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바이오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주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 나서야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바이오 벤처의 전성기다.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이후 실적이 안 좋아도 기술력만 있으면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바이오 벤처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 바이오 벤처는 2000년대 초반 한 차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 경영진의 경영 능력 부족 등의 한계를 드러내며 이후 10여 년간 암흑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제2차 바이오 벤처 붐을 맞이해 바이오 벤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바이오 벤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국내 대형 제약사나 대기업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유망 바이오 벤처를 M&A 하고 내부 프로젝트 중 사업성 있는 아이템을 스핀오프(분사) 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대학 연구소 등이 힘을 모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통해 신약 개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지원(고려대 영문학·경영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바이오 벤처 전성기다. 바이로메드,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등 2000년대 초반 이른바 ‘1차 바이오붐’ 때 탄생한 기업들이 이후 지속적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면서 바이오 벤처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1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 규제완화’ 이후 바이오 벤처들의 국내 증시 상장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최근 빠르게 투자금이 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및 의료 분야 벤처와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은 4686억 원으로 ICT 제조(959억 원)와 ICT 서비스(4062억 원) 부문 투자액을 뛰어넘었다. 바이오 및 의료 부문 투자액은 전년 3170억 원 대비 50% 이상 급증했고, VC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21%까지 상승했다.

최근까지 바이오 벤처, 그중에서도 신약 개발 분야는 창업이 쉽지 않고 투자도 활발하지 않은 분야로 여겨졌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연구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황우석 사태 이후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또 1차 바이오 붐 당시 기술력만 믿고 창업에 나섰던 수많은 바이오 벤처들은 경영, 마케팅, 자금·리스크 관리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지고 좌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바이오 벤처 업계는 기술력과 내공을 키워왔다. 여기에 2005년 이후 ‘기술특례상장제도’ 덕분에 실적이 좋지 않아도 기술력 있는 바이오 벤처들의 주식 시장 상장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의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다. 나아가 단순 자본 투입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이오 벤처의 기업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벤처캐피털들도 속속 등장했다. 정부 역시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만들어 바이오 벤처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대학교가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의 바이오 신약 개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식 바이오 벤처의 생태계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이오 벤처는 리스크가 큰 산업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일반 스타트업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의학이나 약학 학위 소유자거나 신약 개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신약 개발 연구를 해온 사람들만이 바이오 벤처에 도전해볼 수 있다. 또 회사를 세운다고 해도 실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좋은 기업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DBR은 국내 최고 바이오 벤처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장)를 만나 바이오 벤처 업계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었다. 황 상무는 약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2000년대 초반부터 벤처 투자 업계에 뛰어든 바이오 벤처 투자 분야 개척자다. 특히 유한양행과 켐온 등에서 실제 신약 개발 관련 업무를 9년 이상 경험한 전문성이 황 상무의 최대 강점이다. 황 상무는 지난 12년간 50개 업체에 약 2000억 원을 투자하며 국내 바이오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지금도 대표 펀드매니저로 2100억 원 상당의 펀드 2개를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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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순 상무는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유한양행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투자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바이오 기업인 켐온, 메디프렉스에서도 근무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투자업계에 발을 들였고 지난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둥지를 틀고 바이오기업 투자를 전담하고 있다. 아이센스, 아이진, 바이로메드, 에이치엘비, 휴메딕스 등 50여 개 기업에 투자해 업계 발전에 기여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약사 출신으로서 선뜻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꼭 약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2지망으로 약대를 지원했는데 붙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희소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약대 입학 후에 10개가 넘는 세부 전공 중 약대생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약제학 쪽을 전공하게 됐다. 약제학은 약대생만 할 수 있는 분야다. 약물학이나 다른 분야는 의대생이나 다른 전공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순수 약대생만 할 수 있는 분야라 약제학을 전공했는데 박사 과정 중 힘들어서 그만두고 병역 특례로 유한양행에 들어갔다. 유한양행에서 일하면서 중간중간 번역 일을 했다. 의약학 관련 번역을 많이 했는데 번역을 위해 이 분야를 공부하다 보니 바이오 벤처 쪽이 유망하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일찍 깨닫게 됐다. 해외의 경우 바이오 기업 관련 투자는 주로 MBA 출신들이나 의사 출신 혹은 박사 이상의 전문가들이 한다. 내가 이 업계에 발을 들인 게 2001년인데 당시에는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나 역시 무지했다. 그래서 처음엔 힘들었다. 자본시장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재무제표도 볼 줄 몰랐다. 혼자 인터넷 뒤지고 책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신은 있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바이오 사이언스를 독학해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약학을 공부한 사람이 재무를 공부해서 투자하는 게 투자자로서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오 분야 자체가 워낙 넓고, 전문 용어도 많고, 특히 약어를 많이 쓰니까 다른 전공자들이 하기 쉽지 않다.



초기 어려움은 없었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바이오 벤처가 주식시장에 상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상장을 하지 못하면 엑시트(Exit)가 어려워서 투자도 활발하지 않았다. 당시에 이 업계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래서 어려움이 컸다. 그러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제도’가 생기면서 길이 열렸다. 사실 바이오 벤처의 1차 부흥기는 황우석 사태를 전후해서 나타난다. 나라 전체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 바이오 분야에서는 정부 지원금이 대폭 늘어나고 민간 자본도 대거 투입되면 서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때부터 5년 이상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기술력이 쌓였다. 이렇게 쌓인 기술력이 상장 제도가 생기면서 엑시트의 길이 열리고 그러면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더욱 활성화됐다. 이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미국인이나 유태인들이 만든 바이오 벤처끼리 활발하게 M&A도 하고 나스닥 상장도 한다. 한국 회사도 이론적으로 나스닥 상장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중 나스닥에 상장해 성공한 회사가 없다. 



바이오 벤처는 리스크가 크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바이오 투자 관련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건 선입견이다.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면 기본적으로 투자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하고 4∼5년 후에 상장할 수 있으면 투자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2005년 이 후 20개 넘는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는데 이 중 망한 회사는 아직 없다. 심지어 잡음을 낸 회사도 없다. 2015년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보완됐 을 때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대부분 잘해나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막연하게 느끼는 감정들은 실제로 통계적으로 추적을 해보면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연구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한다면 투자자로서는 괜찮다. 이런 편견도 있다. 투자자는 엑시트하고 도망 가면 끝이라는 생각들이 업계에 팽배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바이오 벤처 중 ‘라이선스 딜 (License Deal)’을 중국 등 해외 대규모 제약사 들과 진행 중인 곳들이 생겼다. 대략 파악한 것 만 10개 정도인데 다 성사되지는 않겠지만 그렇 다고 하나도 안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올 해 안 되면 내년에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바이오 벤처는 긴 호흡으로 기술력을 쌓아 나가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단순히 엑시트 이상의 긴 안목으로 투자에 들어가고 있다.



바이오 벤처는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외에도 헬스케어나 의료 장비, 미용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그중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아무래도 신약 개발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상 신약만 투자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국내든, 해외든 신약 개발 회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신약 개발의 경우 4∼5명의 신약 개발 분야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수천억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내가 강연 때 자주 하는 표현인데 “‘A few good man’이 지속성장 가능한 분야를 만들어 가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다. 그중에서 도 신약 개발 영역이 부가가치가 가장 크다. SK 케미칼이 호주 CSL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혈 우병 치료제인 ‘앱스틸라’를 미국과 유럽에 시판 승인 받은 것이 좋은 예다. 앱스틸라는 최초 2000년 초 SK캐미컬에서 신약 개발을 진행하다 2009년 CSL에 임상을 포함한 글로벌 판권을 넘기고 커미션만 받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 혈우병 신약 개발을 시작했던 2000년 초반 당시 SK케미칼의 연구인력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서 임상단계까지 통상 9년 이상이 걸린다. SK케미칼은 당시 신약 개발 까지 완주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글로벌 제약 사의 힘을 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처럼 신약 개발은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핵심 관여자는 소수다. 그러나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신약 개발은 거대 글로벌 제약사가 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지 않나. 중소형 제약사나 바이오 벤처가 도전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글로벌 유통망이 없다. 유통망 자체는 100년 이상 된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같은 약은 임상실험에 1조 원 이상 들어간다. 그러나 임상실험 이전 단계까지는 대부분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개발 단계까지는 소수정예가 할 수 있고 거기서 유효한 결과물을 뽑아내 다국적 제약사에 팔면 된다. 다국적 제약사에서는 실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신약도 있지만 상당수는 조그만 바이오 벤처에서 사온다. SK케미칼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글로벌 제약사에는 좋은 일이다. 실제 신약 개발 성공률을 보면 거대 제약사보다 바이오 벤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조건하에서 신약 개발을 하는 것과 소수의 몇 명이 죽을 둥 살 둥 덤벼서 나오는 결과 중 어떤 쪽이 더 절실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보통 후자가 더 확률이 높다. 실패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오 벤처가 경쟁력이 있다. 국내 제약업계도 더 이상 복제약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적극적으로 M&A나 오픈 이노베이션1 에 나서야 한다. 스마트폰의 예를 들어보자. 샤오미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애플이 아니라 중국의 오포나 화웨이 같은 회사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회사들이 경쟁 상대다. 복제약 시장도 마찬가지다. 결국 더 싸게 만드는 회사가 살아남는다. 점점 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게 미래가 촉망되는 분야면 경쟁도 당연히 치열할 텐데.

그것도 선입견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이 분야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다. 세부 분야를 다 합쳐야 수백 명도 안 된다. 바이오 벤처 바닥은 좁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 우리나라만 해도 특정 분야는 10명이 안 된다. 그런 반면에 바이오 분야의 발전성은 무궁무진하다. 인류가 사람의 몸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체적으로 따지면 5%도 안 된다고 본다. 지금까지 의학과 약학의 발전은 신체의 부분부분에 대한 연구였다. 그러나 우리 몸은 전체가 상호작용을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단순히 속담이 아니라 실제 이게 뇌의 작용을 통한 심인적 통증을 설명하는 말이다. 이 뿐인가. 아직 우리는 인간 몸속에 사는 미생물 종류도 잘 모른다.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리스크가 크다는 이야기도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위험하다고 장래가 촉망되는 바이오 분야를 외면할 수는 없다. 아직 미개척 분야가 엄청나고 한 번 성과를 내면 조 단위로 돈을 버는 기업들이 생기는데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이 분야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라는 미국의 바이오 벤처가 있다.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해서 3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50%대다. 이 약의 경우 완치에 3개월 정도 걸리는데 3개월치 약값이 8만3000달러다. 남들이 못하는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경기에 상관없이 큰돈을 벌 수 있다. 나는 그래서 농담으로 ‘바이오는 1박2일’이라고 표현한다. 나만 되면 그만이다. 어떤 분야든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본인만의 투자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사람과 특허에 집중해서 본다. 대외적으로 이야기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기술력은 국내 1등이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기준으로도 3등 안에는 들어야 투자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 다음에는 경영진을 본다. 바이오 벤처는 절대 20대 대표가 나올 수 없다. 신약 개발이라는 분야가 수년의 연구 경력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벤처 창업은 빨라야 40대쯤에나 가능하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게임 업체나 O2O 기반 앱 서비스 업체들은 20대의 젊은 CEO들이 많지만 바이오 벤처는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 의학이나 약학 관련 박사들이 많다. 아이디어가 아닌 특허를 개발하는 게 창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소수의 사람들이 창업해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영진의 면면과 팀워크가 중요하다. 특히 바이오 분야는 완성된 제품 없이 특허만 가지고 투자를 받고, 오랜 기간 동안 성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 때문에 CEO가 독단적이거나 팀워크가 안 좋으면 끝까지 가기 어렵다. 그래서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국내에 상장된 바이오 벤처들 중에는 미용 관련 업체가 많은 것 같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사실 빠르게 돈 버는 분야는 대다수가 미용 관련 분야다. 보톡스, 필러 등 건강 및 미용 관련 회사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상장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 쪽이 가장 유망하고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매년 많으면 3∼4개 정도 기업을 상장시키는 게 내 일이다. 지난 20일에는 초정밀질량분석장비인 ‘팅커벨’을 개발한 아스타를 상장시켰고, 2월에는 체외진단 전문업체인 PCL도 상장했다. 지난해에도 큐리언트, 애니젠 등을 상장시켰다. 이미 엑시트를 했지만 바이로메드나 아이진 등도 우리가 투자했던 회사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곳은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다. 레고켐이 한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레고켐은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ADC2 (Antibody-Drug Conjugate) 분야를 집중 연구개발 중이다. 이 ADC 기술이 일종의 플랫폼인데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도 처음에는 직원이 10명 정도밖에 안 된다. 특히 레고켐의 경영진에 대한 확신이 있다. 2006년에 당시 LG생명과학 연구소장 출신이 나와서 창업한 게 이 회사다. 이때 이 연구소장 밑에 있던 연구원들이 대거 따라서 회사를 나온다. 처자식이 있는 연구원들이 단체로 회사에 사표를 쓰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바이오 벤처로 적을 옮기는 게 쉽겠나. 그만큼 믿음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이 회사가 생긴 지 10년 됐지만 이 멤버들이 그대로 팀워크를 유지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회사들이 성장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건전한 바이오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사가 커지면 그 돈으로 작은 바이오 벤처들을 M&A 하고 내부에서 잘되는 프로젝트는 스핀오프(Spin-off)도 하고 해야 한다. 사실 이런 역할을 국내 톱 순위 제약사나 삼성, CJ 등 대기업 계열 바이오 기업들이 해줘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로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 발전에 걸림돌은 무엇이 있나.

아이러니하게도 보험 수가체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보험 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우수하지만 이로 인해 바이오 벤처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약가와 수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결정한다. 그런데 건강보험 역시 세금이 재원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재정 유지를 목표로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유일의 신약을 수십억 원을 쏟아 개발해도 수가가 형편없이 낮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길리아드 사이언스처럼 높은 가격으로 약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1억 원씩 받다가 한국에서 건강보험제도 때문에 100만 원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어느 나라에서건 100만 원에 팔아야 한다. 화상 치료제를 개발한 업체가 있었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전신 60% 이상 화상일 때만 보험 적용을 해주겠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60% 이상 화상을 입으면 사람은 죽는다. 약을 써볼 기회도 없다. 이래서는 이 약을 국내에서 팔 수 없다. 장기적으로 엄청난 부가가치가 발생할 영역에서 제도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수가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이 부분까지 고민하지 않았다. 개발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신약을 개발해도 팔 시장이 없어지는 사례가 생기면서 수가체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창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기도 한다. 특히 유럽식약청(EMA) 승인을 추진하는 바이오 벤처들이 늘고 있다. 미국에 비해 비용이나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업체들이 종종 “왜 한국에서 판매하려고 하지 않고 유럽을 노리느냐?”고 물어보면 할말이 없다는 하소연들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가체계 때문에 약을 만들어도 돈을 벌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바이오 산업이 미래 먹거리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연구비 지원해주고, 판로 개척해주고, 가격 범위도 넓혀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지원금은 많은 편이라고 하던데.

실제 정부가 지원은 많이 해준다. 하지만 관심이 높아질수록 자세한 연구 방향까지 초기부터 요구한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는데 바이오 산업에도 글로벌 트렌드가 존재한다. 때문에 중간중간 지속적으로 연구 방향이나 제품 개발 방향이 바뀐다. 그런데 정부는 지속적으로 완벽한 연구계획을 요구하고 그 계획을 따라가야만 지원금을 준다. 큰 방향성만 잡고 바이오 벤처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 연구비 지원을 볼모로 너무 세부적인 계획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하면 트렌드 반영이 잘 안 된다.



바이오 벤처는 언제든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나름의 리스크 헤징 방법이 있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리스크 헤징을 고민한다. 한 건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처음에 10억 원을 투자하고 1∼2년 지난 다음 15억, 이후 20억, 이런 식으로 분할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장 전에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 성과를 보면서 추가 투자를 하고 상장 후에 추가로 더 투자를 하기도 한다. 스테이지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벤처 붐이기 때문에 나라별 헤징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사실 다른 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확 줄일 수 있다. 바이오 기업은 부도가 잘 안 난다. 담보 물건이 없으니까 은행에서 대출을 안 해준다. 투자자금과 정부 연구비가 전부다.



한국이 바이오 분야에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연을 다니면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했을 때 우리가 경쟁력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한국의 신약 개발 경쟁력은 대략 세계 10위권 정도다. 강연 때마다 이야기하는 것인데 중국과 한국 경쟁력 차이는 신약 연구 과정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은 아주 꼼꼼하게 연구노트를 쓴다. 신약 개발이 10년이 걸린다고 하면 그 과정을 매일 매시간별로 기록하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이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기록들이 모여서 기초 데이터가 되고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개발 중간에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 기초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다. 잘못된 부분을 찾지 못하면 그 신약은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이 기록하는 문화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보다 신약 개발에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나라는 소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 이스라엘, 호주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보다 낫다고 할 만한 나라가 별로 없다.



국내 바이오 산업 관련 전문 투자 인력 풀은 충분한가.

바이오 분야는 과거에는 인기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당시에는 대부분 심사역들이 IT 분야만 들여다봤다. 한때는 비인기 분야라 설움도 받았다. 그래서 바이오 분야 심사역끼리 따로 모임을 만들어서 뭉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3년 사이에 의학이나 약학 전공자를 중심으로 많은 인재들이 영입됐다. 2000년대 초반에 서울대 약대 나와서 이 일 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지만 지금은 10명 이상 된다.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게 몰리는 이유는 역시 미래가 밝아서가 아닐까.

최근 산업계 최대 화두는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다. 근데 생각해보면 4차 산업혁명도 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먼저 수익성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케이드시스템이라는 회사가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투자한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각종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응급 환자에게 필요한 진단 및 치료법을 즉각 제공하는 의료진단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뇌졸중 환자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에 응급차에 휴대용 CT가 설치돼 있고 이 CT가 병원 시스템과 연결돼 있어 응급환자 이송 도중 CT 촬영이 가능하고 그 결과가 바로 병원에 전송된다. 병원에 전송된 정보를 바탕으로 AI는 환자가 도착하기 전에 해당 환자에게 적합한 진단을 내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이미 AI의 진단 정확성은 90% 수준까지 올라와 인간보다 높은 수준이다. 3D 프린팅 기술도 바이오 분야에서 발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종종 뼈에 암세포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뼈를 긁어내는데 그렇게 되면 해당 부위가 함몰된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원래 뼈 모양을 만들어서 긁어낸 부위에 삽입하면 부작용 없이 원래 모양을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나와 있다. VR 기술 역시 환자의 트라우마 극복 치료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도전적인 목표의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해 관련 경험자로서 조언을 한다면?

회사를 곧 만들 생각이라면 창업 전에 기존에 투자 업계나 벤처 업계에서 성공한 사람을 10명 정도 만나서 2시간씩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래봐야 20시간밖에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고 사기당할 확률도 줄어든다. 잘 모르는 상태로 혼자서 무언가 해보겠다고 뛰어들면 나중에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 10년 이상 바이오 업계에서 사업을 해본 사람과 대화하라. 5번만 해도 흐름이 달라진다. 누군가 와서 듣기 좋은 소리 하면 대부분 사기다. 경험 있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얘기,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VC들과도 자주 만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은 업체라도 투자 결정까지 몇 달이 걸린다. 미리 만나서 신뢰를 쌓고 지분 구조 IR 방법 등 조언을 얻으면 도움이 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