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거점 다시 옮긴다? 첫 결정 때로 돌아가보라 外

225호 (2017년 5월 Issue 2)

Strategy



생산거점 다시 옮긴다? 첫 결정 때로 돌아가보라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맞아 과거 해외로 오프쇼어링(Offshoring)됐던 생산거점을 자국으로 다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독일의 아디다스사는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을 생산 공정에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해외의 생산거점을 대거 자국으로 이전했다. 3000명 이상이 투입되던 아디다스 운동화 제작이 600명 내외로도 가능하니 인건비 싼 개도국을 찾아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리쇼어링 전략은 ‘여건만 된다면야 비싼 외국인 비용(Liabilities of foreignness)을 지불하며 굳이 해외에서 사업할 필요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기업, 또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지로 진출 후 본국 회귀를 심각히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각국의 제도 환경 역시 변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은 나라들, 무역적자가 심한 나라들 역시 해외 진출 기업을 자국으로 다시 끌어들이기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기술과 인공지능이 생산에 접목된 인더스트리 4.0은 생산 거점을 찾아 해외에서 고생하던 기업들에 국내에서도 편히 사업할 수 있는 더 나은 시대를 열어줄 것인가?

최근 이탈리아의 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자국 기업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겨가는 이유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역설적으로 자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에 대한 이유와 결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는 데 착안했다. 특히 해외 사업의 결과가 신통치 않아 사업을 접고 자국으로 회귀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들은 무엇인지, 제조업을 제외한 서비스업들은 비용 절감의 메리트가 없음에도 자국으로 회귀하는 이유와 결과가 무엇인지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리쇼어링이 ‘자국 여건이 좋아졌으니 회귀한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생산거점을 더 나은 곳으로 옮긴다는 전략적 판단의 연장선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봤다. 즉 해외의 어떤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느냐와 국내로 거점을 복귀시키느냐의 판단 근거와 논리는 다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들은 자국으로 생산과 서비스 거점을 옮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세계 기업들의 해외 활동을 내력을 세세히 담고 있는 ‘Offshoring Research Network(ORN)’라는 자료를 활용해 1500여 개의 관련 사례를 대상으로 자국 회귀의 결정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 결과 기업들은 해외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비용 절감의 효과가 사라졌다고 해서 굳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특히 생산 효율을 향상시키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해외 시장으로 거점을 옮긴 경우에는 주변이나 자국의 상황이 변화했다 하더라도 쉽사리 본국이나 기타 지역으로 거점을 이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에서 신시장으로의 확대 효과가 미미하거나 현지 시장 성장세가 둔화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자국을 포함한 타 지역으로 거점 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IT나 소프트웨어같이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산업주기가 짧은 산업군에서 더 두드러졌다. 결론적으로 거점 이전은 사업의 편이성이 아닌 철저히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에 근거해 판단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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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줬는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나는 그 당시 어떤 판단과 고려를 했는가를 복기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본국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쉽사리 귀환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해외 진출 당시 세웠던 목표와 취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새겨야 한다. 귀환한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지속적으로 수월하게 전개되는 것도 아닐 테고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생산과 서비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복귀가 장기적으로 창의력과 혁신력 제고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고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거점을 이전하는 문제는 기술과 제도의 편이성도 물론 고려돼야겠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 시장으로 회귀하는 것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고민과 결정이 요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The reshoring of business services: Reaction to failure or persistent strategy?”, by Filippo Albertoni, Stefano Elia, Silvia Massini and Peter Younkin in Journal of World Business, 2017, 52, pp.417-430.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Innovation



대기업의 벤처 투자. 비슷한 영역은 피해야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술혁신은 기업의 경제적 가치 제고를 위한 문제의 기술적 해결 방안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종종 새로운 특허나 신제품의 형태로 발현된다. 이런 탐색 과정은 기존의 지식 요소를 새로운 형태로 재결합하거나 재배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술혁신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협력을 통해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지식 풀(pool)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협력이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에 있어 기존 연구는 개별 파트너 기업과 대상 기업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파트너 기업들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연구는 제한적이다. 특히 불연속적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은 기업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CVC)을 통해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벤처캐피털이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기술혁신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되는지는 많은 실무자 및 연구자의 관심사항이다. 다양한 산업군 내 벤처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특정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기술혁신 성과를 높이는 데 더 나은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CVC를 통한 기술혁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 영국 임페리얼경영대학의 와드화(Wadhwa) 교수와 동료들이 실제 CVC 투자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40개의 통신장비 제조사의 CVC 투자 행태와 기술혁신 성과 간의 관계를 살펴봤다. 통신장비 산업은 기술 변화가 많아 기술 혁신이 중요하고 대기업의 CVC 투자가 활발한 산업이기 때문에 선정됐다. 연구자들은 1989년부터 2000년까지의 CVC 투자 행태를 추적했고 기술혁신 성과는 인용 횟수를 가중한 출원 특허 개수로 측정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은 포트폴리오 내 개별 벤처기업과 CVC 모기업의 사업 영역 간 차이와 포트폴리오 내 벤처기업들의 사업 영역 간의 차이를 모두 고려해 측정했다. 즉, 포트폴리오 다양성이 높다는 것은 대기업이 자신의 기존 사업 영역과 거리가 먼, 다양한 산업의 벤처기업에 투자했음을 의미한다.

실증 분석 결과, CVC의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투자자인 대기업의 기술혁신 성과는 증가하나 다양성 수준이 지나치면 오히려 기술혁신 성과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트폴리오 다양성이 커질수록 대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지식 범위가 넓어진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 재결합을 촉진시켜 의미 있는 특허의 개발로 연결된다. 그러나 대기업이 CVC를 통해 다양한 벤처기업에 투자할수록 개별 벤처기업에서 학습하는 지식의 양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자원은 유한하므로 투자한 벤처기업의 숫자가 많아지면 개별 벤처기업과의 상호 작용 기회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트폴리오 다양성이 커지면 파트너십 관리 측면의 ‘규모의 경제’ 효과가 사라지므로 유사 영역의 벤처기업들과 협력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증가한다.

이와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성과 기술혁신 성과 간의 역U자형 관계는 포트폴리오 내 벤처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다양한 영역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기술혁신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우선 개별 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 지식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벤처기업이 깊이 있는 기술 지식을 보유한 경우 대기업으로의 지식 파급(knowledge spillover) 효과가 커지는 것은 물론 대기업이 자신의 기술혁신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벤처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둘째, 벤처기업이 얼마나 많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벤처기업이 많은 기업들과 제휴 관계를 맺은 경우 파트너 벤처기업의 지식수준이 향상되고 외부 협력에 대한 경험이 축적돼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결론적으로 대기업이 벤처투자를 통해 기술혁신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기존 사업과 유사한 영역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 새로운 영역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불연속적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성이 지나치면 서로 이질적인 영역의 벤처기업들과 교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므로 포트폴리오 다양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산업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벤처기업 선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함을 본 연구는 시사한다. 보유 기술 지식의 수준이 높고 여러 기업들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벤처 투자를 통해 의미 있는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망한 산업을 선정해 관련 벤처기업에 산발적으로 투자하기보다 자신과의 전략적 정합성을 고려해 너무 이질적이지 않은 영역에서 기술 경쟁력이 확실한 벤처기업들에 선택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CVC 투자를 통한 전략적 성과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Based on “Corporate venture capital portfolios and firm innovation”, by Anu Wadhwa, Corey Phelps, and Suresh Kotha in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2016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kaist.business.edu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Marketing



음성인식 제품 쓰다보면 인간관계 소홀해질까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음성 인식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 애플은 시리,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빅스비, SK텔레콤은 누구, KT는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

주변에 음성 인식 제품이 많아지면서 강의실이나 집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사용자의 목소리와 헷갈린 아이폰의 시리가 강의 중인 교수님에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혼자 대답하는 경우도 있고, 버거킹 광고(미국)에 삽입된 “오케이 구글, 와퍼가 무엇이지?”라는 목소리에 반응한 구글이 위키피디아에서 와퍼에 관한 설명을 자동으로 열기도 한다. 음성 인식 제품은 특히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친구가 돼주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음성 인식 제품과 쉽게 대화를 시작하며 언젠가는 영화 ‘그녀’에 나오듯이 좋은 대화 상대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 배제돼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 실제 인간이 아닌 의인화된 (anthropomorphic) 제품과 상호 교류를 하면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거나 온라인 공간의 인간관계를 확인해서 외로움을 극복해왔다. 예를 들어 봉사단체에 가입하거나 페이스북의 친구 숫자를 늘리곤 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도 의인화된 제품과 상호교류를 하면 실제 인간과의 관계를 만들거나 확인하는 활동을 덜 하거나 중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실험에서는 ‘Amazon Mechanical Turk(아마존이 운영하는 지식 아르바이트 중계 플랫폼)’를 통해서 327명의 응답자를 모집했다. 먼저 “상상을 시각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호 공 던지기 게임”이라는 제목하에 컴퓨터에 등장하는 내 캐릭터와 다른 3명의 캐릭터가 공을 30번 주고받는 ‘사이버볼’ 게임을 수행하게 했다. 사회에서 배제되는 조건의 참가자는 처음 3번만 공을 받은 후 그다음부터는 완전히 배제돼 다른 3명의 캐릭터가 공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만 있게 했다.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는 조건의 참가자는 공을 주고받는 모든 과정에 약 4분의 1만큼 참여하게 했다. 게임이 끝난 뒤 모든 참가자는 3가지 중 하나의 룸바(Roomba) 진공청소기를 봤다. ‘의인화된 룸바’는 제품이 똑바로 놓여 웃는 얼굴처럼 보였고, ‘비의인화된 룸바’는 제품이 90도 옆으로 놓여 얼굴처럼 보이지 않았고, ‘비의인화이면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룸바’는 90도 옆으로 놓여 있는 동시에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350개 스킨 중 하나인 바닷가 해변 스킨을 씌워두었다. 이렇게 모든 응답자에게 룸바에 관한 구매의도를 물어본 다음에 핵심 질문인 “다음 달에 가족이나 친구와 전화로 통화할 때,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통화할 예정인가요?”에 7점 척도(1 = 평균보다 훨씬 적게, 7 = 평균보다 훨씬 많이)로 응답했다.

실험 결과. 사회에서 배제된 조건에서는 사람 얼굴처럼 보이게 해 놓은 룸바를 본 응답자들이(3.25) 다른 룸바를 본 응답자들에 비해서(3.87, 4.15) 가족이나 친구에게 더 적은 시간을 쓸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은 조건에서는 룸바의 의인화/비의인화가 가족이나 친구와의 통화 시간 예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우 의인화된 제품과 상호 작용을 하면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의도가 줄어든다는 가설을 지지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2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절반에게는 중요한 이벤트에서 스스로가 배제됐던 경험에 대해서 쓰고, 다른 절반은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모든 응답자들은 똑바로 놓여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의인화된 룸바를 봤는데 이 중 절반의 응답자에게만 “룸바가 당신을 향해서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라는 말을 더해주었다. 이후에 본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가를 측정하는 8개의 글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어봤다(예, 내 옆의 친구가 없다면 내 삶이 불가능하다, 항상 나와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등).

실험 결과, 어제의 일과를 쓴 응답자들은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있건 없건 간에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3.48, 3.48). 하지만 사회에서 배제된 경험에 대해 적은 응답자들의 경우에는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없으면 사람에 대한 필요가 줄어들고(3.14),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있으면 사람에 대한 필요가 증가했다(3.78). 즉, 별도의 설명이 없을 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웃고 있는 모습의 룸바가 기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배제돼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에 룸바를 통해서 인간과의 상호작용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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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만약 누군가 최근에 아이폰 시리와 여러 번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외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의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가 실제 친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사회적 니즈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최근의 많은 신제품은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줄이고 있다. 예전에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의 상호 교류가 필수적이었지만 인간의 형태를 가진 제품(humanlike products)의 등장 때문에 실제 인간관계는 옅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는 장기적이지는 않으며 제품과 사람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없어진다. 결국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줄여주면서 동시에 진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줄이지는 않는, 인간적인 음성인식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더욱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도 컴퓨터나 휴대폰을 잠시 멈추고 진짜 인간을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Based on “Products as Pals: Engaging With Anthropormorphic Products Mitigates the Effects of Social Exclusion,” by Mourey, James, A., Jenny G. Olson, and Carolyn Yoon (2017), Journal of Consumer Research,DOI: 10.1093/jcr/ucx038.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Political Science



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노련한 리더를 대체 못해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이든, 정부든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조직의 리더는 아무리 본인의 경험과 판단력이 출중하더라도 주변 참모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조언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기고 늘 여러 업무에 둘러싸여 다양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스스로 정보수집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 자신의 경험 정도다. 리더 자신이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하다면 자신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조언의 질을 높이고 이른바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현명한 의사결정으로 이끌 수 있다. 얼핏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 이러한 효과는 그러나 꼭 당연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CEO나 금융전문가들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경험이 풍부할수록 자신의 판단을 과신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새로운 정보나 신호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데 소홀함으로써 편견이 강화되는 부정적인 효과를 지적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에서 국제정치를 연구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선더스 교수는 리더의 경험이 집단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효과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근래 미국 외교정책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례로 꼽히는 1991년의 걸프전쟁과 2003년의 이라크전쟁의 결정으로 이르게 되는 과정을 이 논문에서 자세히 비교하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대통령과 참모들의 관계에 적용해보면 4가지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선더스 교수는 주장한다.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대통령이 경험이 풍부한 참모를 기용하게 되면(조지 H.W. 부시, 아이젠하워) 양자 간 경험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고 이 경우 위험(risk)은 통제될 수 있는 반면 외교적 경험이 별로 없는 대통령이 경험이 풍부한 참모에 의존할 경우(조지 W. 부시, 트루먼) 위험은 크게 확대된다.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대통령이 그렇지 않은 참모를 기용하는 경우(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위험은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둘 다 경험이 없는 경우 무능력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이 크다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취임 전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네 가지 경우에서 참모의 경험은 풍부한 것으로 고정한 채 대통령의 경험이란 변수의 효과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대통령의 사례를 비교하는 것인데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주중 특사, UN 대사, CIA 국장, 부통령을 두루 거치며 풍부한 외교적 경험과 자질이 입증된 인물이었던 반면 아들 부시 대통령은 외교정책 분야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임기를 시작했다. 본 논문에 따르면 바로 이러한 차이가 세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집단결정에 참여하는 참모들과 궁극적으로는 도출되는 집단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경험 있는 리더는 참모를 효과적으로 감시·감독해 ‘도덕적 해이’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둘째, 경험이 적은 리더는 참모에게 보다 더 확실하게 ‘위임’을 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에게 제공되는 정보 및 결정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 참모는 자신에게 위임을 한 리더에 대해 정보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과 경험이 없는 리더는 복잡한 정보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기에 지나친 권력과 자신감을 느낄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새로운 정보 수집에 소홀하게 만들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리더에게 제공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만든다. 셋째, 리더가 경험이 적을 경우 실제의 위험도나 불확실성과 무관하게, ‘확실해 보이는’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다양한 조언과 제안이 집단 내에서 도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할 수 있다. 이는 집단의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이라크전쟁 결정 과정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참모진은 선친 대통령 시절부터 외교 정책에 깊숙이 관련됐던 경험이 많은 인물들이었으나 결과는 달랐다. 제한적 개입, 국가 건설을 포함한 깊숙한 개입, 불개입의 세 가지 선택지 중 국가 건설을 포함하지 않는 첫 번째 선택지를 처음부터 선호했던 부시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선택이 수반하는 비용과 위험성들을 숙고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못했다. 즉 경험 많은 참모들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논문이 제시하는 교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무리 참모들이 훌륭해도 노련하고 현명한 리더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집단 안에서는 정보 및 경험의 불균형으로부터 오는 힘의 관계, 리더와 참모진 간 위계의 차이로부터 오는 힘의 관계 등 권력의 동학이 다양하게 작동한다. 따라서 참모진이 훌륭하더라도 노련하지 못한 리더들은 경험의 부족에 기인한 ‘편견의 힘’에 의해 이들로부터 최선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노련한 리더들은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위험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많은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리더들은 실패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확실한 선택지만을 선호하는 경향과 같은 경험의 부족이 낳을 수 있는 특정한 선호, 편견, 경향성이 자신에게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는 것은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첫걸음일 것이다. 이 논문은 미국 대통령 사례를 분석했지만 대통령만큼이나 다양한 리스크를 고민하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업의 CEO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Based on “No Substitute for Experience: Presidents, Advisers, and Information in Group Decision Making”, by Elizabeth N. Saunders., in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41, April 2017, pp. 219-247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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