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무인자동차의 최종 목표는 완벽한 공유경제의 실현입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미국 경영학자는 ‘구글X’로 불리는 구글 미래 프로젝트의 임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무인자동차 개발이 단순히 운전자의 일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들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궁극적인 비전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는 운전자의 업무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인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 확연히 다른 접근입니다. 사람들이 차량을 보유할 필요 없이 원하는 목적지에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글 비전의 규모만큼은 입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만약 이 비전이 현실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자동차 제조와 부품 장비 판매 서비스 업종은 물론이고 물류 및 운송, 유통, 에너지, 보험 및 금융 서비스, 건설, 정보기술, 미디어 등 수많은 산업에 메가톤급 파괴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또 우버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 회사는 매우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버는 카네기멜론대 연구팀과 함께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는 등 구글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군요.
구글의 야심은 대단히 혁신적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명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자동차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자원 낭비 등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 법률적, 감성적, 심리적 측면에서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이런 강력한 ‘정당성(legitimacy)’을 감안한다면 구글의 행보를 소홀히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같이 플랫폼을 장악한 회사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상상력, 사명의식을 무기로 기존 산업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화와 정보기술의 발전, 지식경제의 확산 등으로 국가나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글 같은 파괴적 기업의 등장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한층 더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무경계 사고입니다. 지금 한국의 많은 조직들은 업무 영역별로 경계를 철저히 획정해놓았고, 대학은 학과별로 높은 칸막이를 만들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업종별로 이익단체가 구성돼 있으며 병원에서는 진료 과목별로, 정부는 업무 영역별로 철저한 세분화가 이뤄져 있습니다. 파괴적인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현대의 경영 환경에서 이런 경계 중심의 사고에 익숙해 있다 보면 구글처럼 무경계 사고를 바탕으로 밀고 들어오는 강력한 혁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경계 사고를 위한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객에 대해 탐구하고,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DBR은 전문가들과 함께 무경계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우리의 산업에 가장 큰 경쟁자는 동종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나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사고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무경계 시대에 대처하는 새로운 지혜의 원천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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