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사용자 경험 혁신

"여보, 나 이발하게 백화점 가자" 체험을 파는 공간, 모두의 놀이터가 되다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9세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백화점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백화점 업체들이 위기 타개책을 찾고 있지만 성공을 거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지난 8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판다는 콘셉트로 유통업계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고객들에게강렬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2) 남성을쇼핑의 걸림돌에서적극적 주체로 바꿨다.

3) ‘백화점에 대한 충성도를 만들어 고가 제품에 대한 저항을 없앴다.

향후 판교 백화점이 지금의 초기 성공 국면을 지속하기 위해서는새로운 경험

계속 만들어내면서, 경쟁자 수를 줄여 충성도를 유지시켜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양원철(건국대 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승연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광고와 프로모션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으며 VIP 마케팅, 한식세계화 마케팅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백화점 사업은 19세기에 개발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20세기 여러 나라의 폭발적 경제성장과 중산층 급증 속에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21세기에 사회 계층구조와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IT·모바일 혁명이 확산되면서낡은 비즈니스 모델, 20세기형 유통채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각국에서백화점의 위기는 새로운 현상이 아닐 정도가 됐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그림 1), 평균 구매단가 역시 2011년 이후 급락하고 있다. (그림 2)

 

 

 

 

 

‘백화점, 사실상 365일 세일 체제라는 내용의 기사가 주기적으로 경제·산업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백화점을쇼룸으로 활용하고 실제 구매는 인터넷을 비롯한 다른 유통채널에서 하는쇼루밍 현상도 고착화됐다.1 이처럼 수치와 구체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위기는백화점이 갖는 상징성과 브랜드의 약화다. 단군 이래 가장 중산층이 두터웠던 시기로 불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백화점은세련됨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현재 백화점은 다소올드한 채널이라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많은 백화점들이 지하 매장을 대폭 개편해 젊은 취향의 식료품과 음식 매장을 만들고 유명 브랜드를 유치했지만 의도했던 만큼의분수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의문이다. 주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는 20대 연인들과 30대 젊은 부부들이 넘쳐났지만 2층 이상 올라갈수록딸이나 (예비) 며느리와 우아하게 쇼핑을 즐기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주로 눈에 띌 뿐이었다.

 

전체적인 구매단가와 수익의 하락, ‘백화점이 주는 기존고급세련됨의 이미지 약화 등으로 굳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지 않더라도 한국의 백화점 업계는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돌파구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015 8월 말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한 지 넉 달 만에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단순히 매출이 급신장한 것이 핵심이 아니다. ‘백화점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구매고객 수 기준으로 일반적인 백화점의 평균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20∼40대가 40% 내외다. 그런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같은 연령대의 비중이 70%가 넘는다. ‘젊은 백화점이고 2040세대의 명실상부한핫 플레이스. 이는 단순히 판교 지역에 강남에 직장을 두거나, 판교테크노밸리 등에서 일하는 고소득 2040세대가 많고, 이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것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2040세대는 수많은 인터넷과 모바일 유통채널은 물론, 교외지역의 아웃렛을 마치 나들이하듯 찾는 세대로, 백화점 하나 들어섰다고 곧바로 그곳을 찾을 유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방문객 추이를 살펴보면 판교 지역 사람들만 찾는 것도 아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100일간 판교점을 방문한 고객 수는 약 1000만 명, 구매 고객 수는 400만 명인데 이 중 절반은 10㎞ 이외의 지역에서핫 플레이스로의 나들이개념에서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은 사람들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DBR이 오픈 넉 달 만에 유통업계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백화점,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다

 

1. 노골적인 쇼룸이자체험공간으로서의 백화점

 

 

 

 

예전부터 유통 전문가들은 백화점을물건을 사는 공간’, 코엑스몰과 같은 복합 쇼핑몰은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규정해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판교점은즐겁게 놀고 체험하는 공간의 개념을 도입했다. 백화점이쇼룸처럼 활용되는 걸 억지로 막을 방법을 고민한 게 아니었다. 이 모든 건 앞서도 설명한 바 있는엄청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19세기에 개발된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모험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판교점은 현대백화점 그룹에게는 거대한 실험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실험을 결정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 임직원들이 공유한 명제는 다음과 같다.

 

“백화점이 고객을 변화시킬 수 없다. 쇼루밍은 고객변화 현상이고 백화점은 단지 그 변화에 맞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현상의 원인을 해석하고 대응해야지 고객을 변화시키려 해선 안 된다.”

 

이 명제를 공유하면서 전략을 다시 짰다. 쇼룸이든, 뭐든 일단 고객이 와야 비즈니스가 된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부지도 그 어느 곳보다 넓었다. 무엇을 어떻게 채우든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도출됐다. 아예 거대한 복합 쇼핑몰로 만들자는 얘기도 있었고, 하이엔드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다른 백화점에서 이미 모두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위기의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도 판명된 상황이었다.

  

 

결론이 났다. “최고의 쇼룸으로 꾸미자. 와서 보고, 듣고, 즐기고, 놀게 하자. 물건을 판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경험을 팔자.”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 기존 중형 백화점 3개 점포를 합친 공간이 있었다. 점포의 배치부터최대한 넓게만들었다. 사람들이 부대끼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게 했다. 실제 매장을 둘러보면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가장 빡빡하게 점포를 채워 넣는 1층조차 가운데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거나 간단한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 해 놨다. 내부에서도공간이 너무 아깝다는 말이 나왔지만 더 크고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 또한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여성들이 최대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점포와 점포 사이를 최대 1.5배 가까이 늘려 놨다. 대부분의 층에서는 두 대의 유모차가 교행할 수 있는 통로가 넉넉하게 확보돼 있다.

 

 

 

‘체험형 매장도 대폭 늘렸다. 오랜 시간 연구 끝에백화점에 부족한 것은 경험이라는 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식품 매장에서시식을 통해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다른 제품도 체험과 경험을 통해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체험형 매장이라는 게 단순히 물건을 그 자리에서 좀 써보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예체험과 구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모델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플레이울이라는 매장에서는 매일 세 번 뜨개질 수업이 이뤄진다. 평일엔 6∼7, 주말엔 10명까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그 매장에서 실과 도구를 구입해서 함께 뜨개질을 배우는 광경이 펼쳐진다.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했던 가죽공방인토글도 유치했다. 이 매장에서도 반 정도 완성된 제품을 팔고, 이를 구입한 고객들이 그 자리에서 자신만의 가죽지갑과 명함지갑을 만들 수 있도록 강좌를 열었다. ‘이도라는 자기/그릇 점포에서는 이도 다기에 담긴 차를 파는데 직접 차를 마셔보면서 실제 구입해서 사용할 때의 느낌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도 조향과 한지공예, 꽃꽂이부터 직접 제빵을 해서 구입해가는 빵집, 자전거 튜닝 아이템을 사서 직접 해보는 매장 등을 유치했다.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매장 직원과 고객들의 친밀도가 증가해 고정고객이 급증했고, 1회 이상 방문하는 고객이 30% 이상 늘었다. 그리고 자신이 구입한 재료나 제품으로 함께 활동을 하는 고객들은 아예커뮤니티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젊은 여성들이 서로 친해져 같이 수업을 듣고 함께 지하 식품관에서 음식을 먹으러 다녔으며, 수도권 최대 규모의 문화센터에서 미술, 음악, 필라테스 등 다양한 고급 강좌도 함께 들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매장 사이사이는 충분히 넓었기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편했다. 그녀들은 주말에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끌고 다시 왔다.

 

2. 남자, 쇼핑의 걸림돌이 아니라 주체가 되다

유통업계에는백화점의 최대 적은 짜증내는 남편이라는 말이 있다. 기본적으로필요한 물품을 목적의식을 갖고 마치 사냥하듯 낚아채는남성의 쇼핑 패턴은채집터를 돌아다니는 형태의 여성의 쇼핑 행태와 완전히 다르다. 전쟁 상황 다음으로 남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게길어지는 쇼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각 층마다남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1층에는 유명 음향기기/스피커 매장이 있고, 2, 3층 하나씩 올라 갈 때마다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남성 취향의 전자기기나 패션 매장이 존재한다. 여성이 좀 더 매장을 둘러보고 싶다고 하면여기에서 나는 이걸 보고 있을 테니 천천히 다녀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된다. 5층은 다른 백화점에 없는패밀리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연령대별로 구색이 맞춰진 스포츠웨어를 중심으로 수입 남성/여성 의류 매장과 이벤트몰을 마련했다. 피규어숍에서 아들과 함께 구경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시간만큼 여성은 완전한 해방감 속에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오직 남성만을 위한 공간도 존재한다. XTM존과 바버숍이다. 남성 전문 채널 XTM과 협력해 아예 그곳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고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바버숍은미용실 가기에는 멋쩍고, 사우나 이발소는 이용하고 싶지 않은 남성들을 공략한다. 이발을 하고 면도를 해주고 목과 어깨를 풀어준다. 오픈된 공간에 아주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서비스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충분히 그 가치를 제공한다. 즉 그 안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과시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남자가 바버숍에 머무는 1시간가량 여성은 온전히 자신만의 쇼핑을 즐길 수도 있고, 강좌를 듣거나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패밀리 층 5층에서 남편과 아이가 스포츠웨어를 고르고 이런저런 장난감을 보는 동안 여성은 또 한번 해방된다. ‘쇼핑의 평화가 그렇게 찾아온다. 5층에는 백화점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최고급 카메라 라이카 매장도 있다. 수입 의류점 사이에 위치한 이 매장을 쉽게 지나치는 남성은 흔치 않다. 카메라에 관심이 없는 남성이라도 피규어 매장이든, 자전거 매장이든, 중간에 위치한 드론과 각종 전자기기 매장이든 하나 정도는 관심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물론 대형 아웃렛이나 할인마트처럼 한눈에 모든 매장이 보이고 빡빡하게 제품들이 배치돼 있지 않다. 마치 게임에서 구석구석 캐릭터를 조종해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찾아야 하듯 적절하게 숨어 있고 눈에 확 띄지도 않는다. 조용히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체험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놨다. 실제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주말에 방문하면 자신의 쇼핑이 다 끝났음을 알리며 남편에게 아이와 함께 돌아오라고 말하는 전화통화 내용을 자주 들을 수 있다.

 

7층에 위치한 키즈카페와 어린이 대상 미술관으로는 국내 최초로정부 등록을 마친 현대 어린이 책 미술관 등은 자녀의 연령대를 불문하고 백화점을 찾은 부부의 편한 쇼핑을 가능케 한다. ( 1)

 

 

 

3. “I Belong Here”와 백화점 자체에 대한 충성도

판교점 1층에는 프라다, 구찌, 에트로 등의 명품 패션브랜드와 티파니 같은 명품 주얼리 브랜드, IWC 등과 같은 명품 시계 매장까지 들어서 있다. 이미 해외 직구가 활발해지고 해외 여행객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같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쇼룸으로 변한 백화점, 그것도 다른 백화점의명품관처럼 아예 하이엔드를 표방하지 않은 판교점에서 과연 수익이 날까. 현재까지는 분위기가 괜찮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루이비통 매장의 경우 전체 현대백화점그룹의 루이비통 매장 중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최지환 현대백화점 판교점 판매기획팀 팀장은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거치면서 명품을 포함한 전체적인 매장 매출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물론 제품 자체도 인터넷이나직구를 통해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어디에서 사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디에서 구입했는지를 중요하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백화점 자체에 대한 로열티. 이 로열티는 경험, 체험을 통해 형성된다. ‘나는 이곳에 속한 사람이다(I Belong Here)’라는 개념이 핵심이다. 2040세대 여성들은 3층 체험형 매장에서 강좌를 듣고 물건을 구입하며, 다른 백화점 문화센터와 달리 각 강좌별로 별도의 강의실이나 실습실이 마련된 강의실에서 고급 인문학 강좌부터 최고의 셰프로부터 배우는 요리 강습까지 체험하고 있다.2) 또 매그놀리아, 사라베스 등 뉴욕에서 그대로 가져온 케이크와 브런치를 함께 즐긴다. 그들은 판교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판교맘(mom)’들이다. 블로그에 즐거워하는 아이 사진과 자신이 먹은 음식을 찍어 올린다. “뉴욕에서 먹었던 매그놀리아와는 맛이 좀 달랐다라는 한마디 정도 남겨주며 자신을 과시한다. 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삶을 우아하게 즐기는 여자다라는 자부심이 생기고, 함께 강좌를 듣던 이들과 커뮤니티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충성도가나는 충분히 여기에서 좀 더 비싼 가격을 주고 명품을 살 만한 사람이다라는 인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최근 모든 유통업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남성고객층에게도 적용된다. 바버숍이나 XTM 존에서 처음으로남성의 취향과 취미에 대해 인정받고 대접을 받은 남자들도 연인이나 아내와 함께 더 자주 매장을 찾게 되고, 그러한대접받고 인정받았다는 기분은나는 여기에서 대접을 받을 정도의 사람이다라는 인식, 이곳에서 좀 비싼 물건을 사도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최 팀장은남성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과 공간, 서비스 등이 실제로 남성 고객들의 구매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다 “‘I belong here’라는 느낌을 갖고 기분이 좋아진 남성은 더 과감하게 연인이나 부인의 물건은 물론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 다른 쇼핑몰이나 채널이라면 오히려 이성적으로가성비를 따져봤을 남성들이 판교점에서는기분파로 변신해 다른 소비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이나 판교점만의 BI를 따로 만들어 브랜딩하는 것 역시 앞서 말한백화점 자체에 대한 충성도 및 소속감 제고와 관련돼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는 고객들 자체가 소비에 익숙하고 문화 향유에 돈을 투자할 준비가 돼 있는 집단이라는 점도충성도 형성전략을 용이하게 한다. 판교에 사는 젊은 부부들은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일하는자리 잡은 스타트업/벤처 사업가 혹은 직원이거나 강남에 직장을 둔 고소득층인 경우가 많다. 또 멀리서 굳이 판교까지 찾아오는 이들도 직장이 광화문이거나 지방에 있는 관계로 판교나 분당에 살지 않을 뿐 1990년대강남키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으로는 강남과 연결돼 있으나 다소올드해진 강남보다는 신도시나 광화문 인근 등에 자리를 잡은, ‘소비와 문화향유를 즐기는사람들이다. ‘충성도 형성전략이 먹히는 이유다.

 

 

백화점, Department Store에서 Zone Store로 변신하다

 

1. ‘Meta-malling’ Core Zone

현대백화점그룹이백화점 혁신 실험을 굳이 판교에서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알파돔시티’ PF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알파돔시티란 판교 테크노밸리 사무지역 인근 일대에 상업지구를 개발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유통업 내에서는 서울과 서울 근교에서 잠재력을 가진 거의 마지막 지역으로 판교를 꼽고 있다. 신도시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광역 교통망이 잘 발달해 있고, 경부선 라인을 따라서강남권전반이 남하를 하는 상황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기도 하다. 다른 후보지도 없는 게 아니었다. 서초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개발하는파이시티’ PF와 광교의에콘힐’ PF에도 참여했지만 둘 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좌초했다. 유통에 있어급소같은 위치 중에서 두 군데가 지지부진해지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현대백화점그룹은 판교 프로젝트만큼은 살리고 싶었다. 판교 프로젝트도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현대백화점이 과감하게 판교점을 건설하면서 전체적인 프로젝트가 활기를 띤 상황이다. 규모 자체도 엄청나다. 122만 제곱미터( 37만 평)에 육박하는 부지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의 3.4배 규모,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2.9배 규모 쇼핑타운이 들어선다. ‘하이엔드 명품관이냐, ‘현대백화점 브랜드를 단 거대한 쇼핑몰을 만들 것이냐 고민하던 현대백화점은 앞서 언급했듯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과 비슷하지만 백화점의 특성을 지닌, 백화점이긴 하지만몰링(malling)’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판교점을 방문해보면 다른 백화점과 달리 큰 쇼핑몰에 있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는데 외관은 전형적인 백화점이고, 내부의 동선은 쇼핑몰이며, 서비스의 디테일은 백화점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함에서 끝난 게 아니라 각각의 장점을 모두 취해 조합하는 데 성공했다.

 

 

 

알파돔시티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고 다른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게 되면 이 같은 조합은 더 빛을 발할 가능성이 크다. 알파돔시티 전체를 ‘malling’하는 가운데에 가장한 플레이스인 현대백화점으로 들어서면 malling의 연장선상인 동시에 새로운 경험공간을 맞닥뜨리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대부분의 쇼핑몰은걷는 재미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각각의 독립적인 점포의 문을 열고 들어서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판교점은 백화점이기에 자연스럽게 걷고 구경하고, 체험하고, 만지고, 구입하는 쇼핑패턴이 만들어진다. 구두 등의 잡화와 패션매장의 경우 의자와 테이블을 전 점포에서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어 옆 점포에서 다른 것을 구경하러 이동하더라도 마치 하나의 점포에서 지속적으로 쇼핑을 즐기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현대백화점의 혁신은 이처럼 ‘department’로 구분돼 있던 각 점포를 하나의 ‘zone’으로 묶었다는 데에 있다. 백화점은 더 이상 ‘department store’가 아니라 ‘zone store’가 된다. 실제 기존 층별 구성과 달리 3층에 체험매장 위주의 zone을 구성하고 5층에 패밀리 zone을 만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2. ‘인위적 분수 혹은 낙수효과를 넘어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기존 백화점과 입지, 배치, 구성과 전략이 다르기에걷고 구경하는 재미를 가진 쇼핑몰의 장점과 고급 서비스를 제공받는 백화점 특유의 장점이 모두 조합된다. 이탈리아 유명 식품 브랜드 Eataly, 삼진어묵과 전국적으로 유명한 많은 식품매장과 음식점들이 지하에 있고, 뉴욕의 핫 플레이스 매그놀리아와 사라베스 등이 각 층마다 배치돼 있기에 방문객들은 매번 방문할 때마다 각각 다른 유명 점포를 찾아가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분수효과낙수효과’가 나타난다. 또한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핫 플레이스는 전부 벤치마킹했다는 말처럼 상수동과 경리단길, 삼청동과 이태원 거리에서 실제로 유명한 수공예품 숍과 각종 공방들을 유치해 방문객들이 단지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나들이하러 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공방이든, 수공예점이든, 음식점이든 대부분은 나름의 역사와 스토리를 갖고 있기에 사람들은 그것들을 찾아 자연스레 흘러 다닌다. 본래 사람이 흐르면 돈이 함께 흐르는 법이다. 쇼핑하다가 지루해지거나 다른놀거리를 찾고 싶으면 자연스레 백화점 내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렇게 백화점인 듯 쇼핑몰 같고, 쇼핑몰인 듯 백화점 같은 공간은경험과 놀이의 종합 선물세트를 제공한다. 들어온 이상 쉽게 나갈 수 없는 구조다. 다양한 SPA 패션 브랜드와 카카오와 라인의 캐릭터 매장이 들어선 것도흐름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맛집을 찾아, 유명한 공방이나 수공예숍을 찾아 이동하다 잠시 SPA 매장에서 저렴한 옷 하나를 구입하고, 캐릭터 상품 하나를 부담 없이 고를 수도 있다. 단 돈 몇 만 원에득템을 할 수 있는 제품 구색부터 최고급 하이엔드 명품까지 일반 백화점 3배 크기의 장소에 모두 배치돼 있어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가진 고객을 공략할 수 있다.

 

각 층마다 유명 식품매장과 음식점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처음 F&B를 구성할 때 회계부서 등에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F&B 비중을 높이면 낮은 객단가로 인해 손익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과감하게밥만 먹고, 식자재 쇼핑만 하고 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판교점의 동선과 배치상 정말로 그렇게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음식을 먹으러 찾은 사람이라도 한 번, 두 번 계속 오다보면, 그리고 다양한 유명 점포가 입소문을 타고 판교점 자체가브랜딩이 되면 분명 고객들이 다른 매장도 둘러보며 소비를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더 넥스트, 더 판교라는 자체 캐치프레이즈까지 내며기존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백화점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픈 100일 만에 이룬 2100억 원이 넘는 매출은 단지 F&B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매출액은 국내 백화점 오픈 초기 매출 신기록이다. 가장 최근의 기록은 다른 백화점의 1500억 원이었다.

 

발상을 바꾸며 백화점의 한계를 벗어나 혁신을 꾀하되 백화점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서비스는 버리지 않았기에 이것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3. 모두를 위한 놀이동산

미아방지 스마트밴드와 회전목마. 이 두 가지만 놓고 무엇이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아마 99%놀이동산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대표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판교점을 방문한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미아방지스마트밴드도 제공받을 수 있다. 블루투스를 통해 매장 안에서 자녀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리고 부모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패밀리존인 5층에는 말 그대로 놀이동산의 트레이드마크인 회전목마가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가족 모두를 위한놀이동산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공간임을 확인시켜준다. 우선 미아방지 스마트밴드를 제공한다는 건 그만큼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뛰어다닐 만한 요소가 많다는 걸 시사한다. 층마다 배치된 귀여운 캐릭터숍, 피규어와 드론이 있는 장난감 매장은 성별에 따라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것들이다. 더 어린 아이들을 위한 키즈카페, 전 연령대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함께 구경할 수 있는 어린이 책 미술관 등은아이들을 생각하더라도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 판교점을 인식시킨다. 앞서 언급했듯 XTM존과 바버숍, 어른이 돼도 여전히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피규어숍과 드론 등의 장난감 매장, 그리고 오직 남자 어른들만을 위한 장난감인 카메라 매장과 각종 전자기기, 자전거 등의 매장이 요소요소에 배치돼 있어 성인 남성과 아이들도 각자 자신만의 놀이동산에 오는 기분으로 판교점을 찾을 수 있다. 조용히 맛집에서 음식을 즐기고 홍차를 마시거나 고급 다기에 담긴 차를 음미할 수 있는 곳도 있기에 손자손녀, 아들딸 부부와 함께 온 노년층에게도 역시나 즐거운 공간이 된다. 온 가족이 아이맥스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각자 아이를 나눠 데리고 다니면서 성별과 취향에 따라 흩어졌다가 맛집에서 모여도 된다. 놀이동산에 마치 각 연령대와 취향에 따른 놀이기구와 시설이 존재하듯 판교점 역시 그렇게 구성돼 있다. 최지환 팀장은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쟁상대는 다른 쇼핑몰이나 백화점이기도 하지만 세그먼트로 보면 에버랜드, 롯데월드 같은 놀이동산이기도 하다전 세대, 온 가족이 마치오늘은 백화점 가자라고 합의하고 온 뒤에 각자 즐겁게 놀 수 있다. 어쩌면 다른 백화점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연인들 역시 맛집 탐방부터 영화 관람, 여성들의 경우 화장품 체험 및 관련 강좌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기에 데이트 코스의 기능도 확실히 하고 있다.

 

이처럼물건을 사는 곳에서경험하고 노는 곳으로 발상을 바꾸며 백화점의 한계를 벗어나 혁신을 꾀하되, 백화점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서비스는 버리지 않았다. 이것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성공요인 및 시사점

 

1.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 ‘새로움은 고객의 입장에서

기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이 제공하지 못하는, 하지만 고객에게 분명 존재하고 있던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먹으면서 놀고, 놀면서 체험하고, 체험하면서 쇼핑하고, 쇼핑하면서 배움의 보람도 느끼고 싶은 포괄적인 욕구다. 새로운 개념이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타 백화점뿐 아니라 기존의 현대백화점과도 이질적인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 현대백화점은 고객들의 마음속에 포괄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신세계 강남점, 현대 본점, 압구정 갤러리아 및 청담동 SSG 등 보다 더욱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에 해당하는 면적에 엄청난 규모의 식품관을 만들고 모든 층에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며, 복합적인 편집숍을 곳곳에 배치했다. 더 나아가 어린이 책 미술관을 운영하고, IT 라운지 및 XTM 라운지와 같이즐겁게 놀고 체험하는 공간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고객들은 이미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여러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자극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베버의 법칙(Weber’s law)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존 경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자극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강남에서의 식품관 프리미엄화도 경험해 봤고, 2롯데월드와 같은 대규모 매장도 경험해 봤고, 하이마트 월드타워점 또는 일렉트로마트 등에서 제공하는 체험마케팅도 모두 해본 게 요즘 소비자들이다. 즉 유통업체들의 참신한 시도들로 인해 이미 고객들은 새로움에 대한 잣대가 매우 높아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아래 베버의 법칙을 설명하는 식에서의 R1이 이미 커져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웬만큼 강한 R2에 노출되지 않는 한 고객들은 이를 새로움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고객이 원하는 새로움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새로움을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의 강도를 규정하는 것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포지셔닝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현대백화점은 지금까지 충족되지 않았던 고객의 니즈를 포착해 어떠한 새로움을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했고, 경험 콘텐츠들을 양적으로 많이 제공했다. 질적인 부분에서도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움의 강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현대백화점에 향후 과제 또한 낳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시도로 인해 고객의 R1은 또 한 단계 높아졌다는 것이다. R1 1이었을 때에는 R2 2이면 K=1만큼의 자극을 받았다고 고객은 인지했지만 R1 2가 되면 R2 4가 돼야 똑같은 자극(K=1)을 받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고민은 향후 전략 방향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2.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쟁자는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더 강력한 경쟁자는?

협의의 경쟁자 개념으로는 AK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이 존재할 것이다. 경쟁의 범위는 그러나 더 커질 수가 있다. 같은 범주의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업체가 있다면 그것이 설령 백화점이 아니더라도, 또는 유통업체가 아니더라도 경쟁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간단한 예로 코카콜라의 경쟁자는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자. 시원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고객이라면 펩시콜라 또는 칠성사이다만이 대안은 아닐 것이다. 코카콜라 입장에서는 시원한 기분을 제공할 수 있는 이온음료, 과즙음료, 더 나아가 맥주 시장도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제품 단위에서 더 나아가 카페, 아이스크림 체인점, 호프집들과 같은 유통업체도 경쟁자가 될 수 있고, 시원한 기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이라면 PC, 야구장 등도 광의의 개념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것

이다.

 

그렇다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쟁자는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까. 기존의 백화점들, 체험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하이마트와 이마트, 더 나아가 식사와 놀이쇼핑문화를 곁들이고 있는 경리단길과 가로수길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지리적인 인접성과 공통된 타깃 마켓 공유 차원에서 에버랜드가 광의의 경쟁자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흐린 주말이 되면 에버랜드의 매출이 줄고 판교점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에버랜드가 판교점의 강력한 경쟁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경쟁자를 규정하는 일은 현대백화점 판교점만의 차별적 포지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일이다. 다른 경쟁자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구현할 때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림 3>은 앞으로 완성될 알파돔시티와 현대백화점의 위상을 2차원 포지셔닝맵에 형상화한 것이다. 다른 업체에서는 모방 불가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만의 색채로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다른 몰들과 앞으로 진입하게 될 경쟁자들과의 협업의 길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수원시, 성남시, 용인시에 대부분 거주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13만 정기권자들이 판교점에 방문했을 때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에버랜드와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3. 남성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인 심리 작전

남성들에게 쇼핑은 피하고만 싶은 대상이었다. 판교점은 2040세대 여성뿐 아니라 남성 또한 타깃 시장에 포함시키고 남성들이 ‘I belong here’라는 느낌을 갖게 해 매출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마케팅전략을 펴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전략에는 심리 이론이 숨어 있는데 그것은 하이더(Heider)의 균형이론(Balance theory)이다. 균형이론은 소비자의 태도 변화에 관한 이론인데, 소비자는 인지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태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흔히 광고에서 많이 사용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초기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캔 커피 브랜드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인기 많은 광고모델이 그 캔 커피를 광고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어느덧 그 캔 커피를 좋아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 균형이론은 소비자-브랜드-설득대상물, 세 가지의 관계로 설명된다. 3가지 간의 각각의 관계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상태를 형성하는데 이 3가지의 관계 부호를 모두 곱했을 때 (+)가 되면 인지적 균형을 이루게 되고 (-)가 되면 인지적 불균형 상태를 이루게 된다. 소비자가 인지적 불균형 상태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균형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해 소비자의 태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림 4>는 판교점이 백화점을 싫어하는 남성들의 태도를 전환시키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림 4>기존 백화점부분을 먼저 살펴보면 백화점은 원래 쇼핑을 위한 곳이므로 백화점-쇼핑 관계는 (+)이고, 남성들은 쇼핑을 싫어하므로 남성-쇼핑 관계는 (-)이다. 따라서 인지적 균형상태를 이루기 위해, 즉 세 가지 부호의 곱이 (+)가 되기 위해 남성-백화점 관계는 (-)가 된다. 그래서 남성들은 지금까지 백화점 가기를 싫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판교점의 시도에서와 같이 판교점은 남성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일단 남성-놀이 관계를 (+)로 형성시킨다. 이렇게 되면 3가지 부호의 곱이 (-)가 돼 인지적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여기에서 인지적 균형 상태를 이룰 수 있는 방법, 즉 세 부호의 곱이 (+)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 존재하는데 남성-놀이 관계를 (-)로 전환하든가, 또는 남성-백화점 관계를 (+)로 전환하는 것이다. 판교점이 제공하는 놀이공간이 남성들에게 충분히 어필했다면 남성들은 남성-놀이 관계를 (+)로 유지한 상태에서 남성-백화점 관계를 (-)에서 (+)로 바꾸어판교점의 성과에서처럼 인지적 균형 상태를 이루게 된다. 이로써 남성들도 백화점가기를 즐기게 되고, 여자친구 또는 아내와 함께 백화점 쇼핑을 동행해 줄 수 있는 남성이 되는 것이다. 판교점은 더 많은 2040 여성고객들을 흡수하기 위해 제2타깃 마켓으로 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남성층을 지목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고도의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이 마케팅전략은 남성들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되고 있어 향후 타 유통업체에서의 벤치마킹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4. 고객의 만족도 = 고객의 충성도 ?

백화점이 아닌 다른 채널을 이용한다면 동일 제품을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프레스티지 상품을 지속 구매할 여력이 있는 고객들은 백화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해외에서, 면세점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그 물건을 구매하는 일회성 행위로 그치지만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경우에는 백화점이 제공하는 혜택들을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백화점은 다양한 혜택 제공을 통해 고객들의 충성도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연구에서 고객의 만족도가 충성도의 선행변수임이 밝혀졌다. , 고객을 만족시켜야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충성도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만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존스와 사커(Jones & Soccer, 1991)의 연구다. 이들에 따르면 만족도와 충성도 간의 관계성은 선형관계가 아닌 비선형관계를 형성하는데 이를 조절하는 것이 경쟁의 강도다. (그림 5)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의 지역통신사(우리나라의 경우 도시가스를 생각해보자)는 경쟁이 거의 없는 독점 산업군에서는 소비자에서 선택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매우 저조한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충성도가 확보될 수 있다. 그리고 항공사와 병원과 같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 산업군에서는 만족도가 조금만 확보돼도 높은 충성도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한 PC 업계 및 자동차 업계의 경우에는 상당히 높은 만족도 수준을 달성해야지만 높은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이 판교점에 대해 느끼고 있는 만족감으로 최대의 충성도를 제고하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무조건 만족감을 최대화시키는 방법이 한 가지이고, 경쟁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 두 번째다. 고객의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끊임없이 달성해야 할 과제지만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고객의 마음속에서 판교점의 경쟁자 수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필요한 노력이다. 자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성과를 발휘해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서 완벽한 고객만족도 달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마음속에서 판교점의 경쟁자를 제거시키기 위해서는 같은 범주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판단되는 경쟁자와 차별화해야 한다. , AK/롯데/신세계 백화점, 코엑스몰, 경리단길, 가로수길, 에버랜드 등의 경쟁자들이 충족시키고 있는 욕구의 범주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다. 판교점만이 지니고 있을모방 불가능한 가치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향후 전략에 대한 고민

 

대체적으로 조기 수용자층(Early Adopters)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고, 부유하며, 경제적 여유도 있고, 열정적이라는 특정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판교점의 타깃마켓에 해당하는 강남권, 분당권, 판교권에 거주하는 2040세대는 이에 속할 가능성이 크리라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림 6)

 

 

 

판교점과 같이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의 등장은 조기수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입김이 조기 다수자층(Early Majority)을 끌어들여 지난 4개월간 매출목표치를 초과하는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조기 수용자층은 빨리 싫증내고 새로운 것에 쉽게 눈을 돌리기 때문에 그들이 구전시킬 새로운 스토리를 끊임없이 제공하지 않으면 지금의 센세이션이참신한 시도에 그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앞서 베버의 법칙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객들은 점차적으로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 백화점은 끊임없는 고민 속에 다양한 자극물들을 제공하지만 동화-대조 이론(Assimilation-Contrast Theory)에 의하면 고객들은 모든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자극의 강도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야 비로소 고객은 기존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향후 조기 수용자층을 더욱 자극시키며 현재의 수요를 조기 다수자와 후기 다수자로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이 ‘새롭다고 인지할 수 있는자극물의 지속적 제공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리라 예상해 본다. 현대백화점그룹 임직원들이 공유했다던 명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백화점이 고객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이 명제를 앞세워백화점이 고객변화 현상의 원인을 해석하고 이 원인에 대해 대응을 해야지 고객을 변화시키려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명제가 참이라면 대우명제 또한 참이라는 사실을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던 오래전 기억 속에서 상기시켜 보자. ‘p → q이면 ∼q → ∼p’라는 사실을 독자들도 기억할 것이다. “백화점이 고객을 변화시킬 수 없다라는 명제에 대한 대우명제는고객을 변화시킨다면 백화점이 아니다. 정말 그럴까.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대우명제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음을, 즉 임직원들이 원칙으로 삼고 있는 명제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며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제언한다. 이제는 고객을 변화시킬 수조차있는 현대백화점이 되길 기대한다.

 

고객의 욕구는 수면위로 드러난 혜택욕구 및 비용욕구도 있지만 고객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적 혜택욕구 및 잠재적 비용욕구가 존재한다. 그들의 잠재적 욕구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10년 전 그 누가 스마트폰으로 e메일을 보내고, 채팅을 하고 ,영화를 보고,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는가. 스마트폰은 고객이 이러한 욕구가 있다고 주장해 만들어진 산물이 아니다. 스마트폰 개발자가 고객의 잠재적 혜택욕구를 자극했고 그것이 혜택욕구로 현재 표면화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이미 고객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들의 놀이문화를 바꾸고, 쇼핑의 프로세스를 바꾸어 놓았다. 이는 곧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고객들을 더 많이 변화시킴으로써 쇼핑문화의 새로운 획을 긋고 고객경험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의 성공 사례로 오래도록 회자되길 바란다.

 

참고자료

오세조, 박충환, 김동훈, 김영찬 (2010), 고객중심과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원론, 박영사. Jones, Thomas O., and W. E. Sasser (1995), “Why satisfied customers defect”, HBR November-December 1995 Issue.

 

고승연기자 seanko@donga.com

이승연연세대 경영대 교수 yonylee@yonsei.ac.kr

 

이승연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광고와 프로모션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으며 VIP 마케팅, 한식세계화 마케팅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