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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in Practice

작은 뜨개질이 만들어 낸 ‘기적의 스무디’

신현암 |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영국의 스무디 음료 업체 이노센트는 해마다 겨울이면빅 니트(The Big Knit)’라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추운 날씨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혹은 이런 노인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스무디 병에 씌울 정도로 작은 털모자를 만들어 이노센트에 보내면 털모자를 쓴 스무디 제품(병당 2파운드)이 한 병씩 팔릴 때마다 회사가 일정 액(병당 25펜스)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노인들을 도와주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겨울철에 영국 슈퍼마켓에 가면 털모자를 쓴 이노센트 스무디의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은지 보는 순간 꼭 하나 사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난다. 더욱이 노인들에 대한 기부까지 할 수 있다는데 지갑을 닫을 리 만무하다. 음료가 가장 안 팔리는 계절인 겨울에 이런 캠페인을 실시함으로써 이노센트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매출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편집자주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부합하는 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CSR을 기업 전략과 융합했을까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CSR 활동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세 명의 친한 친구가 있었다. 영국 대학에서 처음 만나 언젠가는 사업을 함께하리라는 꿈을 나눴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각자의 길을 갔다. 현실의 삶은 고달팠다. 늘 일에 치여 살았고 여행을 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세 친구들은 오랜만의 휴일을 맞아 대학 때처럼 함께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 그리고 사업을 하자고 계속 말만 하기보다 일단 저질러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비즈니스 아이템은 순수한 과일로 만든 음료인 스무디로 정했다. 1998년 여름, 세 친구는 시행착오 끝에 그들만의 첫 스무디를 개발했다. 이들은 런던의 작은 음악축제가 열리는 곳에 500파운드어치의 과일을 싸들고 가 가판대를 세우고 스무디를 팔기 시작했다. 특이한 건 홍보 전략이다. 가판대 위에저희가 다니던 직장을 내팽개치고 스무디 장사를 해도 될 것 같습니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쪽 쓰레기통엔 ‘Yes’, 또 한쪽 쓰레기통엔 ‘No’라고 큼지막이 써놓고는 스무디를 사 먹은 고객들이 음료를 다 마신 후 빈 병을 원하는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했다. 축제 마지막 날 ‘Yes’라고 써진 쓰레기통이 꽉 찼다.

 

세 친구들은 그 즉시 사표를 냈다. 제품명에 대해 고민했다. ‘순수한’ ‘결백한을 의미하는이노센트(innocent)’라는 단어를 회사와 제품 이름으로 쓰기로 했다. 천연 과일 스무디를 개발하면서 사람들이 건강히 오래살 수 있도록 내추럴하고,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영국의 스무디 브랜드 이노센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런 곳에서 만든 스무디라면 한번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촌스럽게, 노골적으로 제품을 알리는 대신 세련된스토리텔링기법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덕택이다.

 

 

스토리텔링의 힘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강력한지 유튜브를 통해 살펴보자. 유튜브 검색창에 ‘the power of words’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영국의 온라인 광고 컨설팅 업체인 퍼플페더(Purple Feather)가 제작한 유명한 동영상이 나온다. 앞을 못 보는 걸인이 동냥을 하고 있다. 피켓에는나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I’m blind. Please help.)’라고 쓰여 있지만 다들 못 본 척 지나간다.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여성이 맹인의 피켓 문구를 바꾼다. 갑자기 너도나도 걸인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바뀐 문구는? “아름다운 날이죠. 그러나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네요.(It’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것처럼 단어 몇 개가 시각장애 걸인의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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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암

    신현암gowmi123@gmail.com

    팩토리8 연구소 대표

    신현암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경영학)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 등을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실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설렘을 팝니다』 『잉잉? 윈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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