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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카카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Connect Everything’,‘완벽제품’기다렸다간 첫발도 못 뗀다

차두진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카카오톡의 성공 비결은 급변하는 환경과 경쟁 서비스 속에서 사용자들에게 가치 있는 기능을 기민하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린스타트업에서 제시하는만들기-측정-학습이라는 단계를 반복하는 방식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불확실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 고객이 진정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시장 조사와 장기적 마스터플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카카오TV와 뮤직을 통해서도 린스타트업 적용 사례에서 배운 성공 공식을 재현해내고 있다. 린스타트업 방식은 성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것이 지금까지 발견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편집자주

카카오톡으로국민 메신저를 만든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TV, 카카오뮤직 등 시장의 틀을 깬 대담한 도전을 하고 있다. 카카오의 최근 성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린스타트업이다. 카카오톡 역시 불완전한미생상태로 세상에 선보였지만 사용자들의 피드백, 개발자들의 시장 속 관찰에 힘입어 점점완생이 돼갔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중 하나로 우뚝선 카카오가 왜, 어떻게 린스타트업을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카카오 직원의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우주에서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틀어지고, 이젠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곳에서 죽을 것이 아니라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또 그것을 해결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영화마션(The Martian, 2015)’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가 어떻게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전하는 대사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마치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처럼 인력, 일정, 품질, 한정된 예산 등 수많은 문제들과 불확실한 상황을 뚫고 살아남아야 한다.

 

린스타트업 방식은 이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낭비를 없애고, 중요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데이터 측정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단지 이론이 아닌 주창자인 에릭 리스(Eric Ries)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높은 방식이다.

 

그간의 전통적인 제품 생산 프로세스는 시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철저한 계획이 서비스 성공을 이끄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서비스가 실패한다면 잘못된 계획을 세운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전통적인 해석 방식이었다.

 

하지만 린스타트업은 시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가설을 빠르게 테스트하면서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러한 린스타트업의 방식은 영화 마션의 주인공이 반복적인 시도를 통해 학습해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다음 포털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는 린스타트업 방식을 통해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카카오는 왜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 서비스를 성공시켜왔는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뮤직 등 콘텐츠 서비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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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입했나

카카오가 서비스 생산 과정에 린스타트업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3년 초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등 카카오의 소셜그래프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카카오에서는 경영진이 참석하는 미팅을 통해 신규 과제 승인 등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는 여러 팀이 각기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완벽한 사업계획 문서 만들기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핵심이 아닌 형식을 꾸미는 데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거대한 조직이나 관료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벤처기업 DNA를 가진 기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고경영층을 중심으로우리는 지금 카카오톡을 만들 때의 기민함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자기반성이 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카카오에 가장 적합한 생산 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되짚어보면 초기 사업구상 단계에서부터 메신저 시장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든가 마스터플랜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급변하는 환경과 경쟁 서비스들 속에서 사용자들에게 가치 있는 기능을 기민하게 제공한 것이 가장 큰 성공의 이유였고, 이는 린스타트업에서 제시하는만들기 - 측정 - 학습이라는 단계를 반복하는 방식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카오의 기존 업무방식과 일치하면서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린스타트업 방식을 통해 카카오톡의 성공 공식을 카카오의 신규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카카오에 린스타트업 방식을 새롭게 적용했다기보다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만들면서 성공시켰던 처음의 방식을 체계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린스타트업을 전사에 적용하는 업무는 매우 기민하게 이뤄졌다. 2013년 초 전사 임직원에게 린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교육을 진행했고 교육과 동시에 당시 300여 명의 전직원에게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 책을 배포해 카카오 임직원들이 린스타트업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카카오는 팀과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린스타트업 방식을 모든 서비스에 강제하는 방식으로 적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카카오의 개발 프로세스가스크럼이라는 애자일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린스타트업이 전사에 확산되는 데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스크럼 방식은 Waterfall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프로세스와는 달리 스프린트라 불리는 2∼4주 정도의 주기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각 스프린트마다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완성시켜 나가는 반복점진적인 개발 프로세스다. 스크럼의 스프린트와만들기-측정-학습이라는 린스타트업 사이클을 접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많은 팀에서 린스타트업 방식을 통해 서비스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시도를 하게 됐다.

 

어떻게 적용했나

카카오의 모든 조직이 획일적으로 린스타트업 방식을 따른 것은 아니었지만 도입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부서의 경우 린스타트업 방식이 성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하고 업무를 진행했다.

 

사실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한다고 서비스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객관적 분석을 통해 실패를 인식하고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카카오의 주요 콘텐츠 서비스인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카카오TV에서는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해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적용을 하고 있는지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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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 (해결) 중심의 사고

카카오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시작점으로사용자는 또는 우리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삼는다. 풀고자 하는 많은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큰 사업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린스타트업 방식에서 이야기하는 핵심 가설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기획 과정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사업적인 목표에 치우쳐 스펙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디어가 더 좋은 아이디어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자기 주장에 치우쳐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수많은 아이디어 가운데에서 무엇을 먼저할 것인가라는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보다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하는 것이 맞다. “이 서비스를 통해서 풀려고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린스타트업에서는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낭비로 여긴다. 많은 시간 고생해 만든 기능이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결국 이와 같은 고생과 노력은 낭비가 될 뿐이다.

 

 

만약 사업적 가치가 크고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가설, 즉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핵심 가설로 정했다면 이후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실제로 제안한 방법이 사용자의 문제를 풀 수 있는지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테스트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린스타트업에서는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만들면서 사용자에게 빠르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낮은 품질로 조악한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많은 회사들은 모든 기능을 갖춘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사에 비해 조금이라도 기능이 부족하거나 또는 A/B 테스트와 같은 방식으로 고객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린스타트업에서는만들기-측정-학습이라는 반복적인 가설의 테스트 과정을 통해 제품을 만들라고 말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 고객이 진정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시장 조사와 장기적 마스터플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실제로 시장에 출시해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제품이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테스트를 통한 학습의 과정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즉 테스트 자체가 제품이 되고 마케팅 캠페인이 된다.

 

(2) ‘미완의 단계에서 테스트

2014, 다음과 카카오가 마침내 통합했다. 필자는 카카오의 소셜그래프와 다음의 동영상 기술을 합쳐 카카오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가 무엇일지 많은 고민을 했다. 프로젝트 착수 단계에서부터 브레인스토밍 미팅을 통해 어떤 종류의 영상 콘텐츠를 확보할지,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영상을 추천할 수 있을지, 재미있는 영상이 어떻게 확산될 수 있을지 등 서비스의 주요 면모를 논의해나갔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프로야구 중계를 실시간으로 보거나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가 우승할지 이야기하는 경험을 서로 논의하던 중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각자 TV를 보면서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경험을 갖고 있었다. 만약 카카오톡을 통해 친구와 함께 영상을 감상하면서 대화할 수 있다면 카카오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의 핵심 기능이 되지 않을까로 논의가 모아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이것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관련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미니 플레이어 모듈을 신규 개발하고, 카카오톡에 해당 기능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테스트하는 데만 몇 주가 지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테스트는 몇 주가 아닌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완료했다. 실제 플레이어 모듈을 개발해야 할지 논의하던 자리에서 회의에 참석한 누군가가 다음tv팟 안드로이드 앱의 기능 중 하나를 알려줬다. tv팟 앱에서팝업플레이모드로 영상을 플레이하면 작은 미니 플레이어가 실행돼 항상 화면 위에 떠 있는 상태로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카카오톡으로 단체대화방을 하나 만들었고, 대화방 화면 위에 영상을 팝업플레이 모드로 실행한 뒤 실제로 영상을 감상하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시도해봤다. 그 결과 대화방 위에 영상이 떠 있는 상태로 대화방 화면 내에서 다른 사람이 보낸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입력하는 화면에서 키보드 자판이 스마트폰 화면 위에 올라오더라도 글을 적는 데 거의 불편함이 없었다. 코딩 한 줄 없이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의 핵심적인 기능이 동작할 수 있음이 바로 확인됐다.

 

카카오TV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이 기능은 몇 개월 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당시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각각 다른 대화방에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면서 중계를 볼 수 있는 오픈채팅 기능으로 확대됐다.

 

많은 사람들은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갖추고 미려한 디자인까지 겸비한 제품이 서비스의 성공을 이끌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린스타트업에서는 역설적으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린스타트업의 제품 생산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는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사업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제품을 최소한으로(Minimum) 만들되 해당 제품이 생존할 수 있도록(Viable) 만들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MVP가 꼭 실제로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제품일 필요는 없다. 앞서 카카오TV에서의 예와 같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모든 형태로 구현 가능하다. 손으로 종이에 그린 그림이거나 파워포인트로 그린 화면일 수도 있고, 사용자 인터뷰나 설문조사와 같은 방식일 수도 있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테스트하고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MVP가 될 수 있다.

 

카카오의 음악서비스인 카카오뮤직도 지속적으로 가설을 검증하고 MVP를 만들며 시장을 넒히고 있다. 카카오뮤직은 카카오톡 프로필과 카카오스토리에서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내가 구입한 음원을 친구들과 함께 들으며 소통하는 소셜 기능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기존 주류 음악서비스와 다른 사용성과 상품의 차이로 인해 사용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존 음악서비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음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수 있는 소셜 뮤직이라는 핵심 가치에 집중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나갔다.

 

내가 구입한 음원을 친구들이 무료로 감상할 수 있고 음악으로 소통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핵심 기능으로만 MVP를 만들어 2013 9월 말에 시장에 출시했다. 다른 음악 서비스에 비하면 기능이 많지 않았고 상품도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카카오뮤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만 구매하면 친구들과 함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가치를 이해하는 사용자들이 곡을 유료로 구매해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결과를 통해 소셜 뮤직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콘텐츠 서비스는 직접 체험해보기 전에는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우고 2013 12월 신승훈, 윤하 등 인기 아티스트들의 스타뮤직룸 기능을 오픈했다. 이를 통해 무료 감상 경험이 음원의 소비와 구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추천 뮤직룸과 스타, 브랜드 뮤직룸 기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뮤직을 다른 음악서비스들과 비교한다면 아직은 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로 혼자 듣는 타 음악 서비스와는 차별화되는 소셜 뮤직 서비스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중요한 가설들을 MVP를 통해 테스트해 나가고 있고 실제 조금씩 진화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3) ‘이 아닌 측정 데이터를 통해 결정하라

카카오에서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서비스 기획자나 마케터가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하부 언어)문을 이용해 DB에서 데이터를 조회하고 분석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서비스 직군의 담당자가 데이터 분석을 위해 서버를 요청하면 수일 내에 장비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 분석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기획자 대상의 DB, 프로그래밍 교육과 스터디도 수시로 진행된다.

 

많은 회사에서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명제를 이야기하지만 조직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유리한 데이터를 끄집어 내 성과로 포장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린스타트업에서는 결과가 나온 후에 실패를 감추기 위한 해석이 아닌 가설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지표를 통해 테스트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지 정의하는 작업부터 데이터 분석이 시작된다. 서비스를 출시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설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이후 의사결정의 척도가 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서비스들은 매출이나 UV(순방문자수), PV(페이지뷰), 가입자 수와 같은 지표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지를 통해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를 통해서는 피상적인 분석만 가능할 뿐 실제로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는지, 테스트하려 한 내용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린스타트업에서 자주 언급되는 데이터 분석 방법은 코호트 분석이다. 코호트 분석이란 측정하고자 하는 데이터를 특정 사용자 그룹(코호트)으로 나누고 코호트별로 사용 패턴을 분석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평균값으로만 데이터를 분석할 때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가입서비스 활동유지구매와 같은 단계를 거친다고 하면 주기적으로 각 단계의 전환율을 측정하면서 각각의 전환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검증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의 현황과 성과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페이지나 카카오뮤직과 같은 유료 서비스에서는 단순히 매출이 늘어났는지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 유저감상구매 등 각 단계별 전환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주기적으로 체크해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 효과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수십 번의 테스트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떤 개선과 마케팅 캠페인이 유의미한 성공을 이뤘는지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고, 이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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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설이 틀렸다면 방향을 전환하라

초기에 세운 가설에 따라 만든 제품이 실패했다면 방향을 고수할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실패한 프로젝트는 없다. 단지 2차 프로젝트가 있을뿐이다라는 IT업계의 우스갯소리처럼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명백한 실패임에도 허무한 지표를 내세워 성공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린스타트업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확하게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파악하고 세웠던 가설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 서비스 전략이나 성장 엔진에 대해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을 피벗(Pivot)이라고 부른다. 피벗 전략으로는 서비스의 줌인, 줌아웃, 고객군 전환, 사업구조 전환 등의 방법이 있으며 무조건 초기 계획을 고수하기보다는 피벗을 통해 새롭게 유효한 학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피벗을 통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보여준 사례는 카카오페이지다. 카카오페이지는콘텐츠는 무료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고 콘텐츠의 가치가 인정받고 그 자체로 수익이 되는 선순환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2013 4월 처음 출시됐다. 서비스의 비전은 명확했고 창작자와의 상생이라는 명분도 좋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오픈 초기에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사용자들을 모으기보다는 서비스 명분을 앞세우며 창작자들에게 유료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논리로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부분의 콘텐츠들이 유료로만 구성됐고 사용자들은 콘텐츠의 내용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은 호기심에 들어왔던 이용자들은 유료 결제 안내를 보고 발길을 끊었고 시장에 손님이 찾지 않으니 창작자들의 관심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다.

 

명분이 좋아 언론과 창작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성공했지만 매출과 트래픽이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지자 서비스 개설 후 몇 주가 채 지나지 않아 이대로는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패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의견을 경청하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단순히 마케팅 부족이나 콘텐츠의 양이나 질 문제가 아니라 초기의 서비스 전략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던 것이 실패의 원인임을 알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시장에 손님이 없으면 시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창작자들을 설득했다. 이에 따라 유료 중심으로만 구성됐던 초기 서비스에서 벗어나 결제 없이도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전략을 수정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자 6개월 만에 매출과 트래픽 모두에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 “무료로 콘텐츠를 충분히 체험하면 결국은 유료 구매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가설은 주효했고, 이러한 전략의 피벗을 통해 극적으로 매출과 트래픽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때는 실패한 서비스로 언급되던 카카오페이지가 이제는 많은 경쟁 업체들이 주목하는 서비스로 변화해가고 있다.

 

(5) 자유롭게 일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 문화

카카오에서 린스타트업 방식이 정착할 수 있게 된 데는 기업문화가 바탕이 됐다. 수평적이고 공개와 공유를 강조하는 문화가 기반이 되지 않았다면 이 방식을 정착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많은 다른 기업들의 경우 겉으로는 신뢰, 공유, 수평문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업무 진행단계에서 여전히 상하 관계의 일방적 지시가 이뤄지는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카카오에서는 수평적 문화가 이러한 표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활 속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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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극단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모든 직급을 없애고 영어 이름으로만 호칭을 쓴다. 조직장도, 임원도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모두 같은 책상을 쓰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문화는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면서 토론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팀원과 다른 팀의 팀장이 업무를 협의하는 모습도 전혀 낯설지 않다. ‘조직장끼리 협의해서 실무자에게 알려주기가 아니라 해당 업무의 적임자라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는 서비스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꽃피울 수 있는 초석이 되고 있다. 같은 조직이 아니어도 문제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해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일방적 지시가 아닌 활발한 토론을 통해 서비스가 만들어지기에 집단 지성이 발휘될 수 있다. 이러한 카카오만의 문화를 통해 린스타트업 방식은 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즉 의사결정의 지연이라는 덫을 극복하고 신뢰-충돌-헌신의 과정을 거치며 더욱 기민하게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됐다.

 

린스타트업의 미래

카카오의 기업 비전은 ‘Connect Everything’이다. 즉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카카오가 가고자 하는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와 상황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빠르게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린스타트업 방식이 성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카카오가 발견한 최선의 방법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자만심보다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고, 우리의 계획대로 일을 밀어붙이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한다면 지금까지 일해온 방식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는 학습의 과정을 통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모든 테스트가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빠르게 실행하고 학습하는 것이 카카오의 DNA라고 믿는다. 그래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즐겁게 가고자 한다.

 

 

차두진 카카오 콘텐츠사업팀 뮤직&영화파트 파트장 matthew.cha@kakaocorp.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쌍용정보통신과 벤처기업에서 10여 년간 SW 개발을 했다. 2008년부터 네이버 PMO 조직에서 근무하며 프로세스 개선 및 스크럼 방식을 전사 표준프로세스로 적용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N드라이브, 소셜플랫폼 등 주요 프로젝트의 PM 업무를 수행했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페이지, 뮤직, TV 등 콘텐츠 서비스의 프로젝트 PM을 맡아왔다.

 

 

  • 차두진 | - 쌍용정보통신과 벤처기업에서 10여 년간 SW 개발
    - 2008년부터 네이버 PMO 조직에서 근무하며 프로세스 개선 및 스크럼 방식을 전사 표준프로세스로 적용하는 업무 담당 및 N드라이브, 소셜플랫폼 등 주요 프로젝트의 PM 업무 수행
    -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페이지, 뮤직, TV 등 콘텐츠 서비스의 프로젝트 PM을 맡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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