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종합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연구개발(R&D), 신제품/신서비스 개발, 생산/서비스로 이어지는 기업의 문제해결 과정이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에서 끝난다고 보는 시각.
사용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 ‘사용에 의한 학습(learning by using)’ 과정을 통해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사용자들이 기업의 신제품/신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기업을 앞서 나가는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까지도 이룰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 즉, ‘콘셉트 개발’ ‘설계’ ‘제작’ 등 제품개발 활동의 앞 단계에서 사용자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
사용자 혁신의 유형 문제의 정형화 정도와 문제 해결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사용자 커뮤니티, SNS, 사용자포럼, 선도사용자 기법, 툴킷, 공유경제, 크라우드소싱, 공동창작 등 다양하게 구분 가능. |
사용자 혁신 관점으로의 변화
기업에 가장 중요한 성과측정치 중 하나는 고객만족도다. 오랜 기간 기업은 고객만족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으며 이는 프로세스 개선, 고객센터 운영, 제품의 품질 개선 등 다양한 기업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전략적인 목표들은 소비자(consumer)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기업활동의 대상이 소비를 행하는(consume) 존재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활동의 중심 또한 고객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며, 소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과 같이 대규모의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또 점진적인 제품 개선을 통한 신규 수요 창출, 유통망 개선 등을 통한 기존 수요 확충에 나서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고객을 소비자로만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은 제품/서비스의 개발과 관련한 일련의 혁신활동이 고객을 중심으로 한 시장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분산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함으로써 기업들이 중요한 혁신의 원천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는 제품/서비스를 ‘사용(use)’하면서 다양한 학습과 아이디어 창출을 해내는 사용자(user)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 소비자의 개념과는 달리 사용자라는 개념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해결과 학습이 일어나게 되는 ‘사용에 의한 학습(learning by using)’ 개념이 내포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연구개발(R&D), 신제품/신서비스 개발, 생산/서비스로 이어지는 기업의 문제해결 과정이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에서 끝난다고 보는 시각이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품/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도 사용자들이 실제로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학습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런 관점하에서 사용자는 ‘사용에 의한 학습’ 과정을 통해 기업의 신제품/신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 경우 기업을 앞서 나가는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까지도 이룰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사용자의 힘은 정보채널의 비용 하락, 다양한 혁신도구의 확산과 비용 하락 등으로 개인 사용자를 넘어서 집단적인 지성으로 발전돼 나가고 있다. 기존 개인 사용자 중심의 혁신활동에 비해 집단적인 혁신 공동체 활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서로 교환되고, 서로 결합돼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해 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수준 높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독일 뮌헨대 니콜라스 프랑케(Nicholas Franke) 교수와 미국 MIT 소날리 샤(Sonali Shah) 교수의 연구1 (2003)는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이러한 사용자 중심 혁신의 여러 가지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카이트서핑’ 참조.)
[DBR Mini Box] 카이트서핑(Kite Surfing)
니콜라스 프랑케 교수와 소날리 샤 교수는 스포츠 분야의 공동체를 연구했다. 이들이 연구한 공동체는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으며 유럽, 북미, 일본에서 일 년에 최대 10번 정도의 시합을 통해 만나서 서로 교류한다. 이러한 공동체 회원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또한 이들은 서로의 스포츠 장비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돕는다.
실제 제품을 개발하는 더 발전된 형태의 공동체의 경우 도구나 기반 시설 면에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공동체들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카이트서핑(kite surfing) 기구에 관련된 정보를 개발하고 전파하기 위해 최근에 만들어진 공동체를 살펴보자. 카이트서핑은 수상 스포츠의 일종으로 서핑보드와 비슷하게 생긴 특별히 제작된 판 위에 사용자가 올라가, 크고 조종 가능한 카이트를 잡고 조종하게 된다. 기구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된 카이트서퍼의 경우 카이트를 순방향이나 역방향 모두에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또 이 카이트는 수십 초간 선수와 보드를 공중으로 몇 미터나 들어 올릴 수 있게 됐다.
카이트서핑에 필요한 카이트 제작 프로젝트는 아직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저속 공기 역학 지식이 요구되는 수준 높은 작업이다. 초기 카이트들은 열정적인 사용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이들은 카이트서핑에 서핑기술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장비가 필요함을 느끼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고려해 새로운 장비를 발명했다. 2001년 즈음, MIT의 박사 과정에 있던 학생이자 카이트서핑과 카이트 개발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던 사울 그리피스(Saul Griffith)는 온라인 공동체 상호 작용이 카이트서핑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 세계의 카이트서핑 ‘사용자-혁신자(user-innovator)’들로 이뤄진 공동체 사이트(www.zeroprestige.com)를 만들었다. 그는 사이트에 그가 디자인했던 카이트의 종류를 올리고 카이트 제작과 사용에 유용한 도움말과 도구들을 제공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 이들이 이러한 정보를 무상으로 다운로드 받고 만약 그들이 만든 것이 있다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곧 다른 혁신적인 사용자들도 자신들이 설계한 카이트, 초보자를 위한 제작 정보, 공기 역학 모델링 소프트웨어나 원형을 빨리 만들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수준 높은 설계 도구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혁신을 사이트에 올리는 카이트서퍼 중 일부는 아주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중 한 명은 항공 우주 산업에 속한 숙련된 공기 역학자였다.
요즘에는 신제품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설계 내용을 CAD(computer-aided design) 파일에 담는다. 디자이너들은 이 파일을 2차원과 3차원의 형태로 만들거나 볼 수 있다. 또 설계 내용이 특정한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싶을 때는 다양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설계 내용에 자동화된 분석을 실행해볼 수 있다. 그 후 설계 내용을 제품으로 제작하는 제조사에 CAD 파일을 보냄으로써 바로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카이트서핑이 발달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그룹 내의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스케치를 전송함으로써 설계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그 후 그룹의 멤버들은 큰 직물을 자를 때 사용하는 컴퓨터화된 재단기가 서핑 카이트의 천을 자르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또한 제조업체가 자신들이 하려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결과 혁신 그룹의 멤버들은 제조업체의 재단기에서도 호환이 가능한 CAD 파일의 형태로 설계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만약 어느 사용자가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할 경우, 그는 이 CAD 파일을 제조사에 맡겨 재단을 부탁했다. 그 후 잘라진 천 조각들을 사용자가 직접 바느질하거나 전문 업체에 보내 조립했다. 디자인 완료 후 생산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 이하였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카이트를 완성하는 데 들어간 총비용은 수백 달러에 불과했다. 이후에는 이러한 사용자 아이디어들을 채택하는 제조업체들이 늘어나 카이트서핑 관련 산업이 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출처: 소셜 이노베이션i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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