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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xit 견딜 촘촘한 세계 경제, 기업의 해법은 결국 경쟁력

205호 (2016년 7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브렉시트는 20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유럽시장의 구조적 재편과정이자 국가 간 갈등의 산물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불확실성으로 인해 험난한 시장상황이 예측된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향후 진행될 영국과 EU의 협상 스케줄과 쟁점사항, 가능 시나리오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관세협정의 혜택이 사라짐에 따라 영국에 수출하던 품목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한다. 품질과 차별화를 바탕에 둔 국제경쟁력과 새로운 질서에의 적응력이 있어야 불확실성 속에서도 버틸 수 있다.

 

브렉시트(Brexit)가 마침내 현실화됐다. 브렉시트는 Britain+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한다. 1973 EEC(European Economic Community, EU의 전신)에 가입함으로써 처음 EU의 일원이 된 영국은 40여년 만에 다시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그러나 영국이 EEC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1975년 처음 치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언제든 여의치 않으면 떠날 태세가 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퇴의 배경은 간단하다. 영국 언론은 EU의 높은 분담금, 과도한 이민자 유입, 국가정체성 확립을 탈퇴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1990년부터 시작된 브렉시트의 움직임은 영국에서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슈일 수도 있으나 다른 모든 국가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합을 공고히 해오던 EU의 붕괴를 알리는 서막이자 세계화, 신자유주의 일변도의 국제질서 재편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브렉시트라는 예상치 못한, 혹은 믿고 싶지 않았던 가설이 현실화됨에 따라 세계 경제환경이 어떻게 변화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돼온 세계화로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촘촘히 엮어져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 많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으나 동시에 많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안겼다. 자유무역에 앞장서며 세계화 전략을 야심 차게 추진하던 우리 기업은 브렉시트가 몰고 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처하고 타개해 나갈지 매우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중장기 전망 모두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과연 우리 기업은 현 상황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고 적절한 대응전략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렉시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3년 그렉시트(Grexit)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글로벌 금융기업의 파산, 국가부도에 따른 금융경색,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지역 간 분쟁이 국제 경제에 야기했던 최근의 불확실성과는 큰 차이가 있다. 브렉시트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유럽시장의 구조적 재편 과정이며 자유시장과 민주주의를 추구해온 국가들 간 갈등의 산물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합리적이고 상호타협적인 수준에서 봉합될 것이다. 글로벌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국가 간 공조체제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기민해졌다. 다만 시장 상황이 브렉시트 이전과 같은 예측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므로 이를 기업 수준에서 어떻게 대응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브렉시트라는 불확실성의 핵심을 파악한다면 본 상황이 오히려 기회로 전환될 수 있는 국면이라는 점을 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브렉시트는 어떠한 형태의 불확실성인가?

 

불확실성(Uncertainty)은 경영학적으로 기업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의 구성요소에 대해 의사결정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외부의 변화를 예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뜻한다. 경영학에서는 불확실성을 수익과 확률의 계산을 어렵게 해 위기를 가중시키지만 잘만 대응한다면 엄청난 기회로 활용될 수 있는양면적 상황으로 인식해왔다. 기업마다 국제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으키는 불확실성을 느끼는 정도도 모두 다르다. 해당 기업이 선택한 활동영역(Domain)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 불확실성의 정도는 기업 혹은 산업이 규칙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환경의 외부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와 그 환경의 복잡성을 통해 판단된다.

 

사실 영국과 EU 국가들은 매우 불확실성이 낮은 시장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민은 EU 탈퇴를 통해 안정보다는 불확실성을 선택했다. 이는 경제적 득실계산이 아닌 다분히 정치적 판단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다행스러운 것은 영국민들이 자신이 선택한 불확실성이 최소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 비현실적이나 브렉시트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투표결과를 아예 무시해 버리거나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탈퇴론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최근 조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즉 브렉시트라는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이 감당 못할 불확실성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영국-EU 간 협상에서 양측의 입장, 선택 가능한 타협점들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과 EU의 기본 입장은?

 

브렉시트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영국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다. 영국은 EU에서 이미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이민자·난민들을 유입해왔고 향후 그 비율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991년 영국 인구의 5.8% 수준이던 이민자·난민 비율이 2014년에만 13%로 치솟았다. 이민자 비율이 3.6%인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겠는가. 문제는 이민자·난민의 급격한 증가가 영국인의 자발적 의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불거진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경제 위기에 EU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영국의 부담만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영국에 할당된 EU 분담금은 180억 파운드( 30조 원)로 독일·프랑스와 달리 도리어 증가했다. 그럼에도 독일·프랑스 등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한 것에 대한 영국의 불만이 가중됐다. 영국은 협상 테이블에는 이 같은 EU의 리더십 부재와 무기력함을 탈퇴의 명분으로 강하게 제기하며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자 할 것이다.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 국가들은 EU에 잔류하는 모든 국가들은 EU가 결정한 법률·제정·교역·외교·이민정책을 예외 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치안·국경·국방 문제에서는 EU에서 독립하면서 EU의 단일시장에는 참여해 경제적 이익만을 취하겠다는 영국의 요구를 일축하며 조속한 시일 내 영국이 완벽히 탈퇴할 것을 압박할 것이다.

 

영국과 EU의 첨예한 입장 차는 쉽지 않은 협상과정을 예고한다. EU의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 조약에 따르면 영국은 EU에 즉시 탈퇴 통보를 해야 하고 협상은 최대 2년까지 허용된다. 이 기간 동안 영국과 EU는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탈퇴 당사국과 EU이사회의 만장일치로 협의기간은 연장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탈퇴 통보를 하면 2년 후에 예외 없이 탈퇴가 확정된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전례 없는 사안이다 보니 협상이 10년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협상의 핵심은 영국의 주장(시장 무제한 접근 허용, 난민수용 제한)이 브렉시트를 통해 가시화된 만큼 EU가 이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정치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국가에 단일 시장의 경제적 이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EU의 단호함에 영국의 고민이 깊다.

 

그러나 협상에 대한 고민은 EU 내부에도 존재한다. 영국을 제외하고 EU를 끌고 가려면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에 더 많은 재정·정치적 부담이 가중된다. 영국에 의해 주도됐던 EU시장개방이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중국, 미국 등의 무역대국들과 마찰을 야기할 것이다. 부상하는 중국시장,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에 영국을 제외한 채 맞서기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위상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 이탈리아발 경제위기에 잘 대처하지 못한 데다 무엇보다 독일 등이 역내 자유이민 및 난민 유입의 무제한 허용을 고수할 경우 이를 불편해 하는 역내 다른 국가들의 불만을 사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극우정당, 체코,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서도 EU 탈퇴의 움직임이 일고 있어 자칫 EU 탈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프랑스나 독일 국민의 EU 호감도 역시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제프리 삭스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가 영국에 제재를 가할 만큼 견고하지 않으므로 가장 현명한 해결책은 영국이 EU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도 이민자들에 대한 적절한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의 독일 싱크탱크 기관의 소장 역시 정치적 이유로 영국과 EU가 대치상태에 있지만 경제적인 논리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1>은 브렉시트가 영국과 EU에 미치는 정치적·경제적 영향을 비교해본 것이다.

 

 

 

< 1>을 보면 브렉시트가 영국과 EU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영국과 EU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논리가 아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합의점을 모색할 확률이 높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협상 쟁점

 

협상이 개시될 경우 5가지 사항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 EU에 거주하고 활동하는 300만 명의 영국인들, 영국 기업들,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EU 시민들, EU기업들의 거주와 활동에 따른 지위와 권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다. 국제법상 EU에서 탈퇴하더라도 이들이 기존에 누리던 지위와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협상 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브렉시트 이전에는 EU의 법규에 따라 영국의 법이 제정돼야 하고 새로운 법 규정이 EU로부터 제시될 경우 영국법규에 즉각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부는 이를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EU의 법규지침은 대부분 위생, 식품, 안전에 관계된 터라 영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불확실하다. 셋째, 영국이 그동안 EU로부터 지원받아 북아일랜드와 웨일즈 지역에 지급하던 농업 분야, 지역개발 분야의 예산을 어떻게 대체하느냐이다. 영국은 EU의 연구혁신지원금 최대 수혜국의 지위도 잃게 된다. 이 모든 사안이 협상에 반영될 것이다. 네 번째, 브렉시트가 정착되기까지 과도기에 치러야 할 근로자, 기업들의 적응비용도 영국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자유로운 인력·자본이동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를 협상에서 고민할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

 

협상의 쟁점사항을 놓고 볼 때 영국은 궁극적으로 단일시장 접근조건과 서비스, 자본, 상품, 인력의 자유이동을 놓고 협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는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없음을 EU도 명확히 했으므로 영국과 EU는 정치적·경제적 이득과 손실을 트레이드오프(Trade-off)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놓고 볼 때 양측이 생각할 수 있는 타협안은 다음 4가지로 귀결된다.

 

1. 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WTO) 모델

 

영국이 EU와 완전 결별을 전제로 탈퇴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옵션이다. 이 경우 유럽 단일 시장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으므로 EU와 그 밖의 국가들과는 교역관계에 대해 WTO의 규정을 따르거나 별도의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2015년 현재 161개국이 WTO에 가입돼 있고 회원국들에게는 모두 동등한 최혜국(Most favored nation·MFN) 대우를 받으며 동일관세로 시장 접근이 허용된다. 다만 FTA 협정을 체결할 경우나 개도국과의 교역 시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WTO 모델을 선택할 경우 비관세 장벽이나 엄격한 원산지 규정이 적용돼 영국의 입장에서는 최대 교역 파트너인 EU로의 수출비용과 수입단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높다.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입 절차가 더욱 번거롭고 까다로워질 우려가 있다. 캐나다와 EU FTA가 양자 간 관세를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비관세 장벽 강화, 서비스 분야에서의 수출 제한 등 한계를 노출한 점에서 볼 때 FTA가 영국에 진정한 의미의 자유무역을 가능하게 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체결까지 7∼10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2. 유럽자유무역연합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EFTA) 모델

 

EFTA European Economic Commu nity(EEC, 지금의 EU)에 가입을 원치 않은 7개 나라가 EEC에 대항하기 위해 영국을 중심으로 1960년에 설립된 유럽 내 자유무역연합(농산품 제외)이다. 일부 국가가 탈퇴해 지금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이 가입돼 있다. EFTA EU와도 FTA 협정을 맺고 있어 실질적으로 EU 모든 국가들과 무관세교역을 하고 있다. 영국은 EFTA에 재가입함으로써 실질적으로 EU와 자유무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 서비스업에서의 자유이동은 허락되지 않아 금융 산업 중심의 영국으로서는 달갑지 않다. 아울러 EU EFTA 간 비관세 장벽도 걸림돌이다.

 

 

3. 스위스(EFTA + Bilateral FTA) 모델

 

이는 EU 내 비회원국인 스위스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스위스는 EFTA에 가입한 후 EU의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쌍무조약(Bilateral treaty)을 체결하고 있다. 이를 통해 EU와 자유무역을 추진함과 동시에 EU의 다양한 정책(예를 들면 보험, 항공, 연금, 사기피해방지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위스는 좀 더 융통성 있게 EU와 정책적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유로운 인력 이동도 허용했으나 최근 스위스가 이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EU와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 서비스업의 경우 모든 조약에서 제외돼 서비스업체(주로 금융업)들은 영국에 자회사를 두어 EU시장에의 자유로운 접근을 유지해왔다. 스위스는 EU의 어떠한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으며 일정 수준의 EU 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스위스 모델은 EU와 정치적으로는 거리를 두며 경제적으로는 자유로운 접근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어 영국에는 매력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영국의 핵심 산업인 금융업을 포함시킬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며 정치적으로 독립한다 하더라도 상당 부분 발언권 없이 EU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대폭 줄어들기는 하나 여전히 EU 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4. 노르웨이(EEA) 모델

 

이는 노르웨이에서 택하고 있는 모델이다. 간단히 말해 유럽경제지역(European Economic Area·EEA)에 가입하는 안이다. EEA EU 15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3개국(스위스 제외한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으로 구성된 거대 단일 통합시장을 뜻하는 것으로 EU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들에게 단일시장(Single market)으로의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기 위해 1994년에 마련한 안이다. EEA에 가입할 경우 EU 가입국이 아니더라도 역내에서 상품, 서비스는 물론이고 국민들 간 거주, 노동, 여행에서 모두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EEA에 가입할 경우 고용, 경쟁, 환경, 소비자권리 등에 관한 EU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EU의 재정, 외교, 안보정책 등을 준수할 의무는 없으며 EU와 관세동맹을 체결한 역외국가들과는 개별적으로 관세에 관한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역외지역의 자원으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을 할 경우 원산지 규정을 적용받는 단점이 있다. 영국이 노르웨이 모델을 도입할 경우 어느 정도 단일시장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으나 스위스 모델보다 높은 수준의 분담금은 부담으로 남는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로워지나 EU에 어떠한 발언권도 없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노르웨이 정치권이 “EU의 지배를 받고 싶으면 노르웨이로 오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여서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영국과 EU가 협상 가능한 4가지 시나리오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 2>와 같다.

 

 

위의 4가지 영국이 선택 가능한 옵션을 놓고 볼 때 현재로서는 스위스 모델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전략을 고려할 것이다. 유럽 단일시장의 접근이 여전히 용이하며 정치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국은 장기적으로 EU와의 무역비중을 줄이고 중국, 인도와의 비중을 늘리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가입함과 동시에 북대서양 자유무역협정(North Atlantic Free Trade Agreement), 영연방 자유무역지역(British Commonwealth Free Trade Area)을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스위스 모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U 분담금 역시 현재의 6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포함 여부를 놓고 어떻게 풀어가는가가 핵심이 될 것이다.

 

FTA를 통해 독자적으로 EU, 북미, 중국 등과 교역협상을 벌인다 해도 EU의 회원국으로 누렸던 협상력을 그대로 발휘해 영국의 입맛에 맞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국제무역과 국제투자에서의 핵심인 물리적 거리(Distance)를 간과한 면이 없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국가 간 거리가 두 배로 멀어질수록 교역규모는 반으로 줄어든다는 결과도 있다. 결국 영국과 EU는 중국이나 미국보다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협상 시 영국에 그나마 유리한 스위스 모델과 EU에 유리한 노르웨이 모델을 절충하는 선에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 높다고 볼 수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

 

브렉시트라는 투표 결과가 최종적으로 발효되기까지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협상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으나 과연 실제 협상기간이 얼마가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하루아침에 탈퇴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섣부른 예단이나 전략적 판단보다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영국 주재 외국계 회계기업의 설문조사에서 현재 가장 적합한 전략은기다리며 지켜보는 것(It is more or less a case of wait and see)’이라는 응답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무역질서뿐 아니라 국방, 외교, 정치 환경에도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영국이나 EU와 교역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향후 진행될 협상 스케줄, 쟁점사항,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상해보고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조치를 상정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영국 경제는 EU시장에 대한 접근성 유지, EU 분담금, 이민자 규제의 합의에 따라 유동적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재앙 수준의 감당치 못할 파국으로 치닫기보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EU 잔류파들의 브렉시트 이후 EU 역내에서 누렸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EU 차원에서 향유하던 FTA 체결국과의 무관세 교역이 관세화되면서 영국의 교역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국내총생산(GDP) 3.1%에 해당하는 500억 파운드(85조 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보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위스나 노르웨이 모델로 EU와의 관계를 정비하고 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위와 같은 대외무역 축소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자유무역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영국으로서는 중국, 인도, 북미, 영연방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자유무역체제를 수립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영국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이 EU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의 핵심 산업인 금융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림 1) 금융산업의 발달은 영국의 해외투자 유치에도 큰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영국은 2014년 기준 887건의 외국인직접투자(금액으로는 350억 달러)를 기록하며 유럽의 최대 투자처로 자리매김해왔으며 이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그림 2)

 

이는 영국이 영어를 쓰고 신뢰할 만한 회계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유로존에 속해 있어 회원국들과 자유롭게 거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런던의더 시티(The City)’는 하루 평균 2조 달러의 외환거래를 하며 EU 내 헤지펀드의 85%, 금리파생상품의 74%, 전체 주식시장의 30%를 책임지는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가시화되면서 EU와의 거래규제 발생, 유로화 거래 청산기능(Clearing) 상실, 유럽인이면 국적을 묻지 않고 영업이 허용되는패스포팅 권리소멸 및 8만 명의 유럽인이 누리던 복지혜택 축소 등으로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영국의 금융산업이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1993년 유럽 단일시장 출범, 1997년 홍콩 반환, 2002년 유로화 출범 당시에도 제기됐다. 그러나 영국의 금융산업은 흔들림 없이 발전해 왔다. 런던을 포기하기에는 금융허브로서의 장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런던이 금융도시 경쟁력 1위의 위치를 유지했던 이유는 수세기에 걸쳐 쌓인 금융 인프라, 영어 사용의 이점, 유로화를 쓰지 않았음에도 누릴 수 있었던 금융 노하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EU는 물론이고 어느 도시도 제공하지 못하는 규제로부터의 자유와 현지 자본시장의 규모다. 이들이 하루아침에 다른 도시로 대체되기는 어렵다.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환경과 노하우를 이 도시는 제공해왔다. 따라서 일부 글로벌 금융기업이 본사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는 하나 섣부른 이전을 생각하기에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좀 더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은 단·중기적 상황 변화다. 영국-EU 간 탈퇴협상이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기간 동안 우리 기업이 특히 주시해야 할 부분은 영국-EU 간 새로이 설정될 무역협정이다. 한국과 EU 사이에는 기본협정을 토대로 분야별 특정협정(Specific agreement)이 공동의 제도적 틀(Common institutional framework·CIF)을 이루고 있다. -EU FTA, 반경쟁적 행위에 관한 협정, 과학기술에 관한 협정 등도 CIF의 구성요소들로 볼 수 있다. 이들 중 한-EU FTA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과 EU가 당사자로 돼 있어 영국이 EU로부터 탈퇴할 경우 영국에 대한 효력은 상실된다. 그러나 혼합협정인 한국-EU FTA의 경우 EU와 회원국 각각이 협정 당사자로 돼 있어 회원국이 탈퇴하더라도 협정당사자로서 협정적용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한국-EU FTA의 효력은 모두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혼합협정의 권리와 의무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렵고 EU법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어 논란의 여지는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영국 수출에 기존 한국-EU FTA 규정이 적용되겠지만 향후 우리 기업의 대()영국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브렉시트가 완료된 시점에서 기존 한국-EU FTA를 대부분 승계할 수 있는 한국-영국 FTA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영국은 한국에 있어 유럽에서 네덜란드에 이은 2번째 투자 대상국으로 약 103억 달러의 투자가 돼 있다. ( 3)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대()독일 투자금액(43억 달러)보다 2.5배 많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업종별 대()영 투자는 < 4>같다.

 

2011년 석유공사가 영국의 탐사업체 다나(Dana) 35억 달러에 인수해 광업이 투자업종별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부동산, 도소매업, 제조업 등에 진출해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급격한 영국 엑소더스(Exodus)를 고려하기보다는 영국, EU 및 글로벌 시장의 변동 상황을 주시하면서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브렉시트를 기회로 현지 네트워크 및 현지 영업 강화를 고려하는 일부 자산운용 업체들도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파운드화 하락을 계기로 영국의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 IT, 미디어, 기계, 전자상거래, 산업디자인 관련 기업들과 합종연횡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수출 측면에서는 2011년 한국-EU FTA 발효 이후 관세 철폐나 인하 효과로 해당 품목들의 경우 5년간 EU 수출이 12% 이상 증가했다. ()영국 수출은 20% 이상 증가했다. 불확실성에 따른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변동, 현지 수요 감소 등까지 감안한다면 단기간 브렉시트는 소비재, 중간재 중심의 우리 수출품목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나 우리의 대()영국 수출은 2015 74억 달러(수입은 61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4%에 지나지 않아 실질적인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영국이 우리의 무역흑자 대상국인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EU FTA 협상을 영국과의 재협상에 활용해 무역흑자국의 지위를 지속하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EU FTA 관세협정의 혜택을 보았던 우리의 주요 대()영 수출품인 자동차부품, 섬유, 정밀화학원료, 합성수지, 고무 등은 브렉시트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우리 기업은 그동안 EU FTA 혜택을 못 보던 미국, 중국, 대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가격요소 이외의 경쟁요소를 개발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영국으로부터의 주요 수입품인 석유제품, 자동차, 의약품, 화학기계 등에 있어서도 몇 가지 실무상의 이슈들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EU FTA 특별대우 규정에 따르면 당사자 간에 직접적으로 운송되는 제품에만 특별 협정세율 규정이 적용된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운송 시 EU 회원국을 거치는 것이 문제되지 않았으나 영국이 탈퇴하게 되면 비당사자국으로 간주돼 운송 시 영국 혹은 EU를 경유할 경우 FTA 협정세율적용이 거부될 수 있으므로 특례를 마련하거나 수입 경로를 다시 짜야 한다.

 

2015년 기준 영국의 EU 수출상품의 58%, EU 수입상품의 49%가 중간재인 것을 감안한다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EU로 수출한 중간재로 생산된 EU 상품을 대상으로 부가가치 기준에 따른 원산지 적정성 검증이 더욱 엄격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 주류, 브렌트유 등의 물품을 수입 시 주의와 대비가 요구된다.

 

 

 

결론

 

브렉시트라는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의 특성과 향후 전개될 영국-EU의 협상 쟁점, 영국-EU외의 관계 시나리오, 그리고 이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불확실성의 대응이 기업만의 몫은 아니며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더욱 절실해졌다. 리스크 관리, 자금지원 및 회수제도의 개선 등도 더욱 선진화돼야 하고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을 중심으로 잠재적 해외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주는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돼야 우리 수출기업들이 버텨나갈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기업들을 굳건히 지탱시켜주는 기본 원칙들은 관세나 환율은 아닌 듯하다. 그것은 바로 품질과 차별화를 바탕에 둔 국제경쟁력과 새로운 질서(환경)에의 적응력이다. 브렉시트라는 전대미문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불확실할 게 없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 실무 및 IR 업무 등을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와 관련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9호 New Wave of Logistics 2021년 0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