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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분석

MS의 윈도, 삼성의 모바일OS…열린 옵션과 민첩한 선택의 위력 보여줬다

박찬욱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개발에 전력투구하기에 앞서 애플이나 IBM과의 협력을 유지하며 다른 유형의 OS가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에 대비했다. 그러다 윈도 OS가 시장점유율을 높여가자 타사와의 협력을 끊고 윈도에 집중했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는 현존하는 4가지 유형의 기술 중 어느 것이 시장 우위를 점할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도요타와 현대차가 4가지 유형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은 시장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리얼옵션적 행동 방식이다. 이런 기업들을 통해 우리는 복수의 옵션을 유지하되 상황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옵션을 조정하며민첩성유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세계 시장을 다 합쳐도 컴퓨터를 5대 이상 팔기는 어려울 것이다.” IBM의 창립자 토마스 왓슨 시니어가 1948년에 던진 이 말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과감한 베팅과 선투자, 강한 기업문화 등을 만들며 IBM 100년 역사의 주춧돌을 놓았지만 정작 컴퓨터 업계의 미래를 내다보지는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도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고 하나의 정답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는 엄청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래를 내다보기는 더 어려워졌고, 정답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미래 기대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때 리얼옵션과 시나리오 플래닝은 좋은 대안이다. 두 개념은 불확실성을 부인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불확실성을 의사결정의 한 요소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미래를 대하는 자세에서 갈리는데 리얼옵션은 불확실성을 회피의 대상이 아닌 전략적 기회로 본다. 반면 시나리오 플래닝은 예상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 글에서는 미래 변화에 대한 대응 성향과 변화의 동인을 기준으로 <그림 1>과 같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눠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할 것이다. 우선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4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유형을 구분하는 첫 번째 기준은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성향이 선제적이고 동시다발적인가, 아니면 단계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응하는가 여부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예상되는 각 상황과 대응책을 모색한다. 반대로 리얼옵션은 미래 상황이 도래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을 미래 수익의 포기 행위로 보고 일정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두 번째 기준은 미래 변화를 야기하는 동인의 출발점이다. 이 기준을 통해서는 거시경제변동과 고객 니즈, 경쟁자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시장생태계 요인과 산업구조를 단번에 바꾸는 기술혁신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나눈 4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겠다.

 

시장지배형 사례: MS와 삼성

시장지배형은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하되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유형이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복수의 전략옵션을 동시다발적으로 실행하면서 시장의 니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보다는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재결합해 자신만의 고유한 시장 영역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PC OS(Operation System)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1990년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방식의 OS가 주류로 자리 매김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는 OS시장의 트렌드가 확실해질 때까지 하나의 사업에 집중해 대규모로 투자하는 모험을 피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 1986년 애플의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의 매킨토시가 등장하고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 경쟁구도가 달라졌다. 매킨토시용 GUI를 보고 자극을 받은 빌 게이츠는 스티브 잡스로부터 GUI 기술의 일부를 라이선스 받아 매킨토시의 모조품이라고 할 수 있는 윈도 1.0을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애플로부터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윈도 2.0을 출시하는 시점에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에 의해 물러나고 애플과의 지적재산권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개발에는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애플이 주춤하고 다른 업체들이 OS시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상황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시장을 잠식해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개발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다. 윈도 2.0을 출시할 무렵,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에 OS/2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S/2를 통해 기존 MS-DOS의 수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IBM과 동맹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IBM OS 개발 주도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간다. 이런 중에 그래픽 기반 OS인 윈도 3.0이 출시되는데 이는 이전 버전과 달리 크게 히트를 쳤다. 출시 후 3년간 2500만 카피가 팔려나가자 마이크로소프트는 IBM과 공동 개발 중이던 GUI 기반 OS/2 NT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IBM과의 제휴도 끝냈다. 이후 DEC의 데이브 커틀러를 영입해 1993년부터 VMS 기반의 윈도 NT 3.1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개발한 윈도 95 발표 자리에서 빌 게이츠는 “DOS is dead”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DOS 시대가 막바지에 도달했음을 직감했지만 확신을 갖지 못했다. DOS를 중단하고 새로운 OS 개발에만 매달리기에는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IBM OS/2와 제휴를 맺기도 하고, 애플의 GUI를 창조적으로 모방해 윈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도 하는 등 복수의 대안을 동시에 실행하며 시장의 반응과 흐름을 살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컴덱스 전시회에 DOS와 윈도, OS/2, 유닉스 코너를 모두 열었다는 점이 이런 전략을 확인하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BM OS/2 등 특정 대안에 집착해 한쪽에만 투자를 집중했다면 오늘날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을까?

 

 

 

삼성전자의 모바일 OS AP(Application Processor) 개발도 리얼옵션 관점에서 흥미로운 사례다. 삼성의 세계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점유율은 35% 내외로 아이폰의 13%를 압도한다. 삼성은 갤럭시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와 iOS를 가진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최적화된 성능을 갖는다는 비판에 대응해 자체 OS를 장착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어 했다. 이에 삼성이 개발한 자체 모바일 OS타이젠이다. 이전의 OS ‘바다실패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OS. 만약 현재 상황에 안드로이드 대신 타이젠을 갤럭시에 전면 장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대목에서 삼성의 리얼옵션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출시가 지연된 타이젠 장착 갤럭시는 올해 1월 인도에서 10만 원 미만의 저가 타이젠폰 Z1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이 모든 갤럭시 제품에 전면 장착하는 전략을 쓰기보다는 일부 저가폰에 먼저 탑재해 시장 반응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일부를 선보이며 전체로의 확장 가능성을 엿보는 일종의 리얼옵션 전략이다. 삼성의 미래 모바일 시장 지배력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압도할 OS가 등장할 때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착된 모바일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생각해보면 삼성의 OS 개발 리얼옵션은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고,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 선도형 사례: 도요타와 현대차

이 유형은 선제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미래 변화에 대응하되 산업 구조를 단번에 뒤집는 기술혁신을 동반한다. 기본적으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전제로 하는데 이것은 현재의 기술을 더 잘 활용하는 수준으로는 비즈니스를 확대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친환경 자동차 개발 사례를 보자. 현재 하이브리드차(HEV), 순수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4가지 타입의 기술이 경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고할 만한 기술적 진보는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HEV 비중이 91%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EV 시장은 미국의 테슬라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 2012 3%에서 1년 만에 6%대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어떤 유형의 친환경차 시장에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이 일어나 시장을 선도할지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다. 친환경차 사업에서 리얼옵션이 필요한 이유다.

 

프리우스의 성공으로 HEV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는 도요타는 친환경차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선두주자다. 올해 중 21개의 HEV 신모델을 출시한다. 그렇다고 다른 유형의 차종 개발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작년 말 세단형 FCEV 미라이를 출시했고 프리우스 PHEV 트림도 다양화한다. EV는 테슬라와 공동 개발하는 동시에 독자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것이 4가지 기술 유형의 변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도요타의 리얼옵션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4% 점유율로 업계 4위 수준이지만 FCEV 분야에서는 일본을 앞서는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2020년 연비향상 로드맵을 통해 4∼5조 원을 투자해 새 하이브리드 14종과 FCEV 1, 전기차 1종을 추가로 선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4월에 출시한 쏘나타 PHEV에서도 볼 수 있듯 현대·기아차의 옵션 역시 복수 진행형이다. 다양한 분야에 모두 발을 담그고 시장 변화와 기술 혁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HEV 차종 개발이 많다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전략 옵션이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

 

 

 

 

유연 탐색형: BP와 포스코

이 유형은 불확실성에 대해 단계적으로 반응하되 거시경제와 수급 상황 등 시장생태계 변화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한다.

 

먼저 BP의 유전개발 사례를 보자. BP는 일단 원유 탐사용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초기 지질 탐사를 한다. 결과가 긍정적이면 시험 시추에 이어 평가용 시추를 진행한다. 모든 결과가 긍정적이면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본격 시추에 들어간다. 원유 매장량과 채굴 조건 등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경쟁사들의 시추 활동을 부추기기도 하고, 자신은 원유가격이 높아지는 시점을 선택해 본격 시추에 들어간다. 미리 시험 시추 및 평가용 시추를 통해 지질 조건이나 기상 환경 등을 파악한 상태이므로 적은 수의 시추공과 효율적인 플랫폼으로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다.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 사업 특허권 연장, 독점적 기술 진입장벽 구축, 판매망 또는 협력업체와의 독점적 계약도 병행한다.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높이고, 미래 지출의 현재가치를 최소화하는 것이 BP의 리얼옵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이 유형의 시나리오 플래닝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로열더치셸의 사례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1973 106일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상황에 OPEC은 원유 감산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유가는 1년 만에 4배나 폭등했고 결국 1차 오일쇼크로 이어졌으며 OPEC의 석유가격 결정권은 더 강해졌다. 중동 정세 불안정 상황을 가정해 시나리오를 만든 셸은 8개월 만에 생산설비 풀 가동 체제에서 정제 효율체제로 전환해 업계 5위에서 2위로 급부상했다.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방법을 모색해 미리 준비한 덕분이다. 반면 경쟁 정유사들은 오일쇼크에 적응하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공군의 군사전략 수립과정에서 탄생한 시나리오 플래닝의 핵심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미래 변수가 핵심적인 의사결정 요소이며 그 요소에 미치는 영향 요인들의 변화 시나리오를 복수로 설정해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셸의 경우 1차 오일쇼크 발생 가능성 자체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유공급 차질 상황을 핵심적 의사결정 요소로 판단하고 중동의 정세 변동을 주요 영향 요인으로 설정해 그에 따른 복수의 시나리오를 작성, 각각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자칫 기존 기술 우위에 고무돼

한 우물파기에 집착하다보면

변화 환경으로부터 고립되는

갈라파고스형 실패를 겪을 수 있다.

 

 

2050년까지 에너지 시장의 미래 변화에 대비한 최근 셸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Scramble Blueprint라는 2개의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Scramble 시나리오는 현재의 석유, 석탄, 셰일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다가 생산량 한계와 기후변화 쇼크 상황에 직면하고 각국 정부가 에너지 효율화, 가격인상, 소비억제 정책을 강력히 시행하는 단계로 전개된다는 전제다. Blueprint 시나리오는 경제 발전이 더 이상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국면을 전제로 한다. 국제사회의 환경규제 협력이 강화되고 전기차의 대중화 등이 얽히면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셸은 이 두 가지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을 판단하기 위해 거시경제지표, 지역별 및 에너지원별 생산, 에너지 산업정책과 소비구조, 기후변화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에너지 기술혁신 등 5개 범주의 Signpost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포스코도 비슷한 유형의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여건을 호황(S1)에서 불황(S5)까지 5가지 시나리오로 세분화해서 제품 판매량, 원가와 제품가격 예측, 매출과 수익 변동 등 재무적 성과를 추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셸과 같은 용도인 Signpost는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의 경제성장률, PMI 제조업지수 등 세계경제지표, 철광석과 유연탄,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철강재 재고와 수요 변동, 경쟁자 동향 등 철강산업지표로 범주화해서 관리한다.

 

점증 변신형: 파나소닉과 삼성전자

이 유형은 기술변화와 시장반응 흐름에 따라 점진적인 전략 변화를 꾀하는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자칫 기존 기술 우위에 고무돼 한 우물파기에 집착하다보면 변화 환경으로부터 고립되는 갈라파고스형 실패를 겪을 수 있다. 파나소닉과 노키아, 코닥의 실패 사례를 리얼옵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자.

 

 

 

 

파나소닉은 2007년 당시 세계 PDP TV 시장의 33.4%를 점유한 리딩기업이었다. PDP는 가격이 LCD의 절반 수준인데다 우수한 화질에 대형화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전력 소비량이 많고 열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LCD 기술의 발전 속도는 PDP의 장점을 빠르게 희석시킬 여지가 컸다. PDP LCD 중 누가 디지털 TV 시장을 지배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파나소닉의 나카무라 구니오 회장은 PDP에 전력투구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 이는 시장 우위가 결정되기 전에 특정 옵션에 집중하는 것으로 리얼옵션의 철학과 배치되는 결정이다. 그 결과, 파나소닉은 과거 20년 누적 순이익과 비슷한 20조여 원의 적자를 2011년과 2012 2년간 한꺼번에 냈고 급기야 2014 3 PDP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기에 이른다.

 

반면 LCD를 기반으로 UHD TV에 주력하는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시장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본격적인 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가격과 내구성 등 개선과제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생산경험과 8세대 시험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OLED TV에 대한 옵션을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최근 삼성이 TV와 모바일 OLED 개발조직을 하나로 합치고 대형 OLED TV 생산을 재개한다는 뉴스는 삼성의 시장반응적 리얼옵션 행보를 보여주는 사례다.

 

노키아는 1996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노키아 9000을 개발하고도 본격적인 상업화를 포기한 채 피처폰 양산에 집중하다가 해체의 길을 걸었다. 1970년대의 애플 또는 구글이라고 할 수 있는 코닥은 1975년 디지털카메라 초기 모델을 개발하고도 필름사업에 매달리다가 몰락했다. 디지털 기술의 트렌드를 먼저 읽었다고 해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선제적으로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리얼옵션을 구비하지 않으면 기존의 시장 리더십 상실은 물론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시사점

모든 전략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불연속적인 시장 생태계와 기술의 변화는 정확한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추론에 근거한 가정의 대상이다. 예측이 어려운데 단 하나의 대안으로 미래를 맞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CEO가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 상황에 집착할수록 의사결정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리얼옵션 전략의 출발점은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4가지 리얼옵션 전략 유형은 이 같은 의사결정의 불완전성에 대응하는 기업별 행동 패턴을 단순화한 개념적 틀이다.

 

리얼옵션의 교훈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외줄 타기 또는 하나의 우물을 파는 극단적 옵션보다는 복수의 옵션을 유지해야 한다. ‘전략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복잡성이 기업 생태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복잡성하에서는 변화가 예상하는 대로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하나의 변화 상황만 고려한 전략적 선택은 그만큼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고, 놓친 기회는 손실로 연결되며, 손실이 증가하면 조직은 도태된다. 기술 및 환경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오늘날에는 기업의 생존을 가를 수도 있다. 파나소닉과 코닥의 실패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둘째, 미래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는 여러 시그널을 모니터링하면서 상황 변화의 단계별로 옵션을 유연하게 조정하라는 것이다. 일찍이 셸의 시나리오 경영과 마이크로소프트의 OS 개발 과정이 이러한 전략의 효율성을 입증했다.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일어난다. 불연속적으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변화의 속성이다. 그만큼 변화의 시점을 추정하기가 어렵다. 경영학에서 상황이론이 대두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셋째, 예상되는 시나리오 상황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한발 앞서 행동하는 조직의 민첩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민첩성유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나비효과, 네트워크 효과, 눈덩이 효과의 공통적 메시지를 찾자면 앞서 행동한 자가 누리는선점자 우위효과. 우선 변화를 리드하고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민첩성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시장상황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초기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노키아의 스마트폰 실패는 Wifi와 위치 서비스 기술 등 모바일 인프라가 성숙되지 않은 원인이 작지 않았다. 이 같은 시기상조의 문제는 인내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기술적 민첩성을 보여주고도 시장을 키워나갈 인내력과 추진력이 부족했다. 초기에 거둔 민첩성 효과는 계속 유지하려는 노력에 의해 보호받는다. 경쟁자의 빠른 창조적 모방이 쉼 없이 일어나는 초경쟁 시대에는 나의 민첩성이 언제든 역전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첩성의 선점효과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활동은 경쟁우위를 지켜내기 위한 필수 과제다.

 

이상의 세 가지 교훈을 다시 종합해보자. 본업과 역량에 집중하라는 말이 틀렸다는 것인가? 복수의 옵션을 선택하라는 것은 집중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집중해야 할 대상과 시점,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변화가, 어느 정도의 충격으로, 언제 대두될지 모르므로 핵심 이슈와 관련된 시그널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검증하며 전략적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언제든 대체 가능한 Plan B로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한 변신과 집중의 조화,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점진적 혁신과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하는 파괴적 혁신의 병행이다. 이처럼 역설적인 전략 옵션들을 유연하게 재조합하며 고도의 실행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때 기업의 운명이 바뀐다. 이것이 리얼옵션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다.

 

 

박찬욱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pcw@posri.re.kr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전략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스코를 거쳐 1995년부터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글로벌 전략과 경쟁력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홍익대 경영대 겸임교수를 비롯해 고려대 KMBA 및 노동대학원에서 다년간 경영전략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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