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교육:리상섭 동덕여대 교수 인터뷰
Article at a Glance
1. 주재원 등 글로벌 직무를 맡는 리더 교육은 이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에 해외 근무를 오래 했고 출장 경험이 많다고 글로벌 인재는 아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만들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2. 글로벌 감각이 있는 해외 MBA 학위자에 대한 필요성은 높다. 단 외부 영입에만 의존하면 기존 조직원들의 반발 및 동기저하 문제가 생긴다. 내부 육성(연수 파견)과 외부 영입을 7대3으로 가져가라. 3. 국내 교육과정의 경우 정식 학위가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미니 MBA’ 과정이나 여러 학교에서 자사에 필요한 과정들을 조립하는 자사 맞춤형 과정을 시행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성희(한양대 경영학부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회사인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당연히 대답할 수 없는 시대다.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나온다. 주식의 절반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해외 근무 직원의 수가 국내 직원의 수를 초과한 지 오래다. R&D 기능 역시 점차 실리콘밸리 등 해외로 나가는 추세다. 본사 법인이 한국에 등록돼 있고 경영진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 정도가 회사의 국적을 ‘한국’으로 유지해준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영 시대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매년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해외 공급망과 영업망을 확충한다. 임직원의 글로벌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직무 리더 교육의 개황은 어떤지, 개선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동덕여대 교육컨설팅학과 리상섭 교수를 만났다. 리 교수는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성인조직학습(Adult & Organizational Learning)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LG전자 러닝센터 차장으로 근무했다. 국내 최초로 사내 교육프로그램이면서 국제 인가된 MBA 학위를 수여했던 LG-선더버드 MBA 학위과정 개설이 그의 성과 중 하나였다. 2009년부터는 동덕여대 교육컨설팅학과 교수 겸 동덕리더십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파견 직원(주재원, 법인장 등) 교육 역량은 전반적으로 어떤 수준인가.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정말 잘하는 회사부터 정말 못하는 회사까지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주요 그룹사는 사내 교육을 맡는 강사가 실제 글로벌 기업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적인 사내외 강사에게 강사양성 교육을 받는다. 또 현지 채용된 외국인 직원(현채인)이 한국 본사에 와서 영어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는 수준까지 갔다. 현채인 중 선발돼 강사로 양성된 핵심 인재들이 직접 팀장 교육, 또는 주재원 교육을 담당하는 거다. 비한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교육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진행하는 기존의 교육과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주요 그룹사는 이 정도로 발전했다. 다만 다들 사내의 교육 실태를 대외비로 유지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진척상황을 잘 모를 뿐이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잘하는 대표적인 회사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를 꼽을 수 있다. 세 회사가 방식은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그룹 차원이 아니라 개별 회사 차원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아무래도 그룹사의 일률적인 교육담당 조직에서 회사별 실무적인 부분까지 교육하기는 어렵다.
잘하는 회사엔 어떤 특징이 있나.
글로벌 인재 교육을 잘하는 기업들은 그룹 차원과 개별 차원의 교육을 합해 주재원 해외 파견 전 교육만 기본적으로 최대 한 달에서 두 달을 진행한다. 삼성의 예를 살펴보자. 우선 1년짜리 지역전문가 교육을 실시한 지 꽤 오래 됐다.1 1년 동안 특정 국가에 머물면서 다른 업무에 대한 부담 없이 이문화 체험을 하는 거다. 또 차장/과장/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별도로 1년 동안 현장전문가도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주재원 파견 전 과정에서는 해외 법인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주재원 중 조직 책임자인 팀장의 경험이 없는 차장/과장급 직원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시킨다. 삼성전자의 지역전문가 제도는 1990년 도입됐다. 1년간 업무 부담 없이 현지 언어와 문화 습득에 중점을 둔다. 현장전문가 제도는 2005년 도입됐다. 이문화 체험에 중점을 둔 지역전문가 제도와 (조직에 따라 리더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조직을 관리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주재원 제도의 중간 단계로 리더가 아닌 실무 담당자의 형태로 법인에 파견돼 실무 업무를 수행한다.
이후 법인장 과정을 운영한다. 정리해보면, 주재원이 되는 글로벌 인재는 다음과 같은 기본 트랙을 밟게 되면서 실무적으로 검증을 받게 된다.
1) 지역전문가 과정: 이문화 이해와 다양성 관리에 초점
2) (개별 회사의 상황에 따른) 현장전문가 과정 (풀, 파견 전, 파견 중, 귀임 과정): 한국인 또는 비한국인 리더 밑에서 1년간 법인의 실무를 수행
3) 주재원 과정: 3∼5년 동안 법인의 리더, 코디네이터, 담당자의 역할을 수행
4) 법인장 과정: 소사업가의 위치에서 법인의 업무를 총괄하며 조직의 P&L을 담당
이렇게 시스템을 얼마큼 구체화하고 실제로 실행을 하는가에 따라 잘하는 회사와 잘 못하는 회사 간의 차이를 만든다. 가장 기본이 되는 주재원 파견 전 교육과정만 한 달을 진행하는 회사도 있지만 하루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두 번째 차이는 이문화 교육에서 생긴다. 나는 ‘다문화(多文化)’보다는 ‘이문화(異文化)’라는 말을 쓴다. 기업의 글로벌 현장에서는 ‘다양한(multi)’ 문화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한국인과 비한국인의 문화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이문화(cross)’ 상황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중요하다는 게 나의 경험이다. 이문화 교육은 환경의 차이에 따라 관점이 다르고 이러한 관점의 차이로 커뮤니케이션 또는 업무 수행 방식에 차이가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나와 외국 사람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거다.
해당 국가에 대한 지식을 키워주는 것이 이문화 교육의 기초인가.
간혹 이문화 교육을 지역 연구와 같은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아니다. 예를 들어 태국으로 가는 영업직 직원에게 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가르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문화 이해를 넓히려면 지역연구 수준의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한국 기업에서 파견된 직원은 태국에 가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태국인과 업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많다. 즉 우리가 상대하게 될 태국인은 전형적인 태국인이 아닐 수 있다. 이렇게 해당 국가의 일반적인 국민이 아닌 외국인과 함께 일하게 될 상황까지 아우르는 교육이 필요한 거다. 물론 교육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해외 법인에서 어떠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그러한 일이 왜 발생하는지, 또는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관심이 해외 법인에서의 실패를 줄이고 조기 귀임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문화로 인한 갈등은 인종적, 문화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에서 외국인이 크게 떠드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만약 그 사람이 영어를 쓰는 백인이라면 ‘아, 나도 영어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피부색이 검다면 ‘시끄럽게 왜 저러나. 한국에 왔으면 한국말로 할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인종적, 문화적 이해가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차이다. 기업 내에서도 비슷한 문제 상황이 발생한다. 아직까지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세계적인 수준이 아니다 보니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에 유입되는 현채인들의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현채인들의 부족한 역량 자체보다 오히려 그들을 대하는 한국 직원들의 태도 또는 리더십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 온 역량이 부족한 현채인들을 대하는 것’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종적, 문화적 이해를 성인이 된 후 개인 차원에서 ‘소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필요한 교육을 통해 개인이 ‘이해’하게 하는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한국 기업이 직면한 공통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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