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구조의 하위 두 개 층위, 즉 I/O링크와 PLC가 하드웨어 기반 기술이라면, 나머지 상위 세 개의 층위는 주로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공장 운영 레벨과 관련해선 SCADA(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감시제어 데이터 수집)가 대표적이다. 아날로그 혹은 디지털 신호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 계측값을 가동시간, 가동률, 운전횟수 등으로 가공하고 시각화해 중앙제어시스템이 원격 장치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그다음 층위인 제조 실행과 관련된 시스템은 MES다. MES는 생산 공정 내 인력, 장비, 자재 등 모든 자원의 공정 단위 생산 계획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공장 정보화 시스템이다. 즉 ▲작업 일정 관리 ▲생산 단위 분배 ▲생산 지시 및 진도 관리 ▲생산 데이터 분석 ▲제품 이력 정보 추적 ▲설비 및 공정 품질 관리 ▲유지 보수 기능 등 실제 공장에서 일어나는 생산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최상위 엔터프라이즈 레벨(enterprise level)에 해당하는 솔루션으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 SCM 등이 있다.



최근엔 디지털 스레드를 더욱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을 접목한 ‘플랫폼’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GE의 프레딕스(Predix), 지멘스의 마인드스피어(MindSphere) 등이다. 일종의 PaaS(Platform as a Service)로, 스마트공장 최하위층(작업 현장 장비)인 센서나 디바이스로부터 산업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분석하고 각종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영배 GE디지털 코리아 이사는 “공장 설비가 기업의 생산관리, 제조실행, 물류 및 전사 경영계획과 긴밀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OT(Operation Technology, 운영기술)와 IT의 긴밀한 연계가 필수”라며 “제조기업의 OT와 IT 간 통합을 용이하도록 지원해주는 플랫폼 운영 역량은 스마트공장 구현에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비용효과적으로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클라우드 플랫폼이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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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산업별 스마트공장 전개 상황

현재 스마트공장 도입에 가장 앞장 서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경우 정부와 산업별 협회 주도로 적극적인 산학연 연계를 통해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미 2011년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공장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산업 전략으로 내세운 데 이어 2015년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기술 협의체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Platform Industrie 4.0)’을 결성했다. 여기에는 지멘스(Siemens), 보시(Bosch), 쿠카(Kuka), SAP 등 대기업은 물론 훼스토(Festo), 베어(Bär), 벡호프(Beckhoff) 등 중소, 중견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뚜렷한 제조업 혁신 전략을 내놓은 독일과 달리 미국은 민간 기업들 위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GE가 2012년 제시한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 전략이다. 산업 현장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자는 게 GE 산업인터넷 전략의 핵심이다. 이후 GE는 IBM, 인텔, 시스코, AT&T 등 다수의 기업들과 협력해 지난 2014년 IIC(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를 발족했다. 현재 IIC에는 미국 기업들은 물론 한국의 전자부품연구원, 일본 후지쓰, 중국 하이얼, 독일 SAP 등 전 세계 기업 250여 곳이 멤버로 참여해 있다.

독일과 미국은 스마트공장의 추진 주체뿐 아니라 스마트공장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에도 차이가 있다. 독일은 컨베이어벨트의 제거, 설비 및 공장 간 연결, 가상과 현실의 결합 등을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을 넘어 대량 맞춤형 생산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이는 전체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0%가 넘을 정도로 제조업 비중이 크고, 특히 자동차와 기계 장비 및 부품 산업 역량이 뛰어난 독일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제조업 비중이 전체 GDP 대비 10% 수준인 미국의 경우 네트워크화된 환경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신규 수익 원천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B2B(기업 간)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형태로 스마트공장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 업체가 GE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지난 2012년 “산업인터넷을 통해 단 1%의 운영 효율을 높인다면 향후 15년간 항공, 헬스케어, 오일&가스 등 GE 각 사업 분야에서 총 276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GE는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및 자산 최적화(asset optimization)라는 기존 OT 역량에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표되는 최신 IT를 접목해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라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데 힘써 왔다. 예를 들어 GE는 항공기 엔진 하나에 센서를 대략 250개 정도 달아 판매한다. 그리고 항공기 이착륙 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여부, 교체 시기 등을 ‘예측’한다. 그 결과, 항공기 운항 중단과 같은 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객사가 미리미리 유지보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가령 항공기 이륙 시 엔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징후가 포착되면 교체가 필요한 부품이나 정비공들을 착륙 지점에 미리 대기시켜 놓음으로써 항공기가 도착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재 GE가 판매한 항공기 엔진 중 60∼70%는 고장 나기 전에 원격 수리를 받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객사 입장에서 항공기 유지 보수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결국 GE는 과거처럼 단순히 고객사에 제품(엔진)을 판매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고객사의 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산업에 따라서도 스마트공장의 전개 상황이나 활용 정도는 각기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마다 비용 구조나 자동화 수준이 다르고,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에 대한 니즈나 정밀 생산에 대한 필요성 등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에서 전자나 기계 산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돌지만 화학 산업은 12% 정도에 그친다. 이는 전자나 기계 산업에서 협업 로봇 등을 도입해 인건비를 20% 줄인다고 했을 때 화학 산업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산업별 비용 구조에 따라 기술 도입에 따른 파급 효과도 달라지기 때문에 산업별로 스마트공장의 전개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전자 산업의 경우엔 협업 로봇이나 AGV(Automated Guided Vehicle·무인운반차량) 등을 도입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화학 산업의 경우엔 이 같은 기술이 별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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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스마트공장 확산 속도 역시 산업별로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가 가장 많이 진척된 것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스마트공장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미 독일의 아우디나 폴크스바겐, 미국 테슬라 등은 컨베이어벨트가 없는 공장에 대해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아우디는 고성능 슈퍼카인 아우디 ‘R8’ 생산라인에 컨베이어 대신 AGV가 작업대 위에 반제품을 싣고 가이드라인을 따라 돌아다니는 무인운반시스템을 도입해 하루 15∼20대의 자동차를 주문 생산하고 있다. 작업자들은 자신의 셀에서 맡은 바 작업을 진행하고, AGV가 필요한 작업을 해줄 작업자를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맞춤 생산한다. 반면 화학 산업의 경우 스마트공장 확산은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화학 플랜트의 경우 공장 수명이 20∼30년 정도로 길어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 기존의 낡은 시스템) 교체 부담이 크고, 무엇보다 사이버 보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타격이 크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산업 인터넷을 접목시킨 네트워크화에 보수적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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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스마트공장은 공장 자동화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지능형 공장을 자동화 공장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특히 어지간한 국내 대기업과 달리 자동화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렇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스마트공장이 구현되기 위해 공장 자동화는 필수다. 하지만 사람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공장 자동화는 스마트공장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스마트공장에선 공장 내 모든 기기와 장비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어 각각의 자산으로부터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하다. 최영배 이사도 “GE의 스마트공장 전략은 ‘연결하고(get connected), 통찰을 이끌어 내(get insight), 최적화한다(get optimized)’는 3단계 접근법을 취한다”며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데이터를 모으고 시각화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스마트공장의 주목적은 기계 가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장비 효율 및 안정성을 극대화하며, 기계 파손이나 제품 불량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기계적 하드웨어와 이를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네트워크화된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 예지 보전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설비의 다운타임(downtime)을 줄이고 재고·주문량에 따라 생산 스케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생산성 최적화를 위한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자동화’에서 한 단계 진화한 ‘디지털화’다. 단지 공장에 더 많은 기계 장비와 로봇을 투입하고 3D프린터를 가져다 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의 실현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장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훨씬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각 공장 자동화 장비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통합 작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유순 지멘스 디지털 엔터프라이즈팀(Digital Enterprise Team) 팀장은 “현재 많은 공장에선 자동화가 상당히 진척돼 있는 곳조차 각각의 디바이스를 연결하기 위해 별도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한 후 연동시키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장비마다, 또 자동화의 각 층위별로 사용하는 프로그램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비 제작 시기에 따라 연결 장치나 구동 프로그램도 다르기 때문에 구식 장비와 신형 장비를 매끄럽게 연동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다양한 레거시 시스템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및 일관된 엔지니어링 프레임워크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유순 팀장은 “엔지니어링의 전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작업량과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디바이스 간 스스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지능형 공장 구축을 위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2. 스마트공장은 공장 안에서만 추진하면 된다?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제조 현장인 공장 내 운영 시스템을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즉, 공장 내 개별 장비를 제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각각의 생산 라인을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여러 라인이 모여 있는 공장 전체를 운영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자동화 및 지능화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공장 내 수직적 통합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상적인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선 제품 기획 단계부터 원재료 조달, 생산, 마케팅, 유통, 사후서비스 등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 단계에 관련돼 있는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부터 중간 관리자 및 생산 현장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과 실행의 모든 단계가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생산뿐 아니라 R&D, 마케팅 등 하나의 제품이 기획돼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관련된 모든 부서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야만 진정으로 지능화된 스마트공장이 구현됐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생산 현장을 포함해 조직 전체가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기술 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동시에 이 같은 인재 양성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사람들을 조직하고 동기부여할 수 있게끔 조직 시스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제아무리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인공지능이 보편화된다고 해도 기계를 작동시킬 소프트웨어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은 사람들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GE가 공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들을 영입하고, 연간 평가 제도를 폐지하며, 스타트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에 기초한 ‘패스트웍스(Fast Works)’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전사적으로 변화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패스트웍스는 급변하는 환경에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 직원들의 역량과 성과를 높이려는 게 주목적이다. 전략의 큰 방향은 잡되 완벽한 실행계획 대신 가설적인 전략을 가지고 재빠른 실행을 통해 반복적으로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스타트업의 경영 방식을 ‘디지털 산업 기업(digital industrial company)’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GE가 도입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선 ‘위계적이며 효율성 극대화와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하는 전통적 제조업 문화에서, ‘협력적이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고 도전적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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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마트공장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단일 기업 차원의 혁신 활동이다?

스마트공장은 각 기업들이 각개전투식으로 전력투구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그 공장에 부품과 재료를 납품하는 공급업체, 거기서 나오는 완제품을 유통시킬 물류업체, 또 고장 발생 시 이를 수리하는 서비스 업체 등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관련돼 있는 모든 기업, 즉 전체 가치창출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체들이 수평적으로 서로 연결되고 최적화돼 있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편 지연이나 취소 없이 안전하고 정확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비행기 엔진의 성능은 물론 항공기 유지 보수와 노선 조정 등 항공 서비스와 관련된 분야의 여러 주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는 단일 기업 혼자서 애쓴다고 성취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전체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각 분야 업체들이 서로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다. 하나의 제품에 연결되는 전후방 산업의 주체, 즉 동일한 가치사슬에 속한 각 주체들이 모두 지능화돼야 어느 한 군데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정보가 물 흐르듯 흐를 수 있다. 스마트공장 전략이 단순한 개별 기업 전략이 아니라 ‘생태계 전략’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은 단일 공장의 스마트화뿐 아니라 공장과 공장 간, 기업과 기업 간 서로 연결된 시스템을 갖춰야만 진정한 스마트공장이 구현된다고 보고 최근 중소기업들의 스마트공장 참여를 독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IIC 역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스마트공장과 관련된 생태계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IIC의 핵심 멤버인 GE의 프레딕스는 스마트공장의 생태계 조성 시도를 잘 보여주는 예다.

프레딕스는 GE 내부적으로 개발된 산업인터넷 운영체제이지만 클라우드 플랫폼 전문업체인 피보털소프트웨어(Pivotal Software)의 오픈 소스 플랫폼 ‘클라우드 파운드리(Cloud Foundry)’에 기초해 있다. 또한 네트워크 연결은 시스코(Cisco), AT&T, 버라이즌(Verizon), 보다폰(Vodafone) 등 다양한 통신 기업들과 협력해 구현했다. APM(Asset Performance Management·자산성능관리)과 같은 상용 분석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7월 프레딕스 개발자 키트를 배포한 이래 외부 산업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작년 말까지 와이프로(Wipro), 인포시스(Infosys) 등에서 30여 개의 관련 앱을 탑재해 놓은 상태다. 현재 프레딕스 생태계는 산업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가속화할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400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2만2000여 명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다. GE는 이러한 적극적인 외부 연계 전략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나가며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지난 2011년 전통적인 제조기업에서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당시 시스코의 부사장이었던 윌리엄 루(William Ruh)를 영입했다. 30년 넘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만 몸담았던 루는 처음 GE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소프트웨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GE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GE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이멜트의 확고한 ‘비전’, 그리고 디지털화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그의 ‘솔직함’ 때문이었다. 이멜트 회장은 “디지털 제조업의 과정이 50단계쯤 된다면 현재 GE는 첫 번째 단계에 있다. 나는 고작 1∼2단계밖에는 모르겠다. 당신이 GE로 와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알려달라”며 루를 설득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인 GE조차 구체적이고 명확한 단계별 로드맵이 완전히 갖춰진 상태에서 지능형 공장 실현에 나선 건 아니라는 사실은 국내 제조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이런 접근은 체계적으로 잘 짜인 로드맵(roadmap)에 따라 사업을 영위해 온 전통적인 제조기업 입장에선 황당하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일일 수도 있다.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워 이를 빈틈없이 실행해 나가며 한 치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기존 경영 방식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선 애초에 상세한 실행 로드맵이란 존재하기 힘들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공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진화, 발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GE디지털 CEO로 GE 내 디지털 제조업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루조차 “50단계의 프로세스 중 현재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든지 상관없이, 명확한 그림을 분명하게 앞서 그려볼 수 있는 단계는 불과 3∼4단계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스마트공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차근차근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과 2∼3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 거쳐야 할 수십 가지의 단계를 단번에 건너뛰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더스트리 4.0’의 주창자인 독일이 오는 2035년까지 장기적인 계획하에 스마트공장 도입을 추진 중이며, 지난 5년간 그 어떤 기업보다 공격적으로 디지털 제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해 온 GE조차 현재 50단계 중 15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 없이 스마트공장 구현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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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미국 주요 스마트공장 사례


스마트공장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이미 지멘스, 보시, 훼스토,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나름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실제 생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스마트공장 사례로 꼽히는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Amberg) 공장에선 PLC 제품군, 원격 I/O(remote I/O), HMI(Human Machine Interface) 등 각종 산업용 제어 시스템과 자동화 솔루션을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PLC의 CPU(중앙처리장치) 격인 ‘SIMATIC 컨트롤러’인데, SIMATIC 컨트롤러를 생산하는 암베르크 공장 자체가 이 제품을 통해 운영된다. 즉, 공장을 운영하는 데 자체 공장에서 만든 컨트롤러를 활용함으로써 생산 및 자원, 정보 흐름의 75%를 자동화시켰다는 게 지멘스의 설명이다. 현재 암베르크 공장은 250여 개 공급 파트너로부터 약 1만 종류 이상의 부품을 공급받아 고객 요구 사항에 따라 매일 1000여 개의 서로 다른 사양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24시간 내 출하율이 99.5%에 달할 정도로 신속한 주문형 대량 생산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현재 암베르크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1500만 개다. 지난 1987년 1만 ㎡ 규모로 지어질 때나 지금이나 생산라인 직원 수는 1200여 명으로 별 차이가 없지만, 생산량은 당시에 비해 9배가 늘었다. 당시 불량률은 500dpm(100만 개당 불량품이 500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약 11dpm(100만 개당 11개 결함)에 불과하다. 이는 수율로 따졌을 때 99.9989%라는 걸 의미한다.

모듈형 생산 시스템을 갖춘 훼스토의 샤른하우젠 공장(Scharnhausen Technology Plant)도 대표적인 스마트공장으로 꼽힌다. 실린더, 밸브, 밸브 터미널 등 총 3만여 가지 제품을 생산 중인데 주문량에 따라 생산 흐름을 유연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 소비량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계돼 있다. 훼스토의 경우 고객군과 제품 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일찍부터 생산 최적화 문제에 봉착했고, 이에 따라 다품종 소량/대량 생산 시스템과 유연 생산 체제 구현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 샤른하우젠 공장의 경우 기본 골격에 다양한 옵션들을 반영해 조립하는 모듈화 제조라인 형태를 취함으로써 생산 공정에서의 병목(bottleneck) 현상을 최소화하고 장비 간 연결 및 단절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또한 절삭 공정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공정의 경우 기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수집해 난방에 활용하는 등 에너지 절감책을 도입함으로써 종전보다 에너지 비용을 30% 정도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GE의 대표적 스마트공장 모델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인도 푸네(Pune) 공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개 공장을 운영 중인 GE에선 푸네 공장을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의 첫 케이스로 꼽는다. GE항공, 파워, 오일&가스, 운송 등 GE 내 서로 다른 4개 사업부에 쓰이는 제품(제트엔진, 풍력터빈, 수처리장치, 철도부품 등)을 한 공장 안에서 만들어내는 혼류 생산(multi-modal) 방식 공장이기도 하다. 1500여 명의 현지 생산인력들은 동일 생산 라인에서 자동화, 인터넷, 3D프린터, 레이저 검사기 등 똑같은 인프라와 장비를 활용해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량 및 품종을 조절, 제품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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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사람’에서 출발… 교육용 솔루션도 만들어

훼스토(Festo)는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 공압기술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히든 챔피언’이다. 1925년 설립된 가족기업으로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 남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도시 에슬링겐(Esslingen)에 본사를 두고 있다. 공압 실린더, 전기 드라이브, 밸브 및 밸브터미널, 포지셔닝 시스템, 핸들링 장비, 컨트롤러 및 전기 주변 장치, 센서 및 머신 비전 등 3만여 종에 달하는 공압 및 전기·전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제조업 혁신전략 ‘인더스트리 4.0’ 중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을 위해 지멘스, SAP, 보시 등과 함께 실무 그룹 멤버로 참여한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27억 유로의 매출액을 올린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 61개국에 해외 법인, 250여 개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80년 한국훼스토를 설립해 사업을 영위해 오고 있다. 최근엔 공압 기술 기반의 공장 자동화 제품 외에 전기전자 기술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인 TEC(Technical Engineering Center)를 설립했다. 독일 외 지역에 별도의 R&D 조직을 만든 건 훼스토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이 여섯 번째다. 훼스토는 향후 R&D 인력을 80명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스마트공장과 관련된 교육 솔루션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최근 수원대와 훼스토 간 ‘스마트팩토리 교육연구 산학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을 위해 안스가르 크리베트(Dr. Ansgar Kriwet) 독일 훼스토 글로벌세일즈 부문 대표가 방한했다. 크리베트 대표는 아헨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베를린공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훼스토에 입사한 그는 지난 2013년부터 글로벌세일즈 부문을 이끌고 있다.


실제 제조현장에서 쓰이는 공장 자동화 제품 외에 교육용 솔루션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훼스토는 주력 사업인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 비즈니스 외에 지난 1974년부터 ‘훼스토디닥틱(Festo Didactic)’이라는 독립적인 교육·훈련 사업을 병행해 왔다. 모든 혁신의 근간은 사람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창업자의 경영 철학 덕택이다. 제아무리 공장 자동화를 이루고 지능형 공장을 만든다 해도 결국 공장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도 사용자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기술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공장도 마찬가지다. 지능형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 요건(qualification)’을 갖춘 ‘숙련된 전문 인력(skilled workforce)’을 미리미리 육성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고 해도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다. 직원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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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한 직원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단순히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실습 훈련을 해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작업 경험을 통해 스마트공장 운영과 관련한 조직 내 R&D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즉, 모듈화된 장비를 가지고 유연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정별 프로그램 설정을 달리해 가며 시스템을 운영해 보도록 함으로써 공정 최적화 및 에너지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각 회사 환경에 맞는 네트워크 통신 모듈이 무엇일지 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공, 조립, 물류, 협업 공정 및 품질 검사에 이르기까지 실제 공장과 비슷한 형태의 공정별 생산 라인을 ‘축소판’으로 구성해 놓고 실습 교육을 하기를 추천한다. 훼스토 독일 본사의 스마트공장인 ‘샤른하우젠 기술공장(Scharnhausen Technology Plant)’ 역시 공장 한 층에 자체 개발한 교육용 솔루션을 구비한 ‘학습 공장(Learning Factory)’을 마련해 놓고 훼스토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한 이론과 실습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을 구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기계마다 특성이 다르고, 공장마다 처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산업, 어느 기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솔루션이란 없다. 산업별 특성에 따라, 각 회사의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공정과 그에 따라 적용해야 할 솔루션의 수준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공장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제조 현장에 있는 장비 레벨에서부터 해당 기계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엇 때문에 생산성이 저해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우리 공장에 필요한 스마트공장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의 생산운영관리 수준, 조립/가공 라인 현황, 품질관리 등 각 회사의 현재 수준이 어떠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만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면서 스마트공장을 구현해 낼 수 있다.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 기존 인력들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장 자동화 환경에서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요구됐던 역량은 비교적 단순하고 표준화된 작업을 실수 없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공장 환경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제조 현장의 수많은 장비로부터 수집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좀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이며, 통합적인 사고방식과 분석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선 엔지니어는 IT 분야 지식을 알아야 하고, IT 전문가는 공학적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공장에서 기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 역량은 크게 세 가지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아무리 복잡한 기계, 복잡한 공장도 기본 원칙은 동일하다. 일단 하드웨어 전문 지식을 가지고 기계(기계공학)를 만들면, 배선 설계를 통해 모터나 센서 등을 장착(전자공학)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설치해 원하는 작업을 수행(소프트웨어)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엔 이 세 개 분야가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 그러다 공장 자동화가 진척되면서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간 통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기계공학자가 전기 배선 설계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메커트로닉스(mechatronics)가 독립된 학문 영역이자 하나의 산업으로까지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IT를 적용한 소프트웨어와의 통합은 갈 길이 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공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메카트로닉스에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한데 통합시켜야 한다. 이는 학교 교육 시스템은 물론 개별 기업의 인력 트레이닝 시스템에도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걸 뜻한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소프트웨어 역량을 모두 갖춘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각각의 역량을 갖춘 세 명이 아니라 세 가지 역량을 한꺼번에 갖춘 한 사람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메카트로닉스에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통합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곳은 독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춰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인재 양성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간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계공학, 전기공학, 소프트웨어 등 서로 다른 기술 영역 간 원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공장에서도 핵심은 ‘기술’이 아닌 그걸 활용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참고문헌

1) Bloomberg Businessweek (March, 17, 2016). How GE Exorcised the Ghost of Jack Welch to Become a 124-Year-Old Startup.
2) Bosch (2016). Building knowledge by in-house deployment.
3) Festo (2016). The production of the future.
4) Goldman Sachs (2016). Factory of the future.
5)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16). Aligning the Organization for Its Digital Future.
6) Nomura (2015). Investing in Industrials in the digital age.
7) Strategy + Business (2017). The Thought Leader Interview: GE’s Bill Ruh on the Industrial Internet Revolution.
8) 국가기술표준원 (2015). 스마트공장 기술 및 표준화 동향. KATS 기술보고서 제78호.
9) LG경제연구원 (2016). 스마트 팩토리 산업 인터넷 혁명의 서곡.
10) LG경제연구원 (2016). 미국 독일 일본의 스마트 팩토리 전략.


One Point Lesson

1 스마트공장 도입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CPS(Cyber Physical System) 개념에 따라 구분해 보면 크게 1) 가상 공간에서의 ’설계 자동화’ 관련 소프트웨어 2) 실제 세계에서의 ‘공장 자동화’솔루션 3) 가상 공간과 실제 세계를 이어주는 데 필요한 ‘공장 정보화’ 시스템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공장 자동화 및 공장 정보화 시스템의 경우 1) 현장 장비 2) 설비 제어 3) 공장 운영 4) 제조 실행 5) 생산 계획 등 크게 다섯 가지 층위의 피라미드 구조로 세분화해 볼 수 있다.

2 이상적인 스마트공장 구현을 위해서는 1) 가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연결해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엔지니어링’ 통합 2) 기업 내 모든 생산 시스템을 일관된 프레임워크로 연결하는 ‘수직적’ 통합 3) 전체 가치 창출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전후방 산업의 관련 주체 모두를 한데 연결하는 ‘수평적’ 통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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