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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거점 다시 옮긴다? 첫 결정 때로 돌아가보라 外

류주한,강신형,주재우,김현경 | 225호 (2017년 5월 Issue 2)
Strategy



생산거점 다시 옮긴다? 첫 결정 때로 돌아가보라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맞아 과거 해외로 오프쇼어링(Offshoring)됐던 생산거점을 자국으로 다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독일의 아디다스사는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을 생산 공정에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해외의 생산거점을 대거 자국으로 이전했다. 3000명 이상이 투입되던 아디다스 운동화 제작이 600명 내외로도 가능하니 인건비 싼 개도국을 찾아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리쇼어링 전략은 ‘여건만 된다면야 비싼 외국인 비용(Liabilities of foreignness)을 지불하며 굳이 해외에서 사업할 필요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기업, 또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지로 진출 후 본국 회귀를 심각히 고민하는 우리 기업들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각국의 제도 환경 역시 변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은 나라들, 무역적자가 심한 나라들 역시 해외 진출 기업을 자국으로 다시 끌어들이기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기술과 인공지능이 생산에 접목된 인더스트리 4.0은 생산 거점을 찾아 해외에서 고생하던 기업들에 국내에서도 편히 사업할 수 있는 더 나은 시대를 열어줄 것인가?

최근 이탈리아의 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자국 기업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겨가는 이유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역설적으로 자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에 대한 이유와 결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는 데 착안했다. 특히 해외 사업의 결과가 신통치 않아 사업을 접고 자국으로 회귀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들은 무엇인지, 제조업을 제외한 서비스업들은 비용 절감의 메리트가 없음에도 자국으로 회귀하는 이유와 결과가 무엇인지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리쇼어링이 ‘자국 여건이 좋아졌으니 회귀한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생산거점을 더 나은 곳으로 옮긴다는 전략적 판단의 연장선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봤다. 즉 해외의 어떤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느냐와 국내로 거점을 복귀시키느냐의 판단 근거와 논리는 다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들은 자국으로 생산과 서비스 거점을 옮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세계 기업들의 해외 활동을 내력을 세세히 담고 있는 ‘Offshoring Research Network(ORN)’라는 자료를 활용해 1500여 개의 관련 사례를 대상으로 자국 회귀의 결정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 결과 기업들은 해외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비용 절감의 효과가 사라졌다고 해서 굳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특히 생산 효율을 향상시키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해외 시장으로 거점을 옮긴 경우에는 주변이나 자국의 상황이 변화했다 하더라도 쉽사리 본국이나 기타 지역으로 거점을 이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에서 신시장으로의 확대 효과가 미미하거나 현지 시장 성장세가 둔화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자국을 포함한 타 지역으로 거점 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IT나 소프트웨어같이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산업주기가 짧은 산업군에서 더 두드러졌다. 결론적으로 거점 이전은 사업의 편이성이 아닌 철저히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에 근거해 판단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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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줬는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나는 그 당시 어떤 판단과 고려를 했는가를 복기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본국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쉽사리 귀환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해외 진출 당시 세웠던 목표와 취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새겨야 한다. 귀환한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지속적으로 수월하게 전개되는 것도 아닐 테고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생산과 서비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복귀가 장기적으로 창의력과 혁신력 제고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고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거점을 이전하는 문제는 기술과 제도의 편이성도 물론 고려돼야겠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 시장으로 회귀하는 것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고민과 결정이 요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The reshoring of business services: Reaction to failure or persistent strategy?”, by Filippo Albertoni, Stefano Elia, Silvia Massini and Peter Younkin in Journal of World Business, 2017, 52, pp.417-430.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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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jhryoo@hanyang.ac.kr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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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형sh.kang@cnu.ac.kr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스타트업 M&A이며 관련 학술 논문 및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 등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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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designmarketinglab@gmail.com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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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

    김현경fhin@naver.com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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