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Toolkit for Practitioner
Article at a Glance
‘아이디어 창출(Idea Generation)’ 혹은 ‘아이디에이션(Ideation)’이라는 개념을 듣는 순간 많은 이들이 ‘브레인 스토밍’부터 떠올린다. 브레인 스토밍은 분명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실패 확률이 높은 방법이기도 하다. 좀 더 짜임새 있게, 바쁜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활용해 제대로 된 아이디에이션과 혁신을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과정에 탄생한 게 바로 ‘아이디에이션 워크숍(Ideation Workshop)’이다. 평범한 브레인 스토밍과 달리 준비부터 매우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준비의 첫 단계는 ‘통찰의 플랫폼 발전시키기’다. ‘통찰의 피라미드’를 통해 실마리를 찾고 통찰의 플랫폼을 통해 최대한 많은, 그러면서도 실질적이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자극제 만들기’다. 뒤집어 생각해보고 연관된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
편집자주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책과 강의가 넘쳐나고 있지만 실제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혁신 컨설턴트로 유명한 김경훈 구글 상무가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실행법들을 연재합니다.
밤 12시 무렵, 운행을 하고 있는 버스와 지하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에 택시를 잡느라 고생한 경험이 여러 번 있을 것이다. 그나마 목적지가 멀면 빈 택시의 간택(?)을 받아 집까지 갈 수 있지만 목적지가 가까울수록 길에서 허비해야 하는 시간은 늘어난다. 만약 여러분이 도심 번화가에 있고, 이날이 금요일 저녁이라면, 거기에 비라도 온다면, 언제 집에 편하게 들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종종 택시잡기를 포기하고 ‘이왕에 늦은 것’ 1시간 정도 더 시간을 보낼 술집이나 24시간 커피숍을 찾아 발길을 옮기기도 한다.
늦은 밤 멀지 않은 거리를 편하게 이동하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혜성같이 등장한 아이디어가 콜버스다. 콜버스는 우버(혹은 카카오택시)의 버스 버전으로도 불리는데 사용자가 콜버스 앱에 출발, 도착 지점을 입력하면 그 지역을 운행하던 전세버스가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꿔가며 사용자들을 태우고 내려주는 서비스다. 현재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심야에 시험 서비스 중이다. 우버가 그랬듯이 콜버스도 기존 택시업계와의 마찰이 있고 적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콜버스의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콜버스 아이디어가 사용자의 니즈와 불편에 대한 통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 부분을 간과하기 쉬운데), 콜버스 아이디어가 유사한 문제를 해결했던 연관 사례들을 잘 활용해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해 아래에 새것이 없다”는 성경 전도서의 선언처럼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들은 먼저 있었던 아이디어로부터 많은 부분을 가져오고 (때론 훔쳐온다고도 한다), 먼저 있었던 아이디어를 반면교사 삼아 더 발전적인 대안을 만들어 낸다. 콜버스도 우버, 카카오택시 같은 위치 기반 앱 서비스들로부터 중요한 교훈들을 얻고, 동시에 네팔 등 개발도상국에서 볼 수 있는 합승 버스로부터도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이처럼 통찰과 연관 사례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그 뿌리가 단단하기 때문에 더 많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콜버스도 사용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본다면 연료 절감과 차량 감소, 더 나아가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준다. 택시에게 ‘돈 안 되는 고객’은 콜버스가 태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택시는 더 수익성 높은 손님을 가려 받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심야시간대에 경제 및 여가 활동을 하는 젊은 층’을 태운 버스는 광고를 비롯한 다른 사업들을 꽃피우기 좋은 토양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혁신의 공식인 Innovation=Identify × Insight × Idea × Implement (I = I × I × I × I)에 따라 혁신에 필요한 네 가지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는 과정이 ‘Idea-아이디어’ 단계다. 독자 여러분들도 뭔가 새로운 것을 상상했던 기억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그것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처럼 복잡한 것이든, 새로운 팀 이름을 정하는 것처럼 짧지만 강력한 것이든, 이전에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여러 혁신 프로젝트를 해봤지만 아이디어를 만드는 ‘아이디에이션(ideation) 워크숍’을 할 때에는 예외 없이 많이 웃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구글의 파트너사인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과 함께 3시간 동안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아이디어를 만드는 비교적 짧은 워크숍을 진행했었는데 짧은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새도 없이 활기차게 이야기하고 자주 웃으면서 100여 개의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이 본질적으로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이 과정은 너무나 괴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질 낮은 아이디어만 만들어내는 시간 낭비로 느껴질 때도 있다. 아이디어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기법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아보자.
기존 방법론: ‘브레인스토밍’
도심의 한 유명 호텔 1층에 있는 바(bar)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호텔 경영진은 이 바를 리노베이션하기로 결정하고,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팀을 구성한다. 어느 날 프로젝트 팀은 관련 임원과 팀장들에게 브레인스토밍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 메일을 보낸다.
초청을 받은 주요 임직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커다란 회의실에 모인다. 그러면, 회의 진행자는 “오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1층에 있는 바를 무엇으로 리노베이션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 보자”는 회의의 목적을 제시한 후, 본격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할 것이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용감한 사람 혹은 직급이 높은 사람부터 그동안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한두 개씩 얘기한다. “요즘 인기가 많은 마이크로 브루어리(microbrewery)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 호텔의 상징과도 같은 베이커리를 이참에 확장합시다” 등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열심히 짜낼 것이고, 팀의 막내는 서기가 돼 사람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칠판이나 노트북에 부지런히 적을 것이다. 때로는 앞서 나온 아이디어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마이크로 브루어리를 하기에는 좁은 것 아닌가요?” “맥주를 판매해서 수익이 충분히 나오겠어요?” 오가는 질문 속에 어떤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내기를 머뭇거리고, 결국 직급 높은 몇 분의 아이디어만 열심히 듣다가 회의는 끝난다. 브레인스토밍이 끝나고 나면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은 리스트가 생긴다. 이들 아이디어 중에는 꽤 쓸 만한 아이디어가 섞여 있기도 하고 어쨌거나 아이디어가 없는 것보다는 뭐라도 있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브레인스토밍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필자가 조금 과장해서 그렇지 훌륭한 진행자가 있다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들을 많이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여러 개의 ‘초기 아이디어(start thoughts)’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다 짜임새 있고 견고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목소리 큰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고 있던 참가자들의 의견과 경험을 보다 더 활용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더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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