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맹목적인 ‘조직루틴’ 조직을 경직시킬 뿐 外

안준모,이왕휘,류주한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Strategy

맹목적인 ‘조직루틴’ 조직을 경직시킬 뿐



“Routine regulation: Balancing conflicting goals in organizational routines”, by Carlo Salvato and Claus Rerup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7, pp.1-40.



무엇을, 왜 연구했나?

모든 기업은 생산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업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유의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며 예측 가능한 통일된 행동패턴을 수립한다. 이를 조직루틴(organizational routine)이라고도 한다. 기업의 목표가 하나이고 일관적이라면야 조직루틴 그대로 답습해 나가면 되겠지만 부서별 세부 목표와 이행방식이 다르다면 조직루틴을 그대로 쫓아가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기능부서마다 이해관계가 전부 다르다 보니 하나의 조직루틴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세부 목표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조직을 경직시키고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예를 들면 파격적인 할인으로 매출을 올려보려는 마케팅부서와 이로 인해 입게 될 이익감소를 우려하는 영업팀 간 갈등이 발생한 경우, 기술 혁신, 신제품 개발을 놓고 담당 부서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통일된 루틴을 강요하거나 각각의 이해에 따라 다른 활동을 허용한다면 효율성만 저하돼 오히려 혼란만을 야기할 뿐이다. 조직 내 이해관계와 목표가 더욱 복잡 다양해져 가는 요즘 과연 어떤 방식의 조직 내 행동패턴이 갈등은 줄이고, 조직 효율성은 높여줄 것인가?



무엇을 발견했나?

이탈리아와 미국의 연구진은 조직 내 상이한 목표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연구했다. 기존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조직 내 갈등이 생길 경우 경영진이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담당하거나 업무 방식(즉, 조직루틴)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번 논문을 쓴 연구진은 위계를 통한 갈등 해결이나 갈등을 분리해 더 큰 갈등을 막고자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어버리는 셈이 돼 더 큰 갈등으로 비화될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기존의 목표달성 위주의 업무 추진 방식 또는 조직루틴을 갈등 해결 방식의 조직루틴으로 재설계해 갈등과 반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최고의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알레시(Alessi)사를 대상으로 조직 내 다양한 갈등을 조직루틴의 재설계를 통해 어떻게 해결했는지 사례 연구했다.

알레시는 금속재료를 활용한 탁월한 디자인으로 생활용품을 제조해온 이탈리아 최고의 제조업체다. 1990년대 초까지 해당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회사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안팎의 도전에 직면했다. 금속재료를 벗어난 원자재 활용, 디자인 다변화, 생산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던 중 기업 내 디자이너그룹과 제조를 담당하는 엔지니어그룹 간 갈등이 증폭됐다. 알레시는 일관되게 답습해오던 기계적인 조직루틴과 위계나 제도 적용을 통한 갈등 해결보다 갈등 발생 시 접점을 찾고 갈등을 오히려 표면화시켜 해결책을 직접 모색하게 하는 방식으로 조직루틴을 재설계했다. 이는 상이한 세부 목표와 부서 간 다양한 이견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알레시는 디자인 제조업체의 선두주자로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조직루틴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때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다른 구성원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전하는가에 초점이 모아졌다. 그러나 조직 내 같은 구성원이라도 개성이 강하고, 처우와 신분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 일하는 방식이 다른 지금의 우리 기업 환경에서 이 같은 조직루틴은 구성원 간 갈등만 키울 뿐이다. 과거처럼 외부의 해결사, 제도, 상급자에게 문제 해결을 바라기보다 조직 내부에서 스스로 갈등의 접점을 찾고 풀어나갈 수 있도록 업무 방식이 재설계돼야 한다. 어쩌면 4차 산업시대에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시설 도입보다 먼저 개선돼야 할 부분이 효율, 전달이 아닌 협의, 접점 중심으로 업무수행 방식이 전환되는 일일 것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가입하면 무료

  • 안준모

    안준모jmahn@sogang.ac.kr

    -(현)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전)중소기업청과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이왕휘

    이왕휘lee.w@ajou.ac.kr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류주한

    류주한jhryoo@hanyang.ac.kr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