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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는 틀렸다”

신형덕 | 220호 (2017년 3월 Issue 1)
마이클 포터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경영전략 분야의 구루다. 그는 1980년대에 본원적 전략, 가치사슬, 다섯 가지 세력 모형 등 오늘날 대학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중요한 경영전략 모델들을 제시했다. 또 컨설팅 기업들은 그의 전략 모델을 이용해 자문을 해왔다. 그의 이러한 연구 덕에 경영전략 자체가 튼튼한 이론적 기반을 갖춘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포터가 제시한 모델의 핵심은 독점적 경쟁우위를 추구하는 포지셔닝 전략이다. 특정 산업 또는 영역에 경쟁자가 진입하기 힘든 진입장벽 구축 방법을 경제 이론으로 설명한 것이다. 포터의 모델은 권위도 높았지만 학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의 경쟁우위 추구 모델이 반독점법을 간과했다거나 협력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그 예다.

그러나 포터의 모델이 가지고 있는 이론적 완성도는 이러한 반박들에 의해 흔들리기에는 너무나 튼튼했다. 위에서 제기된 주장들은 포터의 모델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의 모델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경영 현상들이 부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이러한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예로 최근 잇따라 탄생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제품과 서비스를 살펴보자. 아마존은 여러 기업 중 최초로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를 출시한 바 있다. ‘에코’라는 이름의 이 스피커에 ‘알렉사’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장착해 마치 비서에게 지시하듯 책을 구입하거나 e메일을 보내고, 방안의 불을 켜는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또 국내 기업인 SKT 역시 ‘NUGU’ 스피커에 ‘아리아’라는 이름의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접목해 음원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본래 서적 판매, 통신서비스 등 전혀 다른 산업에서 탄생한 기업들이었지만 소비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애플 등 웹 검색 및 컴퓨터 제조회사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과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시대가 됐다.

요약하면, 포터의 모델이 추구하는 독점적 경쟁우위라는 개념에는 특정 산업 영역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산업 영역이 불분명하거나 개방적이어서 진입장벽을 구축할 방법을 찾기 힘들다면 기업은 다른 전략을 찾아야 한다. 즉, 산업 수준의 진입장벽을 구축해 경쟁기업을 물리치기보다는 기업 수준의 성장 잠재력을 개발해 ‘경계 없는 지속적 성장’에 힘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러한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지금까지 매력적이었던 지역에 튼튼한 성을 쌓는 대신 ‘파도치는 바다’와 ‘바람 부는 들판’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나가라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영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

산업조직론에 기반한 포터의 모델은 기업의 경쟁력을 산업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쾌거를 올렸고 지금도 전략 분석의 주류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내부의 자원과 역량을 조직의 맥락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작업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자원기반 관점이라는 경영이론에서 강조하는 이런 작업은 기업이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어 비즈니스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쟁력을 획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근거해 ‘포터의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도발일까. 이미 그 근거를 찾기가 어렵지 않은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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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덕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전략경영학회 부회장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전략경영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 및 한국전략경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잘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 역서로 <창업 이론과 실제> <전략경영과 경쟁우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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