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교육:리상섭 동덕여대 교수 인터뷰

異文化 이해해야 글로벌 리더실무 맞춤형‘미니 MBA’를 활용하다

194호 (2016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 주재원 등 글로벌 직무를 맡는 리더 교육은 이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에 해외 근무를 오래 했고 출장 경험이 많다고 글로벌 인재는 아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만들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2. 글로벌 감각이 있는 해외 MBA 학위자에 대한 필요성은 높다. 단 외부 영입에만 의존하면 기존 조직원들의 반발 및 동기저하 문제가 생긴다. 내부 육성(연수 파견)과 외부 영입을 73으로 가져가라.

3. 국내 교육과정의 경우 정식 학위가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미니 MBA’ 과정이나 여러 학교에서 자사에 필요한 과정들을 조립하는 자사 맞춤형 과정을 시행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성희(한양대 경영학부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회사인가? 이 질문에그렇다라고 당연히 대답할 수 없는 시대다.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나온다. 주식의 절반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해외 근무 직원의 수가 국내 직원의 수를 초과한 지 오래다. R&D 기능 역시 점차 실리콘밸리 등 해외로 나가는 추세다. 본사 법인이 한국에 등록돼 있고 경영진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 정도가 회사의 국적을한국으로 유지해준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영 시대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매년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해외 공급망과 영업망을 확충한다. 임직원의 글로벌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직무 리더 교육의 개황은 어떤지, 개선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동덕여대 교육컨설팅학과 리상섭 교수를 만났다. 리 교수는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성인조직학습(Adult & Organizational Learning)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LG전자 러닝센터 차장으로 근무했다. 국내 최초로 사내 교육프로그램이면서 국제 인가된 MBA 학위를 수여했던 LG-선더버드 MBA 학위과정 개설이 그의 성과 중 하나였다. 2009년부터는 동덕여대 교육컨설팅학과 교수 겸 동덕리더십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파견 직원(주재원, 법인장 등) 교육 역량은 전반적으로 어떤 수준인가.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정말 잘하는 회사부터 정말 못하는 회사까지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주요 그룹사는 사내 교육을 맡는 강사가 실제 글로벌 기업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적인 사내외 강사에게 강사양성 교육을 받는다. 또 현지 채용된 외국인 직원(현채인)이 한국 본사에 와서 영어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는 수준까지 갔다. 현채인 중 선발돼 강사로 양성된 핵심 인재들이 직접 팀장 교육, 또는 주재원 교육을 담당하는 거다. 비한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교육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진행하는 기존의 교육과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주요 그룹사는 이 정도로 발전했다. 다만 다들 사내의 교육 실태를 대외비로 유지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진척상황을 잘 모를 뿐이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잘하는 대표적인 회사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를 꼽을 수 있다. 세 회사가 방식은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그룹 차원이 아니라 개별 회사 차원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아무래도 그룹사의 일률적인 교육담당 조직에서 회사별 실무적인 부분까지 교육하기는 어렵다.

 

잘하는 회사엔 어떤 특징이 있나.

글로벌 인재 교육을 잘하는 기업들은 그룹 차원과 개별 차원의 교육을 합해 주재원 해외 파견 전 교육만 기본적으로 최대 한 달에서 두 달을 진행한다. 삼성의 예를 살펴보자. 우선 1년짜리 지역전문가 교육을 실시한 지 꽤 오래 됐다.1  1년 동안 특정 국가에 머물면서 다른 업무에 대한 부담 없이 이문화 체험을 하는 거다. 또 차장/과장/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별도로 1년 동안 현장전문가도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주재원 파견 전 과정에서는 해외 법인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주재원 중 조직 책임자인 팀장의 경험이 없는 차장/과장급 직원들에게 리더십 교육을 시킨다. 삼성전자의 지역전문가 제도는 1990년 도입됐다. 1년간 업무 부담 없이 현지 언어와 문화 습득에 중점을 둔다. 현장전문가 제도는 2005년 도입됐다. 이문화 체험에 중점을 둔 지역전문가 제도와 (조직에 따라 리더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조직을 관리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주재원 제도의 중간 단계로 리더가 아닌 실무 담당자의 형태로 법인에 파견돼 실무 업무를 수행한다.

 

이후 법인장 과정을 운영한다. 정리해보면, 주재원이 되는 글로벌 인재는 다음과 같은 기본 트랙을 밟게 되면서 실무적으로 검증을 받게 된다.

 

1) 지역전문가 과정: 이문화 이해와 다양성 관리에 초점

2) (개별 회사의 상황에 따른) 현장전문가 과정 (, 파견 전, 파견 중, 귀임 과정): 한국인 또는 비한국인 리더 밑에서 1년간 법인의 실무를 수행

3) 주재원 과정: 3∼5년 동안 법인의 리더, 코디네이터, 담당자의 역할을 수행

4) 법인장 과정: 소사업가의 위치에서 법인의 업무를 총괄하며 조직의 P&L을 담당

 

이렇게 시스템을 얼마큼 구체화하고 실제로 실행을 하는가에 따라 잘하는 회사와 잘 못하는 회사 간의 차이를 만든다. 가장 기본이 되는 주재원 파견 전 교육과정만 한 달을 진행하는 회사도 있지만 하루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두 번째 차이는 이문화 교육에서 생긴다. 나는다문화(多文化)’보다는이문화(異文化)’라는 말을 쓴다. 기업의 글로벌 현장에서는다양한(multi)’ 문화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한국인과 비한국인의 문화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이문화(cross)’ 상황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중요하다는 게 나의 경험이다. 이문화 교육은 환경의 차이에 따라 관점이 다르고 이러한 관점의 차이로 커뮤니케이션 또는 업무 수행 방식에 차이가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나와 외국 사람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거다.

 

해당 국가에 대한 지식을 키워주는 것이 이문화 교육의 기초인가.

간혹 이문화 교육을 지역 연구와 같은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아니다. 예를 들어 태국으로 가는 영업직 직원에게 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가르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문화 이해를 넓히려면 지역연구 수준의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한국 기업에서 파견된 직원은 태국에 가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태국인과 업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많다. 즉 우리가 상대하게 될 태국인은 전형적인 태국인이 아닐 수 있다. 이렇게 해당 국가의 일반적인 국민이 아닌 외국인과 함께 일하게 될 상황까지 아우르는 교육이 필요한 거다. 물론 교육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해외 법인에서 어떠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그러한 일이 왜 발생하는지, 또는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관심이 해외 법인에서의 실패를 줄이고 조기 귀임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문화로 인한 갈등은 인종적, 문화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에서 외국인이 크게 떠드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만약 그 사람이 영어를 쓰는 백인이라면, 나도 영어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피부색이 검다면시끄럽게 왜 저러나. 한국에 왔으면 한국말로 할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인종적, 문화적 이해가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차이다. 기업 내에서도 비슷한 문제 상황이 발생한다. 아직까지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세계적인 수준이 아니다 보니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에 유입되는 현채인들의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현채인들의 부족한 역량 자체보다 오히려 그들을 대하는 한국 직원들의 태도 또는 리더십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 온 역량이 부족한 현채인들을 대하는 것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종적, 문화적 이해를 성인이 된 후 개인 차원에서소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필요한 교육을 통해 개인이이해하게 하는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한국 기업이 직면한 공통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LG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일했던 외국인 임원의 책 <한국인은 미쳤다>가 화제가 됐다. 파리에 파견된 한국 법인장의 워커홀릭 같은 업무 스타일을 보고 프랑스인 저자가 놀라는 부분들이 나온다.

재미있게 읽었다. 동시에 공감을 하면서도 오해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한다. 특히, 저자가 지적한 사안들을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뭉뚱그려선 안 된다. 해당 법인 또는 본인이 경험한 한국인만의 이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대로 지적한 것도 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한국 기업이 개인을 평가할 때 지나치게 성과만 따진다는 대목에는 동의할 수 없다. 현실은 반대 아닌가.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직원성과평가를 할 때마다 승진이 급한 선배 사원을 밀어주거나 하는나눠먹기관습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성과를 따지려고 해도 도무지 따질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한국인들이 일만 열심히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선진국 기업에도 야근이 있긴 하다. 하지만 선진국 기업에서 야근을 하느냐, 마느냐는 주로 개인의 선택의 몫이고 조직 내에서 승부를 걸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한국 기업들에 비해 위계질서가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집단주의보다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분위기 덕분이다. 물론 이 부분은 실제 저자가 한국에서 일반적인 한국인과 근무한 것이 아니라 직무 위주로 선발된 주재원과 함께 일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선발된 주재원은 평균적인 근로자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꼭 외국에 나가야만 이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이문화 상황은 나와 문화가 다른 사람,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일할 때 생긴다. 이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상급자는 맡은 일 잘하고칼퇴근하는 하급자를 이해할 수 있다. 나름의삶의 질을 업무만큼이나 중시하는 것 역시 문화적 차이이기 때문이다. 회식 상황을 떠올려 봐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국내 기업에서 과장 직급 이상의 임직원과 과장 이하의 임직원의 문화 차이는 한국인 주재원이 해외 법인에 근무하면서 현채인에게 느끼는 문화적 차이와 유사하다. 팀장이 금요일에 회식을 한다고 해보자. 부장, 차장급은 개인 약속이 있더라도 당연히 취소하고 금요일 회식에 자발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과장, 대리, 사원은 불편한 마음을 갖고 참석하거나 선약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리더십과 도메스틱(domestic) 리더십이 학문적으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실제로는 글로벌하면서 또 동시에 도메스틱해야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 잘하고 이문화 상황에서 대인관계가 좋은 인재가 곧 글로벌한 인재다. 국내에서 대인관계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결국 해외에 주재원으로 나가서도 대인관계를 원만히 가져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인관계도, 리더십도 결국은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문화 적응 역량은 어떻게 육성할 수 있나.

팀장이 5일짜리 팀장교육을 받는다고 한순간에 좋은 팀장이 되지는 않는 것처럼 이문화 교육 역시 사람을 순식간에 바꾸어놓지는 않는다. 사람은 서른 살만 돼도 자기 관점이 확고하게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조직 안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걷고 있는 사람은 어쨌든 자신의 리더십이 뛰어나서 그 자리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던 스타일을 바꾸기가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이문화 적응에 대한 기반능력은 개인마다 다르기는 해도 보통 5∼10세에 고착된다. 그러니까 성인이 돼서 이문화 관련 교육을 받는 건 이미 상당히 늦은 거다. 교육학적으로 보면 약 2%의 변화가능성에 매달려볼 뿐이다. 그러니 기업에서 하는 이문화 교육의 목표는네가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걸 깨우쳐주는 데 맞춰져야 한다. ‘환경이 달라지면 사람의 관점이 달라지고, 관점이 달라지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달라진다. 네가 알고 있는 게 한국에서는 먹혀도 외국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지속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거다. 이문화를 전적으로소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대놓고 얘기해서 우리는 너무 늙었다. 하지만이해하는 건 가능하다. 이해를 해서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해외 출장 많이 다닌 것과 글로벌 리더십은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영국법인에서 5년 일했다고 해서 영국을 잘 알고 있을까? 물론 영국에 안 가본 사람보다는 낫겠지만 그렇다고 그 나라를 잘 안다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본인이 영국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문제다. 해외 법인에서 일하면 보통 일이 많아서 법인 안에서만 머물고, 더욱이 직급이 높은 경우 그 안에서만 왕 노릇을 하게 된다. 본인보다는 오히려 배우자나 아이들이 현지에 대해 더 많이 안다. 이런 사람이 한국에 돌아와서나는 영국에 5년 있었으니까 영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본인이 별도로 현지 문화와 이문화 이해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5년간 한국적 조직문화에 젖어 있는 현채인과 일했을 뿐이지 그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런 착각을 깨줘야 한다.법인장으로 파견이 예정된 관리자급 직원들을 교육할 때는당신이 다른 사람보다는 해외 경험도 많고 출장도 많이 갔었지만 진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정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주지시킨다. 이걸 큰 틀로 두고 그 다음에 동영상, 사례연구, 토론 등 문화적응력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직원에게 MBA, EMBA 등 해외 혹은 국내 비즈니스 학위를 따게 하는 것은 효율적인가. 혹은 그런 학위가 이미 있는 사람을 외부에서 채용하는 게 더 효율적일까.

국내 대학 MBA의 경우 교육내용을 국내 현업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 진정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어쨌든 해외 MBA를 거친 인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글로벌 역량만 두고 봤을 때 국내 MBA보다 해외 MBA가 효용이 큰 건 사실이다.

 

 

그 다음, 해외 MBA를 거친 인재를 외부에서 데려오느냐, 아니면 사내에서 직접 선발하고 투자해서 보내느냐는 조직문화 등을 고려해 경영자가 판단할 부분이다. 장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데려오면 기존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사내 선발투자 프로그램이 있으면 내부 구성원들에게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 이유로 과거 몇몇 대기업에서 외부 채용 대신 사내 투자로 MBA EMBA를 보냈었다. 하지만 또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은 경기 상황이다. 경기가 안 좋아 예산이 삭감되면 비용이 많이 드는 해당 프로그램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다. 경우에 따라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을 한번 없애버리면 복원하기가 어렵다.

 

과거 LG전자는 학위 과정으로 매년 미국 선더버드(Thunderbird) 국제경영대학원에 30, 유럽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에 30명을 보내고, 해외 학위 파견 과정으로 10명을 보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경기 상황과 조직적 이슈로 일부 학위 과정이 중단됐다. MBA 프로그램에 직원을 파견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적지 않은 투자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한국적 상황에서 그 효과를 산술적으로 계산해내는 게 쉽지 않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집단주의 탓이다. 앞서 말했듯이 국내 기업에는 선배 사원들을 위해 고과를깔아줘야하는 관습이 있다. 가령 과장 1년 차는 일을 잘하는 핵심 인재라도 보통 고과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선배들이 점수를 획득할 수 있게 본인이 점수를 깔아줘야 하는 거다. MBA를 다녀온 핵심 인재의 인사고과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다. 그러니 HRD 담당자 입장에선 MBA의 경제적 투자가치를 증명하기가 어렵다.개인주의인 서양의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다르다. 개인의 성과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잘하면 잘한 대로 고과성적을 매길 수 있어 MBA 교육의 효과성을 따지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회사가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교육을 받게 했던 인재가 복귀 후 곧 이직하기도 하는데.

이건 사실 경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어차피 도망갈 사람은 MBA를 시키든 시키지 않든 도망간다. 투자대상 명단에 오른 이가 도망갈 사람인지 아닌지 처음부터 현명히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도망가지 않을 사람에게 과감히 투자하고, 도망갈 사람이다 싶으면 투자를 안 하는 거다. 실제로 도망가는 사람 때문에 MBA에 대한 투자를 못하기보다는 MBA 이후 실제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에게 중점을 둬야 하는 이슈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지만 HRD 전문가로서 나는 기업 차원에서 해외 MBA 파견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내부 인재에 대한 동기부여 효과도 크고 효용도 높다. 다만 관건은 요즘과 같은 불경기 상황이다.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해외 MBA 파견에 비용을 댈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국내 MBA 프로그램 투자를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겠다. 국내 MBA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저렴한 게 가장 큰 장점이고 현업과 병행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한국은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으나 보수적이라 해외 비즈니스 학위 보유자를 포함한 경력직의 채용이 활발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실제로 해외 비즈니스 학위 보유자 또는 경력직 임직원이 들어와서 조기에 퇴직하지 않고 1년 내 성과를 창출하는 비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은 일할 때 사내 인맥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능력이 출중해도 회사 내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텃세가 심하다. 대졸 신입 공채로 입사해 단계를 밟은 직원들은 외부에서 온 경력직원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 특수성을 감안해서 개인적으로는 기존 직원의 학위 취득을 돕는 비율을 70%, 해외 비즈니스 학위 보유자를 신규 채용하는 비율을 30% 정도로 유지하는 편이 적당하다고 본다. 어려워도 외부 수혈 비율을 늘려 두 집단이 섞이도록 해야 한다.

 

과거 LG전자와 선더버드 MBA와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2004년도 초 당시 LG그룹의 연수원인 인화원에서 진행하는 사내 MBA 과정에 LG전자의 핵심 인재를 파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정식 인가 학위가 아니므로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었고, 또 학위 취득을 통한 임직원의 동기 부여 이슈가 제기됐다. 그전부터 학위 과정인 핀란드 헬싱키경제대( 알토대) MBA 과정에 직원을 보내고 있었지만 미국 쪽 학위에 대한 갈증이 컸다. 당시 네임밸류가 있는 학교들의 교수진을 한국으로 불러와 정식으로 학위를 주는 과정을 개설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접촉하게 된 게 당시 글로벌 경영 분야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2 이었다. 내용, 비용, 브랜드, 정식학위 수여 여부 등을 모두 따져 내린 결정이었다.

 

LG-선더버드 MBA 과정은 5주마다 한 주씩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이 있는 주에는 선더버드의 교수진 2명이 한국의 LG전자 연수원인 러닝센터에 와서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0시간 동안 가르친다. 학교에서라면 한 달 동안 진행될 수업을 1주일에 몰아넣은 것이다. 그런 다음 4주 동안은 회사를 다니면서 복습과 예습을 한다. 이렇게 1년 동안 총 10주의 수업이 이뤄졌다. 1년 만에 2년 치 수업 일수를 채웠다. 마지막 1달은 미국 선더버드 캠퍼스에 가서 수업을 듣고 졸업했다.

 

정식 학위 과정이기 때문에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측에서 실사단을 LG전자로 보내 검증했다. 당시는 한국에서 기업은 고사하고 대학 중에서도 AACSB 검증을 받은 곳이 네 개 안팎이던 시절이다.3 수업 내용과 커리큘럼은 선더버드의 것을 가져다가 LG전자에 맞게 별도로 고안했다. 가령 수업 때 다루는 케이스에 한국 사례나 LG 사례가 첨가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5년을 진행해 150명의 사내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토록 많은 투자가 이뤄졌던 건 한국 기업만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보다 인재양성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에서 1년에 임직원 70(LG-선더버드 MBA 30, 헬싱키경제대(알토대) MBA 30, 해외 파견 MBA 10) MBA 정식 학위 과정에 보내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LG-선더버드 MBA 학위 과정은 경기 여건과 새로 부임해온 외국인 HR 담당 임원의 최종 결정에 의해 중단됐다.

 

MBA 등 정식 학위 과정(국내)과 비학위 경영교육 프로그램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인가.

학위가 중요하다면 명문대에 보내는 게 맞다. 그런데 정규 MBA 학위와 동급의 교육적 질이 보장된 경우, 예를 들어 같은 교육기관에서 진행되는데다가 교수진이 다르지 않은 경우 수지타산을 따진다면 회사 입장에선 정식 학위 과정보다 비학위 수료과정에 보내는 게 맞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속칭미니 MBA’ 과정이 확산돼 있다. 미니 MBA를 구성해서 부장급 이상 혹은 임원들로만 채워 진행하는 곳도 있고 임원 대상으로 한정하는 경우도 있다. 목적에 따라 조직에서 미니 MBA를 구성하고 다양한 조직에 있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또는 교수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경영전략은 A대학의 김모 교수에게, 인사관리는 B대학의 박모 교수를 초빙해 미니 MBA를 구성하는 형식이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못 넘으니까.결국 교육자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최종 판단은 이해관계자가 많이 연결돼 있는 경영자의 몫이다.

 

글로벌 역량 교육에 있어 온라인 교육/학습의 중요성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 보는지.

온라인 교육과정은 분명히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부분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글로벌교육은 면 대 면으로 진행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블랜디드 러닝이나 플립러닝을 통합한 온·오프라인의 글로별 역량 교육의 구성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리더십과 이문화 이해 관련 교육은 면 대 면 코칭 등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온라인 교육이 먹히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 어학 교육이나 기본 직무 교육은 온라인 교육이 먹힐 수 있으며, 특히 상시학습이 가능한 최근의 모바일 러닝도 추천한다. 하지만 글로벌 리더십 교육은 차원이 다르다. 온라인 혹은 모바일 교육의 확장성은 인정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 교육은 주로 상시 학습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 내용이 7∼15분 안팎인 경우가 많다. 학습자가 집중할 여지가 적다. 물론 블랜디드 러닝이나 플립러닝을 통해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형식은 필요하다고 본다.

 

 

DBR Mini Box 

 

‘한국인은 미쳤다

2003 LG전자 프랑스 법인에 부장으로 입사해 법인장(상무)까지 지내고 2011년 퇴사한 프랑스인 에리크 쉐르데주의 회고록. 한국 대기업 특유의 문화 안에서 일하며 겪은 일화와 느꼈던 감정들을 적었다. 원래는 프랑스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LG전자 프랑스법인에 입사한 지 얼마 안됐을 때 한국 본사의 사업부 본부장이 예정에 없던 시찰을 나온다는 전갈을 받았다. 깜짝 놀란 당시 법인장(한국인)은 현지채용인인 쉐르데주에게 대책을 세우라 지시한다. 쉐르데주는 본부장의 방문이 예정된 현지 전자양판점 진열대 전면을 시찰 당일만 자사 제품들로 가득 채웠다. 매장 측을 설득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법인장은 상관하지 않고 지출 승인을 해줬다. 본사 본부장은 LG 제품만 깔려 있는 양판점 진열대를 보고 만족해하며 돌아갔다.

 

속아 넘어간 본사 본부장은 바보인가? 아니다. 쉐르데주는 곧 이 모든 것이 다 그의 시험이었음을 깨닫는다. 해외법인 직원들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본사를 만족시킬 준비와 자세가 돼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테스트였다는 것이다. 조직 전체가 기계처럼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바로 한국 대기업의 힘이라고 그는 담담하게 적는다.

 

 

 

 

 

군대식 문화의 단점도 지적한다. 법인장이 과로로 입원한 직원의 병문안을 가서 의사에게언제 다시 일할 수 있냐고 묻는 것이나 신임 임원 워크숍에 임원의 배우자들을 초대해서내조를 잘해줄 것을 당부하는 모습 등은 프랑스인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의전을 챙기는 것도 지나치다고 비판한다. 임원이 해외 출장을 가면 부하직원들이 가방을 들어주는 것이 관례이나 쉐르데주는 스스로 가방을 들었다. 이걸 본 직원들은 그를쿨 한 보스라고 칭찬하기는커녕저 외국인은 우리 회사 임원으로 일하는 게 불편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한국의 대기업 문화는 이상하지만 조직원이라면 싫어도 적응해야 한다로 정리된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면 우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불합리해 보이는 문화일지라도 순응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세계적인 가전 브랜드로 성장한 LG전자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나는 책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