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례

非전문 오너, 無대응 정부… ‘팔고 보자’식 자구노력, 결국 길을 잃다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서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넘겨받을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진, 한진해운, 대한항공으로 ‘육해공’ 통합 물류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해운업황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여기에 일단 ‘내다 팔자’는 식의 자구노력의 한계, 비전문가적인 오너경영의 문제점, 정부의 단시안적인 대응책이 겹쳐지며 한진해운은 결국 항로를 잃고 침몰했다.


2016년 8월31일,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은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해운업계 종사자들은 이날을 나라를 잃은 1910년 경술년 8월29일 ‘국치일’에 빗대 ‘해치(海恥)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고에서는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해운산업 전반의 환경 변화,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리더십의 문제점, 정부의 대응책과 외국의 대응책 등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해운산업의 외부 여건: 최악의 해운시황에 따른 자산의 저주

운임료 하락 등 해운업 시황 침체는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했다. 세계 각국 해운사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이 일상적인 뉴스가 됐다. 이와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 배경에는 선박의 대형화와 중국 경제의 감속으로 인한 불황 사이클의 지속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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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운업은 중국의 초고속 성장에 힘입어 호황을 맞았다. 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료 수입 증가와 수출 급증 등으로 물동량이 2000년 28억 t에서 2010년 40억 t으로 급증했다.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며 대형화 경쟁을 벌였다. 선박 대형화와 지속적인 호황을 예상한 투기적인 신조선 발주량의 증가로 2000년에 약 8억 t이었던 선복량(배의 적재용량)은 2010년 13억5000만 t으로 급증했고 2015년에는 17억 t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인해 해상 물동량은 2010년 40억 t에서 2015년 49억 t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화물 수요와 선박 공급이라는 수급 밸런스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더 큰 문제는 해운사들이 반짝 호황을 누리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부터 발주를 거듭한 결과 선박 건조량이 2000년 3170만 t에서 2011년에는 1억185만 t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세계 해운기업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는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자산가치 하락, 둘째는 보유선박 유지비용 과다로 인한 경쟁력 하락이다. 보유선박 유지비용은 금융비를 빼고 직접선비만 하더라도 일일 5000달러가 넘지만 2015년의 용선료는 2000∼3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박을 빌려서 영업하는 용선사는 운임이 싸더라도 싼 값에 배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보유선사는 자산(선박)의 저주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에 국내 선사들의 경우 보유선박도 문제였지만 빌린 배들도 과거 용선료가 비쌀 때 장기로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라 부담이 가중됐다.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이 같은 해운업 침체 상황에서 한진해운 및 그룹이 그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유상증자(2014년 6월) 4000억 원까지 포함해 2011년부터 약 70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위기가 본격화한 2014년 12월에는 대한항공이 교환사채의 차액정산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200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우량자산인 LNG가 포함된 벌크 전용선사업부를 약 3160억 원에 매각했고 2015년 1월에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총 3198만3586주(28.41%)의 에쓰오일 주식을 사우디 아람코에 매각했다. 매각대금 중 차입금 1조5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9330억 원 대부분은 한진해운 지원에 사용됐다. 2016년에는 ㈜한진과 한진칼에 평택터미널과 신항만에 대한 지분을 팔고 노선 영업권, 상표권 매각 등으로 2351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해운불황의 지속으로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은 철저히 금융권의 대출기피 대상이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 성향이 있는 일부 은행들은 해운업의 우산부터 빼앗으려 했다. 따라서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은 갈수록 실종됐으며 고금리의 전환사채와 금융리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실제로 한진해운의 부채는 2011년 9조2000억 원에서 2015년 6조6000억 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지만 유동부채(12개월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는 2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비유동부채(12개월 이후에 갚아도 되는 부채)는 6조8000억 원에서 2조6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더불어 차입금은 금융리스로 대체돼 부채의 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2016년 반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전년도 31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장기차입금은 5700억 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악성 부채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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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채권단에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다. 8월26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자구계획을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경영정상화의 중요성과 그룹의 각오, 부족자금 조달방안(최대주주인 주식회사 대한항공의 기존 지분에 대한 차등감자, 4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 및 추가 부족자금 발생 시 조양호 회장 개인 및 기타 계열회사의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 터미널 주주대출 유동화) 등이었다. 물론 자구계획을 제출하기 이전에도 한진해운은 자체적으로 1) 런던 사옥 670억 원, 일본 사무실 60억 원 등 부동산 처분 2) ㈜한진칼 미국 및 EU 외 해외 상표권 742억 원 3) 에이치라인해운에 우량선박인 Hanjin Saldanhabay호를 444억 원에 매각 4) 에이치라인 주식 330억 원 매도 5)한진에 620억 원에 영업권 양도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안을 외면했다. 한진해운은 끝내 법정관리행을 면치 못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개별 기업의 부족자금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게 구조조정의 원칙이었다”며 “한진해운은 부족자금 대비 자구노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을 매각해 2016년에만 1조5000억 원을 마련했는데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후 4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만 제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재 출연에도 ‘추가 부족금액 발생 시’라는 단서를 붙이는 등 대주주의 기업 정상화 의지가 약했다고도 비판했다.

물론 최대 1조3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부족자금에 비해 한진그룹 측이 제시한 금액이 4000억 원대로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이미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 중인 에쓰오일 주식을 매각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수년에 걸쳐 2조 원 가까이 지원을 했으며 재무구조 개선계획에 따라 팔 수 있는 자산은 죄다 판 상태였다. 단순히 2016년의 자구안만 따져 “자구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기엔 한진해운과 조양호 회장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현대상선이 물론 자체적으로 많은 자구노력을 했지만 대주주의 경우 현정은 회장과 그의 어머니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300억 원대 유상증자 참여와 경영권 포기, 대주주 보유주식 감자 등이 전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출자액만큼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를 두고 경영권을 포기한 대주주에게 법정관리 후에도 무한책임을 강요한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도덕한 기업인을 운운하면서 정부가 대한항공의 지원을 강요했던 것은 만약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 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경영능력과 자세의 문제점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준비 안 된 오너와 경영진의 비전문성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한진해운의 최은영 전 회장의 경우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다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작고하자 평범한 45세의 주부에서 경영책임자가 돼 2014년까지 한진해운을 이끌었다. 해운이란 물동량 추이를 읽고, 화물이 늘면 선박발주와 용선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등 장기적인 호흡과 전문성이 필수적인 영역으로 화주의 신뢰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하지만 갑작스레 준비 안 된 오너가 경영을 맡았다. 전문성이 높은 경영자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최 전 회장은 자신을 대신해 기업을 경영할 전문경영자로 금융권 출신을 중용했으며 해운 분야를 공부하고 선박 현장을 체험한 인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이로 인해 조직 구성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졌으며 위기상황 대처에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해사기술에 대한 상당한 전문기술이 필요한 해사본부장(전문직)도 항공공학과 출신이 담당하는 등 외국 기업과 비교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전 회장을 보좌한 전문경영인은 해운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금융기관 출신으로 전문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평을 받았으며 제대로 업황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하에서 용선을 대폭 늘린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기관 출신 최고경영자 재임기간 동안 한진해운 선박은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단기차입금도 급증했다. 컨테이너 부문의 대표자가 해당 부문의 말단 영업직 출신이거나 해기사 출신인 외국 기업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경영권이 최 전 회장에게서 시숙인 조양호 회장으로 넘어왔지만 조직 내의 해운사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은 용선료 절감 협상팀 구성의 미스매치로 이어졌다. 용선료 협상팀은 4월에야 6명으로 꾸려졌고 이마저도 고액 수임료 논란이 있는 영국 로펌에 맡겨졌다. 연간 약 1조 원에 이르는 용선료 절감을 위해 영국계 법률 사무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링거(Freshfields Bruckhause Deringer LLP)를 2016년 5월12일 선임했지만 협상은 끝내 무위에 그쳤다. 당시 정부는 ①용선료 조정 ②사채권자 채무조정 ③선박금융 유예 ④채권은행 채무조정 등 4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추가 지원에 나선다는 엄포를 놓고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허들’인 용선료 조정을 성공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부로부터 자구노력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법정관리로 가고 말았다.

회사 생존에 절대적인 협상을 외부협상팀에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내의 담당부서에서 선제적으로 회사의 어려움과 비전을 제시하고 선주들을 설득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했다. 변호사의 역할은 법률적인 자문에 한정해야 한다. 외국인 변호사보다는 회사가 어려울 때 발 벗고 나설 애사심 있는 내부 전문가의 활용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에 외부 변호사에게 의존한 우를 범하였다.


정부 대응책의 문제점

2009년부터 계속된 해운산업의 위기에 대한 경고가 지속됐음에도 우리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해운기업의 입지를 좁히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사례1 P-CBO
2013년 7월 해운, 조선, 건설 등 취약업종 지원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P-CBO 6조4000억 원을 비롯해 총 7조6800억 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운업 특성을 무시한 높은 자격요건 때문에 정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선사가 거의 없었다. 시행 당시 ‘시장안정 P-CBO’의 세부기준을 보면 신용등급은 BB- 이상 부채비율은 650% 이하, 매출 규모가 차입금 규모보다 클 것 등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현대상선과 같은 대기업도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자구계획 이행, 후순위 CBO 인수, 확약서 징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회사채차환발행을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한 후에야 발행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이자가 너무 높았다. 2013년 10월의 이자율은 4.99%였지만 2014년 4월 이후 발행된 것은 10%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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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선박펀드
해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단골메뉴로 제시하는 것이 선박펀드다. 선박펀드는 2015년 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2016년 3월 12억 달러 규모로 조성됐다. 1만3000∼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 펀드투자금은 일반 금융기관에서 모집한 선순위 투자자가 50%,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산은캐피탈 등 정책금융기관이 40%, 지원신청 해운회사가 10% 부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채비율 400% 이하만 신청가능하다는 점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투자보증은 무역보험공사(선순위 투자자)와 해양보증보험(후순위 투자자)이 각각 맡기로 했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해운을 제외할 경우 컨테이너 선사는 현대상선만 남는다. 12억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사례3 한국해양보증
선박금융공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WTO 협정 위반 가능성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출자를 통해 2013년 ‘한국해양보증보험’으로 변경, 2015년 6월에서야 인가됐다. 2019년까지의 공공 부문과 민간 부분에서 절반씩 출자 받아 자본금 5500억 원을 채운다는 목표지만 2016년 9월 현재 모인 돈은 1338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실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해양보증보험에 자금사정이 어려운 해운기업에서 거액의 자본금을 유치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현재 해운업의 불황으로 선박금융 수요 자체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뒤늦은 보증기관 설립은 당장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례4 조선업 살리기에 치중하고 해운업에 대한 몰이해로 과거의 경험을 못 살림
정부는 조선업은 고용인원이 많아서 부도 시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만 해운업은 고용인원이 적어 조선만큼 시장에 큰 영향력이 없다는 논리를 펴며 조선-해운산업 간의 연계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정책을 실시했다. 선박을 사주는 해운사가 없으면 조선업도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은 STX그룹의 부도 시에도 증명됐다. 당시 정부는 STX조선해양은 4조5000억 원을 지원해 살리고 STX팬오션은 부도처리했으나 끝내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진해운과 같은 세계적인 정기선 해운기업이었던 조양상선 도산의 경험도 살리지 못했다. 2001년 우리나라의 3위 정기선사로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던 조양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그와 동시에 외국항만에서 선박 억류가 시작됐다. 결국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고 국내외 화주들은 외국 선사로 이탈했다. 이 같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진해운의 부도 이후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치 못했다.



장기적인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외국

현재 화물수요를 훨씬 초월한 신조선 공급으로 인해 해운산업의 수급밸런스가 완전히 깨진 상태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해운시황이 언제 살아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3∼5년 이내 회복이 어려운 장기불황 국면에 처해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한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미 프랑스, 중국, 덴마크, 일본 등에서는 해운조선 위기에 국가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이 이어졌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덴마크)를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글로벌 해운사들은 자국 정부의 강력한 자금지원과 중재 아래 채무재조정을 실행,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금융부담을 어느 정도 덜었다.

북유럽의 해운강국인 덴마크는 2008년 세계 제1의 선사인 머스크에 자국 수출입은행을 통해 5억2000만 달러(약 5755억 원)를 지원하고 정책금융기관도 62억 달러(약 7조 원)를 대출해줬다. 프랑스는 2009년 세계 3위의 컨테이너선사인 CMA CGM에 채권은행과 국부펀드, 민간은행 등에서 9억3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최근에는 이란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시 엘리제궁에서 이란 국영 해운기업과의 협력을 발표하는 등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독일은 2009년 중앙정부가 1조3000억 원 상당의 대출을 보증해주고 함부르크 시정부가 1조 원을 현금으로 지원해 세계 5위의 선사인 하팍로이드를 구제했다. 경영위기에 처한 하팍로이드사의 지분을 함부르그시에서 매입하고 최대주주가 돼서 유동성을 공급, 위기를 극복하고 난 뒤에는 지분을 매각해 2대 주주로 물러났다. 우리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의 경우 자국 선사들이 1%의 이자율로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불황에 빠진 해운과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해운기업을 대신해 정부가 이자를 부담하는 사업을 장기간에 걸쳐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2009년에 신조 수주가 전혀 없자 ‘선박수출 촉진 주식회사’를 민관공동으로 만들고 자국해운업체가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하면서 조선소도 일감을 얻도록 지원했다.

외국 정부가 자국 해운기업에 대한 선제적 대규모 지원을 펼친 데 반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입지는 경쟁선사보다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 퇴출이 야기됐다.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자금지원에 용선료 조정 등의 전제조건을 달지 않았다. 신조선을 매입하게 되면 대규모 부채가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해운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부채비율을 강제하지도 않았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만이 해운산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

2009년 이후 우리 정부의 해운산업 지원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책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구조조정의 원래 취지는 부실기업이나 비능률적인 조직을 성장성 있고 능률적인 사업구조로 변경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구조조정은 우량사업 부문을 매각해 생긴 자금으로 부실사업 부문을 존속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형태였다.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정책이 세워질 당시와 비교했을 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관여가 없거나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경제부총리나 금융위원장과 같은 경제정책 책임자의 정책적 혜안도 한참 떨어졌다. 정부는 한진해운을 계속 살려둘 경우 국민경제가 얻게 되는 편익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했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동북아물류중심정책을 실시해 온 과거 20여 년에 걸친 정책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오로지 사주가 있는 민간회사에 정부가 세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원칙’에만 매몰됐다.

여기에 한진해운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하는 손실, 예를 들어 외국 항만에서의 환적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 연간 50억 달러에 달하는 운임수입 손실과 외화 유출, 항만, 조선 및 기자재 등 연관 산업 위축 등 막대한 부작용과 외국 해운선사만 남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합리적 선택 기회의 상실, 2만5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 국가 위기 시에 전략물자 수송에 필요한 국가 필수선대의 상실, 세계 주요 항로에 신규 참여 시에 발생하는 천문학적 네트워크 구축비용 발생 등을 간과했다. 게다가 한진해운은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총 730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주요 세원이다. 국고로 지원하더라도 한진해운을 살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더 나아가 한진해운은 천문학적인 적자가 나는 와중에도 연간 400억 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지출했으며, 이를 통한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파생효과는 수천억 원 이상에 달한다. 당장 부산항의 물동량 감소를 고려하면 부산 지역의 실업률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미 외양간(해운산업)은 무너져 버렸다. 고치고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과연 현 정부에 그 같은 대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참담한 상황이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 hanjk530@naver.com

한종길 교수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일본 메이지대(明治大學)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대한통운 연구원 등을 거쳤으며 한국해운물류학회장을 지낸 해운업계 전문가다.


생각해볼 문제

1. 한진해운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가 제대로 손발이 맞지 않아 회생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민간 조직 내에서도 부서 간 칸막이를 초월한 협력은 쉽지 않다. 당신의 조직은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가.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장려하고 있는가.

2. 한진해운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일시적인 반짝 호황을 오판, 보유선박을 늘리는 우를 범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업황을 읽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오판을 내릴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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