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in Practice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대의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의 원조다. 자유의 여신상 복원 공사를 추진하며 캠페인 기간 중 카드 소지자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 가입할 때마다 1달러를 적립하는 아이디어로 미국인들을 열광시켰다. 소비자는 자기의 힘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보수된다는 당당함을, 기업은 자사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떳떳함을 얻었다. 이러한 대의 마케팅을 추구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마케팅과 대의명분 간 적절한 균형이다.
편집자주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부합하는 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CSR을 기업 전략과 융합했을까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CSR 활동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빅이슈(Big Issue)>라는 잡지가 있다. 노숙인이 판매하는 5000원짜리 잡지로, 영국에서 시작해 현재 서울을 비롯한 10개국 14개 도시에서 판매되고 있다. 빅이슈 이전에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선 사업은 대개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노숙인의 삶을 바꿀 수 없었다. 필요한 것은 ‘열심히, 제대로, 정상인처럼 살겠다’는 의지였다. 단순한 도움만으로는 이러한 혁신을 이끌어 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빅이슈>는 달랐다. 사회공헌 모델 자체가 노숙인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우선 노숙인이 ‘빅판(빅이슈 판매원)’으로 등록을 한다. 빅판은 판매원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정신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을 마치면 10부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모두 팔면 5만 원이다. 이제 자본금이 생겼다. 이 돈으로 빅이슈를 권당 2500원에 추가 구매한다. 한 권 팔 때마다 2500원이 남는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노숙인은 더 이상 술에 쩔거나 세상의 무관심에 버림받은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살아가고자 하는 재활 의지를 정립한 사람이다. 자신이 노숙인임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알릴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이 재활할 수 있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다. 그래서 뜻 있는 사람들은 기꺼이 <빅이슈>를 산다.
대의 마케팅의 원조, 아멕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지하철을 타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고, 점심을 사먹는다. 주말에는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도 하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는 나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 그런데 <빅이슈>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구매한 것인가. 노숙인을 돕는다는 선한 마음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따뜻하다는 믿음의 실천이다. 그러면서 평소의 소비와는 다른 한 차원 높은 뿌듯함을 경험한다. 이 뿌듯함을 대의명분(cause)이라고 한다. 불우한 이웃을 돕거나, 환경보호를 실천할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다. 기업 입장에선 이 뿌듯함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기업이 생명력을 지속하려면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 고객이 구매할 때, 마치 <빅이슈>를 구매하고 환경보호 활동을 할 때처럼 뿌듯함을 느끼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논의가 30여 년 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에서 시작됐다.
아멕스는 어떤 회사인가. 출발은 화물운송업이었다. 웰스파고은행을 세운 웰스, 파고와 또 한 명이 1850년에 설립했다. 초기에는 뉴욕시와 버팔로, 중서부 도시 간 현금과 환어음을 보내는 일을 주로 했다. 이후 금융업 및 여행업으로 확장했다. 신용카드 사업에는 1958년에 아멕스 카드를 발매하면서 뛰어들었다. 1983년 아멕스 카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신용카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싶었다. 파리의 에펠탑,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처럼 뭔가 미국의 상징물과 연계된 마케팅을 기획하고자 했다. 눈에 띄는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1884년에 들어왔으니 거의 100년이 다 돼간다. ‘100년 만에 자유의 여신상 복원공사를 한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아멕스는 자유의 여신상 복원에 필요한 금액을 다 지원하는 안부터 검토했다. 그러다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소비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캠페인 기간 중 카드 소지자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 가입할 때마다 1달러를 적립하는 아이디어였다. 지금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최초의 발상은 대단한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말이다. 뉴욕인뿐 아니라 미국인이 환호했다.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이 아닌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캠페인 기간 중 170만 달러가 모였고 카드 사용액이 27% 증가했다. ‘소비자(consumer)→대의(cause)→기업(company)’ 모두 기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소비자는 자기의 힘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보수된다는 당당함을, 기업은 자사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떳떳함을 얻었다. 세계 최초의 대의마케팅 사례로 자리 잡았음은 물론이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는 기아 퇴치 이벤트를 진행했다. SOS(Share Our Strength)라는 비영리 단체와 함께했다. ‘Taste of Nation’이라는 이름하에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3센트씩 기아퇴치 기금으로 적립했다. 10년 전 자유의 여신상 프로젝트 때 1센트씩 적립한 것에 비하면 3배를 적립한 셈이다. 카드 회원들도 자신의 결제 횟수만큼 불쌍한 아이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하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56년간 2000만 달러가 적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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