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진우 국제HCI 학회장(연세대 교수)
Article at a Glance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모든 전자기기에서 ‘터치’가 활성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 단순히 사용자경험이 아니라 소비자/고객 경험(CX·Consumer Experience)을 넘어 전략으로써의 ‘경험 디자인’을 고민할 때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경험 자체가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마케팅 툴이다. 경험은 그 자체로 복잡한 수치와 화려한 광고 문구를 넘어서는 힘이 있다. 2)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경험 디자인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고 혁신 제공의 툴이 된다. ‘제품 중심’의 사고로는 ‘기능 개선’이 나오지만 ‘경험 중심’의 사고에서는 전혀 다른 혁신이 나오기 때문이다. 3) 경험 디자인의 총체적 구성과 전략을 구축하면, 마치 애플을 따라잡기 어렵듯이 후발주자나 추격자들이 모방하기가 어려워진다. 수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게 경험 디자인 전략이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김진우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동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다 미국 UCLA에서 MBA를 마친 뒤 컨설팅사 KPMG에서 시스템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다시 미국 카네기멜론대에 진학, HCI로 박사 논문을 썼다. 실무와 컨설팅, 학계 전반에 걸친 경험으로 인해 국내 유수 전자회사와 인터넷 포털과 방송사 등에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한국 HCI학회장을 맡았고 현재 국제HCI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 경영연구소 소장 겸 HCI Lab 주임 교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더 이상 ‘품질이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완전 대박이더라’라는 말로 시작해 자신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면서 겪은 경험을 하나의 스토리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SNS에 퍼 나른다. 가격이 비싸든 싸든 ‘좋은 품질과 높은 사양’은 기본이 된 시대다 보니 ‘총체적인 경험’ 위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예쁘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데 그쳤던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나 소셜커머스 업체 역시 전체적인 경험의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단순히 빠른 게 핵심이 아니라 ‘쿠팡맨’과의 소통 경험이 주는 차별화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LG전자의 히트 제품인 트롬 트윈워시는 옷을 그 종류와 특성별로 나눠 세탁을 할 수 있는 전혀 다른 경험의 제공을 통해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다.1
2000년대 말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난 이후 주로 ‘햅틱 기술’ ‘터치 기술’을 중심으로 한 UI/UX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200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Understanding Customer Experience’라는 논문 이후 ‘소비자 경험’, 즉 CX(Customer Experience)에 관한 논의도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이제 ‘경험’은 단순히 사용자(user)나 소비자, 혹은 고객(customer) 뒤에만 붙는 단어가 아닌, 그 어떤 곳에도 습관처럼 붙여 쓰는 단어가 됐고 그만큼 개념적 혼란도 커지고 있다. UX, CX, SX(Service Experience) 등으로 무한히 확장되고 있는 ‘경험’에 대해 경영전략 차원의 ‘총체적 경험 디자인’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와 UX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진우 연세대 교수다. 그는 최근 이러한 ‘경영 철학적 아이디어’를 녹여낸 책 <경험 디자인>을 내놓기도 했다. DBR이 김 교수를 만나 ‘경험’이란 무엇이고 ‘경험 디자인’ 전략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1. UX, CX, 그리고 경험 디자인 전략
UX 시대를 넘어 CX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
UX 얘기부터 시작하긴 해야 할 것 같다. 불과 4∼5년 전 만해도 모두가 UI(User Interface)를 얘기했고 그 다음에 좀 더 확장해서 UX의 중요성을 말했다. 굳이 기업에서 부서로 나눠 얘기하자면 R&D부서나 기술 부서에 한정된 얘기였다. 물론 전체적인 경험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톱 매니지먼트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햅틱’이라는 말이 한동안 참 많이 쓰이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그 단어를 잘 안 쓴다. 그러다가 CX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R&D팀과 기술 부서에 마케팅 부서의 역할이 더해졌다. 그럼 이 차이부터 생각해보자. 전통적인 UX라는 건 실제로 모든 구매행위가 끝난 뒤에 실제 사용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당연히 ‘기계’ 혹은 ‘기기’ 등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물리적 실체를 중심으로 많은 얘기를 하게 돼 있다. 여기에서 CX로 개념을 확장하면 구매 이전 단계와 구매 과정 단계, 즉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고객 혹은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경험하는 모든 단계를 포괄하게 된다. 확실히 개념이 커지는 거다. 이때에는 마케팅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지면서 R&D팀이나 기술 부서와의 소통과 상호작용도 필수적이 된다. 그러다가 이게 전체적인 운영으로 확장되고, 또 서비스 산업에까지 퍼지면서 SX라는 단어로 파생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씩 단어마다 Experience를 상징하는 X를 붙여 가면 사실 한도 끝도 없다. UX에서 CX 시대로 넘어갔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중요한 얘기고 맞는 말이지만 거기에서 멈추면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게 아니다. 한 명의 예비 소비자가 구매 여행을 시작해서 ‘즐거운 구매 경험’을 하고 구매 이후에 사용자로서 편리하고 자신의 생활이 향상되는 경험을 한 후에 다양한 서비스 경험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는 과정, 이러한 ‘총체적 경험 전반’을 구성하는 ‘경험 디자인’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또 이렇게 ‘전략’ 차원으로 단계를 높여 생각하지 않으면 B2B기업이나 최종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은 예전의 사고에 머물면서 그저 자신들만 아는 미묘한 기술 개선에 열광하고 전체적으로 최종 소비자나 사용자들의 ‘경험’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UX나 CX 등의 단어로 한정지으면 안 된다는 거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