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옵션 전략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에 기술혁신과 관련해 활용할 수 있는 리얼옵션 전략은? ① 선택할 수 있는 기술 옵션을 다양하게 확보하라. ② 선두주자 전략에 집착 말고 빠른 추격자 전략을 염두에 두라. ③ 개방형 혁신, 개방형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는 조직 문화의 토양을 만들어라. |
톰 피터스는 <초우량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1980년까지 세계적 초우량기업의 사례로 꼽을 만한 43개 기업의 성공 조건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책이 나온 지 5년이 지난 후 책에서 초우량기업으로 다뤄진 기업의 3분의 2가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까지 우량기업으로 꼽히던 기아차, 대우차, 현대전자, 현대건설, 제일은행 등 사업 부문별 리더 기업들이 소유권이 바뀌거나 리더의 자리에서 추락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글과컴퓨터, 텔슨전자, 새롬기술, 메디슨 등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던 많은 벤처기업 역시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 도태됐다.
우량 기업이 추락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기술과 고객의 변화에 대한 대처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고객이 변하고, 상품이 변하고, 기술이 변하고, 경쟁자가 변하는데도 종전의 비즈니스 전략으로 대처하면 시장과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첨단기술이 등장하면서 상품과 기술이 서로 융합하고 디지털 세대인 고객의 니즈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혁신이나 신상품 개발 과정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 요컨대 기술혁신, 그 자체 못지않게 기술혁신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릴 수 있는 시대다.
기술의 역동성과 불확실성
기업이 기술 변화를 수용하고 리드할 수 있다면 기술혁신에서 뒤처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 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정확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다양한 기술의 융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종 기술을 수용하거나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기존 보유 기술의 기득권을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시키느냐도 중요한 이슈다. 진화론에서 이야기하는 “살아남는 종(種)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는 지적은 더 이상 생물학적 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기업 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리다.
기술혁신은 종종 기업의 보유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자기파괴적인 특징을 갖는다. 즉 종전의 기술 방식을 무시하고 새로운 원리로 접근하거나 개발에 성공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원점에서 새롭게 고려해야만 신기술을 활용한 도약이 가능할 때가 많다. 같은 맥락에서 앞선 기술을 통해 기득권을 가졌던 리더 기업들이 오히려 기술혁신을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제록스가 팔로알토연구소라는 훌륭한 자사 연구소에서 레이저 프린팅, 이더넷, 전자잉크, PDF, (마우스와 아이콘으로 상징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등 대단한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자신들의 복사기 사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무시했던 사례를 기억하라. 이후 이들 기술을 가지고 제록스를 뛰쳐나간 24개 스핀오프 기업의 주식가치는 제록스의 주식가치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제록스는 자신의 품을 떠난 기술들이 어도비, 애플, 스리콤 등에 의해 화려하게 꽃피워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불확실성 시대의 기술혁신을 막는 원인 중 하나가 충성스러운 기존 고객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하면서 해당 기업에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는 고객을 유지하려면 과격한 기술변화보다는 기존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단순 개량해주는 점진적인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도그마가 형성될 때 기업은 정체 또는 퇴보한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의 개발 및 판매의 역사가 대표적인 예다. 플로피 디스크의 리더 제조회사들은 이미 지배적인 수요가 형성돼 있고, 상당한 수익이 나고 있으며, 고객들이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대형 플로피 디스크 상품을 생산하는 데 안주했다. 하지만 14인치에서 8인치, 5.25인치, 3.5인치 순으로 플로피 디스크 시장은 점차 소형화했고 급기야는 CD로, 다시 USB로 기득권이 옮겨가면서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이처럼 초기에는 틈새시장 정도로 보이던 기술이나 상품이 대단한 히트작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기술을 특별히 ‘와해적 혁신’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기술혁신 개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기술혁신의 방향성: 고객가치 혁신과 개방형 혁신
이제까지 많은 기업은 고객가치를 간과하고 기술적인 혁신에만 치우쳐 제품의 사양이나 외형적 변화만 강조해 왔다. 하지만 품질경영 개념을 제시해 고객만족의 중요한 수단을 제공하는 데 크게 기여한 에드워즈 데밍은 “고객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누가 전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라며 고객가치 혁신은 단순한 기술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한 바 있다.
최선을 다해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을 넘어서 고객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불확실성 시대의 진정한 기술혁신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다시 말해 기술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가치의 혁신이어야 한다. 고객가치를 혁신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처음 기술혁신을 주도한 기업에 막강한 시장지배력과 경제적 보상을 가져다준다. 이를 위해 기업이 내려야 할 의사결정 요소를 살펴보면 (1) 어떤 기술을 확보할 것인가(What), (2) 신기술을 언제 시장에 소개할 것인가(When), (3)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How) 등 2W1H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곧 기술혁신을 꾀하는 기업이 부딪치고 해결해야 할 불확실성의 3가지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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